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끝자락!  지난 금요일, 1박 일정으로 회사 워크숍이 있어 양평 한화콘도에서 새벽 늦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다행인지, 10월의 마지막밤은 근처 용문산에서 대학교 시절에 함께 고락을 나누었던 동기들의 가족모임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점심을 먹고 회사 직원들과 헤어진 뒤, 다시 2차 엠티 장소로 옮겨서 2박째 외박을 했지요...

전날 워크숍 회의 중에 집에서 약간은 급박한 듯한 전화가 걸려왔는데, 무시하고서 회의를 끝내고 저녁 무렵에 전화를 했더니,  집사람 왈, 아이가 신종플루 검사받은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고 어찌했으면 좋겠냐고 물어오더군요...  지난 주 일요일 밤부터 고열이 있길래 월요일에 바로 근처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혹시 모른다고 해서 지어준 타미플루를 복용하면서 한 주 동안 내내 학교를 쉬게 했던 터에, 금요일 늦게서야 확진 결과를 통보받은 것입니다. 

다시 한번 병원에 가서 의사의 소견을 물어보고 이번주 학교 등교 여부를 결정하라고 답해놓고 이틀째 밤을 오히려 속편한 마음으로 물 맑고 공기 좋은 양평의 산자락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때웠더랬습니다... 신종 플루의 특성이 통상 감염 이후 4-5일 동안만 특별한 위험 증상 없이 지나면 되는 것이라니, 실상 고비는 모두 지나간 셈이어서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었거덩요...

토요일, 점심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노오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지를 적시며, 가로수 떨어진 낙엽들을 추적추적 적시는 모습이 마치 어느 가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마냥 약간은 처량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더해 주더군요....

이 비 개고 나면 성큼 영하권으로 접어들 거라는 기상대의 겁주는 예보도 한 몫을 했던지, 모이기로 했던 가족들 중 몇 가족이 못오는 바람에, 2층 독채로 얻어 놓았던 펜션의 방들은 아주 널널하게 여섯 가족 십여 명이 오붓하게 모여 10월의 마지막 밤을 밤새 그치지 않는 가을 빗소리를 배경 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로 채웠지요...

전날 밤 새벽까지 무리했던 탓인지, 중간에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 나서야 겨우 기운을 차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연짱해서 이틀 동안 소주에 웃음소리를 안주 삼고 밤을 벗삼아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늦은 잠을 청했지만 아침은 금새 눈이 떠지더군요....  펜션 단지의 아침을 깨울 겸, 졸린 눈을 추스리며, 뒷산 능선을 타고 산보를 하면서, 깊어가는 용문산 자락의 가을 풍경을 아쉽게나마 휴대폰(쿠기폰_모델:LG-SU910)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좋은 카메라를 챙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했지만, 오늘의 풍경이 내일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남겨본 컷들입니다.  성큼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월요일 저녁, 2009년 가을의 끝물을 풍경 몇 장으로 남겨 둡니다....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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