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 아이폰 첫산행!...바람 불어 좋은 날!

한명숙 뇌물수수 억지 기소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과 성상납 검사 리스트 폭로로 인해 시작부터 패색이 짙었던 한나라당이 천안함 침몰 사고를 계기로 어설픈 "북풍"을 광풍으로 만들어보려고 그리도 갖은 애를 썼건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심은 역시나 냉철하군요...


   오후 11시 15분 현재, 서울시장선거 개표율 9.6% 결과, 한명숙 1.45%앞서, 3000표차 역전!

천안함을 이용한 북풍 한설이 워낙에 선거판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개연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장담하지 못한 게 사실이죠. 그저 혹시나...하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조마조마 지켜보아야 했는데... 막상 선거 개표 결과가 대구 경북만 제외하면, 서울-경기-인천-강원-충남은 물론, 심지어는 경남에서조차 초박빙 접전 구도가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쌓인 스트레스가 그동안 얼마나 컸었는지가 여실히 증명이 되는군요...

누가 뭐래도, 서울시장 선거가 가장 큰 승부의 척도가 될 터인데, 설령 박빙의 차이로 야당이 승리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이 정도 결과라면 사실상 이번 선거는
 "MB정권 심판론이 '북풍'을 침몰시켜 버린 것"으로 평가해도 충분할 듯 싶습니다.

아침 일찍 집사람의 재촉에 맨발에 슬리퍼만 끌고서 집 바로 뒷쪽에 있는 기표소로 나갔는데요...  의레, 아침잠 없는 동네 어르신들께서 평소답지 않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조금 걱정스러웠습니다... 내심 솔직한 심정으로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차라리 투표를 안 하시는 편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불순한 생각마저 들었더랬습죠...

이럴 땐 차라리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편하게 마음을 비우는 것이 훨씬 정신 건강에 이로운 법, 아침 요기를 대충 하고는 느긋이 베낭을 둘러메고, 북한산으로 향했습니다...

날씨는 청명하고, 바람은 선선하여,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상쾌하고 좋은 날이었습지요...
계절은 이미 여름으로 들어서는 초입이라, 예년 같으면 수박이며 여름 과일을 즐겨 먹어야 할 철이건만, 강원도 산간지역에는 냉해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이 있어,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서도...
어쨌든, 등산 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고, 덕분에 디카 수준이지만, 사진도 참 깨끗하고 맑은 풍경들이 많이 잡혔더군요...

무엇보다도 오늘 산행에서 기념할 만한 일은,
아이폰과 함께 동행한 첫 산행이었다는 점입니다....
하여, 산행을 하는 중간 중간에 [페이스북]의 사진첩을 열어서 괜찮은 장면들이 잡힐 때마다 아이폰의 카메라 셧터를 눌러서, 실시간으로 모바일 포토 포스팅 작업을 시도해 보았더랬습니다....

중간에 배터리가 떨어져서 아쉽게 그쳤지만, 계곡과 능선을 가리지 않고 시원하게 뚫리는 대한민국 무선인터넷 서비스망의 파워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무선통신 기술이 우리네 삶을 어떻게 바꿔 나가는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오늘 실시간 무선 포스팅으로 올린 산행 사진첩을 펼쳐 보시려거든 아래 페이지 링크를 접속하시고,
이왕 찾아오시는 분이시라면ㅡ 제 페이스북에 친구 맺기 신청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http://www.facebook.com/#!/album.php?aid=2063845&id=1492330835

아울러, 디카(Samsung VLUU i85) 수준이긴 하지만, 나름 구도가 괜찮게 잡힌 컷들 추려서 아래 올려드리니 즐감하시길!!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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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북한산의 가을 풍류를 맛보기로 하여, 회사 동료들 넷이 함께 아침 일찍 구기동 계곡을 따라 올랐습니다...
전날 내린 빗줄기 덕분에 산과 계곡, 돌과 흙이 더욱이 맑고 청아하여, 가을 단풍의 운치를 맛보기에는 참으로 좋았습니다.

꼭두새벽 김연아 선수가 피겨 공연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즐거운 장면의 여운을 안고 잠을 청한 덕분인지, 아니면 문수봉으로 갈리는 언덕길에서부터 시작된 선연한 단풍 잎들이 아침 햇살에 환하게 비쳐 번지는 풍경이 깨끗함을 더해 주어서인지, 별로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 산행이었습니다.

