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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메일(06.2.16)] 저 만치서 새 봄이 오려나 봅니다... 조회(385)
때때로 메일 | 2006/02/17 (금) 09:32


남자 나이 마흔이 넘으면 눈물이 헤퍼진다고 하더니, 저도 어김 없이 그 축에 들어가는 것일까요?
 
어제-오늘 지하철 신문에서 잠시 만나 본 [지하철 5호선 내 젊은 커플의 결혼식] 얘기가 어느 지방대 연극 동아리의 현장 연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그 내용을 다룬 기사들을 대하며,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걸 돌아보면,  제 스스로 삶의 나이테가 많이 늘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최규문 입니다.   작년 11월에 인사드린 후로 뜸했으니, 근 3개월만이로군요,  
송년인사도 신년인사도 드리기가 멋쩍을 즈음에, 움터오는 새 봄의 기운을 살갗에 느끼며 오랜만에 반가운 인사 드립니다.  불과 2-3개월 사이에도 세상의 많은 일이 바뀔 수 있듯이, 연말연시를 거치면서 제게도 자잘한 변화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한두 가지 제 근황을 전하자면,
 
- 작년 12월 중순, 피곤한 몸 퇴근길에 깜빡 졸다 성수대교 밑에서 앞차를 들이받아 12년 가까이
  고락을 함께 했던 애마(?)를 폐차하고, 덕분에 요즘은 자전거-버스-지하철을 갈아타는 뚜벅이
  모드로 
출퇴근 방식을 변경하여 지하철에서 책읽는 재미를 늘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 작년 초여름부터 감지된 갑상선 기능항진증으로 체중이 10Kg  가까이 빠지는 소모성 질환에
   고생했더랬는데, 지금은 거의 정상화되어, 체중도 다시 5kg  이상 예전 몸무게를 회복했습니다.
   건강 관리차 시작한 산행이 몸에 익어 매주 어김없이 북한산과 도봉산을 종횡 누비고 있읍지요...
 
-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약간의 부서 이동이 있었습니다.
   작년까지 IT/반도체 업종 대상을 관장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대학-금융-서비스(유통) 파트의
   팀장을 맡게 되어 활동영역이 넓어진 만큼 몸이 바빠져서 "잦은 야근" 모드로 전환 적응중입니다.
 
- 작년에 회사에서 정한 목표 달성 실적이 괜찮아서, 이 쪽에 입사한지 근 4년만에 처음으로 실적에
   따라 약간의 성과급과, 포상휴가를 얻어서 다음 주에는 일본으로 3박4일 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4년전 업무차 북경을 두어 차례 나가 본 이래로 수년 만에 물 건너 해외 나들이로군요...
 
- 끝으로, 제일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올해 신년 토정비결로 본 제 운세가 "승승장구"라는 점입니다.
   하는 일마다 잘 되고, 곳곳에 숨은 귀인의 도움이 있어서 벌이는 일마다 술술 풀릴 거랍니다...
   으 하하하...  이 정도면 올해 뭘 하든 신나게 일해 보기에 충분하겠지요....



1. 설날 단상-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 하여라...
 
 
제 프랭클린 플래너의 첫 머리에 기록된 [개인 사명서]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깨닫고, 내가 얻은 지식과 경험과 지혜를 댓가 없이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산다!"
 (2004.2.19)
 
짐작하시겠지만, 맨 뒤 괄호 안의 날짜는 이 사명서를 처음 작성한 날짜를 적어놓은 겁니다...
제가 한동안 불교의 가르침에 심취하여 "무주상보시"--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최상의 보시, 내가 베푼 것에 대해 댓가를 바라지도 말 일이며, 궁극에는 "베푼다"는 생각조차도 자아의 망상일 이므로 그마저도 버리라 말 속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어 만들었던 개인 사명서입니다.
 
[때때로메일]같은 동보 메일을 통해 시시콜콜 제 주변의 신변잡기 같은 내용들을 안부인사랍시고 만인에게 공개하는 걸 보고 어떤 분들은 제가 [자기 밝힘증 환자]가 아닐까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바라건대,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믿고 싶어하는 제 마음과 사명 때문이라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설날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찍은 가족 사진 한 컷입니다...
 
제가 오른손을 얹고 있는 분이 어머니고, 왼손을 얹고 있는 쪽이 제 하나뿐인 딸내미, 해인이구요...
앞에 연로하신 할머님은 저의 친할머니가 아니라, 제가 세상에 태어날 때 산파를 해주신 분이십니다.

