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 http://letsgo.tistory.com/163 에서 트위터 사용자들간에 이뤄진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를 잠깐 언급했었지요.
지난 금요일(9일), 법원의 한명숙 무죄판결로 인해 그 때 예견했던 상황이 눈앞에 기정 사실화되는 느낌입니다.  법원의 무죄 판결이 확실시되자 당혹스러워진 검찰이 급기야는 또다른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들이대며 예전에 한명숙 총리를 지원했던 기업을 불시에 습격(?)하여, 회계 장부 및 컴퓨터 하드를 털어 갔다더군요.. [피의사실 언론 흘리기] 라는 불법 카드는 이젠 아예 검찰의 단골 메뉴가 되어, 모 언론에서는 특종처럼 또 이를 까발려 기사로 나불댔고요...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1703 

"개쪽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이왕 똥 묻은 김에 아주 끝장을 보자고 발 벗고 나선 모양입니다.  
이게 법을 지키겠다는 검찰이 정녕 할 노릇인지, 정말이지 기가 차고, 그 추잡함과 치졸함이 극에 달해서 한심하다 못해 불쌍하고 역겨울 지경입니다.  "떡검"도 모자라 "개검"이라는 핀잔을 들어가면서도 검찰은 도무지 자신들이 왜 "엑스맨"으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한 바보들 같습니다...

검찰의 또다른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보도기사가 실리자 한 시민이 참으로 무섭고 생각하기 싫은 댓글을 남겼더군요...
"노무현에 이어서 한명숙도 죽어야 끝나겠구나!"

작금 우리 대한민국의 검찰은 "떡검"이나 "개검" 수준을 넘어서 아주 화끈하고 당당하게 "살인검찰"로 불리고 싶은 걸까요?
강금실 전 장관이 그랬다던가, 국회 질의에서 어떤 의원이 그랬다던가 기억은 확실치 않은데,,,
한명숙 총리의 골프접대 건을 두고 여론몰이식으로 도덕성 흠집내기를 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의 검찰 치고 기업이나 업계에서 골프 접대 권유 한 번 안 받아본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타일렀다더군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없다 했는데, 검찰은 털면 과연 먼지 정도만 나올까요?
자, 이번에는 또 몇 년이 지난 사건을 비오는 날 먼지 털 듯 털어서, 다시 또 추가로 흠집을 내려고 달려 들까요??
검찰은 왜 여당도 원하지 않는 짓을 벌여서 오히려 상대방이 표를 더 확실히 얻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와주는 것일까요?

무죄로 개망신당한 자존심이 상해서?
아니면, 정치 검찰로서의 충성과 사명을 다하기 위해?
그도 아니면 정권이나 여당의 통제 수준을 벗어나버린 검찰 자주성의 발로?
그것도 아니라면, 대한민국의 권력은 자신들 손안에 있다는 오판과 자만심이 초래한 자연스런 귀결점?

검찰의 연이은 헛방질과 자충수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보건대, 이들이 패착에 패착을 거듭하면서 계속 상대방을 도와주는 엑스맨 역할을 해주는 까닭은 한 마디로 무식해서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이나 권리의식이 그동안 얼마나 성숙되고 변화되었는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멍청함 때문이라는 것입지요!

작금 청와대와 군 당국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 공개를 놓고, 계속해서 갈팡질팡하는 것, 사고의 원인을 밝히지도 못하고, 앞뒤 안맞는 상황논리로 시나리오 꿰어맞추기에 정신이 없는 이유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과 웹을 통해 더 이상은 권력의 정보 독점이나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지요. 한 마디로 이 모든 혼란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아둔함에서 기인하는 "블랙 코미디"라는 점을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검찰도, 군대도, 한나라당도, 그리고 어쩌면 청와대도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헛방질과 자충수를 두게 될 것입니다...
왜냐면 이들의 최대 맹점은 지금 그들이 권력을 갖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권력의 잘못된 행사를 통해서 벌어지는 수많은 실수로부터 어떤 교훈도 배우지 못하는 무식함과 멍청함에 있기 때문이지요...
용산참사, 노대통령의 죽음, 4대강 삽질, 미디어법 날치기, 세종시 무대책, MBC 좌파 척결, 불교계 좌파 스님 추방 등등....
쉬지 않고 벌어지는 이들의 헛방질은 제가 보기에, 계교나 오만의 소치라기보다는 무감각과 무식의 소치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아래 여론조사 결과와 같은 엑스맨 효과가 나타날 것을 거의 모든 국민들이 애초부터 미리 예견하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만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무죄 선언의 쪽팔림을 당하고서도 여전히, 한명숙의 또다른 정치자금 수수 의혹설을 흘리며 버티는 까닭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없듯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년(女) 없다"는 명제도 "참(truth)"임을 만인 앞에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게지요...

