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딸아이 학교가 개학을 했습니다. 
아침에 등교길 학교 문앞에 내려주면서 영 마음이 찜찜했습니다.  왜냐구요?  물론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 때문이죠. 초등학교 졸업반인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사립인지라, 주변의 다른 학교들보다 아이들 교육에 극성인 학부모들이 많은 편이고, 영어캠프다 뭐다해서 방학이면 외국을 다녀오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걱정이 더 되거든요...

뭐, 이미 지역사회 감염 비율이 높아져서 외국에 다녀왔느냐 아니냐로 감염 되고 안 되고를 가르긴 어렵다지만, 상대적인 비율을 보자면 그래도 감염인자 보유 가능성이 높은 환경과 집단에 내 아이를 노출시키야 한다는 건 부모로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헌데, 이런 사태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사실, 바이러스 자체의 위험성도 위험성이지만, 이러한 위험에 직면해 작금 우리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처방식의 안이함과 늑장, 그리고 반서민적 행태 때문에, 과연 이런 질병위기 상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더 염려스럽기 때문입니다.

신종플루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기 이전에, 저에게 신종플루의 확산 가능성과 그 위험성에 대해 가장 심각하게, 또 신속하게 경고를 하고 예방대책에 대해 홍보를 해준 쪽은 복지부가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전에 있는 한 증산도 도장에서 교정일을 맡고 있는 대학시절 후배였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나눈 하루 이틀 뒤에 묵직한 용량의 [시사정보] 라는 파일이 첨부된 이메일이 하나 왔더군요. 열어보니, 요지는 다름아닌 괴질로 선천 인류 문명을 심판(추수)하고 후천 개벽을 이룬다는 증산 상제님의 예언에 비춰 볼 때, 신종 플루 또한 하나의 사례일 수 있으니, 그 심각성을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라는 겁나는 경고였습니다...


혹시 신종플루와 관련된 이들의 경고와 예방수칙 내용을 읽어보고 싶은 분은 첨부한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종플루 사망자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설마 설마 하면서 증산도의 괴질 관련 시사정보 자료를 포교용 겁박 자료 정도로 웃어 넘기려고 했는데, 막상 내용을 읽어보니 이미 전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사망자들의 수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더군요... 그것도 멕시코나 남미 등의 개발국만이 아니라, 첨단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영국에서까지도 대책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을 실감나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까지만 해도 정부나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언론 플레이나 발표 등을 보면 경고라고 하면서도 느긋하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사망자가 나와도, 약간의 초기 대응의 부실이 있었다는 정도로 버티더니, 정작 언론에서 위험성을 떠들면서 여기저기 경고의 비난들을 쏟아 내자 말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은 예방 치료제의 투약을 최대한 자제한다고 했다가는 갑자기 또 의심만 되도 투약을 하라 하다가, 플루 의심이 들면 가까운 보건소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해놓고 정작 일선 보건소에서는 검사를 더 안해준다고 자기 돈 주고 일반병원으로 가서 받으라고 말을 바꾸고.... 검사비용은 보험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가 또 단순 검사는 안된다고 했다가, 그야말로 갈팡질팡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정작 일반인들이 그나마 확진에 믿음을 갖고 있는 대형 병원이나 대학 병원등은 이른 바 "거점병원"으로 지정되기를 피하려고 난리입니다.  거점병원으로 찍히면(?) 거기로 신종플루 환자가 몰려올 경우, 병원에서 감염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해서 다들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는 것을 "앞장서서" 꺼리고 기피하며, 그야말로 '나부터 살고보자'는 식의 추태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대도 그런 책임은 지고 싶지 않다고, 오는 환자 피하고, 걸린 환자 못 오도록 막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국민들을 살리겠다는 보건당국인지, 환자의 생명을 최대한 우선해야 할 의료기관들의 책임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인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과도한 공포심이 스스로 심리적 공황 사태를 초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을 안심시키고, 동요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런 관리 조치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게 하고 공감과 자발적인 협조를 얻도록 하려면, 정보를 통제하려 들거나, 혹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치료, 예방백신에 대한 사전 준비나 대책이 소홀했던 점이나, 왜 이토록 방역 대책이 중구난방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한 의구심들은 아래쪽에 따로 첨부한 [청년의사] 사이트의 건강정보 칼럼을 보아도 단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http://www.koreahealthlog.com/1033

그저 최소한으로 바라건대, 우리나라 정부의 전염병 예방대책 수준이 죽어가는 국민을 살려내는 수준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멀쩡하게 건강한 사람들을 죽음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도록 방치하거나, 무책임한 사후 외양간 고치기로 일관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위험은 위험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야만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것이고, 경각심이 있어야만 국민 개개인들의 예방활동이나 주의력도 커지는 법이니까요.... 