지금은 지리산 온천이 있는 곳으로 아는 분들은 아시지만, 제가 세상에 태어나던 40년 전만 하더라도 지리산 골짝 중의 골짝이었던 구례 [산동]이라는 곳에서 저는 태어났습니다.
 
농촌지도소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부임지를 따라 부모님께서 1년 정도 그 곳에 파견 근무를 가셨을때, 바로 그 때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 할머니(그 때는 아주머니셨겠죠...) 께서 저를 받았다고 합니다..
여든을 훨씬 넘기신 연세이건만 아주 정정하셔서 근 30년만에 찾아뵙고 인사드린 저나 식구들도 무척 반갑고 고마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를 아껴주시던 조부께서는 80년대 말 시대의 혼란 속에 제가 학생운동 한답시고 뻘짓하다가 감옥살이를 하던 와중에 돌아가셨기에, 뒤늦게 묘소에 출소 인사를 드려야 했고,  
빨치산 아들을 둔 죄로 천신만고 고생에 고생을 하시면서도 저희 형제들을 업어 길러주셨던 외할머니께서도 말년에 치매로 고생을 많이 하시다 한 많은 세상을 하직한 지 오래되신 터라, 30년 넘게 뵙지 못한 산파 할머님을 뵙자니, 마치 예전에 인자하셨던 외할머니를 다시 만난 것같은 반가운 느낌이 들더군요...
 
올해로 어느새 칠순을 바라보는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아직 건강히 살아계시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도 또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더 크게 실감하는 설날 연휴였더랬습니다.
 
요즘 작년도 최고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꼽힌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자식으로서 기본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회한이 밀려 오더군요... 
눈물이 흔해지는 나이 만큼이나 제가 살아온 날들의 불효가 새삼스레 죄송스러운 탓이겠지요...
 
혹여 더 늦기 전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인사 한 번 더 드리고,
더 늦기 전에 좋아하시는 음식 있으면 한번이라도 대접해 드리고,
더 늦기 전에 가고 싶어하는 곳 여행이라도 한 번 가실 수 있도록 틈틈이 챙겨 보렵니다...
 
오늘 문득 송강 정철 선생의 부모님 은혜를 기리는 시조가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겠지요...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 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2. 십여년 만에 펼쳐든 [빨치산의 딸]을 다시 읽고...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교통사고 덕분에 과감히 폐차를 해버리고 "뚜벅이 모드"로
전환한 덕분에 신년 들어, 책을 대할 시간이 부쩍 늘었습니다.
작년 대비 독서 목표량도 60권에서 100권으로 크게 늘려 잡았습니다...
 
다독하거나 빨리 읽는 속독 스타일은 아니지만, 출퇴근 소요시간이 1시간 20분 가까이 되다보니, 하루 왕복 2시간이 넘는 고정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책 읽는 데 투자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지요...
 
올해의 책 주제는 [요가]와 [명상]을 테마로 잡아서, 이 쪽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보기로 했구요...

요새는 프로이트를 넘어섰다는 분석심리학자 칼 융이 극찬했던 [티벳 사자의 서] 라는 경전을 주로 보면서 요가 및 명상과 관련된 몇 권의 책들을 겹치기 방식으로 읽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너무 머리가 아프면 책읽는 진도가 나가지 않기에,, 가다가 막히면 약간의 소설류를 섞어서 읽는 독서의 기술을 발휘하는데요...  이번 설날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집에서 들고온 [빨치산의 딸] 이라는 책을 십여년 만에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읽게 되었더랬습니다...
 
작가는 정지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해방 이후 좌-우익의 대립 와중에서 발생한 48년 여순 반란(?)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남조선 인민유격대, 이른바, 빨치산의 역사에서 "구빨치"로 활동했던 이들의 딸입니다....
이름 자체가 빨치산 투쟁의 주무대였던 "지"리산과 백"아"산에서 '지'와 '아'를 따서 지은 것이라 하니, 이분들의 투철했던 저항정신을 유추해볼 수 있겠지요...
 
