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솔직히 한때 장하준 교수와 장하성 교수를 자주 혼동했습니다.  장하성 교수는 예전에 정책연구 관련 시민단체의 편집일을 하는 동안 원고를 청탁하느라 몇 차례 면식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분이 경실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시면서 삼성의 에버랜드 편법 증여 등에 대한 고발 및 대기업 소주주 경영 참여 운동 등을 할 때 그 이름이 종종 언론지상에 거론되었기 때문에 조금은 아는(?) 사이였죠... 그런 인연 때문인지, 장안에 국방부 금서 목록 1호로 장 모 교수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책이 꼽혔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저는 장하성 교수님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썼나 보구나 하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아무튼 그만큼 경제 분야에 대해서라면 학문적 논리든 실물 정책이든 별 관심 없이 살아왔지요. 그런데 이전 직장의 경영지원실에 계신 동료 팀장님과 식사 자리에서 추천할 만한 책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우연히 장하준 교수님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그 팀장님 왈,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저자가 장하준이란 분으로, 자신이 보기에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한국경제의 위치를 이 분만큼 제대로 짚어내고 있는 분은 없는 것 같다는 평과 함께 장교수님이 쓰신 책을 몇 권 추천해 주시더군요.  사실 그때서야 비로소 장하준과 장하성이 다른 사람이었구나 하고 머리 속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러고서도 근 1년 여가 흐른 지난 주말에서야 드디어 문제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었습니다. 물론 장하준 교수님이 쓴 여러 권의 책 중에서 제일 먼저... 책의 부록으로 함께 수록된 2시간짜리 강연 및 질의응답 DVD 동영상을 통해 화면으로나마 장교수님의 얼굴도 처음으로 제대로 접했습니다. 책에서 풀어내는 상당히 공격적인(?) 논리에 비해서 인상은 매우 온화하고, 시민운동가 혹은 투쟁가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더군요. 그냥 수수하고 수더분한 학자풍이고, 그냥 깔끔한 교수 스타일이더군요...

책의 논리가 공격적이라 한 것은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이 책에서 이른바 '나쁜 사마리안'으로 '신화 혹은 미신(Myth)'을 퍼뜨리고 있는 주범으로 공격 받는 '자유무역 신봉론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공격적이겠지만, 정작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농민이나 민중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유있는 항변'에 가까우므로 내용적으로는 '방어적이거나 변호적'이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니까요...

80년대 우루과이라운드로 국내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이래 21세기를 맞은 지금까지 근 20여년 동안 전세계를 풍미하며 작년 말 미국발 전 세계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좀처럼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이른바 "세계화 대세론자"들의 "신자유주의" 경제론에 대해 여태 속 시원한 반박논리나 대안을 접해보지 못해 무척이나 답답해했던 저에게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마치 제 자신의 지적인 게으름을 꾸짖고 있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습니다.

신자유주의의 허구성에 대한 반론이나 대안이 없기는 커녕,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종일관, 줄기차게 신자유주의자들이 믿어의심치 않는 자유무역, 자유주의, 세계화의 윈윈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이고 역사적 사실 자체를 자의적으로 왜곡한 논리인지를 이토록 명쾌하게 반박한 자료집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제 자신의 무관심했던 나태함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지요...

한편으로는 무관심이었을 터이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도 이미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OECD의 일원국이 되었다는 데서 오는 자만심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의 하나로 불리는 것은 이제는 왠지 합당치 않다는 느낌, 그래서 선진국(!)들이 주장하는 자유시장 논리를 우리 또한 적극 수용하고 펴야만 하는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겠지요...  

"자본주의 비사와 자유무역의 신화(The Myth of Free Trade and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라는 책의 원래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은 17세기 이래 자본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이나 여타 나라들이 어떤 방식을 통해 자본을 형성하고 기술과 부를 축적하면서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켜 왔는지를 "국제교역"에서의 자유주의 또는 보호주의라는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파헤칩니다. 

무엇보다도 전체 380여 쪽의 책 분량 중에 50쪽이 본문에 수록된 각종 데이터 및 인용문들에 대한 원전 참조문헌의 목록과 상세 각주로 채워져 있어 우선 놀랐습니다. 마치 졸업용 석박사 학위 논문을 연상시킬 만큼 풍부한 문헌 자료와 세세한 수치 인용을 보면서, 무릇 자신의 논리를 세상에 펼치고자 하는 학자라면 최소한 이 정도의 기초연구와 사실(Fact)에 대한 추적이 있어야만 다른 학자들이나 반대론자들과 맞설 수 있겠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더군요.