조심스럽게 예견하건대, 검찰이 그런 식으로 무자비하고 치졸하게 계속 달려드면 들수록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엑스맨 효과는 2배, 3배로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검찰이 미리 자포자기하거나 제 풀에 지치지 말고,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나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좀 더 말 같지 않은 사건을 끊임 없이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내심 희망하는 바입니다.  

무죄 판결 이후 출마선언도 하기 전에 뒤집혀버린 서울시장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아래 기사를 참고해 보시면 제가 왜 그러기를 희망하는지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렛츠고 2010/04/11 03:53>

* 원문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354 [미디어오늘]
한명숙 39.2% 오세훈 37.6% 노회찬 7.9%
서울시장 후보 가상대결, 한명숙 지지율 오세훈 넘었다
2010년 04월 10일 (토) 11:22:52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서울시장 후보 가상 대결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는 지난 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서울 지역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를 벌인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다음 네 명의 후보가 출마할 경우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은 결과, 민주당 한명숙 39.2% 한나라당 오세훈 37.6% 진보신당 노회찬 7.9% 민주노동당 이상규 3.4% 등으로 나타났다.


   
  ▲ 한명숙 전 총리가 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명숙 전 총리는 오차 범위 내의 결과이지만 오세훈 후보를 넘어서는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 선고를 받으면 한나라당 우위의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란 정치권 관측이 현실화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아직 공식적인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이고 본격적인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들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지지도 상승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게다가 이번 여론조사는 여당 후보 1명 대 야당 후보 3명의 대결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야당 단일후보로 나서면 더욱 유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리서치뷰  
 

실제로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가 맞붙을 경우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에 야권 단일후보 46.5%, 한나라당 후보 38.5%로 야권 단일후보가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단일화에 나설 것인지는 불투명하지만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4당 단일 후보가 성사될 경우 야권 단일후보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자충수로 끝나면서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 선거운동을 해주고 있다”는 여권의 비아냥이 농담이 아닌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여권의 고민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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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렛츠고

유시민 "이명박 정부는 문명 역주행"

책 여행 2009/06/10 11:51 꺄르르  
* 원문 출처: http://blog.ohmynews.com/specialin/282999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유시민 전 장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다음가는 지지도를 보이며 차기 대선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0년 서울시장후보를 따졌을 때, 유 전 장관이 선호도 1위로 뽑혔고, 현직 오세훈 시장과 대결에서도 이기는 것으로 나왔지요.

 

대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였다 떨어진 그는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와 <후불제 민주주의>[2009. 돌베개]를 펴냈지요. 이 책 1부에서는 헌법에 담겨 있는 민주공화국 정신과 국민 기본권을 이명박 정부가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2부에서는 헌법의 당위와 권력의 실재 사이 차이가 벌어지게 되는데, 이 격차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설명하죠.

 

참여정부는 사회자유주의 정권,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게 공격당해

 

이 책은 지식소매상 유시민이 펴냈으나 정치인 유시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글입니다. 자신이 정치계에서 보고 겪은 경험이 녹아나있으니까요. 두 번의 국회의원, 한 번의 국무의원을 하면서 자신의 이상과 거친 현실 사이 틈에서 지은이는 아쉽고 안타까웠다고 얘기하네요. 그러한 자기반성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 비판과 포개지면서 더 깊이 있게 와 닿네요.

 

책을 더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참여정부를 돌아봐야 하죠. 5년 동안 이리저리 욕을 먹은 참여정부는 어떠한 정권이었을까요? 지은이는 ‘사회자유주의’ 정권이었다고 규정하며,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있었다고 얘기하죠. 사회주의도 아닌 자유주의도 아닌, 어울리지 않는 반대 성격의 정치 기조를 묶는 시도를 하였다고 참여정부를 돌아보네요.

 

과거사 진상규명과 과거 국가범죄에 대한 정부의 사과, 신행정수도 건설과 지역균형발전정책 추진, 노사정 위원회와 저출산 고령사회 연석회의, 투명사회 실천협의회 등 사회 대타협을 위한 기구 신설과 강화노력, 국가사회지출의 대폭확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노령연급 도입, 아동과 장애인 지원, 교원확충, 종부세 신설과 보유세 강화 같은 강력한 부동산 거래, 거기에 신용규제까지 하여 사회 형평과 통합, 기회균등을 이루기 위한 국가 개입을 늘리고 강화하였다고 평가해요.

