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쩌지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확신에 찬 전쟁기념관 대국민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2%밖에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 것으로 나와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께서 무척 당황스러워 하신답니다...
==> 관련 기사: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005/h2010052618053991040.htm [한국일보]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라는데, 국민의 24%가 정부의 천안함 조사 발표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편"(16.6%)이거나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7.4%)고 응답을 했다는군요... 20대는 무려 41.6%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구요.
심심한데, 한 번 계산해 볼까요? 
대한민국 국민의 수를 대략 5천만 명으로 잡으면, 약 1천 200만 명이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얘기네요!!

(아, 보통 정치 사회 여론조사는 18세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니까,  영아들부터 10대까지를 제외하면 이 숫자보다는 조금 줄어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올해 중1인 우리 딸아이도 이명박 대통령 나오면 TV 채널을 돌려버리는 편이라...)

김국방께서는, 이번 발표가 단순히 억측이나 추측이 아니라 명백한 물증, 즉, 어뢰 프로펠러와 문제의 "1번" 북한산(?) 매직글씨까지 보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나 대한민국 국회에서조차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하셨다는군요...
(세계 각국이 한결같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나서는 상황이란 의미 같은데, 이 분이 말하는 국제사회가 도대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 말고 어디? 중국? 러시아? 일본?... 에효~~ )

사실 "무응답"자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까지 포함하면, 5천만명 중 30%, 약 1,500만명이 정부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셈이니, 그런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겠지요...

그러면, 그토록 명확한 물증을 들이대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확신을 갖고 발표했는데, 도대체, 왜! 뭐땀시! 아직도 15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요?

"정부 발표를 믿는가, 안 믿는가?" 라고 묻는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못 믿는다" 고 답할 겁니다...
"왜 못 믿는가?" 라고 묻는다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여러가지 의혹들 때문이라고 답할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혹인가?"고 따지면, 민주노동당이 제기하는 이번 발표의 5대 핵심의혹 사항을 참고하라고 하겠습니다.
(--> 하단 첨부 그림 참고!)

도올 선생께서 저같이 의문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을 다소 오바해서 표현하는 바람에, 극우단체들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당하신 모양인데, 고발당해 마땅한 발언인지, 유튜브에 올라온 [오마이TV]의 강연 동영상을 직접 보시지요. 평소 특유의 과장 섞인 말투와 표현의 과격성이야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겠지만, 요컨대 정치권력의 잘못된 판단이 국민대중을 오도할 때 초래할 수 있는 파국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충심만은 분명히 드러나 보입니다.

한 가지 궁금증! 왜 도올 선생은 "100% 못 믿겠다"고 직접화법을 쓰지 않고, "0.0001%도 설득이 안 된다"고 간접(부정)화법을 쓰셨을까요?   아래 동영상 보시면 얼핏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도올 김용옥.. 구역질나는 천안함 발표 
                  
*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pwvE6ZmSZno&feature=youtu.be [유튜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지난 10년 동안, "햇볕정책" 아래, 많은 국민적 에너지와 자산을 투입하여 분단 50년만에 가까스로 이루어놓은 남북한 평화교류의 기초와 공든 탑을 이명박 정부는 단 2년만에 거의 완벽하게 무너뜨리고, 급기야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해상과 육상을 가리지 않고 일촉즉발의 전시 상태를 초래하고야 말았습니다. 

어떤 허울좋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담화 내용은 선거판에서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권의 안위를 위해 국가의 안보를 볼모로 이용해먹은 비겁한 행동이요, 국가 안보를 지키지 못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자들의 파렴치한 작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령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에 의해 침몰한 것이 사실로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남북 관계를 준전시 상태로 몰아가고, 막장 대결 국면을 조성하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길게 보면 정권의 안위에도 부담감만 키워줄 것이 너무나도 자명해 보입니다. 

어제, 이외수 선생께서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독백하며 기도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오늘밤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나님. 지금 깨어 있는 모든 분들께 축복을 무더기로 주옵소서. 지금 잠들어 있는 모든 분들께도 축복을 무더기로 주옵소서. 하지만 6월 2일 투표 안 할 사람들 미리 아시면 축복을 벼룩이 등짝만큼만 주옵소서.
 

