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웹시대 한글의 과학성과 유용성, 그리고 세계 언어학상 따를 수 없는 뛰어남에 대해서는 지난 번 8.15 광화문 한자현판 복원 개악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견지에서 올린 몇몇 개의 포스트를 통해서 충분히 전달했었지요..

한글날을 지나면서 몇몇 방송프로그램을 보니까, 새삼스레 훈민정음의 위대성을 다시 새겨보는 내용들이 담겨 있더군요. 제가 근래 놀란 것 중 하나는 지난 10월 5일에,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헐버트 박사에 대한 기념 학술강연장에 잠시 들러서 제프리 존스를 비롯한 미국의 한국 내 파견 관리들의 한국말 구사 능력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또 정확하게 우리말을 읊어내는 그들의 능력과 노력을 보면서, 얼마 전에 리비아에서 문제가 되었던
외교관 마찰이 아랍어를 할 줄도 모르는 대사관 직원들을 보내 놓고 현지에 있는 현대그룹 사람들에게 외교적 통역을 시키다가 문제가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바 있었기에 외교관이 현지의 언어나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새삼스레 느꼈거든요.

그런 와중에 이번 한글날에 제 주목을 끈 것은 외국계 기업인 구글이 한글을 위한 키보드를 개발했다는 기사였습니다.
혹자는 구글이 국내에서 네이버 등에 밀리는 이유를 여러가지로 만들어 대지만, 저는 구글의 원대한 꿈과, 사용자 편의성을 우선적으로 여기는 사용자 지향성, 그리고 모든 지식과 유틸리티를 공유함으로써 웹을 더 풍성한 나눔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구글리즘을 존경스러운 마음을 갖고 칭찬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제 스스로 페이스북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지만, 어쩌면 구글이 없었다면 페이스북같은 서비스도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 만큼 구글의 철학과 사상, 그들이 끼친 웹 문화의 일대 혁신은 두고 두고 재평가되고 다시 그 뜻을 음미하고 공부하고 더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봅니다. 아래 한글날 구글이 내놓은 한글 자판도 그런 의미에서 결코 소홀히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문을 퍼서 옮겨 놓습니다....


이번 한글날에는 한글 단모음 키보드로 한글을 보다 쉽게 입력하세요~

작성일: 2010년 10월 8일 금요일

안녕하세요, 구글코리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허윤철 입니다. 내일 한글날을 맞아 ^^, 스마트폰에서 한글을 보다 쉽고 편하게 입력할 수 있는 키보드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다름아닌 [단모음 키보드]입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단모음 키보드는 이번 5일, 안드로이드 마켓에 새로 올라온 안드로이드 2.2용 구글 한글 키보드 애플리케이션에 포함된 새로운 기능 중 하나입니다. 이 기능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키보드를 개발해 보자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다시말해 이미 천지인이나 나랏글(옛 ez한글) 등 훌륭한 자판 형식이 나와 있기 때문에, 또하나의 완전히 새로운 자판 형식을 고안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대신에, 저희는 오타가 많이나서 가장 불편해하는 스마트폰에서의 입력 문제를 풀어보자 라는 생각을 갖고 백지 상태에서 아예 다른 각도로 개발 접근을 했던 것입니다.

우선, 가장 자주 사용되는 한글 문장들을 분석하여, 여기에 사용되는 각 자음과 모음의 활용 빈도를 구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흔히 쿼티(qwerty )자판으로 알고 있는 두벌식 자판이 이러한 점을 의외로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 화면의 크기 상, 키의 사이즈가 작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두벌식 자판은 자음 모음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스마트폰에서 두 엄지로 입력할 경우 두 손가락의 분담이 의외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몇 개의 키만 삭제 또는 조정하여 다른 키의 크기를 키울 수 있다면, 현재 두벌식 자판의 최대 단점을 해결하고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기 더욱 편리한 자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두벌식 자판에서 가장 낮은 빈도로 사용되는 음은 'ㅔ', 'ㅐ'를 제외한 복모음과 'ㅋ', 'ㅌ', 'ㅊ', 'ㅍ' 과 같은 격음이었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이러한 음소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격음의 경우, 격음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다른 자음으로 채워 넣으면 원래의 자판 모양이 많이 헝클어지는 반면,복모음의 경우에는 'ㅗ'의 위치만 변경하면,나머지를 원래의 위치에 그대로 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끝에 최종적으로 복모음 부분만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눈치를 채셨겠지만, 이 기능의 이름은 단모음 키보드지만 실제로는 일부 복모음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키보드의 가장 큰 특징이 주요 복모음을 제거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특징을 더욱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자 단모음 키보드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제가 안드로이드용 구글 한글 키보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구글의 여러나라의 입력기 팀들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알파벳을 쓰지 않는 세계의 주요 언어 중 사용자가 발음하는 그대로를 입력할 수 있는 언어는 한글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글날을 맞이 해서, 이런 훌륭한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신 세종대왕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희가 단모음 키보드에 대해 크게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이 기능을 사용해 주시고 좋은 평가를 주신 사용자분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PS. 단모음 키보드 사용법구글 한글 키보드에서 단모음 키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 한글/ABC키를 오래 누름 > 한글 키보드 설정 > 한글 키보드 종류 > 단모음 키보드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 쌍자음(ㄲ)이나 복모음(ㅑ)을 입력하시려면 해당 자음(ㄱ)이나 모음(ㅏ)를 두번 연속해서 누르시면 됩니다.
- '학교'와 같이 'ㄱ'이 연속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학'까지만 입력하시고,0.5초후에 '교'를 입력하시면 됩니다.

작성자: 구글코리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허윤철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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