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 본문보기
지은이 신정일
출판사 김영사
별점
울려고 마음 먹어서 울음이 나오겠는가?

  

엊그제 휴일에 종로 영풍문고에 나가 신간서적대를 둘러 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중에,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는 책 한 권이 눈에 띄어서 앞 부분 한 소절을 정신 없이 읽어 보았더랬습니다. 
 
문화사학자 신정일 선생이 집필 기간 3년 여 동안 우리 선인들의 문집 500권을 섭렵하며 "슬픔과 울음"에 대해 주옥같은 글 87개를 뽑아서 엮은 책이라는 소개가 참으로 기이하고 흥미로와서 [열하일기] 중 한 편을 읽어보았는데요...
 
지은이가 박제가의 말을 빌어 슬픔에 관해 정의하는 바가 또한 마음 한 구석을 때리더군요.... 
 
“‘글이라는 것이 봄바람처럼 가슴에 와닿는 느낌을 쓰면 아름다운 글이 되고, 슬픔이 지극하면 우는 것이지, 울려고 마음 먹어서 울음이 나오겠는가?’ 라고 반문하는 박제가의 말은 얼마나 지당한가

 
무엇이건 정해진 것도 없고 더욱이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그때그때 선택되는 모든 것들에 충실하고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이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바야흐로 봄이 저 만치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카시아 꽃향이 바람에 흩날리는 동산의 그늘녘에 앉아 친구와 더불어 풀피리 만들어 불던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떠오르거들랑,  오랫동안 못 만난 그리운 친구에게서 온 장문의 편지를 받아 반갑게 읽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면 어떨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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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 보면, 으레 신파조의 낙서글이나 모아 놓았음직한 것 같이 느껴지는데, 이 책이 양서만 출간하기로 유명한 [김영사]에서 발간한 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웬지 그리 가볍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들지요...
 
사내 이동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구입을 요청했던 책인데, 바로 구입해 빌려주어서 지난 주 이틀 정도 투자하여 읽어 보았더랬습니다...
 
앞서 책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인용해 잠깐 소개해 드렸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그 감흥이 새롭더군요...
 
책은 한 마디로 [고려,조선시대 조사 모음집] 이라고 보시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조사라고 하여, 말과 말을 이어주는 보조 낱말이 아니라,
울고 싶다는 제목에서 연상을 할 수 있듯이, 죽은 사람의 행적을 기려서 적은 글을 말합니다.
 
조ː사  (弔詞·弔辭)[명사] 남의 상사(喪事)에 조의(弔意)를 나타내는 글이나 말.
 
사방에서 성공을 부르짖고, 성공법에 대한 테크닉을 다루는 책들이 세간에 홍수를 이루는 와중에, 왜 갑자기 뚱딴지같이 사람 죽은 젯상에서나 들어봄직한 조사들을 엮은 책을 재미나게 읽었을까 싶으시겠지요만,
 
태어나서 누구나 몇 번은 아픈 이별을 경험하고ㅡ또 꼭 한 번은 죽음을 맞이하게 마련인 터라, 사람과 사람의 이별이나 영영 사별에 즈음한 감정의 애틋함은 다른 어떤 상황보다 더할 것입니다.
 
애를 끊는 고별사들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당대의 빼어난 문장가들의 정신적 깊이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 줍니다...
 
조사이건만, 젯상에서 울고 불고 통곡하는 침울한 느낌보다는, 죽음 앞에 산 사람의 정리를 뱉아 놓아 어찌 보면 잔잔한 정감이 흐르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주는 까닭이지요.
 
작가 신정일...문화사학자 /  
3년간의 연구조사와 집필 기간 중 500권의 책읽기를 통해 완성한 우리 옛 명문 선집,
열하일기, 지봉유설, 율곡전서, 난설헌집, 동국이상국집 등 역사 시간 중 실학에 대해 공부하던 시절에 들었음직한 고전들에 실린 박제가, 박지원, 이덕무, 정조, 등등 우리 귀에 익숙한  선인들의 글들을 풀어 현대어로 해석하여 엮어놓은 책입니다...
 