국내 학자들의 여러 논문들을 통해 데이터나 문헌 인용시 남들이 베낀 것을 또 베끼는 식의 천박함을 적지 않게 보았던 터라,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갖는 논쟁의 첨예함에 걸맞을 만큼 가히 대단한 역작의 하나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저작방식 속에서, 해외에서 영어로 된 원서를 먼저 출판한 다음 이것을 한글로 번역하여 국내에 출간하는 장하준 교수 특유의 고집스런 출판 방식 속에 숨어 있을 법한 나름의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란 것이라면, 제가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받은 이 책이 2007년 10월 10일 초판 1쇄 발간 이래, 2009년 6월 10일 기준 초판 100쇄라는 사실입니다.  출판 실무를 자세히는 모르고 또 요즘은 디지털 조판시대라 예전의 활판 인쇄 시절과는 또 다르겠지만, 통상 우리나라에서 1쇄를 찍는다 하면 2천~3천권을 찍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0쇄라면 대략 30만권 정도가 찍혀서 팔려 나갔다는 뜻일 겁니다. 소설도 아닌 경제서적, 특히 국제교역 이론을다룬 경제사 혹은 국제경제학 개론에 가까운 책이 불과 2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자그만치 30만권씩이나 팔릴 정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면 이것은 단지 국방부 불온서적 리스트로 올려지는 바람에 일반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덕분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한참 모자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유명한 필자들이 책을 쓰더라도 경제 경영 분야의 전문서적인 경우 초판 1쇄도 다 팔리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나쁜 사마리안]을 국내 초베스트셀러로 만들게 한 힘의 원천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무엇보다도 역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 그리고 그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진실된 시각이 주는 공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독자들이 딱히 높은 수준의 경제학적 식견이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냥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누구나 충분히 수긍할 만한 역사적 사실들을 비교적 평이하게 나열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그 사실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철저한 논증과 분석의 칼은 결코 무디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주 적절하고 재미난 비유가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같은 대가들이 이 책을 자본주의 역사의 진실을 배우고 세계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정립하는 데 꼭 읽어야 할 명저로 극찬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이라는 플로로그와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에필로그로 글을 시작하고 또 맺습니다. 그리고 이들 장에서 필자는 2061년 6월 28일자 더 이코노미스트지, "모잠비크, 세계 초일류 기업에 도전하다!"라는 가상의 기사와 "상파울로 2037년" 이라는 소제목 하에 브라질의 장래에 있을 법한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기존 상식과 상상력의 한계에 대해 일침을 가합니다.

그리고 본문에 해당하는 아홉 개의 장을 통해서, 세계화를 이해하는 관점(시각)의 문제, 부자나라들이 실제 부자의 지위에 오르기까지 자행했던 실제의 역사, 자유무역은 과연 정답인가, 외국인 투자의 허와 실, 효율을 위한 경쟁의 도입과 민영화 논리의 맹점,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갖는 사회적 비용(소비자 불만)의 증대 문제, 국가(정부)의 적자 재정 편성과 IMF 정책 권고의 문제, 부정부패 및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의 상관성, 그리고 국가별 문화적 기질의 차이, 이른바 '민족성'이나 '국민성'이 과연 경제 발전을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 발전과 관련된 각종 논리들에 대해 그 허구성을 드러내고, 신화(미신)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조목조목 들춰가면서 저자 자신의 논지를 일관되게 펼쳐 나갑니다.

각각의 장에 대해 그 내용을 일일이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같습니다. 본문의 내용이나 책의 전개방식이, 굳이 어려운 논리나 수사를 펴가면서 현학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저 과거 선진국들이 오늘날의 경제를 이룩하기까지 취했던 각종 경제 정책이나 이론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면서 실제로 작금 세계화 지지론자들, 혹은 신자유주의 숭배자들의 논리가 얼마나 역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는지를 낱낱히 설명하는 자료들의 집합본일 뿐이니까요...

때문에 아홉 개의 장을 모조리 한꺼번에 읽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개별 주제에 관심이 없으면 건너 뛰면서 흥미 있는 부분만 읽어도 각 장의 테마나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는 데 그다지 문제될 것도 없어 보입니다.