적어도 정부의 대국민 대응정보 제공이 인류 심판의 날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종교단체의 대책보다 느려 터진 데서야 창피한 일 아니겠습니까!! 환절기 입니다... 모두들, 감기(플루) 조심 하세요~~~~

(참고로, 저는 증산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전혀 아니지만, 어떤 교리를 갖고 무슨 일을 행하든 전체 사회 집단을 위해 해로운 일 대신 이로운 일을 많이 하고 앞장 서서 베푸는 것을 자신들의 신앙목표로 삼는 무리들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아니 무척 존경합니다. 똑같은 종교를 믿어도 각 교파의 믿음 체계에 따라서 행하는 사업이나 짓거리들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기독교나 불교, 증산도를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늘 익히 보아 왔으니까요... )

[펌] 출처: http://www.koreahealthlog.com/1033

왜 한국만 타미플루가 부족할까?
건강정보/재해 전염병 리콜 2009/08/25 07:52 Posted by 한정호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이 '치료제(타미플루)가 부족해지면 특허정지 조치를 내린뒤 국내에서 복제약을 대량생산토록 허용하겠다.'고 인터뷰를 하였다. 하지만 특허정지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과연 현 시점에서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써 이 발언이 적절했을까?
 
전세계적으로 타미플루란 약이 턱없이 부족해서 한국에서 타미플루가 없는 것이라면, 자국민 건강을 위해 특허정지 조치는 응당 맞는 처사이다. 그런데 문제는 약의 공급 부족만이 현 상황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미 다른 나라는 적정한 약값을 협상하고 구입을 했는데, 한국은 약값이 비싸다고 수입을 안해온 것이 더 큰 문제며 이는 보건 당국의 책임이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런 말 없이, 문제가 되면 특허정지 조치를 내리겠다고 일국의 보건을 책임진 수장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아니고, 자동차/반도체 수출 등 지적 재산으로 먹고 사는 무역국이 아닌, 북한이나 이디오피아, 쿠바 같은 사회주의국가라면 이와 같은 조치를 이해를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보화 사회에 뛰어든 선진국이고 우리 역시 지식 산업을 기반으로 타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다른 선진국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한 약을 이제까지 별다른 대책 없이 수입하지 않고 있다가 약이 필요하니까 국제특허권 무시하고 국내에서 찍어내겠다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일인가 생각해 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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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타미플루 비축을 이미 오랜 시간을 들여 해왔다.

 백신도 마찬가지다. '정부, 신종플루 백신 확보 노심초사' 란 뉴스를 보자.

대부분의 해외 백신 생산업체들이 신종플루 백신을 올해 처음 만드는 바람에 최근에서야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생산수율도 계절인플루엔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초기단계에서의 공급부족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선진국은 앞서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4-5년전부터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해 선구매 협상과 선투자를 많이 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최소한 한두달 전에는 구매협상을 마무리 했어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월 2일 신종플루 첫 감염자가 나온 뒤 백신확보 예산을 짜는데 두달이 걸렸고 그나마 백신 1도스당 구매가격도 7천원이라는 헐값에 책정, 해외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경쟁입찰에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구매가격을 낮게 잡는 바람에 다시 이를 국제시세 수준으로 올려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데 또 두달이 걸렸다. (연합 뉴스 인용)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한국은 국제적인 약값(백신 포함)을 지키지 않고 그저 싼 값에 사려고 버티다가 대책 안서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며, 여기에 여차하면 국제특허권을 무시하고 약을 찍어내겠다고 장관이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신뢰는 바닥을 칠 것이며 지금껏 고부가가치 제약산업 육성을 운운한 것이 다 빈말이 되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백혈병치료제인 푸제온 사태와 동일한 전철을 밟고 있다. 남들은 100원주고 사먹는 약을 우리나라 혼자 50원 주고 사먹겠다고 하여 국내 시장에 들여놓지 않는 것이며, 환자가 자기돈 80원내고도 사먹을 수 없도록 법으로 묶어 놓고 있는 것과 같다. 민간회사들에게 맡겨 놓으면 훨씬 싼 값에 협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일을 단일 보험자인 정부(건보공단)가 모든 통로를 막아놓고 독점하고 있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신종플루의 대유행은 자연재해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백신과 타미플루 부족은 한국에서 겪는 인재임이 분명하다. 통제중심, 관료중심의 사회주의식 의료체계의 폐해가 그대로 나타나는 한국적 현상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한술 더떠 보건소에서는 집단발병만 '관리'하고, 신종플루 의심 및 신종플루 환자는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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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공의료는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군병원, 국립의료원, 수많은 보건소 등은 이런 비상사태에 대비하라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일반환자진료를 민간에 위임하고, 신종플루환자 진료와 치료에 전념하여야할 기관이란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그 반대다. 공공의료기관이 공공의 안녕을 위한 본연의 임무는 방치하고, 강제로 민간에게 떠넘기고 있다. 지금 한국은 테러로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대량 환자의 '관리'만 공공기관이 하고, 치료는 개인병원가서 알아서 하세요.'라는 꼴이다.
 
 '공공'이란 탈을 쓴 획일적 의료시스템이 전혀 공공의료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계속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공공의료란 공무원/공사원의 양반신분을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것도 이번 기회에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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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청주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의협 국민지식향상위원회, 의료와 사회

Blog :
http://im.docblog.kr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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