슬픔이 극에 달할 때 인간이 내뱉는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글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작가의 평에서, 작가가 슬픔보다는 기쁨과 즐거움을 좇는 작금의 세태에 반하여 굳이 이런 류의 책을 펴내는 연유를 짐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책의 구성은 다섯 개의 마당으로 편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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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바탕 울어봄직하지 아니한가 - 슬픔과 통곡에 대하여
 
2. 그대 상여소리 한 가락에 구곡간장 미어져 - 임을 여윈 슬픔
 
3. 강물 빛은 누님의 화장거울 같고 -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
 
4. 그대만이 나를 알아주더니 이제 어디로 갔는가 - 함께 어울렸던 벗들을 그리며
 
5. 하늘은 어찌 이리도 푸르고 푸른가 - 세상과 불화가 깊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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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마당 한 마당의 제목부터 벌써 운치가 넘쳐나지 않습니까?
 
 달 전쯤 영풍문고에 들렀을 때, 신간 전시대에서 이 책의 제목들을 본 순간부터 꼭 읽어봐야겠다는 필이 한 방에 꽂힌 것도 바로 이 중간 제목들의 유혹 때문이었던 듯 싶습니다...
 
 장의 제목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슬픔과 통곡의 의미에서부터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보내는 슬픔 -- 사랑하는 이와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나아가서 세상과 함께하지 못하고 먼 곳에 유배당해 세상을 관조하는 글들에 이르기까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 잃은 슬픔을 삭히고 삭혀 진득한 진액처럼 묻어나는 글들의 행간에서 감정의 찌꺼기들이 진하게 배어 납니다...
 
<주역>의 한 구절에 이런 말이 있답니다...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그림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
 
사람의 감정은 차마 말이나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음을 뜻하는지라, 의미가 더욱 심장합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그의 형인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되어 가던 길,
나주 주막거리의 율정점에서 헤어지며 쓴 <율정별> 이라는 시 한 편을 옮겨두고 싶어집니다.
 
  띠로 이은 가게 집 새벽 등잔불이 푸르스름 꺼지려 해
  잠자리에서 일어나 샛별 바라보니 이별할 일 참담하기만 해라
  그리운 정 가슴에 품은 채 묵묵히 두 사람 말을 잃어
  억지로 말을 꺼내니 목이 메어 오열이 터지네  --- <여유당전서>  
 
형이 흑산도에서 삶을 마감하게 됨으로써 이 시는 형제의 마지막 이별을 담은 시가 되었지요...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자의건 타의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또 뜻하지 않게 헤어집니다... 함께 한 동안의 기억이 아름답다면 헤어짐 뒤에도 슬픔을 넘어선 아름다운 추억이 남겠지요...
 
혹시 주변을 둘러 보아, 어느 순간 헤어지게 된다면 무척이나 마음에 오래도록 회한으로 남을 것같은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돌아보시지요....
 
친구든, 가족이든, 또 일을 같이하는 동료든...
당장 내일이라도 헤어질 것 같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본 뒤에는 그들이 무척이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들로 새록새록 다가올 것입니다....
 
[ 원문 작성일: 2005/05/16 + 2005/07/15, 이미지 삽입: 2009/06/11 ]

Posted by 렛츠고
,

09.05.28 10:04  http://cafe.daum.net/mindong1990/MnGi/13

끝내 나를 울린 노무현의 자전거

 

만난사람들 2009/05/24 11:26

출처: http://v.daum.net/link/3238186/http://geodaran.com/1204

 

 

울음을 몇번 참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노트북을 켰을 때 뜬 노대통령서거 소식엔 그냥 멍했습니다. 
관련 기사를 몇 개 읽어도 아무런 감정이 얹히지 않았습니다.
얼마뒤 아침상이 차려진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락프로를 보고 있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노대통령 죽었다."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뭐"하며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습니다.
아무 대답 않고 리모콘으로 다른 채널을 돌렸습니다.
mbc에서 노대통령서거 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앵커의 뒤로 노대통령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습니다.
생전 영상들이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목소리를 타고 흘렀습니다. 
tv를 통해노대통령 모습을 보니 그때야 가슴 속이 뜨거워졌습니다. 
목 아래 부분을 꽉 잡아맸습니다. 조금이라도 풀리면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습니다.
애들과 아내와 같이 앉은 밥상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습니다. 

울컥할 때면 눈을 테레비에서 뗐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그냥 다른 데 보자"라며 결국 테레비채널을 돌렸습니다. 

밥을 다 먹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다시 노대통령서거를 추도하는 네티즌들의 댓글과 글들을 읽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소식을 듣고 통곡하셨다는 분, 이럴수가 없다며 분에 못이겨 하시는 분, 

그분들 한분한분의 이야기가 또 가슴의 눈물통을 찔러댔습니다. 
이렇게 누가볼까 눈치보며 흘리는 눈물은 싫었습니다. 목 아래를 꾹 눌렀습니다.

