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초여름 기운에, 늦은 오후 시간! 여느 때처럼 베낭을 둘러메고 북한산으로 향합니다...

목동 뒷편 용왕산 언저리, 근린공원으로 바뀐 얕은 산자락 밑에 위치한 집에서 새로 뚫린 9호선 염창역까지 자전거로 3분!
역입구 자전거 보관소에 바이크를 매어놓고, 601번이나 607번 시내버스를 타고 성산대교를 지나기만 하면 두 정거장 만에 마포구청역 앞에 내려주지요. 여기서 내려 불광동, 연신내 방향으로 가는 6호선 열차로 갈아타면 불과 20분 이내에 북한산 자락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 도착합니다....

제가 가장 즐겨 가는 코스는, 사람이 많아 혼잡한 불광역을 피해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6호선의 회차지점인 독바위역에서 내려, 불광사 입구를 지나 바로 바윗길을 타고 독바위로 올라타거나 아니면 오른쪽의 정진골을 타고 수리봉으로 올라서 향로봉을 거쳐 비봉-사모바위를 넘어 내려오거나 내쳐 문수봉까지 더 가서 구기터널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어제는 모처럼만에, 독바위 골짜기의 왼편 암벽을 타는 코스를 넘어 서북편으로 빠지는 능선의 끝자락에 자리한 넓은 바위마당을 지나 선림사 쪽으로 내려오는, 짧지만 아기자기한 코스를 밟았더랬지요... 통상 걸음으로 가면야 두 시간이 채 걸릴까 싶은 단촐한 노선이지만, 어제는 길가에 핀 화사한 철쭉 꽃무리를 구경하면서 카메라 셧터 눌러가며 쉬엄쉬엄 걸었더니 4시에 출발한 산행이 7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내렸던 독바위역으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불과 두 주 만에, 진달래는 이미 시들어 꽃잎 마른 자국 위로 푸른 이파리들이 무성하기 시작하고, 옆 자리에는 이제 연분홍 산철쭉들이 봉긋하게 봉오리를 내밀고 수줍은 듯 꽃을 펼치기 시작하더군요.... 진달래보다는 진한 맛은 덜하지만, 연두색 푸른 빛깔 산길을 요란하지 않게 수놓은 철쭉군들은 그 자체로 보는 이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잔잔한 기쁨을 선사합니다...

세상사는 늘 지지고 볶고 싸우고, 속이고 속는 진흙탕 구정물 같은 일들의 연속이지만, 짧은 산행길 서너 시간만은 아무 것도 속이지 않고 누구도 배신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마주하며, 세상을 관조하고 내려다보게 됩니다....
일주일의 비즈니스 전선에서 쌓은 긴장을 매주 하루나마 이렇게 자연과 마주하며 풀지 않으면 아마도 제 정신건강이 제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신록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독바위골 골마다의 모습, 디카 풍경과 함께 옅보고 느껴보시지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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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선화(현숙) 2010.05.11 1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혼자 산행 하는거 같네..난 주말에 욕지도 갔다왔는데 역시 여행은 어디가느냐보다 같이 가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제일 좋은건 혼자 가는거라던데.. 아름다운 바다경치를 보고 오니 그나마 답답한 일상이 위로가 된듯해..요즘 교회다니는것도 뜸하고 다시 법문 듣고 싶은 생각이 올라와서 맘이 참 심란해져..며칠전 거제에 법륜스님이 와서 강의를 해서 몰래가서 듣고 오니 맘이 더 술렁거리는듯하구..사인받으려고 한권 책을 사긴했는데..그냥 사인해줄때 웃는 그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너무 신선해보이기까지 ..물론 무엇보다 말씀의 힘이겠지만서도..가까이에서 봤다는것도 너무 즐거웠구..

  2. BlogIcon 렛츠고(작은오빠) 2010.05.15 0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법륜스님이 거제까정... 허긴 그 분 고향이 경상도고, 수련원이 문경에 있으니... 거제라고 못 갈거야 없지... 교회든 절집이든, 종교나 신앙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종착점은 "마음의 평안"이라 본다. 물론 기독교는 원죄를 가진 인간에 대한 "신의 구원"을 다루기 때문에 그 신앙의 전제나 지향점이 다를 순 있지만, 천당이나 지옥은 사실 수천년 전에 불교나 인도종교들이 지향했던 극락과 지옥에서 전파된 개념이라... 오늘날 구복종교화된 기독교의 현실이기도 하지... 법문도 좋지만, 진짜 마음이 힘들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거들랑,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하는 4박5일 짜리 "깨달음의 장"을 꼭 다녀오길 권한다. 수녀님이나 신부님들, 크리스쳔들도 많이 다녀가는 과정이니까... 우주와 인간의 하나됨에 대한 깨우침을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다면... 애들 걱정, 남편 걱정 모두 잊어버리고, 며칠쯤 산속에 한번 묻혔다가 오렴... 길을 가다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가던 걸음을 우선 멈추고, 자신이 선 자리를 둘러보는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