 

사회공공성 확충과 함께 자유주의가 사회에 퍼집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기초 원리 삼아 한칠레 FTA 비준, 한미 FTA를 체결을 하면서 자유무역을 늘렸죠. 또한 정경유착과 권언유착 같은 짬짜미들을 해체함으로써 권력의 민주화, 분권화를 추진합니다. 사회 곳곳 해묵은 권위주의 문화를 씻어내고자 정부부터 탈권위를 하였으며, 기업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극소화하였지요.

 

이렇게 중도 통합, 또는 중도 진보 정책을 폈지만 참여정부는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게 신랄한 공격을 받으며 5년 내내 시달렸지요. 진보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며 비판을 하였고, 보수는 사회정책을 보면서 좌익 포퓰리즘이라며 이념 공세를 펼쳤지요. 진보는 자유주의 측면에 화살을 날렸고, 보수는 사회주의 쪽으로 칼을 찔러대었죠.

 

빛과 그림자가 같이 있듯 참여정부를 보면, 잘했던 것도 있고 못했던 것도 있는 게 사실이죠. 국민들은 참여정부 시절 잘했던 것은 그대로 하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만들기를 더 잘할 거라고 믿었던 이명박 대통령을 뽑지요. 그러나 1년 만에 국민들은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경제 살리기는커녕 위기관리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파탄이 났습니다. 시민들은 이제야 노무현과 이명박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지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정권은 문명 역주행, 한국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헌법을 얻었기 때문

 

지은이는 이명박 정부가 ‘문명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통탄해 하고 있죠. 이명박 대통령을 꼭대기 삼아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온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무너뜨리고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절차를 짓밟고 있지요 그 어떤 정책에 대해서도 공청회나 토론회를 여는 법이 없어요. 그들끼리 쑥덕거리고는 일처리가 끝나죠. 결정한 정책에 항의하는 시민들은 오로지 힘으로 다스립니다.

 

이러한 반작용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밖에 없었죠. 왜냐하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데, 한국은 너무 쉽게 민주주의를 얻었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민주공화국이었어요. 1948년 7월 17일 제헌전의회가 한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정치, 경제, 사회 기본질서를 담은 첫 헌법을 널리 알렸지요. 그러나 그 헌법정신을 누리기 위해 치러야할 비용을 한국 사람들이 지불하지 않았다고 지은이는 꼬집죠.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후불제헌법’이라는 겁니다. 헌법 조문을 보면 동서고금 앞선 사람들이 피땀 흘려 얻어낸 것들인데, 한국 사람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양성평등이 대중 의제가 되지도 않고 여성들이 동등한 참정권을,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노동 3권을 얻은 거죠.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외상으로 민주공화국 정신을 얻으면서 그 값을 지금 치르고 있는 거죠. 민주주의는 헌법과 제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자기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주권의식, 헌법과 민주 절차에 대한 이해, 공정한 경쟁 규칙의 수립과 경쟁 결과에 대한 승복, 생각이 다른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민주공화국을 만들지요.

 

물론,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60여 년 동안 한국은 꾸준히 외상값을 갚아 나갔죠.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 민중항쟁, 1987년 6월 항쟁, 수많은 시민들이 엄청난 수고와 희생을 치러냈죠.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헤아릴 수 없는 지식인과 언론인, 노동조합 지도자와 대학생들, 종교인과 정치인, 농민과 회사원들이 체포와 구금, 해고와 고문을 당하며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애를 썼지요.

 

하지만 5.16군사반란, 유신체제, 12.12군사반란, 3당 합당 등 권력자들의 일그러진 욕망으로 툭 하면 빚이 늘어났지요. 지도자들이 헌법의 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려는 자세를 지니고 있으면 국민들이 갚아야할 민주주의 비용이 줄어들지만 지금까지 지도자들은 비용을 늘려놓고 국민에게 떠넘겼지요. 국민을 업신여기거나 만만하게 보기에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주권자 스스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죠. 한국에서는 촛불시위로 나타나게 됩니다.

작년 10일 저녁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서울 세종로네거리, 태평로, 청계광장을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가득 채운 가운데 열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촛불시위는 아름다운 운동이긴 하지만 한국제도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또 촛불시위를 하게 되면, 사회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것도 사실이죠. 이러한 비용은 훌륭한 헌법을 거저 가져온 대가이며, 한국이 민주사회를 가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했던 외상값이죠.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이상하게 촛불을 아무리 들어도 갚아야 할 게 쌓인다는 거죠. 거꾸로 가는 한국 정치사회를 보면서 시민들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문명 역주행을 한다고 해도 2013년 2월을 넘기지 못하지요. 문제는 그 다음이죠. 이명박 이후에 무엇이 올지 내다봐야 합니다. 시민들의 정치의식은 어떠하며, 무엇을 바라고 있는 같이 얘기 나눠야 합니다. 갚아야할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비용이 얼마나 남았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기 둘레에서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 나라 수준은 국민 평균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니까요. 딱 그만큼이니까요.

