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북한산의 가을 풍류를 맛보기로 하여, 회사 동료들 넷이 함께 아침 일찍 구기동 계곡을 따라 올랐습니다...
전날 내린 빗줄기 덕분에 산과 계곡, 돌과 흙이 더욱이 맑고 청아하여, 가을 단풍의 운치를 맛보기에는 참으로 좋았습니다.

꼭두새벽 김연아 선수가 피겨 공연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즐거운 장면의 여운을 안고 잠을 청한 덕분인지, 아니면 문수봉으로 갈리는 언덕길에서부터 시작된 선연한 단풍 잎들이 아침 햇살에 환하게 비쳐 번지는 풍경이 깨끗함을 더해 주어서인지, 별로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 산행이었습니다.

문수봉을 넘어내려, 꼭대기를 바라보는 능선 둔덕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 한 잔에 가볍게 점심을 요기하고, 사모바위를 향해 가는데, 아뿔사, 누군가가 실족을 했던지... 가던 길이 갑자기 막히더군요... 119 구조 헬리콥터 한 대가 부지런히 환자를 실어 나르는 광경을 눈앞에서 구경하느라, 십여 분을 지체하고 길에서 쉬어야 했지요... 덕분에 눈 앞에서 멈춰선 헬리콥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기회를 얻긴 했지만서두...

각설하고, 삼각산! 북한산은 언제 올라도 명산입니다.  금강산 설악산 못지 않은 산세와, 수도를 품에 안은 넉넉함이 늘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참으로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에 감탄을 하곤 합니다. 

단풍이 절정인 설악산의 대청봉에 엊그제 첫눈이 내렸다더군요. 혹여, 이 가을 설악의 단풍을 못 봐 아쉬운 분들이시라면 가까운 북한산 단풍도 결코 그에 못지 않으니 한 번 눈요기들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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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아시아나편으로 인천공항을 다시 밟았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오후에 서울을 출발해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거쳐서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의 수도인 비쉬켁에 내려서 몇 가지 일을 마무리하고, 주말 양일간을 이용해서 이스쿨 호수로 달렸습니다. 꼬박 일주일 동안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리는 키르기즈스탄을 다녀왔더랬습니다...

우연찮은 계기로 반은 여행 목적, 반은 비즈니스 환경 점검차 다녀오게 된 것이지만, 이번 여행의 백미는 단연 이스쿨 호수의 명소 휴양시설인 아브로라(오로라) 호텔에서 묵었던 1박2일의 일정이었습니다.  평균 해발고도 1700미터, 수평선이 보일 만치 넓은 호수 뒷편으로 남쪽 중국과의 국경 전체를 가로지르는 천산(톈샨)산맥의 만년설이 수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비추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멋진 광경입니다.

7-8월 여름 성수기면 방 잡기도 힘들다는 오로라 호텔의 가을 정원은 만개한 장미꽃들로 은은하게 빛나고, 사람 인적 하나 없이 고즈넉한 가을 낙엽으로 뒤덮인 넓은 뜰은 조경의 아름다움을 떠나서 그 자체로 가을의 정취를 전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방을 둘러싼 만년설 산맥들을 뒤로 한 모든 풍광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그 자체로 화선지에 옮겨놓은 한 폭의 수채화나 유화마냥 그림인지 사진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명작으로 변해버리더군요...

이방인의 발길이 마땅치 않았던지 게으른 걸음걸이로 짖어대는 개들의 목청만이 계절의 적막을 깨뜨리는 아시아 고원의 정원에서, 셔터 소리와 함께 담긴 키르기즈스탄의 가을을 같이 맛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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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후 느지막이 여름 동안 쉬었던(?) 예전 모임 동료들과 월례 정기산행을 했더랬습니다.
가을 바람이 선선하여, 구기파출소 뒷편으로 나있는 소로길을 따라 올라서,
탕춘대 산성 능선길로 올라 향로봉 쪽을 향했습니다....