여러 장면에서 촌철살인에 가까운 비유와 적절한 반론 데이터들을 접하게 되지만 특히나 "미션 임파서블?-재정 건전성의 한계"로 이름 붙인 7장에서는 저자가 이른바 "나쁜 사마리안"이라 통틀어 말하는 "사악한 삼총사" -- IMF와 세계은행, WTO-- 들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즉, 이들이 개발도상국이나 금융위기에 봉착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돈을 꿔주는 명분하에 해당 국가의 경제 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좌지우지함으로써 그 나라의 경제 위기 극복을 돕기는커녕 어떻게 더 심화시키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책의 부록으로 딸려 있는 DVD강연을 통해, 저자는 이 책 [나쁜 사마리안]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혹은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무슨 대안이 있는건데?" 라고 묻는 이들을 위해 먼저 쓰여진 책이 바로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는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제시하는 대안은 딱 정해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더욱이 그 방법론들이 과거에는 없었기에 미래에 새로이 모색해야 하는 것들이 아니라, 지나온 역사를 통해 지금의 선진국들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실제로 도입했었고 그리하여 실제로 이미 성공적으로 검증했던 모델이라는 점 또한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그저 좀 더 크게 떠들어대는 부류의 목소리와 논리 속에 파묻혀 진짜 역사의 진실을 알아보려 하지 않는 우리들의 게으름, 지나온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우리들의 안이한 타성에 대해 냉철하게 되돌아 볼 것을 요구합니다. 아울러, 현재의 필요 때문에 지난 역사를 부인하고 편리하게 합리화하려는 자세에 대해 좀 더 정직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나쁜 사마리안들이 진정으로 강도를 만나 쓰러진 행인을 도와주고 싶은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면,(설령 '선한 의도' 없이 내심 도움의 댓가로 "잇속"이나 "합당한 보상"을 기대할지라도) 경제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지난 역사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과거를 솔직히 인정할 수만 있다면, 바로 그 역사 속에 실제로 "착한 사마리안"이 될 수 있는 방법과 길이 분명히 있음을 제시합니다.

요컨대ㅡ 저자는 "착한 사마리안"이 되는 방법은 "나쁜 사마리안" 자신들이 지나온 역사, 바로 앞선 선조들의 모습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글을 맺습니다.

끈적한 여름, 꼭 휴가가 아니더라도 하루쯤 시간 내서 읽어 보시지요... 답답했던 도시를 떠나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한 청량감을 맛보실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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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 안팎으로 떡볶이집 논란이 눈총을 사고 있다더군요. "어묵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나오고요... 재래시장의 떡볶이집과 골목상가 튀김집에서 오뎅을 직접 먹는 사진을 찍어서라도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억지로 연출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른 "친부자-반서민"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정치 행보와 관련된 이야기들입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823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어깨들을 뒤로 도열하고 MB께서 오뎅 먹는 연출 장면 나름 볼 만합니다...)
그런데 서민을 앞세우겠다는 소리높은 구호 뒤로, 최저임금액마저 깍으려고 터무니없는 시도를 하다가 시급 기준으로, 현행보다 겨우 110원 오른 4,110원으로 결정했다고 하네요...

"임기중에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둘러대는 와중에 정작 조사도 준비도 제대로 안된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몇주 몇 달 사이 추가로 수조원씩 뭉텅이로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 4대강을 살리겠다고 전국에서 삽질 개시에 한창입니다. 환경이 파괴되든, 문화재가 수몰되든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란 투입니다. 박정희 개발독재 시절에 즐겨 쓰던, 전형적인 밀어부치기 속도전 양상이지요.

이른바, 경제 부흥과 국가 발전(?)을 위해서 일부의 반대나 소수의 피해는 무시해도 좋다, 결과만 폼나면 국민들은 다 박수치게 된다는 단순한 논리입죠. 헌데, 그 하는 꼬락서니가 얼마나 졸속이고 불안했으면 정부정책이라면 무조건 옹호하고 변호하기에 바쁘신 보수언론의 오야붕, 조선일보까지 나서서 그 한심함에 대해 점잖은 충고를 하고 계시네요.

6월 29일, 87년 6월 항쟁의 성난 불길 앞에 전두환 정권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 수용"이라는 항복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이지요. 그 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어제 조선일보 사설의 일부를 잠시 인용해 드리지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29/2009062901964.html  (조선일보 2009.6.29 사설)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정부 의욕이 앞서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흐르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 마스터플랜엔 4대강 사업을 오는 10월 착공해 2012년까지 3년 동안 22조원을 들여 완공하는 걸로 돼 있다. 경부고속철은 1992년 착공돼 19년 만인 2011년 완공 예정인데 전체 예산이 19조9000억원이다. 4대강은 경부고속철의 6분의 1도 안 되는 사업기간에 경부고속철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4 27일 4대강 사업 중간발표 때만 해도 사업비가 14조원이었다. 그랬던 게 6월 8일 마스터플랜에선 22조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보(洑) 설치에 따른 오염을 막기 위해 수질대책비로 3조9000억원이 새로 책정됐다. 지난 4월 국립환경과학원이 보를 설치하면 유속(流速)이 정체돼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낸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 한 달 반 사이 몇조원짜리 사업 항목이 뭉텅뭉텅 추가되는 것을 보면서 4대강 사업이 면밀한 계획을 거쳐 시행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한 생각을 품지 않을 수 없다. ...."

