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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0 [2006.03.02] 멀리 거제도 누이에게 보내는 회신...

멀리 거제도 누이에게 보내는 회신...

 

지난 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업무상 비즈니스 목적이 아닌 순순한 여행으로 3박 4일동안
일본을 다녀왔단다.

어제 삼일절 휴일을 맞아, 아침에 누이의 메일을 받아보고, 반갑고도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구나...
지난 번 설 연휴에 아쉽게 얼굴 보지 못하고 뒤늦게 너의 메일을 받고서도 답장도 주지 못한 것이
문득 떠오른 때문이었겠지...

누이도 벌써 두 아이의 엄마이니, 세상 삶의 고단함이나 부모로서의 고충을 실감하기 시작할 터...
이젠 이래라 저래라 주제 넘은 충고를 하거나 아랫사람 대하듯 말을 놓는 것도 쉽지가 않구나...

돌아보면, 우리가 서울에서 어린 학창시절을 반 자취 생활로 함께 했던 날들이 형제로서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짧지 않은 기간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늘 누이에게 밥이며 빨래며, 힘든 집안
살림살이만 도맡게 한 것이
아닌가 싶어 후회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앞선단다...

누이가 시집이라도 번듯한 집안에 가서 화목하게 잘 살고 있으면 그나마 미안함이 덜어지련만,
멀리서 들려오는 소식을 접하자면, 늘 누이에게 웃음보다는 한숨이 더 많은 날들인 것 같아서,
행여, 못난 오빠들이 좀 더 현명하게 잘 챙기지 못한 탓은 아닐까,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거든...
허나, 어쩌겠는가,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늘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닌 것을!!

나 역시, 지금의 내 모습을 보노라면, 어쩌다 그런 대학을 가게 되었는지, 또 어쩌다 그런 엄혹한
시대를 만나 학생운동을 하게 되고, 또 나아가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지금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게 나의 선택과 판단의 몫이었다기보다는 무엇인가 내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고 한단다...

패배적인 운명론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나오게 된 어떤 소명이나 신에게 부여받은
사명이 있는 것이려니 여기게 되면, 이상스러울만치 마음이 평안해지고 평정심을 되찾게 되곤해...
누이 역시, 지금의 삶이 고단하고 스스로 한숨이 먼저 나올지라도,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내가
세상에 나온 이유와 소명을 찾게 하기 위해 하늘이 내게 주는 일종의 시련이거나, 좋은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자신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몰라...

내가 짧은 지식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고, 불교나 철학을 논하는 것도,
어떤 사람이나 삶의 순간순간마다 겪게 되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갈등과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아는 터라, 그 고민의 한 자락이나마 함께 나누고자 함이란다...
그건 누이에게도 마찬가지라...

우리에게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라 느껴지는 소소한 일들 하나하나가 어찌보면,
그보다 더할수 없이 소중한 나 자신의 훈련과 수양의 도구들이 되는 것일 게야....

요즘은 드라마 [서동요]를 집사람과 더불어 자주 본단다.
시간을 못 맞춰 놓치게 되는 날이면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아서라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보는데,
허구를 엮어만든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품성과 리더로서의
본새를 배울 수 있기에 흥미를 갖고서 일부러 보는 것이지...

어제는 오랜만에 집사람과 함께 최신 개봉작인 [음란서생]을 보고 왔더랬는데,
제목이 주는 부담감과는 달리, 사람들의 내밀한 성적 욕구에 대한 점잖고 해학어린 은유와 더불어,
사람과 사람간에 싹트는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담은 한 편의 잘 된 그림을 보는듯 싶더라.

내가 감사하고 고마운 것은, 그런 영화를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마음의 작은 여유와 더불어,
그것을 조조 2천원씩에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우리네 집안의 작은 화목함이라...
내년이면 결혼 10년을 맞게 되는 우리 역시 어찌 서로 다툼이 없고 넘어서는 안될 선을 아슬아슬
넘나드는 결별의 위기가 없었겠느냐만은... 최악의 순간에서 한번 물러서고, 그 끝에서 한번 더
참고 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여서, 어지간하면 예전의 골만큼
서로에게 상처주고 자극하는 언행은 조금씩이나마 자제하게 되더구나....

누이가 지금 힘들어하는 모습이 언젠가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어서 아이들이 자라고 하는 동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망상들을 부여잡고 불필요한 가슴앓이만을 제 풀에 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늘 전하고 싶다...

교회도 좋고, 절집을 다녀도 괜찮고, 혹은 천주당이거나, 심지어 무당집이면 또한 어떻겠느냐...
중요한 것은 그런 주변의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 가는 곳을 스스로 알아 자신에 대해
깨어있는 모습이니, 모든 종교나 철학 나부랭이들은 결국 내 마음의 내면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한
갖가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신앙으로 다가온다면 그 또한 그렇게 믿음이 왔을 때 더 크게 행하면 그 뿐이요,
지금은 내 한 마음 추스리는 것이 급하다면 내 마음을 바라보는 그 자체에 충실하기 바란다....
늘 기회가 닿을 때마다 누이에게 권하고 바라는 바는,
스스로 갖고 있는 마음의 짐과 욕심, 세상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으라는 것이니...