옛절터로 빠지는 이정표를 조금 지난 향로봉길 초입에서 잠시 사과 한 쪽을 나눠먹으며 다리쉼을 한 뒤,
서편으로 바라뵈는 족두리봉 방향으로 길을 틀어, 옆 능선으로 올라 타고,
독바위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더랬습니다...

아침엔 비가 내리다 점심땐 말짱 개었다간 다시 소나기가 쏟아지는 변덕을 부린 게 미안했던지,
해지는 석양녘의 서편 하늘이 두터운 구름을 뚫고 아름다운 서광을 쏟아 내더군요....
덕분에 오랜만에 하늘 서광의 모습을 디카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독바위역 아래쪽 간이 주점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가을 전어구이 대신 돼지 두루치기 한 양푼과
녹두전 한 판을 얹어서 가을풍류를 즐기다 헤어졌습니다.
사진 몇 장 구경하시고, 공기 좋은 가을, 종종 산행으로 자연과 벗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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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아니나다를까, 어쩌면 싶었던 전화벨이 울립니다.
손님들이 찾아 오시겠답니다.

바로 퇴근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아니, 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창문 너머로 서쪽 하늘을 봅니다...

이게 웬걸...
앞 건물 유리창을 사선으로 비추며 비스듬히 쏟아지는 저녁 햇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붉으죽죽한 서광 뒷편으로 환하게 반사되는 구름의 빛깔들...

노을입니다.
일년에 몇 번 있을까 싶은, 저녁 지는 햇살의 장관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칩니다.
망설임도 잠시... 책상 모서리 디카를 챙겨 들고 뒷산 홍대로 발걸음을 놀립니다...

위로, 더 위로...
홍대 후문 뒷쪽 산비탈을 타고 올라 떨어지는 해를 잡으려 보지만...
애석하게도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서, 지는 해를 못내 따라 잡지 못하고 아쉬움을 토합니다.

다행히, 계단을 내려올 무렵....
해는 이미 구름 사이로 자태를 감추었지만, 그래도 남은 여광이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연신 셔터를 누를 뿐!

서울 하늘도 가끔씩은 볼만 합니다.
서울 사는 재미도 그래서 가끔은 있습니다.
9월 11일 해질 녘, 서편 가을 하늘의 노을이 정말이지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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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금요 산행! 
그것도 사무실 퇴근을 마치는 길에 베낭을 바로 둘러멘 금요 저녁 산행이었습니다.

시간상 제약으로 긴 코스를 잡을 여유는 없으니...
6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불광역에서 내려 바로 이마 위로 바라다뵈는 수리봉을 직선 코스로 잡았습니다...

제법 가을의 초입을 넘어서고 있는 백로라....
해질 녁의 가을 하늘은 여느 때보다 맑고 푸르른 모습입니다...

저녁 산행의 가장 큰 장점은 주말 산행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지요...
호젓하게 홀로 걸음으로 누구 보폭에 맞출 필요도 없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누구에게 밀리거나 쫓길 일도 없이
내 걸음 편한대로, 마음 따라 걸음 따라 옮기면 그만이지요....

예전 같았으면 서너 번은 족히 쉬어 가야 했을 오르막길을,
이젠 딱 두 번 쉬고 30여분 만에 정상에 오릅니다....

족두리봉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수리봉....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자면,
마치 넓디 넓은 고막 껍질 위에 올라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하지요...
바위의 형상이, 움푹 움푹 골을 지어 패인 모습이 마치 결이 가지런히 나있는 고막 같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수리봉 정상에 섣다 내려오는 길에 벌써 해가 서산으로 내려서기 시작하네요....

얼른 사진 몇 컷을 챙기고... 염초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우로 젖히고 왼쪽길에 접어들어
독바위 아래로 향하는 바윗길을 내려섭니다....

서편으로 향하는 길이라... 불광역과 연신내를 배경으로 하여 멀리 김포의 하늘을 가르는 석양의 노을이
나름 가을의 정취를 만들어 주더군요....

