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으면 토요일 오전 이른 시간에 오르는 북한산입니다.
어제는 하늘이 죙일 꾸물꾸물한 것이 영 기분도 꿀꿀하여, 산행을 일요일로 미뤄버렸지요...
춘곤증이 오는 탓도 있겠지만, 요즘은 주말에 집에 있으면 온통 몸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입니다.
한번 잠이 들면 비몽사몽간에 빠져 들지만, 몸이 개운해지기는 커녕, 어깨며 등짝이 결리면서 몸은 되려 더 무거워집니다...

이런 때는 당장에 몸을 추스리고 일어서는 것은 좀 부담스럽지만, 산행을 통해서 몸에 적당하게 땀을 빼주는 편이 월요일을 훨씬 더 가볍게 하는 특효약이자 몸의 활기도 높여주는 방법입니다. 하여, 점심을 챙겨먹고서는 느지막이 베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더랬습니다. 출발 시각은 2시경...

버스로 마포구청에 이르러, 다시 6호선 전철로 갈아타고 불광역에 내려서, 산행로 입구에 들어서 어느새 2시 40분이더군요..
평소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불광역에서 가장 가까운 길로 수리봉(족두리봉)을 건너 사모바위에서 응봉능선을 타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수리봉의 서남방(용화1골)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잡고 발을 내딛었습죠. 등산로 초입에 서있는 지도 입간판을 통해 오늘의 코스를 확인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아직은 겨우 꽃망울 수준에 불과한 개나리며, 진달래 사이로 따사로운 봄볕 햇살이, 아직 시샘기어린 봄바람과 다투어댑니다.

산 아래 꽃전령으로부터 시작한 봄산행은 수리봉을 넘어, 향로봉을 찍고, 비봉을 패스하여, 사모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곧장 응봉 능선으로 길을 잡았더랬지요... 내려오는 길에 중간에 좌측으로 빠져서 내려오니, 진관사로 이어지는 작으마한 계곡길과 만나게 되더군요...

늦은 오후의 산행이라 서편으로 기울어가는 햇살 속에 노오란 산꽃이 봄의 햇살을 가르며 눈부시게 비추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담아 계곡 녹은 물소리 너머로 슬며시 흘러오는 봄을 기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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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아시아나편으로 인천공항을 다시 밟았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오후에 서울을 출발해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거쳐서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의 수도인 비쉬켁에 내려서 몇 가지 일을 마무리하고, 주말 양일간을 이용해서 이스쿨 호수로 달렸습니다. 꼬박 일주일 동안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리는 키르기즈스탄을 다녀왔더랬습니다...

우연찮은 계기로 반은 여행 목적, 반은 비즈니스 환경 점검차 다녀오게 된 것이지만, 이번 여행의 백미는 단연 이스쿨 호수의 명소 휴양시설인 아브로라(오로라) 호텔에서 묵었던 1박2일의 일정이었습니다.  평균 해발고도 1700미터, 수평선이 보일 만치 넓은 호수 뒷편으로 남쪽 중국과의 국경 전체를 가로지르는 천산(톈샨)산맥의 만년설이 수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비추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멋진 광경입니다.

7-8월 여름 성수기면 방 잡기도 힘들다는 오로라 호텔의 가을 정원은 만개한 장미꽃들로 은은하게 빛나고, 사람 인적 하나 없이 고즈넉한 가을 낙엽으로 뒤덮인 넓은 뜰은 조경의 아름다움을 떠나서 그 자체로 가을의 정취를 전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방을 둘러싼 만년설 산맥들을 뒤로 한 모든 풍광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그 자체로 화선지에 옮겨놓은 한 폭의 수채화나 유화마냥 그림인지 사진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명작으로 변해버리더군요...

이방인의 발길이 마땅치 않았던지 게으른 걸음걸이로 짖어대는 개들의 목청만이 계절의 적막을 깨뜨리는 아시아 고원의 정원에서, 셔터 소리와 함께 담긴 키르기즈스탄의 가을을 같이 맛 보시지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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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아니나다를까, 어쩌면 싶었던 전화벨이 울립니다.
손님들이 찾아 오시겠답니다.

바로 퇴근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아니, 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창문 너머로 서쪽 하늘을 봅니다...

이게 웬걸...
앞 건물 유리창을 사선으로 비추며 비스듬히 쏟아지는 저녁 햇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붉으죽죽한 서광 뒷편으로 환하게 반사되는 구름의 빛깔들...