가방을 챙겨 봉하마을로 향했습니다.
차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바라보는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도 못하고 꾹 삼켜야하는 그분의 심정이 얼마나찢어졌을까?

바위에서 떨어지면서 또 얼마나 아프셨을까? 

병원에 실려가면서 그 짧은 의식 중에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이젠 눈물통이 출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눈물통을 부여잡고 봉하마을까지 운전했습니다. 

봉하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노란리본을 보자 또 울컥거리기 시작합니다.
봉하마을에 들어서자 눈이 충혈된 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안울려고 애써 돌리며 커피를 한잔 삼켰습니다.

민주당의원이 지나가자 명계남님이 왜 저 사람들 들이냐며 분해하며 오열하십니다.
나도 눈이 그렁그렁해졌습니다.
한방울 흘렀습니다.
참다못한 눈물이 조금씩 맺힐 때면 슬픔 한모금이 삼켜졌습니다. 
눈물을 안보이려 카메라를 눈에 갖다댔습니다. 
목아래 쪽에 변통같은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혼자 울고싶었습니다.
이렇게 남들 눈에 뛸라 걱정하며 울고싶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시원하게 울고싶었습니다. 
안경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흐른 한방울 눈물을 얼른 치웠습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그만 이 사진을 찍으며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말았습니다.
노대통령운구차를 기다리는 시민들 위로
노대통령님이 천연덕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너무 큰 슬픔이 다가왔습니다. 슬픔이 너무 커 삼킬 수 없었습니다.
훔칠새도 없이 볼을 타고 슬픔은 주루룩 흘러내렸습니다. 


저 해맑은 표정을 보고 도저히 울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물을 고이 흘렸습니다. 콧물도 흘렀습니다.

목아래의 변통이 사라지면서 시원해졌습니다.

하늘을 처다봤습니다. 그를 절대 못잊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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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메일(05.5.16): 울려고 마음 먹어서 울음이 나오겠는가? 조회(202)
때때로 메일 | 2005/05/16 (월) 15:28
 

웬 사진이냐고요?

멀리 북한산에 올라서 찍은 게 아니고요아침에 잠 깨어 베란다 밖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펼쳐 보이는 빌라 4층 꼭대기, 저희 집 창 밖의 요즘 풍경입니다. 아카시아 향이 진하게 풍겨오는 집 앞 동산에 아침마다 짹짹거리며 바삐 먹이를 날라대는 까치 식구들의 둥지 모습이지요... 
매일처럼 그냥 쳐다만 보다가 해묵혀 놀리던 '디카'의 셧터를 한 번 눌러 보았지요.

안녕하세요, 최규문입니다 4개월 여만에 드리는 인사로군요...
 
5년 가까이 매달 꼬박꼬박 보내던 [때때로메일]을 쉰 지 어느 새 4개월이 넘어갑니다...
그 동안 다들 무고하셨지요? !!   오랜만에 인사 받으시는 분들께는 송구스럽단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1. 
뜸한 인사, 변명 하나...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겠지요?
 관심을 갖고 이따금씩 제 안부를 물어오시는 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 때문에, 그간 소식 전하지 못한 사유를 해명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부담감이 먼저 드는군요... 
 
아파서 몸져 누워있었던 것도 아니고국내를 비웠던 것도 아닙니다. 바뀐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연말연시를 보내고 난 후유증이었던지, 2월달 설날 연휴를 지나면서 잠시 긴장을 풀다가 그만 "페이스"를 잃었달까요, 약간의 의욕 상실증이 찾아와서 한 동안 제 스스로의 말문을 닫았더랬습니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슬럼프처럼자연스런 현상이라 넘길 수도 있었을 터인데, ? 그런 의욕 상실증이 찾아 왔을까 곰곰이 따져 보니까 근본적인 답은 오히려 다른 데서 찾아지더군요..
 
종종 보내는 메일을 통해 말했던 이런 저런 내용들에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 정말 제 스스로 제대로 실천을 하면서 떠드는 말인지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갖추고 있는 것인지 자신의 모습이 불현듯 무척 가식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1월에 천성산 도룡뇽 살리기를 위해 단식을 하던 지율 스님 얘기를 전하고는과연 메일에서 언급한 내용들에 대해 내 스스로는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 많이 들더군요... 
 