가을입니다... 모두들 더 알찬 수확 거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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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 주가 훌쩍 지나버렸다.
속세에 찌들어 묵은 마음의 때를 씻을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호기심어린 기대를 안고,
마음병에 걸려 두해 넘게 고생하고 계신 아버님을 모시고 계룡산 신원사 아랫 마을의 마음수련원을
찾았던 게 지지난 5월 첫주의 토요일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마음수련원이란 곳을 알게 된 것은, 예전 직장의 사장님으로부터
[가야산으로의 7일간의 초대]라는 책을 한 권 읽어보라고 선물받았던 때였다.
그 때가 2003년이나 2004년쯤 무렵이었을 터이니, 족히 5년은 넘었음이 거의 확실하다.

내용인즉, 나름 잘 나간다 싶은 저자가 일도매진한 끝에 불과 일주일 만에 우주의 철리를 보고
깨달음에 이르러, 스스로 감격을 주체하지 못해서 책으로 소개한다는 것이 어렴풋한 기억이다.

그 뒤로도 마음수련원을 다녀온 몇몇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늘 어떤 곳이길래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일까 늘 궁금해하던 차에,
어버이날을 낀 황금연휴를 핑계 삼아 그동안의 지적 호기심을 풀기 위한 수련행차에 나선 것이다.

두 해 전 칠순잔치 잘 마치시고 난 뒤, 졸지에 전립선암 초기라는 진단을 받아
전립선 절제 수술을 받으신 뒤로 신경쇠약 증세가 도져서 심신의 기력을 급격히 잃어버리신
아버님을 모신다는 명분 아닌 명분을 덤으로 얹어서...

아버님은 입소일부터 연일 주야로 계속되는 사진 버리기 수련 앞에, 일주일을 겨우 버티셨고,
첫 주 과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퇴소를 고집하셨다.
할 수 없이 광주의 신경정신과로 진료를 받도록 모셔 안내해 드리고,
난 내친 김에 좀 더 뿌리를 캐보자는 심정으로 수련원의 2과정을 등록하고 한 주를 더 눌러 앉았다.

마음수련원 논산 본원은, 다른 것은 몰라도 자리와 풍광 만큼은 정말 빼어난 곳이다.
동북편으로는 계룡산의 전체 줄기가 병풍처럼 빙 둘러 뒷쪽을 받치고 자리하고,
남쪽 앞편으로는 적당한 평야와 높낮은 구릉이 어울어져 전형적인 임산배수형의 길지로 보인다.

입지야 어찌되었든 솔직히 마음수련의 방법은 내게는 그리 효험이 없었다.
그들의 말마따나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한 나의 진정어린(하늘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참회나
회개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때문일 수도 있겠고,
혹은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알음알이 지식들이 너무 쓰레기처럼 내 마음을 뒤덮고 있어서
기존 것을 비우지 않아 새로운 것을 채우지 못한 탓일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주야로 아침부터 심야까지 쉬지않고 이어지는 '죽이고 버리기' 명상의 연속 수련 과정에,
몇 번이나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 자리(수련장)를 벗어나고 싶었고...
2주차 목요일 오후 명상 수련 중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쉬는 시간을 틈타 자리를 떨치고 나와버렸다.

막상 나오긴 했으나 어디로 갈까... 조금 애매했다.
분명 숙소에 남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 도움 강사들이 찾아와 미주알 고주알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일단 수련원을 벗어나기로 작정하자, 뒤로 펼쳐진 계룡산 봉우리 병풍이 나를 유혹했다.

날씨는 그지 없이 맑고 화창하고, 하늘은 푸르다.
수련원을 벗어나 걷는 아스팔트 옆 가로에는 초여름 아카시아 꽃향기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곧바로 신원사 입구...
동학사 입구와는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로 한적한 시골 마을 풍경이다.
버스 종점 정류장 공터 모습이 마치 70년대 새마을운동 시절 같은 느낌을 준다...
좀전에 지나쳐온 논가의, 모란인지 작약인지 화려한 꽃밭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2천원의 문화재관람 티켓을 끊고 5분쯤 걸어 올라가니, 허름한 신원사 안내표지판에
4천왕상이 모셔진 절 입구가 입을 쩍 벌린다...