노을입니다.
일년에 몇 번 있을까 싶은, 저녁 지는 햇살의 장관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칩니다.
망설임도 잠시... 책상 모서리 디카를 챙겨 들고 뒷산 홍대로 발걸음을 놀립니다...

위로, 더 위로...
홍대 후문 뒷쪽 산비탈을 타고 올라 떨어지는 해를 잡으려 보지만...
애석하게도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서, 지는 해를 못내 따라 잡지 못하고 아쉬움을 토합니다.

다행히, 계단을 내려올 무렵....
해는 이미 구름 사이로 자태를 감추었지만, 그래도 남은 여광이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연신 셔터를 누를 뿐!

서울 하늘도 가끔씩은 볼만 합니다.
서울 사는 재미도 그래서 가끔은 있습니다.
9월 11일 해질 녘, 서편 가을 하늘의 노을이 정말이지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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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8 10:04  http://cafe.daum.net/mindong1990/MnGi/13

끝내 나를 울린 노무현의 자전거

 

만난사람들 2009/05/24 11:26

출처: http://v.daum.net/link/3238186/http://geodaran.com/1204

 

 

울음을 몇번 참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노트북을 켰을 때 뜬 노대통령서거 소식엔 그냥 멍했습니다. 
관련 기사를 몇 개 읽어도 아무런 감정이 얹히지 않았습니다.
얼마뒤 아침상이 차려진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락프로를 보고 있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노대통령 죽었다."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뭐"하며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습니다.
아무 대답 않고 리모콘으로 다른 채널을 돌렸습니다.
mbc에서 노대통령서거 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앵커의 뒤로 노대통령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습니다.
생전 영상들이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목소리를 타고 흘렀습니다. 
tv를 통해노대통령 모습을 보니 그때야 가슴 속이 뜨거워졌습니다. 
목 아래 부분을 꽉 잡아맸습니다. 조금이라도 풀리면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습니다.
애들과 아내와 같이 앉은 밥상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습니다. 

울컥할 때면 눈을 테레비에서 뗐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그냥 다른 데 보자"라며 결국 테레비채널을 돌렸습니다. 

밥을 다 먹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다시 노대통령서거를 추도하는 네티즌들의 댓글과 글들을 읽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소식을 듣고 통곡하셨다는 분, 이럴수가 없다며 분에 못이겨 하시는 분, 

그분들 한분한분의 이야기가 또 가슴의 눈물통을 찔러댔습니다. 
이렇게 누가볼까 눈치보며 흘리는 눈물은 싫었습니다. 목 아래를 꾹 눌렀습니다.

가방을 챙겨 봉하마을로 향했습니다.
차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바라보는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도 못하고 꾹 삼켜야하는 그분의 심정이 얼마나찢어졌을까?

바위에서 떨어지면서 또 얼마나 아프셨을까? 

병원에 실려가면서 그 짧은 의식 중에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이젠 눈물통이 출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눈물통을 부여잡고 봉하마을까지 운전했습니다. 

봉하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노란리본을 보자 또 울컥거리기 시작합니다.
봉하마을에 들어서자 눈이 충혈된 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안울려고 애써 돌리며 커피를 한잔 삼켰습니다.

민주당의원이 지나가자 명계남님이 왜 저 사람들 들이냐며 분해하며 오열하십니다.
나도 눈이 그렁그렁해졌습니다.
한방울 흘렀습니다.
참다못한 눈물이 조금씩 맺힐 때면 슬픔 한모금이 삼켜졌습니다. 
눈물을 안보이려 카메라를 눈에 갖다댔습니다. 
목아래 쪽에 변통같은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혼자 울고싶었습니다.
이렇게 남들 눈에 뛸라 걱정하며 울고싶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시원하게 울고싶었습니다. 
안경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흐른 한방울 눈물을 얼른 치웠습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그만 이 사진을 찍으며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말았습니다.
노대통령운구차를 기다리는 시민들 위로
노대통령님이 천연덕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너무 큰 슬픔이 다가왔습니다. 슬픔이 너무 커 삼킬 수 없었습니다.
훔칠새도 없이 볼을 타고 슬픔은 주루룩 흘러내렸습니다. 


저 해맑은 표정을 보고 도저히 울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물을 고이 흘렸습니다. 콧물도 흘렀습니다.

목아래의 변통이 사라지면서 시원해졌습니다.

하늘을 처다봤습니다. 그를 절대 못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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