 

평범한 사람들의 비굴함과 굴종이 부당한 정권을 유지, 노무현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올해는 중국 천안문 민주화운동 20주년이에요. 20주년 기념을 하려고 하자 중국당국의 탄압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려왔죠. 중국과 한국은 얼마나 다른지 눈 감고 비교해봅니다. 한국은 문명역주행을 펼치며 중국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앞선 모습도 보이죠. 사회주의든 자유주의든 부패한 정권이 권력을 잡으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유지 자체가 목적이 되니까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천안문에서는 민주화를 바라는 중국인들이 운동을 벌였지요. 중국공산당 지도자 덩샤오핑은 무력 진압을 지시하고 시위 주동자들을 처형하라고 명령을 내리죠.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맨몸으로 인민해방군 탱크를 막아선 한 남자는 지구촌 시민들 가슴에 큰 울림을 낳았지요. 자유를 향한 의지는 죽음을 무릅쓰고 탱크 앞에 꼿꼿하게 사람을 세웁니다. 가로막던 저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보기에 덩샤오핑은 중국 인민의 자유를 억누르는 독재자고 이름 모르는 저 남자는 투쟁의 영웅처럼 생각하기 쉽죠.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죠. 중국 인민들이 공산당 독재를 알게 모르게 요구한다면 상황은 달라지죠. 덩샤오핑은 중국 인민들의 의사를 담은 지시를 내린 것일 뿐이고, 저 남자는 중국체제에 금을 내려는 ‘난동자’가 되는 겁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중국인들의 외로움과 고통이 느껴진다. 한 편, 탱크 앞을 가로막은 저 사람을 보며 자유를 향한 의지가 느껴져 가슴이 뜨거워진다. 스튜어트 프랭클린 @가야북스

 

어떤 부당한 정권도 총칼로만 권력을 지탱할 수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굴함과 굴종이 밑바탕에 깔려야 정권이 유지될 수 있죠. 그 어떤 정권도 그 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이 거부 표시를 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70, 80년, 일제시대도 마찬가지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수많은 분들이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거나 현실에 동조하고 있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 대니얼 골든하겐 교수는 ‘히틀러의 자발적 사형집행인들’이라는 책에서 왜 독일인들이 유대인 대학살을 집행했는지 설명해요. 그 당시 독일인들이 집단으로 미쳤느냐, 아니죠. 미친 짓을 저지른 독일인들은 대부분 정신 건강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렇다고 학살명령을 거부한다고 해서 나치에게 무거운 처벌을 받느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월 반유대주의가 뿌리 깊었으며, 여러 언론조작에 평범한 독일 시민들은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기꺼이 학살에 참여했다고 대니얼 교수는 분석하지요.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란 유명한 개념을 내놓죠. 유대인 대학살을 저지른 죄로 뒤늦게 체포된 나치 군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은 사람의 탈을 쓴 악마나 비정상 살인광이 아니었지요.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상부 명령에 복종한 평범한 군인일 뿐이었지요.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아무런 양심의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합니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한 것이 아이히만의 죄였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었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지요. 시민들은 검찰과 족벌언론에 대한 책임을 끄집어내고 있죠. 그들 역시 평범한 아버지들이자 남편들일 겁니다. 또한 너그러운 이웃이자 의리 있는 친구일 수 있죠. 그저 상부의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한 일꾼이었는지 모르지요. 약간의 공명심과 진급에 대한 욕심과 나름의 애국심 때문에 노무현을 물어뜯었는지도 모르죠. 어쨌든 결코 지울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건 뚜렷하죠. 아이히만처럼 아무 생각 없이.

 

검찰과 족벌언론에 엄중한 문제제기와 사회변화를 이끌어내야겠지만 그들에게만 책임을 물어선 안 되지요. 그들이 ‘악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악한 뿌리’를 뽑지 않는 이상 악은 재생산되기 때문이죠. 권력자들은 언제나 선학목적을 들어 악한 방법을 정당화시키고, 선량한 사람들로 하여금 악을 저지르게 만들지요. 민주주의는 악한 뿌리를 뽑고, 헌법정신을 사람들 의식에 심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악한 뿌리가 어디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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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렛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