이미 시간은 오후 4시를 지나고 있어, 한가하게 절터만 노닐다가 오고 말 수는 없었다.
이왕 내친 발걸음 계룡산 한 봉우리라도 밟고 내려오마고 결심하고 발걸음을 재게 놀렸다.




갑사로 넘어가는 고개마루까지는 3킬로가 못되어, 잰 걸음으로 올라가니 두 시간이 채 안걸렸다.
평일에다 늦은 오후인지라, 올라가는 등산객은 혼자 뿐!
내려오는 등산객 달랑 4-5명만 만났을 뿐, 정상에 이르기까지 내내 혼자 묵묵히 걸었다...

정상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께서 살갑게 보온병 뚜껑으로 커피 반 잔을 만들어 선사해 주어서,
잠시 입술을 축이고...

고개마루 서편으로 200미터쯤 위쪽에 자리한 연천봉...
계룡산 여러 봉우리 중에서도 기의 형세가 제일이라는 연천봉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 보았다...
풍수를 모르는 상식인이 보기에도 내리 보이는 지형의 기세가 범상치가 않다...



동북편으로는 아래쪽에서 병풍으로 보였던 계룡산의 연봉들이 줄기줄기 손에 들어올 듯 잡히고,
남서편으로는 넓디 넓은 방죽(저수지) 두 개가 쌍으로 펼쳐지며,
서산 길을 재촉하는 태양 빛을 수면 거울로 받아 눈이 부시게 반사한다.





연천봉 꼭대기에서 뒤늦게 올라온 남도의 풍수집안 후손 등산객 한 분이 연신 가계 조상님들의
탁월했던 예지력과 지관 능력에 대해 쉬지도 않고 자랑처럼 수다를 늘어놓으신다.
6.25 전란을 미리 감지하고 제자들과 더불어 제주도로 피신을 했다는 얘기로부터,
명당 자리는 음덕과 선업을 쌓는 만큼만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지,
지관의 개인적인 능력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둥....



오랜만에 북한산이 아닌  산에서 굽어보는 산야의 풍광이 무척이나 새로왔다.
결혼 전에 동학사 쪽으로 올라와 본 이래 근 10년만에 두번째 찾는 계룡산행!
한두 컷을 마음 속 추억으로 남겨둔다...

* 혹, 마음수련원에 대해 궁금한 분이 계시다면 그것은 다른 곳에 기회를 만들어 글을 남겨둡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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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년째인가...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 2003년 딱 요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4.19 무렵에 이사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니 말이다....

집 앞 남녘편이 바로 앞쪽 동산에 접해 있어서, 사시 사철 베란다 창밖의 풍경이 교차한다는 것이
그나마 이 집의 매력이다.
특히나 이 맘때, 4월초 진달래 개나리 필 즈음이면 어디선가 꼭 딱따구리 한 마리가 찾아와서
이른 아침 잠을 깨워주기를 한두 달 하다가 떠나간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딱따구리 울음소리와는 많이 틀리다..
"따닥닥닥 "이 아니고, 보통은 "딱따르르륵" 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의성어라는 것이 듣는 사람마다 달리 표현될 수 있는 것인지라 나만 그렇게 듣는 것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도심 한 복판 주택가에서 이런 자연산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도 축복이지 싶다.

아무튼 우리 집앞 동산에 한창이던 진달래 개나리도 이젠 지고,
벚꽃 한 그루 꽃잎도 거진 바람에 날려 지고 있다.

하지만, 벚꽃이 지고 나면 그 위로 아직은 앙상한 아카시아 나무의 푸른 잎이 무성하게 돋고....
5월이 가기 전 진한 아카시아 향기 속으로 딱따구리 소리를 듣게 될 것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어쩌면 저 벚꽃 나무 위 아카시아 끝에 놓여진 둥지 중 하나가 딱따구리의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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