아래쪽에 몇 가지 기사자료와 글을 첨부해 드립니다.

1) 천안함이 최초 좌초된 후 해상을 5Km 이상 표류하다가 두 동강 났다고 전한 해경 자료에 대한 KBS의 취재보도
2) 민노당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천안함사고 민군합동조사단 발표 5대 의혹] 정리 이미지,
3) 이번 천안함 발표 이후 조성된 "북풍"으로 인해 여야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서울신문의 기사를 실은 
   포털 사이트 뉴스 토론 게시판에 어느 네티즌이 올린 장문의 댓글 한 편! 

이 뉴스 자료나 기사, 댓글들을 읽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시면, 저를 포함해서 왜 30% 가까운 국민들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지--정확히 말하면, 왜 믿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헤아리시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물론 그래도 국방부 장관 같은 분들은 좀체 이해를 하지 못하실 터이지만 말입니다.

아울러, 양식 있는 지식인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왜 유독 이번 선거 만큼은 꼭 투표에 참여하라고 강조하는지도 좀 더 이해가 되실 겁니다.

<렛츠고 2010/05/27  03:50 >


[KBS뉴스] 해경, 9시 16분 천안함에서 물샌다..
  올린이 : 보라보라 영상더보기  작성일 : 2010.04.02 17:19  플레이 : 111,766  추천수 752
* 동영상 출처: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22822134

* 아래 이미지 출처: http://twitpic.com/1r6p9d


* 원문출처: http://media.paran.com/ucc/odview.php?opendiscussion=9186
[Paran 플라자] 열린토론
盧風 삼킨 천안함, 與野 격차 벌렸다


댓글 글쓴이: 개판공화국   옐로우카드
10.05.26 20:59 신고

정부가 발표한대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면, 그것은 국군통수권자와 우리 군의 무능함이 드러난 충격적인 사건 입니다......

더구나 실전과 같은 군사훈련중에 적의 잠수함이 코 앞까지 들어와 휘젖고 다니며 우리 군함을 공격하여 침몰 시켰다는 것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의 국가방위 태세가 엉터리였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국제적으로 조롱과 망신을 당한 창피한 사건입니다.....

최첨단 군함에 적 탐지장비와 무기를 탑재하고 100명이 넘는 승조원이 언제 어떻게 누구 에게 당한지도 모르고 참변을 당했습니다.... 적을 상대로 승리를 먹고 사는 군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국민의 혈세로 국방비를 들여가며 밥 먹고 하는 일, 전부가 철통경계와 전투에서의 백전 백승을 외치며 그것이 군인의 명예와 본분임을 생각하는 군대가, 그것도 가상적을 상대로 실전 훈련중에 지휘관부터 사병 전부가 장님, 바보도 아니고, 적이 코 앞 까지 온 것도 모르고 멍~ 하니 있다가 등 신 같이 당해버렸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이 사건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겠습니까...?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건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우리의 꽃다운 젊은이들의 안타 까운 목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랬습니까...? 정부는 그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이 또한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랑 무공훈장을 받으려면 전시에 적군의 지휘관을 생포 또는 사살하거나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려야만 받을 수 있는 영예로운 무공훈장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왜, 어떻게 당한지도 모르고 죽어갔을..... 그들에게..... 화랑 무공훈장을 준 것이 아까워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 육군으로 최전방에서 근무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최전방 철책이 이유없이 훼손만 되어도 소대장은 바로 보직해임 입니다..... 군인의 책임이 그 정도 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장병들에게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정부의 천안함에 대한 사후조치와 사건의 인식에 큰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 발표대로 북한의 소행이 명백하다면, 이번 사건은 최전방 접경지역에서 실전에 대비한 군사훈련중에 군인의 기본인 적에 대한 탐지와 경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한마디로 근무태세가 해이해진 상태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사건 임에도 정부는 그들에게 영웅이라는 칭호와 함께 화랑무공훈장을 보상하듯 수여 했다는 것입니다.....

