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와 소년"
대학로에 나름 전통을 갖고 있는 [학전 블루]에서 상연중인 연극 공연의 제목이다.
생계 유지를 위해 변두리 어느 노인요양시설에 치매급 환자로 위장해서 생활하는 왕년의 복서, 붉은 사자와, 거기에 불량 친구의 죄를 대신 뒤짚어 쓰고 사회봉사 노역형을 치르기 위해 페인트 공사며 허드렛일을 하러 온 소년이 요양원 안에서 "조우"하여(우연히 만나) 벌어지는 과거 삶의 회상과 남은 삶을 위한 도전과 탈출을 다루는 내용이다.
초연이 2012년이었다고 하니, 벌써 10년은 묵은 작품이다. 소재는 영화 "빠삐용"을 모사한 듯한 느낌이라... 내용이 다소 뻔해 보인다. 노인이 아이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치고, 역으로 소년이 노인의 꿈을 되살리는 식의 신파조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공연 자체 내용에서 그다지 큰 감동이 온다던가, 절실한 공감이 일거나 하진 않았다.
원작을 번안한 것이라 하고, 원작의 제목이 Das Herz eines Boxers (복서의 심장) 인 것으로 보아, 독일 원작으로 보인다.
꿈의 탈출 목표지를 목포 어느 곁에 친구가 반겨줄 섬으로 잡은 것이 조금 의아스럽고, 복서의 과거 영광이 배고픈 복서가 해외에서 어렵게 얻은 승리라는 게 여러가지로 그리 자연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번안작의 한계나 어려움이긴 할 테지만 한 마디로 설정이나 주제 의식 전체가 요즘같이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세태와 세상을 염두에 두자면, 왠지 모르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한 진부함을 선사한다...
다만 어떤 작품에 대한 느낌(감상평)이나 호불호는 관객의 마음 상태와 조건, 작품을 보는 시선과 관점 등에 따라서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간에게는 밋밋하고 진부한 작품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울림을 주기도 한다.
그런 만큼, 그나마도 일년에 한두 번 연극 공연을 가질 기회 자체를 누려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꼭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대학로 소극장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사실 내가(정확히는 우리가) 대학로를 찾기 시작한 게 5~6년은 더 넘은 듯 싶다.
소셜스쿨이라는 학습 커뮤니티에서 만난 동문생들끼리 우연히 북악산 산행 모임을 명륜동 뒷산의 와룡공원에서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산행 대신 누구라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연극 공연을 한 달에 한 번 씩이라도 보는 모임을 가져보자는 제안에 호응하여 소박한 연극 관람 소모임이 만들어졌던 게 2014~5년 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북악동우회" 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나중(지금)은 "얼숲감나무" 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처음에는 스터디 동문 모임에서 참여 폭을 공개하고 열어서 지금은 연극 관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싶은 모두에게 문을 열어놓은 모임이다. 벌써 5~6년이 넘은 모임인데, 문제는 이번 모임이 코로나로 인해 공연 무대가 사라진지 거의 2년만에 어렵사리 가진 모임이었다는 데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한 달에 한번 관람이 목표 아닌 목표였기 때문에... 코로나가 닥치기 전에 우리가 소화해낸 연극들이 한두 편이 아니다. 나름 이름 있고, 작품성이 있다고 소문난 작품들은 거의 다 추리고 추려서 보았기 때문에... 나름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다. 아마도 오늘 본 "복서와 소년"이 그닥 감흥을 크게 주지 못한 것도 어쩌면 지금까지 봐온 공연들과의 차이 때문에 기대치에 못 미친 때문이었을 것이다.
암튼, 공연보다 더 좋았던 것은 뒤풀이 시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모일 수 있는 인원이 줄었던 것은 둘째고, 오프라인 공연 자체가 열리지 못해서 오고 싶어도 못 왔던 탓에 연극에 굶주렸다기 보다는 사람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에 굶주렸던 탓이다.
모임 인원은 맞춤 맞게 8명, 4인용 식탁 두 개를 풀로 차지하고 앉아서 간만에 치맥 안주에 쐬주 안주로 오뎅탕을 얹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뒤풀이를 즐겼다. 이게 얼마만인가, 작년 초부터 시작된 거리 두기 였으니... 꼬박 2년이 다 된 마당에 8명이나 한 자리에서 술잔을 마주치며 건배를 했으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의 감동"을 표현하는 단 한 장의 사진을 고르라면 바로 이 사진이다!!
여덟명이 함께 건배하는 사진을 찍기까지 거의 2년을 기다려야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공연보다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더 절실하고 좋았던 날,
집필에 집중하느라 꼬박 한달간 쌓였던 피로를 소맥 한 잔으로 풀어낸 기분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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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디어 강의안 업데이트 마무리차 조언통화 감사!
2. 겨울철대비 보일러 누수 발견 미리 수리조치 다행
3. 원고작업 마지막고비 통과 집필공정율 85% 통과!
4. 2년만에 가진 대학로 공연관람 후 뒤풀이에 감사!!
#백일백포_066 D-3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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