그 때문이었을까요, 한 동안 스스로 겸연쩍어서 메일이나 글을 쓰기가 쉽지 않더군요...
뭐 하나 스스로 실천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남들 앞에 이런 저런 말들을 뱉아 낸다는 것이 낯부끄러워서요
... 
 
그렇게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두 달이 세 달이 되고, 어느새 네 달이 흘러버렸지요...
그 사이 진달래도 지고개나리도 지고, 활짝 피었던 꽃잎들도 푸른 새 잎사귀 속으로 파묻혀 사그러드는 모습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인생은 죽을 때까지 쉼 없이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서른이나 마흔을 넘기면서 신체적인 활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갈고 닦기를 멈추지 않는 한 정신만큼은 죽을 때까지 꾸준히 성장을 멈추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 스스로 쌓아온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삶의 지혜랍시고 내뱉는 말이나 글들이 비록 극히 짧은 경륜을 담은 것인 만큼 결코 완전한 모범이 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아주 틀린 것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되더군요...
 
, 사람이 간절한 꿈을 이루고자 하면 만인에게 "비전을 선포하여 공유하라" 고 했듯이, 자신의 생각과 삶의 철학을 만인에게 공표하는 행위가 역으로 자신에게 실천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논리 또한 제가 다시 메일을 쓰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때때로메일, 그리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2.
오랜 닉네임, "렛츠고"의 위기
 
지난 주, [받은 편지함]에 들어온 메일 한 통을 읽어 보고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제가 10년 가까이 즐겨 쓰던 아이디로, 누군가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개설했다는 내용의 메일이었거든요...
 
메일의 제목부터가 약간 심상치 않았더랬습니다.  메일 헤더가 이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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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다산연구소 [mailto:noticeMaster@edasan.org]
Sent: Monday, May 09, 2005
5:10 PM
To:
gmchoi@eklc.co.kr
Subject:
젊음과 함께 ‘Let's go.’

(
본문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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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건 특별히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다산연구소]는 올해 초, 휴넷 골드클래스에서 주관한 박석무 의원 특강에 참석했다가 그 분 말씀에 공감되는 바가 많아서다산연구소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한 주에도 몇 통씩 좋은 메일을 받아보던 터라, 스팸은 아니었으니까요.
 
정작 문제를 느낀 건 그 편지를 읽어보고서였습니다잠시 눈 앞이 침침해지더군요... 
제목에 쓰여 있던  ‘Let's go.’ 라는 표현이 그저 의례적인 제목이겠거니 하고 열어 보았는데어떤 유명한 분이 "렛츠고"라는 이름으로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개설했다는 내용이었거든요.
 
그 미니홈피의 주인공이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분이었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서울시장을 거쳐서 국무총리를 몇 번 역임하고, 청렴 선비의 표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분, 게다가 차기 대선에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서라도 대통령 후보로 나오지 않겠냐고 심심찮게 거론되는 , 바로 고 건 전 총리의 미니 홈피 였거든요...
 
직접 보실래요여깁니다... 
http://cyworld.nate.com/letsgo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길래 문제냐고 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제 아이디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왜냐면, 제가 렛츠고(letsgo) 라는 아이디를 처음 쓰기 시작한 건, 우리나라에 PC통신 서비스가 등장하던 90년대 초반,  [나우누리] 시절부터 벌써 10년이 넘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하나로통신이 ADSL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홈페이지 서비스를 처음 제공하던 시절부터 줄곧 "ID : letsgo" 로 신청을 해 왔고, 딱히 중복 아이디라고 거부되지 않는 한 늘 1순위로 letsgo를 신청해 이용하고 있지요....
 
덕분에 지금도 회원으로 있는 대부분의 웹사이트에서 사용중인 제 아이디가 letsgo 랍니다.
개인 홈피 주소도 하나포스의 letsgo 이고 (http://myhome.hanafos.com/~letsgo ) 싸이월드의 접속 아이디 또한 99년부터 사용하던 메일 주소(letsgo@orgio.net) 로 되어 있지요.
 
하나로통신 개시 시절부터 줄곧 "렛츠고"를 닉네임과 게시판 필명으로 고집해 온 저로서는, 싸이월드의 "렛츠고" 전혀 예기치 않았던 분에 의해 점용당하게(?)  급작스런 사태를 맞아 그 동안 사용해오던 제 아이디의 정체성을 놓고 잠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상대의 격이 격인 만큼, 앞으로 "렛츠고"라는 아이디나 필명을 사용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해야 하는 일거리가 하나 텀탱이로 생긴 셈이니까요.