적과의 전투에서 패했는데도 무공훈장을 주는 나라는 아마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뿐일 겁니다..... 그러나 천안함은 전투는 커녕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초계함의 군인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했는데도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의도로, 정부가 정치적인 부담과 책임에서 벗어 나려는 행위라고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진실과 명분, 원칙을 무시하고 국가의 무공훈장을 정치적 책임회피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비겁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상식과 판단력을 이 정부가 시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 중, 국토를 보위하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 입니다..... 통수권자가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여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생활과 경제 전반에 불안을 초래케 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 책임을 면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그들에게 영웅 칭호와 함께 무공훈장을 수여함으로서 이 사건에 대한 당위성과 명분을 찾으려 했던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이 났을 때 대통령은 해군이 사고 수습을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도대체 사고 직후부터 해군이 한게 뭐가 있습니까...? UDT 대원의 목숨까지 희생시켜가며 무리하게 수색한 결과가 뭐가 있습니까...? 구조는 해경이 하고, 함수와 함미는 어민이 발견하고, 인양도 민간이 주도하고..... 마지막으로 의구심이 드는 어뢰파편 프로펠러 조차도 어민이 찾아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고 싯점부터 결과발표까지... 모든 조사과정이 허점 투성이고 하루가 다르게 말도 바뀌고 어거지로 꿰 맞추어 내놓은 듯한 발표를 볼 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를 않습니다..... 해외 언론에서도 북한이 천안함을 한국정부 발표대로 잠수정을 이용하여 어뢰로 격침시켰 다면 북한의 잠수함 운용 능력은 세계 최고중의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가 나온걸로 알고 있습니다.(산케이신문)....

그렇잖아도 허점과 의문투성이 조사결과를 대다수 국민들이 믿지 못하고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상식적 으로 납득이 가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대국민 사과는 물론이고, 적에게 군인임을 포기하고 부하들을 비명횡사케한 천안함 함장은 당연히 군법회의에 회부되어야 함은 물론 이고, 국방부장관과 군 수뇌부를 포함한 관련자를 해임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을 진심으로 섬기며 정의롭고 바른 대통령으로 되돌아 오게 하려면, 국민 모두가 기권 없이 투표를 함으로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천안함 사건은 한 점 의혹없이 더욱 철저히 조사하고 증거를 제시하여 북한의 소행이 명명백백 하다면 군사적 무력행사 등 확실하고 철저한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 보너스 컷:  이정희의원,김태영과윤덕용을 떡실신시키다!  등록일 : 2010-05-26 16:46
                     (* 출처: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홍보콘텐츠] 게시판)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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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이던가, 도올 김용옥 교수가 한 때 KBS를 통해 해박한 지식과 걸죽한 입담으로 청강생 머리에 침을 튀겨가면서 노장 사상을 강의해 한창 장안의 화제가 될 무렵,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당돌한 책을 통해 도올의 노자 해석에 일침을 가해 일약 또 다른 스타로 등장했던 이경숙 아줌마. 그녀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도올이 MBC로 되돌아온 이 무렵에 자신이 한 글자 한 글자 원문을 번역했다며, 도덕경 완역본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사실 난 아직 "노자를 웃긴 남자"를 읽어보지는 못했다. 다만 도올의 노자 이해를 도올 만큼이나 걸쭉한 입담으로 비판을 해 놓았기에 상당한 원전 이해의 경지에도 불구하고 정제된 학문적 논쟁으로 비치기보다 육두문자식 싸움으로 비쳐 오히려 그 비판서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는가를 우려한 한두 가지의 서평만을 보았을 뿐이다.

아무튼 그런 비판을 의식해서일까, 이번엔 다른 특정인을 지칭한 비판이나 세간의 재미삼은 입방아 따위는 싹 거두고 그야말로 원문 독해에 입각하여 도덕경을 충실하게 해설하고 있다. 표현은 비교적 점잖게 진행되지만, 적어도 한자로 된 고전에 대한 번역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 만큼은 이번에 결판을 내기로 아주 작심을 한 듯 보인다.

도경과 덕경이 따로 2권의 단행본으로 나왔는데, 합해서 81장으로 구성된 책의 20장까지를 읽었으니 이제 겨우 4분의 1 정도를 읽어본 셈이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참으로 한문 고전의 번역과 이해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 주었다.

류영모 선생의 강론을 풀어 엮은 박영호의 도덕경과, 최진석 교수가 해설한 도덕경에 이어 세번 째 접하는 도덕경 해설서인지라, 그 내용이 서로 많은 대비가 되었다. 특히 한문 고전의 번역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점에서 이경숙 아줌마의 논지는 단연 백미라 할 만 하다.

