정의 없는 평화는 양들의 침묵일 뿐입니다
.

한국사회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만과 탐욕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통치자에게
더 이상 사람의 길
, 생명의 길, 사람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되찾읍시다.
 

 

--- 2009. 2. 2 주님봉헌축일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설명절도 지난 기축년의 입춘날, 포근한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일찍 나와 PC를 켜고 뉴스들을 살펴보니, ”강호순, 나는 사이코패스”
“'용산' 새총, 골프공 160여 m 날려” 따위의 헤드라인들 사이로,
슬그머니 “용산 참사에 대해 경찰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들을 들이밀고 있군요…

제도권 언론들의 문제를 회피하는 비겁함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뻔한 논리로 어느새 권력 앞에 납작 엎드려 기는 자들의 비열함을 꾸짖으면서 지난 주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국민들 앞에 내놓은 시국선언문의 끝자락을 옮겨둡니다.

http://blog.naver.com/letsgo99/20061373064



국민과 서민에 대한 애정을 이른바 '가진 자'들에게서 기대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아마도 우리의 희망이 너무나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탓일 겁니다.
부시가 떠나가기도 전에 우리는 MB라는 보기만 해도 짜증이 솟아나는 초상화를
매일처럼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말할 겁니다. 나도 사랑한다고…. 애정이 있다고… 누구보다도 잘해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청와대 뒷동산 인왕산에 올라 광화문의 촛불집회 모습을 보면서 “아침이슬”을 노래한 대통령이라니,
속으로는 실제로도 그러고 싶어할 겁니다.
문제는 사랑하는 방법이겠지요…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일 거구요…

 그에게는 국방이나 나라의 안보는 어떨지언정,
군사공항을 옮겨서라도 제2롯데월드 같은 서울의 랜드마크를 심어놓는 것이 더 상징적인 업적이고,
경제살리기의 지름길이라고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환경이야 어찌 되었든 아이티 인프라나 바이오 인프라를 깔기에도 모자란 돈을
60-70년대 개발독재 시절처럼 그저 땅 파고 삽질하는 데 올인하는 것이
경제 부흥의 토대라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윤도현의 비유마냥 이 민족을 가난과 배고픔에서 해방시킨 구세주마냥 박통을 닮고 싶어하는 모양이지만, 하는 짓은 전두환 군사독재보다 더 심한 독단에 철권통치를 시대착오적으로 강행하고 있으니,
참으로 문제인 것이지요….

며칠 전 대학 서클의 신년모임이 있어 만난 한 친구는,
대구 사람을 남편으로 얻어서 명절때마다 “시아버지랑 정견이 달라서 의견충돌을 빚었는데,
이번 설날에는 그 시아버님조차 “노무현만도 못하니 이 일을 어쩔꺼나” 하고
오랜만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하더군요….

과연 누구 탓일까요? 

누구를 탓하면 지금, 나의 죄, 우리의 죄가 면해질 수 있을까요?

국가권력과 공권력의 힘을 스스로 내려놓는 대신에 전국의 땅값 집값을 올려놓아 버림을 받은
노무현 전 '좌파정권'을 탓해야 할까요? 
투자은행의 방만한 운영과 경쟁력을 상실한 자동차 산업 등의 구제를 위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달러를 찍어내어 세계경제 위기를 자초한 미국의 오만함과 무식함을 탓해야 할까요?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이 모든 사태가 결국은 우리 스스로의 죄이자,
나의 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죄값을 치르고 있는 셈이고요. 그것도 아주 아프고 진하게 말입니다.

한 나라 민주주의의 척도는 결국 그 나라 구성원인 국민들의 민주주의 수준에 달렸다는 말이야말로
진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일하지도 않는 자식들을 위장취업시켜놓고 월급을 받게 하는 도덕 개념이 없는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대통령에 뽑아 앉힌 죄이고,
짓지도 않는 농지에 영농보조금을 타먹는 고위관리들을 용인해 온 우리들의 죄이고,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론에 빠져서 대책없는 자유무역과 몰가치한 세계화에 대해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따라가면서, 비판은 하면서도 다른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 키우지 못하고
하늘만 쳐다봐온 우리들의 죄값을 아낌 없이 치르는 것이겠지요….

예나 지금이나 그래서 민주주의의 수업료는 비싼 법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수업은 우리에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인 듯 싶습니다.

제가 요즘 유학과 관련한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아이들의 장래교육이나 청년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모습들을 실감나게 느끼고 있습니다.

입학금과 등록금이 없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심지어는 자살을 하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저 역시 이 나라의 교육철학이나 시스템을 어떻게든 바꿔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우리 애는 이런 환경에서 교육시키지 않고
외국으로 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솔직한 현실이니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과연 어디에서부터 이 빗나가기 시작하는 우리 사회와 역사의 물줄기를 조금이라도 다시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입춘대길’ 이라는 말이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고 허허로움만 더해서 답답한 심사를 메일로 쏟아 봅니다.


하지만,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지요. 후퇴가 있으면 전진이 있을 겁니다.
지금의 퇴보와 역행이 당장엔 분노어리고 울분스럽지만, 그 분노의 힘을 모아,
더 크고 확실한 진보를 위한 추진력을 다져야겠습니다.
흐트러지고 나태해진 마음을 다시 다지고 우리 스스로를 고난 속에서 재훈련시키는
소중한 시간으로 삼아야겠습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대화의 주제로 가장 금기하고 피하는 것이 바로 정치나 종교 문제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것을 피해갈 수가 없네요.

촛불집회의 현장이 되었든, 온라인 아고라나 블로그의 한 구석이 되었든,
행여 제 이름이나 모습이 어른거리더라도 너무 철없다 여기지는 말아 주십시오…

우리나라나 우리 사회가 위기라고 생각되면 그게 누구이든,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방법으로 행동하고 참여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철학이요, 살아온 지혜니까요….

모두들 늘 건승하시고, 어려운 난국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새해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정권이 조금이라도 제 정신을 빨리 차릴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뭐든 해보시는 한 해가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2009년 입춘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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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렛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