역시 아이디는 처음에 잘 정해야 한다는 새삼스런 깨달음과 함께, 이왕 한번 정했으면 영향력이
있는 큰 사이트는 미리미리 아이디를 부지런히 선점해 두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오래 정이 들어서 버리고 싶지 않은 아이디를 갖고 계신 분이나, 제 경우처럼 다른 사람이 선점하게 되면 자기 정체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는 분이 계시면 꼭 미리 미리 해당 사이트의 아이디를 서둘러 찜(!)해 두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3. 책 이야기, 몇 가지
 
지하철을 이용할 때면 습관처럼 책을 펼쳐 들곤 하는데, 최근에 읽었거나 지금 읽고 있는 책들 중에인상에 남는 것들이 몇 권 있었습니다.  훑어 보자면....
1) 우체부 프레드 / 2) 몸의 혁명 / 3) 셀프 마케팅 / 4) 6시그마 국부론  등이고요...
 
, 그리고 저희 리더십센터의 조직 문화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아 매경에서 발간한 [우리는 이상한 회사에 다닌다] 는 제목의 신간도 주변 분들께 많이 권하고 있습니다...
 
[우체부 프레드]는 워낙 유명한 책이니까 많이들 보셨겠지요... 
자신의 평범한 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어떤 직업이나 직종에 종사하든지, 개인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삶의 원리를 담담히 짧으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는 책이지요.
 
우체부 프레드의 실화를 기초로 하여, 실제 미국에서는 "프레드상"이 제정될 정도라니,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작은 사례들을 통해 큰 기본원리를 정리해내고, 그것을 모델로 크게 키우는 미국 사람들의 본능적인 상품개발 능력에 대해서는 늘 경의를 표하고 싶어집니다.
 
[몸의 혁명]은 현대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대부분의 성인병, 예를 들자면 당뇨, 고혈압, 관절염, 비만, 디스크 등등 대부분의 질병들이 그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보면 궁극적으로 잘못된 자세로 인해 휘거나 굽어진 척추나 삐어나온 고관절로 인해 몸의 균형이 상실되고이로 인해 신경이나 내분비계의 장애가 발생하는 데 기인한 것이라 보는 것입니다.
 
당연히 목에서부터 발끝까지 뼈대의 위치를 바로잡아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아주면 이러한 질병들이 대부분 예방 가능하다고 보고, 이러한 교정을 위해 필요한 간단한 운동(체조)이나 자가 교정법의 원리를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장시간의 컴퓨터 활동이나, 운전에 의존해 몸을 움직일 기회가 부족한 현대인들, 혹은 운동 스트레스에 시달려 과도한 운동을 하거나 잘못된 동작으로 관절에 무리한 힘을 가해서 오히려 병을 키운 분들이라면,  이 책을 "믿거나 말거나" 한번 읽어보시라고 적극 권합니다.

책에서는 누구나 집에서 편하게 따라할 수 있는 여덟가지 기본 동작을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소개하고, 대한민국의 의료비 절감을 위한 국민운동으로 [몸살림운동]을 제안하고 있는데요, 관심이 가는 분은 아래의 사이트를 들러보시면 그 취지와 방법을 어렵지 않게 얻으실 수 있으니, 혹 주변에 이런 성인병으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면 한번 꼭 들러 보십시오.
[셀프 마케팅]은 마케팅의 기본원리 4P를 개인에게 적용시켜 볼 때, 현대인들이 갖추어야 할 개인의 상품성(전문성)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아주 읽기 쉽고 편안한 소설식 구성을 통해서 코칭 방식으로 알려주는 내용의 책입니다. 
돈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모범이 되고 있는 분께서 선물로 읽어보라며 보내주신 책인데, 정말 괜찮은 내용이어서 주변분들께 적극 권하고 있는 책입니다.
 
마케팅 하면 약간은 원론스러워서 대학 교재가 연상되거나, 외국의 여러가지 번역서들이 먼저 떠오르는게 일반적이지만, 이 책은 순수 한국인인 저자가 자신의 십수 년 마케팅 종사자로서의 활동 경험을 기초로, 소설식으로 구성해서 매우 읽기가 편하다는 점에서 아주 좋습니다.
 
제가 빌려드려 이 책을 읽은 주변분께서 "좋은 책 소개해줘서 고맙다" 며 점심까지 사주시더군요.
공짜로 선물받은 책으로 점심까지 덤으로 선물받았던 책입니다그러니, 당근 권할 만하겠지요....
 
