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진 10월 26일날,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임종을 맞았다.

벌써 몇 해가 흘렀나? 
어느날 갑자기 방송에서 "노대통령 서거" 라는 [뉴스속보] 자막이 뜰 때가 있었다.
병상에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노태우 대통령이 결국 사망했나보다 생각했었다.


그 때가 2009년!
서거한 노대통령이 노태우가 아닌 노무현이란 소식을 듣고 벌린 입을 다물기 어려웠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올해가 2021년이니 그로부터 12년, 꼬박 한 띠가 되돌아온 셈이다.

그런데 오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소식에서 놀란 것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정부가 '국가장'을 치르기로 결정하고, 현직 총리인 김부겸 국무총리를 장례위원장으로 발표한 게 더 충격적이다.

12.12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자, 반란의 수괴 주범으로 전두환과 더불어 법의 심판대에 세워져 학살범으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런 자를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적 추도의 뜻을 담아야 할 경우에나 인정할 수 있는 '국가장'을 치른다는 게 과연 합당한 처사라 할 수 있는가!!

그가 저지른 과오에도 불구하고 다른 치적이나 공적이 있었다고 백분 인정한다 해도, 이건 아니다!!
직선제로 실시된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그는 전두환과 더불어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던 반란 주범이다. 민주주의 헌정 파괴범이자, 광주 시민 학살에 가담했던 자를 국가장으로 예우한다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그릇된 결정이다.

딱 까놓고 한 마디만 되물어보자!
만약 당장 4~5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후보가 이길 확률이 불안한 현재와 같은 시점 상황이 아니라면 과연 이같은 결정이 그리 쉽게 내려졌을까?

만의 하나 그에 대한 답이 부정적이라면 이것은 누가 보아도, 당면한 선거에 보수 지지자들의 표를 얻어보려는 얄팍한 타협안에 불과하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들먹이더라도 원칙을 버리고 헌법 정신을 훼손한 걸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좌 문재인, 우 전두환의 조화가 나란히 놓인 노태우의 빈소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들의 말은 입장과 처지에 따라 각자 자신들 편한대로 해석되고 이용되기 마련이다.

광주에서, 전국 곳곳에서 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앞에 살아 생전 진정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한 적이 없는 학살자이다. 비록 그가 식물인간으로 전락한 뒤 자식들이 대신 사과의 무릎을 꿇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으로 당사자의 과오와 죄과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제 강점기 제국주의에 부역했던 친일파 앞잡이들을 청산하지 못한 탓에 해방 후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과, 동족 상잔의 전쟁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했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 어떤 진심어린 사과도 없이 흐지부지 과오를 눈 감아주는 것은 이처럼 오랜 분쟁의 씨앗을 남기게 된다. 하물며 단죄를 하기는 커녕 '국가장'으로 예우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물론 입장이나 처지, 관점에 따라서는 과보다 업적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수 있다. 적극적인 북방정책이나 88 올림픽 개최,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등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북방 외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지만, 그것은 역사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평가해줄 일이다. 같은 나라 시민을 죽이고,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무도한 세력의 수괴를 이리도 쉽사리 용서하고, 예우를 결정한 것을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없다.

얼핏 이게 뭐 그리 심각해할 일인가 싶은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민족의 혼이 바로 서지 못하고 해방 70년이 넘도록 친일 청산이 국가 과제로 남아 있게 된 현실을 보라. 아직도 위안부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인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라! 이번 결정은 그야말로 역사 의식을 저버리고 헌법 정신을 정부 스스로가 파괴한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졍부로서는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거나 주워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장례 절차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앞장서서 처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표의 득실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서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할 사안을 선거 시기 타협책으로 수용하는 것은 촛불 가치를 내세워온 정부로서 매우 위험한 선례를 스스로 만든 꼴이다. 

나중에 어느 때라도 전두환이 죽을 경우, 그도 역시 국가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잘못된 근거를 만들어준 것이다.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위험한 결정을 선거판 이해 득실에 따라서 섣불리 내린 것은 참으로 짧은 생각이다!!
훗날, 문재인 정부가 우리 역사에 크게 잘못된 선례를 남긴 날로 기억될 오늘이다!!