이 책은 이미 80년대 후반 엄혹한 시절에 한번 출판되었다가, 국가보안법의 시퍼런 서슬에 금서로 낙인 찍혀,
발간했던 출판사의 사장이 구속된 이래, 근 10년이 넘게 절판되었다가 작년인가에 이르러,
필맥이라는 출판사에서 복간한 것으로 소설 형식을 빈 [남한 빨치산 투쟁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스24] 의 이책에 대한 개요 소개는 아래와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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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로당 소속으로 1947년부터 남한에서 비합법활동을 시작한 빨치산의 일원이었던 부모님의 삶을 저자가 사실에 입각해 재구성한 실록소설이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띠기는 했지만 빨치산 활동에 직접 참여했던 인물들의 체험과 증언에 의해 철저히 뒷받침됐다.
전개되는 사건의 흐름과 지명,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물론, 사용된 단어나 구호까지 당시 빨치산들이 쓰던 대로 최대한 살리고 있어, 독자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 한동안 그늘에 감춰진 채로 사장될 뻔했던 우리의 과거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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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남부군]을 비롯해 남한 빨치산의 형성 배경과 구체적인 투쟁 내용을 이런저런 수기 형식으로 담은 책들이 한두 권 있기는 하나, 이 책 만큼 빨치산의 눈물겨운 삶과 투쟁을 가슴 절절하게 담아낸 책은 여즉 보질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 책의 저자인 정지아 씨 마저도 저랑 태어난 해가 같은 65년 뱀띠에, 84년에 대학생이 되었던 세대니까요... 그가 부모의 기억과 당시 동지들의 증언을 채록하여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할 만큼 그 시대의 진실은 우리 세대로부터 이미 저 만큼 멀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역사책으로도 다시 담을 수 없고, 발굴해낼래야 이제는 살아있는 사람이 남아 있지 않는 기억과 기록들, 해방 60년, 6.25 전후 50년이 넘도록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사슬 아래 누구도 떳떳하게 말할 수 없었던 이 땅 좌익의 숨은 역사, 강정구 교수의 몇 마디가 아직도 사실상 해고의 사유가 되는 시대를 살고있는 죄로, 여전히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완전하다 말할 수 없는 우리네 현실 속에서, 이 책이 갖는 가치는 그래서 되새겨 볼만 합니다..
 
주변에서 넘쳐나는 [성공학] 강좌에 미어 터지는 [재테크] 세미나들,  어지러운 [경영학] 나부랭이들, 하루에도 200권 가까운 신간이 쏟아지는 마당에 죽어도 다시 만들어지기 어려운 역사책이기에 특히나 값어치가 남다른 책이라 할 것입니다...
 
사람은 역사로부터 배우는 동물이련만, 대중은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거나 혹은 애써 진실을 외면하곤 하지요. 그 오만과 편견 속에서 패배한 역사, 감춰진 역사는 사라져 가는 것이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혹여, 오늘도 "성공"에 목말라 하며, 서점의 베스트셀러 좌판을 기웃거릴만한 여유가 있으시거들랑, 잠시 미친 척 하는 심정으로 이런 책도 한번 쯤은 찾아서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민중가수 안치환 씨가 투쟁의 현장에서 가끔씩 불렀던 [지리산, 너 지리산이여!] 라는 민중가요의 노랫말이 왜 그렇게 피끓게, 절절하게 가슴을 울리는지를 조금이나마 실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려면 위 링크를 클릭해서 리얼 플레이어로 돌려 보셔요! )

* 안치환 지리산 새 노래 바로 들으실 수 있는 블로그 : http://blog.naver.com/imongyang/40041477214
* 추가본: 박종화의 [지리산2] 연결해 둡니다...

    




3. [웰컴투 동막골]과 [왕의 남자]... 그리고, 스크린쿼터 논쟁을 보며...
 
저는 개인적으로 책읽기와 더불어, 영화 보기 또한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 중 어느 것을 더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금방 답할 자신이 없을 만큼, 두 가지 모두 좋아합지요...
 
자동차를 폐차해 버린 탓에, 매주말 토요일이나 일요일 조조 할인 시간에 그나마 이동통신 멤버십 카드를 들고 가서 7천원 짜리 영화를 2천원에 보는 맛에 일주일을 고대하며 기다리던 재미를 만끽할 기회를 지금은 많이 빼앗겨서 안타깝지만, 틈나는대로 여기저기서 밤새워 다운을 받아서라도, 최신 개봉작들은 빠짐 없이 (영화관에서 못보면 PC에서라도)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답니다..
 
작년 [웰컴투 동막골]에 이어 올 들어 [왕의 남자]로 이어지는 국산영화의 선전에 가슴이 뿌듯합니다.
더욱이 [왕의 남자]가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서 다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근래 한국 영화의 질적 성장에 깃들어있을 우리 영화인들의 땀과 노력에 그야말로 아낌 없는 찬사와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던 차에, 요즘 스크린 쿼터 사수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 다양성의 보존] 이라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단순하게 보자면, 까짓거 지금처럼 경쟁해도 국산영화가 외국 영화를 이기고 보기좋게 물리치는데, 작품만 잘 만들면 그만이지 그까짓 스크린 쿼터 쯤이야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또 어떠냐 싶은 것이 한편으로 드는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문화 정체성과 주체성의 보존 및 확장이라는 사회-문화-역사적 측면과, 영화 산업 종사자들 또는 필름배급사들간의 이권 다툼의 문제가 다중으로 중첩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섣불리 어떤 편에 서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그 만큼 어떤 입장을 취하든간에 논란의 여지를 완전히 없애기가 어려운 사안입니다.
 