[6시그마 국부론]은 이제 겨우 절반 정도 읽었기 때문에 나중에 평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제가 <식스 시그마>에 대한 책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요이 책은 에버랜드에서부터 삼성의 전 계열사로 식스시그마를 전파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저자 (나수천) 님이 식스 시그마의 실무 적용 방법을 위주로 핵심을 잘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소개받아 공부 삼아서 열심히 읽고 있는 중입니다.
 
조직의 경영 문화 혁신을 위한 실무적 방법론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한 번 보시면 좋을 듯...


4.[때때로메일]
의 길이에 대한 변명...
 
간혹 살아가면서 겪는 주변 얘기들로부터 도움이 될 성싶은 몇 가지 정보들을 섞어서 한 달에 한두 번  제 개인적인 안부를 겸해서 전하는 편지를 [때때로메일]이라는 머리글을 붙여서 이메일 주소가 등록된 분들께 보내드리고 있는데요제가 보내드리는 메일을 두고 이런 저런 조언들을 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너무 길어서 읽기에 부담스럽다는 의견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주변에서 발생하는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생각할 "꺼리"  비슷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어서 좋다는 평까지 여러가지 의견과 함께 애정어린 제안을 해주시곤 합니다. 
 
어떤 내용이든 모두가 저에 대한 애정을 담아서 해주시는 피드백이자 조언들이기 때문에 저 역시 매우 주의 깊게 그러한 평들을 귀 기울여 듣곤 하는데요... 그 중 이따금씩 받는 제언이 메일의 길이를 줄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메일의 길이에 관한 한, 앞으로도 줄일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그 분들의 조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안부를 통해 삶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기를 원하는 것인 만큼, 저를 아는 분들 중에읽어서 반갑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분들만 한가한 시간에 열어 보시길 희망하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많은 업무를 메일로 처리합니다.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밀려오는 스팸 메일이나 광고 메일의 홍수더미에 넌덜머리를 내는 당사자 중의 한 명이지요, 굳이 읽고 싶지도 않은 메일들이 마구 쏟아지는 스팸 문화에 대해 결코 바람직하고 보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특별히 도움되는 정보도 없고, 그렇다고 인간적인 정분을 나눌 여지도 없는 메일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삭제해버리고 있지요. 하지만, 스팸 메일이 넘치면 넘칠수록 그리운 것이 바로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담긴 친구나 동료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이더군요...
 
지극히 업무적인 메일들이 난무하고, 상업적인 목적의 메시지들에 너무나 시달려온 탓인지, 어떨 때는 친구나 지인들이 안부용으로 보내온 메일마저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쓸 데 없이 군 소리 장황하게 늘어 놓지 말고 "용건만 간단히!"  정리해서 보내라는 것이지요...
 
우리네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의 소산인지도 모릅니다만점점 참을성이 없어져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거울에 비춰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심하면 슬퍼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엊그제 휴일에 종로 영풍문고에 나가 신간서적대를 둘러 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중에,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는 책 한 권이 눈에 띄어서 앞 부분 한 소절을 정신 없이 읽어 보았더랬습니다. 
 
문화사학자 신정일 선생이 집필 기간 3년 여 동안 우리 선인들의 문집 500권을 섭렵하며 "슬픔과 울음"에 대해 주옥같은 글 87개를 뽑아서 엮은 책이라는 소개가 참으로 기이하고 흥미로와서 열하일기 중 한 편을 읽어보았는데요...
 
지은이가 박제가의 말을 빌어 슬픔에 관해 정의하는 바가 또한 마음 한 구석을 때리더군요.... 
 
 “‘글이라는 것이 봄바람처럼 가슴에 와닿는 느낌을 쓰면 아름다운 글이 되고, 슬픔이 지극하면 우는 것이지, 울려고 마음 먹어서 울음이 나오겠는가?’ 라고 반문하는 박제가의 말은 얼마나 지당한가.
 
무엇이건 정해진 것도 없고 더욱이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그때그때 선택되는 모든 것들에 충실하고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이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바야흐로 봄이 저 만치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카시아 꽃향이 바람에 흩날리는 동산의 그늘녘에 앉아 친구와 더불어 풀피리 만들어 불던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떠오르거들랑,  오랫동안 못 만난 그리운 친구에게서 온 장문의 편지를 받아 반갑게 읽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면 어떨른지요?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오른다면때때로 보내는 안부 메일마다 제가 긴 장문으로 채우기를 주저하지 않고 굳이 고집하는 이유를 조금은 헤아려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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