이 책은 도덕경이 "어렵다"는 기존의 생각들이 그릇된 편견이거나, 한자 오역과 악역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을 새삼스레 일깨워 주었다. 가장 제대로 아는 사람이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고,당대의 문화와 사회상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이루어지는 고전의 해석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빗나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실감케 해주었다.

적어도 이경숙의 도덕경은 저자 스스로가 얘기하듯이 "필생의 역작"이라 할 만큼, 그리고 "2,500년 이어진 오역과의 전쟁"이라 한 출판사측의 홍보문구가 아깝지 않을 만큼 도덕경의 한 글자 글자, 한 귀절 귀절마다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제공하고 도덕경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뼈대를 제공한다.

출발은 단연,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이라는 첫 귀절의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도덕경이 그 귀절의 의미를 "도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도가 아니다" 라고 해석하면서 매우 철학적인 추상의 극치로 "알듯 모를 듯한 도의 개념"을 총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으로 해설하면서 시작한다. 이 첫 문장부터가 신비적 주술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도덕경을 대하는 일반인들을 시작부터 기를 죽여버리는 데 반해, 이경숙은 이 귀절은 도의 본질에 대한 규정도 아닐 뿐더러 철학적인 문구도 아니라고 이해한다.

그 보다는 그냥 책 머리에 자신이 지금부터 설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단지 이름을 붙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러니까 글의 서두, 이를테면 오프닝 멘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도가도비상도"란 말의 뜻은 노자가 글을 통해 설하려는 바를 말하고 알아 듣기 편하게 "도"라 칭하지만, 그것을 굳이 항상 "도"라고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명가명비상명"이란 것도 이름은 이름일 뿐 꼭 그 이름이 아니어도 무방하니 이름 자체에 빠져들지 말라는 부연설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도덕경의 가장 심오한 철학적 진리를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들었던 이 귀절에 대한 이같은 해설을 대하는 순간, 뒷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동안 왜 그렇게 도덕경이 어렵게 느껴지고 알쏭달쏭한 것이었는지 그 이유를 한 방에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첫 귀절을 그렇게 단순하게 이해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다른 해설서들을 통해 그렇게 주절주절 추상적이고 어렵게 풀이되었던 설들이 모두 헛공론처럼 들리고, 나아가 그 뒤로 이어지는 구절 구절들이 앞 뒤 아귀가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술술 이야기의 맥이 잡히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경숙은 도덕경을 어떤 도인이 되기 위한 수신용 독본이나 우주 철학을 다룬 것이 아니라, 엄연히 당시 사회상에 비추어 가장 바람직한 '성인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한 노자의 정치철학 사상의 핵심 요약본으로 이해하고 시종일관 그에 따른 논거들을 제시하며 해설해 나간다.

물론 중간 중간 이경숙 님의 해설처럼 정말로 노자의 생각이 그랬을까 하는 느낌이 불현듯 들지 않은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20장에 이르기까지, 그런 느낌에 따른 의구심보다는 기존의 해설서로부터 얻지 못했던 갑갑함이 확 풀리고 문맥이 환히 트여오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이경숙의 해설에 도움받아 도덕경을 읽어가기 시작하노라면 그동안 이런 저런 도덕경 해설서들을 읽어도 머리만 더 혼란스러웠던 많은 의문점들이 매우 명쾌하게 풀린다. 이와 같이 그 어렵던 도덕경이 상당히 쉽고 평이하게 이해되기 시작한다는 점 만으로도 이 책은 노자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로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시사를 받은 점은, 글이란 특히 고전이란 그 글이 쓰여진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역사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3황5제로부터 이어진 하, 은, 주의 성립과 멸망에 따른 당시의 권력쟁탈과 전쟁에 따른 세상의 혼란상, 그 속에 숨어 있는 백성의 굶주림과 애환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당시 사회사상의 큰 흐름이었던 유가를 비롯한 백가 사상의 등장이며, '인'과 '의'를 세우는 것이 태평성대로 돌아가는 키워드라 인식했던 공자류의 사상적 배경을 알 수 있고, 그래야만 이들과 달리 노자가 추구한 도가 어떤 것이었는지, 노자가 꿈꾸었던 진정한 '성인정치'와 이상적인 정치, 그리고 그가 원했던 치자의 상을 올곧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고래로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양사상의 크나 큰 두 줄기 사상적 맥을 형성해온 공맹의 사상과 노장의 사상을 그들이 살았던 역사와 더불어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만 그 속에서 노자가 차지하는 위상이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경숙 또한 이 점을 의식해서인지, 장자에 실린 공자와 노자의 대화를 옮겨 해설하는 것에서부터 도덕경 해설을 시작한다. 그리고 더 앞서 노자가 [도덕경] 이라는 5천자의 경문을 남기게 된 당시의 중국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프롤로그로 달아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경숙의 도덕경은 한 마디로 쉽다. 그리고 그 뜻이 심오하여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주술서나 철학서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이치를 그대로 관조하면서 굳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몸을 추스릴 줄 아는 지혜를 가진 한 현자가, "이런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바, 소박한 정치철학을 담고 있는 치세학이요, 개인의 처세론이다.