결국은 패러다임의 문제이고, 선택의 문제겠지요...
즉, 어느 편에 설 것이며, 어떤 가치에 대해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오늘 굳이 한번 짚어보고 싶은 점은 우리 사회의 토론과 협상의 문화, 그 수준에 대한 것입니다.
 
오랜 식민 지배와 민족 분단, 군사독재 정치로 얼룩진 역사적 환경의 폐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정치집단 혹은 사회 집단간의 의견 충돌에 대해 오래동안 선악 구분식의 양자택일적 선택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앞서 말한 남한 빨치산의 역사가 사상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여전히 온전하게 복원되지 못하는 것이나, 혹은 일개 좌파 교수의 발언 한 마디가 사회적 공론을 단숨에 양분시켜 버리는 것이나, 모두가 선과 악의 양자 택일적인 가치를 강요받고 살아온 오랜 세월의 소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웰컴투 동막골] 과 같은 사상적으로 가치 중립적인 영화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나, 혹은 예전같았으면 누구도 인정할 수 없었을 동성애적 상징과 복선을 보여주는, [왕의 남자] 같은 영화가 세인의 양해를 받는 것을 보노라면, 오랜 기간 유지되어온 획일적 강요와 이분법적 선택의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실제 사례인 것 같아서 무척이나 반갑고 고무적입니다.

반면에, 정책적으로는 별반 차이도 없어보이는 내용 한두 가지를 가지고 마치 원수를 대하듯 네 편 내 편을 갈라서 꼴 사나운 설전을 벌여대는 여야 정치인들의 모습이나, 혹은 이런 저런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막가파식 욕설과 댓글이 판치는 인터넷 논쟁 게시판들을 보자면 우리네 토론과 합의 문화의 후진성을 여지없이 발가벗겨 보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따금씩 동양 고전의 한 자락을 펼쳐 보며, [중용]의 철학적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곤 합니다...
 
중용 사상을 간단히 정리하여,
 
극단 또는 충돌하는 모든 결정에서 중간의 방법이나 태도를 취하는 신중한 실행 및 실천 방법론으로,
중(中)은 공간적으로 양끝 어느 쪽에도 편향(偏向)하지 않는 것이고, 용(庸)은 시간적으로 언제나 일정불변함을 뜻한다고 하여 중용의 도야말로 "도덕적 수준의 최고 경지"보았다고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중용의 "중"을 '가운데'를 의미하기보다는 "적중하다" 할 때의 적중이라는 뜻으로 보아, 적합, 합당, 정당한 것이라 해석하고, 
"용"은 범상하다는 뜻으로, 동양에서는 "상(常)"이라는 말이 "범상하기 때문에 오히려 진리"라는 뜻을 내포한다고 해석하여 "보통의 평범함 속에 곧 진리가 있다" 는 의미로 중용의 뜻을 새기는 이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철학적 해석을 따르든지간에, 어떤 사안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을 때 그저 어중간한 타협이나 중간적 절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올바르고 진리에 가까운 것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그것(중요의 도)을 일관되게 지키려 한다의미가 강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근자에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다 보니, 불가피하게 이런저런 중간 조정자의 입장에 서게 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팀원들의 작은 실수들에 대해서 주변의 윗분들이 너무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전후 사정이나 당사자의 본의나 마음 상태를 충분히 가리지 않고 질책부터 하고보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얼핏 설핏 대할 때면, 속이 상하기도 하고, 못내 마음이 개운치가 않습니다...
 
상대의 말을 우선 충분히 경청하고, 이해하고 난 뒤에 그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뒤에 자신의 의견이나 관점을 차분히 얘기할 수 있는 "한 수 접어두는 마음의 여유" 야말로, 직장생활에서건, 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워찌 되었거나 출근길 따뜻한 도심의 물안개 같이 뿌연 안개를 볼 때마다,
성큼 봄이 오는 길목에 서 있음을 느끼며, 어김 없는 계절의 윤회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환절기일수록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념하시고,
새해 세우신 소망 모두 이루시길 빈다는 말씀으로, 오랜만의 인사 메일을 줄입니다...
 
얼마 전에 [처음처럼] 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 소주가 출시되었더군요...
올 한 해도 부디 세우신 [초심] 잃지 마시고,,,  늘 건강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십시오...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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