문수봉을 넘어내려, 꼭대기를 바라보는 능선 둔덕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 한 잔에 가볍게 점심을 요기하고, 사모바위를 향해 가는데, 아뿔사, 누군가가 실족을 했던지... 가던 길이 갑자기 막히더군요... 119 구조 헬리콥터 한 대가 부지런히 환자를 실어 나르는 광경을 눈앞에서 구경하느라, 십여 분을 지체하고 길에서 쉬어야 했지요... 덕분에 눈 앞에서 멈춰선 헬리콥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기회를 얻긴 했지만서두...

각설하고, 삼각산! 북한산은 언제 올라도 명산입니다.  금강산 설악산 못지 않은 산세와, 수도를 품에 안은 넉넉함이 늘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참으로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에 감탄을 하곤 합니다. 

단풍이 절정인 설악산의 대청봉에 엊그제 첫눈이 내렸다더군요. 혹여, 이 가을 설악의 단풍을 못 봐 아쉬운 분들이시라면 가까운 북한산 단풍도 결코 그에 못지 않으니 한 번 눈요기들 하시지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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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내린 산은 늘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설 명절을 앞둔 날이라,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할 겸 새벽에 사우나에 가리라 일찌감치 마음을 먹고 잠들었더랬는데, 아침 눈을 뜨고 세수를 하면서 창밖을 보니 사위가 흰 눈이라....

그 희고 차가운 눈이 내 발길을 다시 산으로 유혹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우나는 산에 다녀와서 해도 충분한 일이니까....

주섬주섬 아침을 챙겨먹기가 무섭게 베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디카 하나만 넣고 집을 나섰다.
버스로 마포구청역에 내려 6호선 지하철을 갈아타고 불광역을 통과, 독바위역에서 내린다.
막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중간 쯤 가는데, 반대편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소리친다.

"지금 산에 못 가요, 눈이 많이 와서 입산 통제한대요...."

아뿔사!! 이런 낭패가 있나...  겨울 북한산행이 한두 번이 아니건만, 입산통제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는데...  반신반의... 하지만 어쩌랴... 한두 명도 아니고 떼를 지어 돌아내려오는 데야 괜히 헛걸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르던 승강기를 내려 다시 플랫폼으로 내려와 돌아가는 지하철을 기다리자니 영 기분이 개운치를 않다.

웬지 그냥 돌아서기에는 찝찝한 마음.... 혹시 또 모르는 일... 휴대폰을 꺼내들고 114를 눌렀다...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좀 부탁합니다..."
"고객님,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말씀이십니까?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우이동도 있고 종로도 있고 여러 군데인데 어디를 찾으시나요?"
"종로 쪽으로 알려 주세요...."

이어서 연결되는 안내번호 숫자 나열이 채 끝나기도 전에 1번 버튼을 눌렀더니, 안내중이던 번호로 연결된다.
"오늘 입산이 완전히 통제된다는 데 전부 갈 수가 없는 건가요?"
"아, 아침에 대설주의보가 내려 통제했었는데, 좀 전에 해제했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이 정도 눈으로 입산이 통제될 리가 없다.
지하철 기다리던 걸음을 바로 되돌려 다시 승강기를 오르기 시작...
독바위역은 출구가 하나 뿐인데, 워낙 지하가 깊어서 승강기만도 4-5번을 올라야 지상으로 나온다.

중간에 아니나 다를까 두세 명의 등산객 무리가 승강기를 올라가는 나를 보더니 걱정스럽게 한 마디 거든다.
"지금 입산 통제되어 못 간다는 데요..."
"아! 방금 전에 해제되었답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새로운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한 아이같은 마음으로 대꾸해 주고는 기분좋게 산으로 향했다.

역쉬... 국립공원측의 입산 통제가 결과적으로는 나의 산행을 호젓하고 번잡스럽지 않도록 도와준 셈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첫 눈 쌓인 설경을 보자고 나름 붐빌만한 경관이었건만,
세밑 귀향길에, 아침 입산통제까지 겹친 덕분인지, 산길에서는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호젓했다.

덕분에, 정진매표소에서 시작해서, 사람 없는 수리봉(족두리봉)을 거쳐, 향로봉을 옆으로 끼고 돌아 비봉에서 사모바위 지나 문수봉 올라 대남문에서 구기파출소에 이르기까지 눈 덮힌 산행길 5시간이 족히 즐거웠던 길....

눈이 있어 즐겁고, 그 눈을 보는 나의 눈이 또한 즐거우니 이 아니 기쁜 일일손가....
눈 있는 이들은 보시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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