더욱이 도덕경은 매우 깔끔하게 정제된 자구들이 시귀절 형식의 운율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성마저 뛰어난 하나의 작품이다. 무릇 하나에 통달한 자는 만물의 이치를 꿰뚫는 법이다. 적어도 노자는 피비린내나는 세상사의 이치를 깨달아 "무위" 속에 삶과 치세의 답이 있음을 깨달았던 성인이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경숙의 [도덕경]을 통해 2천여 년 전에 살았던 한 성인의 내음을 문학적 향기까지 더해서 다시 맡는 것은 가히 누구에게라도 주저함 없이 권할 만한 즐거움이다.

by 때때로 | 2004/03/0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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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새봄 at 2004/04/16 14:53
좋은 책입니다.
재대로 이해를 하려 노력하면 쓴 책이죠..
마음의 여행도 적극 추천합니다..^^
Commented by 다원 at 2004/05/11 09:30
저두 다른 역서들 더러 보았는데요.... 이경숙씨 것 외엔
대개가 애매모호 긴가민가에요... 마치 목사님들이 성경구절
한 줄 읽고 자기가 하고픈 말 한시간씩 하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나 이경숙씨의 입장은 대단히 명쾌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죠. 과연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고전들이 과연 제대로 읽혀왔나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
Commented by 지석훈 at 2004/05/31 20:40
Music Collection

“ ‘진본 도덕경’ 드디어 출시! ”

천 년의 신비 드디어 풀려.
학문이 아닌 노자의 바른 말씀 겸허히 해석.
객관적인 해석으로 하늘의 뜻 알림.

" 도 덕 경 "
중국의 사상가이며 도가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저서.

그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왔던 ‘도덕경’이 제대로 해석되어, 도서와 음반으로 출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현진 님이 해석하고 일월사에서 낸 ‘진본 도덕경’이 바로 그것.
조현진 님은 ‘도덕경’의 그 본 뜻 보다는 각자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해 해석된 경우가 많아 불합리하다고 판단,
이를 바로 잡고 노자의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진본 도덕경’을 내게 되었다.


조현진 님은 ‘도덕경’이란 학문이라는 측면보다 말씀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이번 ‘진본 도덕경’은 도서와 음반으로 출시되었는데 평범한 대중이 노자의 올바른 말씀을
편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심열을 기울였다고 한다.

방대한 양이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보석 같은 의미를 지녀 접해 본 사람들은 짧은 시간 내에 빠져들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특히 음반에는 성우 박 일씨가 참여하여 매력적인 목소리를 뿜어내고 있으며 배경음악 또한 도(道)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진본 도덕경’의 출시는 지금까지의 어줍잖은 이들의 잘못된 해석을 바로 잡는 의미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서 일반 대중이라도 좋은 말씀을 새겨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차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한다.

다가오는 여름..
이 한 권의 책과 한 장의 음반으로 진정한 도인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진본 도덕경’은 시중의 서점과 음반샵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작사는 뮤직콜렉션으로 ( http://www.musiccollection.co.kr )
" 진본도덕경 " 감상하기와 구매하기를 제공한다.

http://www.musiccollection.co.kr/z/zboard4/zboard.php?id=gmusic
감상하기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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