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메일(05.8.31)] 가을의 문턱에 서서... | 조회(178) |
때때로 메일 | 2005/09/01 (목) 08:36 |
안녕하세요, 최규문입니다... 한 동안 인사가 뜸했지요...
그 동안 제 건강이 다소 좋지를 못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지난 주에는 집사람마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일주일 정도 병원 신세를 졌더랬습니다.
자궁내막증 이라고, 자궁벽 쪽에 큰 덩어리가 생겨서 급히 수술을 받아야 했거든요... 다행히 악성은 아니어서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니까 마음이 아무래도 조금은 무겁더군요...
자궁내막증 이라고, 자궁벽 쪽에 큰 덩어리가 생겨서 급히 수술을 받아야 했거든요... 다행히 악성은 아니어서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니까 마음이 아무래도 조금은 무겁더군요...
그 와중에 지난 주 5일 동안 몸담고 있는 한국리더십센터의 메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성공하는 리더들의 7가지 습관] 강사 양성 과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평소에 공부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과정이 과정이니만큼 소홀히 임할 수가 없더군요...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에, 다음 날 발표과제 준비하느라 저녁 먹고 다시 3시간, 합해서 매일 11시간이 넘게 강행군하고 나왔더니 급기야 토요일 아침엔 입술이 터지더군요...
이래저래 제 정신 차리기 어려운 8월이었죠...
유난히도 무덥고 후텁지근했던 올 여름의 시작부터 끝자락까지 몸도 마음도 평안하기보다는 다소 힘들었던 여름이었습니다...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결에 매미 대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가 더 크게 들리는 걸 보면, 자연의 섭리란 늘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며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낍니다...
1.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이라는 시의 첫 귀절이 이렇게 시작되지요...
학창시절에는 시집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의 낭송으로 자주 들어 무척 귀에 익은 대목입니다... 요즘 광복 60년만에 처음으로 [친일파 인사 명단] 수천명의 이름이 발표되면서 시끄러운데요. 다소 의외였던 것은 [시일야방성대곡]을 썼던 장지연까지 그 중에 섞여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꽤나 의분에 넘쳐 가슴 깊이 절절함이 다가왔던 글로 기억되는데, 아마도 그 때의 의분과는 달리 나중에는 친일 행적을 남겼던 모양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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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한결같이 변함 없이 일제에 항거의 길을 걸었던 분들은, 지식인으로서 변절을 막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스스로를 다스리고 희생을 감수해야 했을지를 새삼스레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가을의 문턱에서 문득 윤동주 시인을 먼저 떠올린 것은 아마도 그가 독립운동의 죄명을 쓰고 이국 땅 추운 감옥에서 옥사했던 것이 불현듯 생각나서입니다...
[불멸의 이순신]이 꼬박 1년의 장정을 끝내고 노량에서 전사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지요, 백성과 부하들의 목숨을 바치며, 그토록 조국의 존립을 바랐건만, 그 뜻에도 불구하고 불과 300여 년 후에는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초래했던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진정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 속에서 내부가 하나로 힘을 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교훈으로 새기게 됩니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한일합방을 당했던 국치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한다는데, 기념일이라는게 그저 축하만 할 일이 아니라면, 그 또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지더군요.
지난 주말, 가수 조용필이 평양에서 공연을 하는 장면을 잠시 지켜보면서, 한민족이 공유하는 문화적 공감대야말로 통일을 앞당기는 가장 밑바닥의 큰 동력이 아닐까 싶더군요...양궁 시합이나 LPGA 투어에서 연일 코리안 낭자들이 기특한 소식을 전해오는 것을 볼 때면, 역시 활 잘 쏘기로 소문난 우리 민족의 DNA가 현대에도 빛을 발하는 거란 생각도 들고요!
민족의 기질과 특성은 세월이 가도 쉬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더하게 됩니다...
외세의 침략을 이겨내고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남북한의 통일은 불가피한 필연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요즘처럼 강하게 들 때가 없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서, 그 핵심키 중의 하나가 바로 분단된 민족의 통일이라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2. [문명의 충돌] 10년 앞을 내다보는 지혜...
여름 휴가 중 며칠 시간을 내어서 헌팅턴의 유명한 저서 [문명의 충돌]을 손에 쥐었습니다. 출간된 지 벌써 10년이 지난 책의 주장이 작금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느라 젊은이들을 전쟁의 제물로 희생시키고, 북한의 핵무기 철폐를 위협적으로 강요하는 모습 속에서, 또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정착촌을 부수는 과정을 보면서 이 책의 분석이 21세기에 그대로 관철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게 매우 섬뜩한 기분이었습니다...
어떤 이데올로기나 종교도 유일성과 우월성을 내세우면 그 결과 남는 것은 분쟁과 충돌입니다...
불교나 동양철학의 숨겨진 힘이라면, 바로 유일성 대신 만물의 상호의존적 가치를 인정하고, 어떤 사물이나 사상도 절대기준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우주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만물은 변화한다"는 사실 하나 뿐이며, 여기서는 심지어 신조차도 유일하지 않고, 인간도 수양의 깊이에 따라서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얘기합니다....