남편에 대한 것이든, 아이들에 대한 것이든, 그리하여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것이든,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한낱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은 욕심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깨달아가다 보면,
어느 한순간 내가 인생을 걸고 추구하던 일상의 가치들,
이를테면 돈이며, 남편이며, 아이들, 가정 따위 등등 그 모든 것들이 그리 악다구니처럼 집착할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게다...

부실한 몸에, 두 아이 뒤바라지 하랴, 남편 못 마땅한 모습들 간수하랴, 여러모로 경황이 없으리라
익히 짐작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심지를 굳게 하여, 작은 일들에 연연하지 말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하고 싶구나..

성현들이 말하듯, 만병의 근원이 마음이요, 모든 신체의 변고가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이니,
마음을 대범히 하고 자잘한 일에 대한 근심 걱정을 버리면 몸은 언제든 제 정신을 차리는 법이라,
버려야 할 때 버리는 지혜만 터득한다면 세상에 어떤 일을 더 걱정하고 근심할 필요가 있겠느냐...
더 많이 읽고 공부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게을리하지 말기를 오랜 세월 네 신세를
졌으면서도 그 때 더 많이 보답하고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해하는 오라비가 바랄 뿐이다...

틈틈히 짬이 나면 더 얘기 나누자꾸나... 늘 평정심을 잃지 않는 나날이 되기를 먼 데서 빈다...
아, 벌써 내일이면 벌써 예순다섯 어머님 생신이로구나...
대저 가정을 이룬 자식놈들이 불효하지 않고, 효를 다하는 가장 좋은 모습은, 새로 일군 가정에서
서로 다투지 않고 화목한 모습으로 자식들과 더불어 행복한 모습 보여주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을 것이어늘...

모쪼록 누이 집안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 있더라도, 너무 미주알 고주알 일러서 어머님 속 끓이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일 터이니,
가능하면 나나 우리 집사람, 혹은 형제들에게는 알려서 서로 마음의 위로를 청하고 받을지언정,
부모님께 기대고 의존하여 늙어가시는 분들 심려 더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더 좋겠구나...

거듭, 하루하루 마음 수양에 힘써 즐거운 마음 잃지 않고 평안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서원한다...

2006년 3월 이튿날 아침에, 서울에서, 작은 오라비가...
늦은 회신을 대신하여 몇 자 적는다...

최 규 문 컨설팅그룹 /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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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수선화 [mailto:art304@hanmail.net]
Sent: Wednesday, March 01, 2006 7:54 AM
To: 최규문
Subject: [RE][최규문's 때때로메일(06.2.16)] 저 만치서 새 봄이 오려나봅니다...

오빠 메일 읽고 너무 감동 받았어요.
매번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 거리로 생각을 충족시켜주어서 좋네요.
오빠가 자랑스러워요.
아무튼 그래도 저는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사는것도 복이라고 할수 있는거 같아요.
저는 요즘 많이 맘을 다스리고 살아요.
나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고쳐야지 **

신랑도 나에게 다가올거같고
나도 잘한거 별로 없는거 같아 반성하는 겨울 이였던거 같아요.

겨울엔 시아버지도 오시고 애들과 함께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내가 잘해야한다는거 알면서도 많이 짜증부리고 힘들어했거든요.
내가 좀 이기적이라 내몸 힘든거 못 참거든요.

사실 아프기도 많이해서 요즘도 계속 한의원에 침맞고 다니긴해요.
편두통에 자주 시달리고 운전 조그만해도 목도 안좋고 그러네요.
한의원에 가니 내상이라고 체력이 바닥이 났다고 하더라구요.
진맥을 해보더니 할매맥이라네요...

생각이 너무 많으면 장이 나빠진다고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거기 한의사가 친절해서 가서 얘기하면 많이 위로해주고
간만에 친절한 의사인거 같아 기분 좋더라구요.

오빠는 요즘도 불교 공부 하나요?
저는 하고 싶은 맘은 굴뚝같은데..그럴수가 없네요.
교회다니고 있거든요.

그러더라고 불교 공부는 하고싶은데...마음의 평안은 불교가 더 많은거 같거든요.
그래도 사람들은 불교를 무시하는게 개인적으로 속상하더라구요.
자연을 보고있으면 신이 있어서 정말 내맘을 위로해주는거같기도 하고..
내생각인지 몰라도..

가끔 힘들고 지치면 그냥 바닷가에 가서 맑고 넓은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나마 위로를 받고 돌아오곤합니다.

제가 겨울에 갔던 거제도 바닷가 풍경하나 올려드립니다.

오빠 건강하고 다시 또 연락 드릴께요.
항상 마음 써주어서 고마워요..












































































by 때때로 | 2006/03/02 09:43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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