#오늘의 감사일기 560일째_211027. 코엑스 다시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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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일백포 34회차 발행, 100일 3분의 1 넘겨 감사! 
2. 메타버스 테마 새책 읽기, 새 주제 학습 시작 해피!
3. 1달 한 번 코칭업체 새 출발 위한 시도 결의 감사!
4. 체인지라이프 PDF 노하우북 제작 무료특강 감사!

#백일백포_035. D-65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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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오랜만에 좀 늦게 출근하느라 늦은 아침을 집에서 먹는데, 아내가 말하더군요...
"이 정부 들어선 이래, 도무지 장례식 그칠 날이 없는 것 같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아! 그래 맞다!"
그런 생각이 왜 그리 새삼스레 가슴에 와 닿던지...
돌이켜보면 숭례문 화재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과, 불안의 징조들....
민심의 우려와 심기 불편은, 광우병 소고기와 얽힌 촛불논쟁과 PD수첩에 대한 고소로 현실화되기 시작했고, 미디어법 개악을 통한 방송 장악과 민주주의의 퇴행을 보면서 차차로 커졌더랬지요. 한 켜 한 켜, 굵어지는 나무등걸의 나이테마냥!  

김수환 추기경의 타계로부터, 작년초 용산 철거민 참혹한 화재참사, 곧바로 이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과 해를 넘기지 않고 이어진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 4대강 삽질 강행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올 들어서 다시 시작된 죽음의 행렬은 법정 스님의 입적소식이 채 가시기 전에 천안함 꽃다운 젊은이 46명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 어느 대통령 치하에서 이토록 장례식과 조문의 행렬이 끝이 안 나는 일이 또 있었나요?
오죽 했으면, 저자 거리에서는 "자고로 임금이 덕이 없고 악업이 쌓이면 나라에 흉사가 끊이질 않고 액운이 낀다."는 이들도 있고, "앞서 죽어간 원혼들의 억울함과 분노가 뼈에 사무쳐 혼령들이 구천을 떠돌며 산 자들을 벌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고 자문하기도 합니다. 

"2010년의 잔인한 4월"은 그렇게 또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정작 미안해야 할 이들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온 국민을 "살아남은 죄인"들로 만들어가며, 성금을 강요하는 나라,
"미안하다"며 울부짖는 부모형제들의 오열과 몸부림을 이용하여, 사고의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터에 "피의 보복"을 다짐케 하는 이상한 국면,
정말로 용서를 구해야 할 이들은 따로 있어 보이는데, "용서해줘!" 라며 눈물짓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마치 국민들의 "해이해진 안보의식"이 사고의 근원인 것처럼 몰아서 본질을 흐트러 뜨리는 교묘한 술책과 비겁한 작태들...

저는 누가 들으면 욕을 바가지로 할 수도 있겠지만,
희생 당한 이들에 대해 절대 미안해 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을 겁니다...
무엇을 미안해 해야 하는지, 무엇을 용서받아야 하는지를 모르겠기 때문이지요....

또한 저는 천안함에서 희생 당한 안타까운 혼령들에게 결코 "영웅"이란 가식적인 칭호를 붙이지도 않을 겁니다...
그들의 죽음과 희생은 우리들 모두의 가슴 속에 뭔가 커다란 숙제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고귀한 것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죽음이 왜, 어쨌길래,"영웅적"이라고 불리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까닭입니다.

요컨대, 천안함은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과 더불어 우리의 기억에서 덮어져야 할 사건처리의 끝이 아니라,
그들의 죽음을 초래한 근본 원인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세상의 어지러움과 통한의 울부짖음들을 모두 뒤로 떨치고, 북한산에 올랐더랬습니다...
잔인한 4월! 푸른 소나무 가지 끝에서, 골짝 바위틈 사이 사이에서, 아찔한 벼랑 끝에서도...
붉고 화사한 진달래 꽃무리는 삼각산 연봉을 굽이굽이, 지천으로 피어 바람에 흩날리더군요....

46인의 젊은 수병들,
그들의 꽃다운 죽음 앞에, 80년 대학시절 해마다 4월이 돌아오면 즐겨 불렀던 노래 한 소절 진혼곡으로 올립니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쓰러져 간
젊음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 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이영도 詩 '진달래' (중3 국어교과서)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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