볼세비키 혁명의 기초를 이루었던 맑스레닌주의나 주체사상 역시 유일성과 우위를 주장하는 이데올로기적 함정 때문에 스스로 자멸하는 운명을 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거든요... 어쩌면 지금은 무서울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주의 또한 스스로 유일, 최고라고 자만하는 순간부터 그와 유사한 파산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게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아랍 문명에 대한 서구 문명의 편견과 오만이야말로, 어쩌면 지구상에서 테러를 부추기는 가장 근본적인 뿌리가 아닐까요? 자유 민주주의의 전 지구적 확산이라는 유일성을 강요하는 미국식 힘의 논리에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의 씨앗이 오히려 더 많이 생겨나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문명의 충돌]을 발간 10년이 넘어서 겨우 읽어 본 저로서는, 왜 인류가 앞서서 이와 같이 미래를 예견함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더 많은 인간들로 하여금 그 경로를 피하지 못하고 오히려 충돌로 향하는 대열로 몰아넣는 것일까 마음 한 구석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더군요...
아마도 그것은 아집이거나 이기심의 발로겠지요...
자신의 길,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믿는 아집과 편견, 그것을 떨치고 더 넓은 세상을 보는 순간,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는 희망이 싹틀 터인데요....
우리 앞에 주어지는 현실을 어찌해 볼 수 없는 거대한 벽이라고 단정해버리고, 관심의 대상에서 지워버리는 순간, 세상에서 더 나은 진보를 향한 길을 차단당하게 되리라 봅니다.
3. [웰컴투 동막골]의 유쾌함을 찾아서...
지난 주 일요일 아침 일찍, 보마보마 하다가 시간을 갖지 못했던 동막골을 영화관에서 보았습니다..
독특하고 구수한 강원도풍 사투리에, 천진무구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그 곳에서는 남-북-미국을 가르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인간적인 휴머니즘의 울 안에서 자연스레 무너지는 상황을 옅볼 수 있지요... 실제 현실이기보다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기에 웃음 뒤에서 가슴아픈 여운을 느끼게 하지만, 그런 상상력이 동원되고 대중 앞에 표출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값진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실미도가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숨겨 왔던 북파공작의 역사를 들춰낸 작품이라면, 동막골은 역사를 가정하여 우리들 가슴에 잠자는 휴머니즘을 깨우는 기분 좋은 상상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을 무조건적인 동맹으로, 북한을 무조건적인 적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성숙한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에, 역사적 의미도 충분히 갖습니다.
영화를 스토리 자체만으로 보자면 그냥 재미있냐 없냐를 따져 보면 그 뿐이겠건만, 굳이 이렇게 불필요할지 모를 해설을 갖다 붙이는 것은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싶은 저의 바람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 타인의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인간들의 나약함과 외로움의 소산이겠지요...
영국의 어느 동물원에서는 유인원으로서 인간을 전시하는 재미난 이벤트를 개최했다고 하더군요...
동물원 우리 안에 갖힌 인간...
물론 그들은 자청하여 온 사람들로, 출퇴근을 한다니 인위적으로 만든 일시적 조작에 불과하지만, 저는 그 뉴스를 보면서, 사람이 아닌 외계인이나 인간보다 더 높은 지능이나 지혜를 가진 존재가 나타나 인간을 동물원 구경거리로 삼거나, 심하게는 소나 돼지같은 먹이감으로 삼는 그런 존재가 생겨난다면 어찌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며칠 전 EBS에서 방영한 한 다큐멘터리에서 인간이 자기 몸에 좋다며 곰 쓸개즙을 빼내기위해 곰을 우리에 가두고 상처를 내놓은 장면을 문득 보게 되었습니다... 한시도 쉬지 못하고 고통에 허덕이며 울부짖는 곰의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한 순간에 죽이는 것보다 더한 잔인함이라는 생각에 곰쓸개를 찾는 인간들의 탐욕이 몸서리쳐지더군요...
하여, 사람을 잡아먹는 외계인을 상상하는 것이 과도한 오바일런지 모르지만,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최소한의 차별성이라 할 것입니다... 자식이 노모를 죽였다거나, 아이를 죽이고 자살을 하는 부모들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노라면,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의 메카니즘은 없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웰컴투 동막골을 보면서 유쾌한 상상 뒤에 숨어 있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것은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즐거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무겁습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떠나 보내고, 결실을 기대하는 가을의 문턱입니다...
세파에 지친 시름 한숨 잠시 거두시고, 하루쯤 밤하늘 별을 헤는 여유를 가져보심은 어떨른지요?
아니면 윤동주의 시 한 편을 다시 뒤적여보는 마음의 여유도 좋을 것 같고요..
설부른 추천이련만, 저는 가을을 맞을 때면, 언제가 한 번 들렀던 공주 마곡사의 은행 빛깔이 금새 눈 앞에 어른거리곤 합니다...
이 가을 무덤덤하게 흘려버리지 마시고 느린 듯 빠른 자연의 흐름도 구경해 보시지요....
인터넷 좋을시고~~ 마곡사 풍경 한 컷 따다 붙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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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건강 각별히 유의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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