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예찬 _200410.
21대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첫날 이른 아침, 마눌님과 손 잡고 주민센터 4층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투표소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마스크는 기본이고, 체온 체크--> 손 소독 --> 비닐 장갑 착용 --> 1미터 거리 유지 --> 기표소까지 행진 --> 지역구는 '무소속' 후보에게, 비례 정당은 '녹색당'을 찍어서 투표함에 넣고 나왔습니다!
선거는 '최악에 지배 당하지 않기 위해 차악을 뽑는 것'이라고 하지요. 그 논리에 따르면 제 투표는 '최악에 지배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사표가 될 것이 뻔한, 사실상 기권과 다름 없는 무의미한' 선택을 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인정하든 말든, 저는 오늘 대한민국 유권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투표 행위를 한 것입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조차도 자신들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선거제의 취지를 배반하고, 위헌적인 위성정당을 만들어 냄으로써 국민의 정당 지지도를 또다시 왜곡시키는 만행을 뻔뻔스럽게 저지른 선거입니다.
저는 그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거대 여당도, 야당도 찍지 않고 무소속 후보에게 한 표를 더해주었습니다. 제 나름으로는 거대 양당제의 기득권 구조에 대한 유권자로서 비판의사를 표시한 것입니다.
정당 비례에 대해서는 제 스스로 수년간 녹색당에 당비를 내온 당원으로 당연한 지지 표시를 한 것입니다.
불과 4년 전 선거에서만 해도 녹색당 당원이면서도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를 찍어주고, 비례 정당은 정의당을 찍어 주었더랬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처음으로 제 지지 의사에 합당한 그대로 정직한 투표를 한 셈입니다.
과거 독재 시절이나 수구 정권들의 만행이 가시지 않던 시절에는 투표 자체가 정권을 갈아 엎는 거의 유일한 도구였습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략 투표'를 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촛불 혁명을 통해 정권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것을 시민의 힘으로 증명한 시대입니다.
당연히, 이제는 여-야가 어떻게 바뀌든 주권자로서 정당한 의사와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래야 좀더 많은 사회 각계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소수자의 가치가 조금이나마 인정되는 사회가 앞당겨질 수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표 방지를 위한 전략 투표를 명분으로 주권자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해야 할 때는 지난 듯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보수가 집권하든, 진보가 집권하든, 국민들의 뜻을 배반하고는 절대 오래 동안 권력을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을 박근혜 탄핵을 통해 입증했습니다.
따라서, 낡은 지역 대결이나 보혁 이념 갈등, 수구적 논리를 앞세워 국민들을 편 가르고, 표를 도둑질하고 압박하는 얄팍한 짓은 이제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됩니다. 지금 우리부터 끝내야 합니다!
이 당이 싫어서 저 당을 찍고, 이 놈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저 놈을 찍는 선거는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그놈이 그놈'인 세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오십 평생에 30여년 넘게 투표해온 이력 중에, 거의 처음으로 홀가분하게 제가 찍고 싶은 대로 투표를 해보았습니다. 자축할 날입니다!!
브라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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