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았거나, 비중은 있는데 단신 보도한 내용을 전합니다.
"아들아, 이런 대통령이 있었단다."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게시판에 '타잔'이라는 누리꾼이 쓴 글의 제목이다. 그랬다. 전국 곳곳에 세워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어린 아이의 손을 이끌고 온 젊은 부모들이 많았다. 그들의 심정이 딱 저 글의 제목과 같지 않았을까.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영정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군지 모를수도 있다. 하지만, 먼 훗날 어른이 돼 어린 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부모님이 왜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도 감사를 표한 유시민 전 장관
서울역 광장 공식분향소에서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주 중 1명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 전 장관의 오랜 인연을 감안하는 사람들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아들'이 서울에서 상주로 추모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에 애틋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유시민 전 장관은 추모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미안합니다" 그리고 "면목없습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서거 직전, 담배를 피우고 싶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담배를 바친 그의 모습 또한 추모객들에게는 기억이 남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면목없습니다", 어쩌면 추모객들에게 남긴 인사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향한 자책일지도 모르겠다.
유시민 전 장관은 부모를 따라온 어린 아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직접 봤다면, 정치인의 의례적인 제스처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인연의 힘, 유시민 전 장관 어머니의 "내 아들아..."
인연의 힘은 강하다. 진심 어린 인연은 그 진심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시킬 수 있다. 노무현과 유시민, 두 사람은 그랬다. 그들은 정치적 어려움 뿐만이 아니라 인간적 어려움까지 함께 했던 '친구'였다. 어려움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인연은 그만큼 진할 수 밖에 없다. 그 진한 인연의 힘이 진심을 만드는 것이다. 그 진심이 통했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 전 장관과 악수를 나누며 서로 위로하길 원했다.
추모객 중 할머니 한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보자 복받쳐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 부축하며 곁에서 할머니와 같이 절했다.
"아들아...내 아들아..."
알고 보니 할머니는 유시민 전 장관의 어머니였다. 유시민 전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아들'이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시민 전 장관 어머니의 '또 다른 아들'이었다.
"좋은데 가셨으니까 좋은 일 많이 하셔야죠. 이미 가셨으니까. 좋은 일 많이 하실거에요. 좋은 나라에 가셔서요. 그것 밖에 바랄 수가 없잖아요. 이제는 믿을데가 없잖아요."
어머니의 진심어린 슬픔을, 모자란 필력으로는 전할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진심어린 인연으로부터 비롯되는 진심어린 슬픔, 진심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다.
고인을 향한 추모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역사의 현장이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노무현 전 대통령,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일까. 넉넉한 웃음과 함께 흐르는 땀을 닦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은, 그렇게 저마다의 가슴 속에 새겨지고 있었다.
[글 = 박형준 , 영상 = 미디어몽구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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