과연 제 정신 박힌 우리 국민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단 3년 동안(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청계천마냥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온 국민에게 보여져야 하므로....) 국민의 혈세 22조원을 강바닥 긁어내는  "노가다판"에 쏟아 붓겠다는 사업에 박수 치며 바로 동의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과연 그게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개선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강이 메말라서, 혹은 수질이 나빠져서 만성적인 식수난을 겪고 있거나, 또는 매년 홍수 피해로 상습적인 수해를 겪는 지역의 주민들이라면. 또는 4대강 삽질로 인한 토목 사업으로 일자리가 생길 일용직 잡부들이나 건설 토목 기업 관계자, 그로 인해 밥벌어 먹고 사는 기업의 가족들이라면 정부 정책의 타당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일단 일거리가 생기는 것 자체를 환영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정부가 퍼붓는 돈, 이른바 재정이라는 것은 정부가 따로 해외에서 돈벌이 수익사업을 재주껏 하지 않는 한 결국 그 재원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즉 서민을 포함한 절대다수 국민들의 세금이나 간접 조세를 통해서 동원할 수밖에 없는 법이지요.

그러므로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이나 공공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아닌 한, 자칫하면 소수(기업)의 혜택을 위해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그 비용 조달의 고통을 분담하게 되는 것이 바로 국가 공공 재원을 동원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갖는 위험성입니다.
(IMF시절 부실 기업이나 망해야 마땅한 은행들의 채무 변제와 구조를 위해 수십 조원의 공적 자금=국민 세금이 속절없이 낭비되고, 국부가 유출되는 와중에서도 이들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던 사례를 떠올려 보십시오. )

그런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국가나 정부의 업적과시 의욕보다 실제 그 정책으로 인해 혜택이나 혹은 피해를 볼 수 있는 이해당사자, 즉 국민들의 의견을 더 깊이 있고 신중하게 듣고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해야 하는 것이지요. 근데 이런 절차나 공공의견의 수렴을 무시한 채, 단지 차기 선거를 위한 방편으로, 또는 자기 업적 과시를 위한 용도로 국고를 함부로 축내려 할 경우 그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으로서 이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금, 유일하게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고 있는 MBC에 대해 방송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검찰을 동원해서 고발하고 조사하는 작태에 이어, 십여년 넘게 유지되어온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간섭하고 노사 추천 이사를 배제하겠다고 공공연히(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나서는 것은 이런 사회적인 비판에 대해 원천적으로 입을 틀어 막겠다는 치졸한 의도와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거대 신문사의 방송 참여 및 겸영을 허용하는 것을 "경쟁의 효율화"라는 단순논리로 포장하여,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의도 또한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짓입니다. 짐작컨대 비판적 언론을 상업적 언론과의 무한경쟁 구도 속으로 몰아넣어, 결과적으로 광고 및 자본을 더 동원할 수 있는 상업 방송의 난립을 통해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더 나아가 아예 눈을 멀게 하고 싶은 기득권 정치세력과 기존 거대 언론 자본간의 야합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최근 네이키드(발가벗긴) 여성 앵커를 동원한 뉴스 방송 채널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런 걱정이 더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개발독재 시절 뿌리내린 정경유착 50년의 귀결로 언론권력을 장악한 경제권력이 이제 바야흐로, 신문과 방송, 통신을 모조리 장악하고, 그 힘으로 이제는 정치권력 자체를 좌우하기에 이른 듯 보입니다. 삼성의 탈법 비리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 등에서 보듯이, 우리는 시장이 권력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시대를 목도하고 있는 셈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같은 서민, 혹은 시민, 국민들이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나 무기는 무엇일까요? 과연 그런 방법이 있기나 할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제 밤 뉴스를 들으니, 제주도에서, 도민들의 의사에 반해 군사기지 시설 유치를 추진하려던 도지사가  20%가 넘는 도민들의 주민소환 발의 서명에 따라 소환 투표를 앞두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그 도지사 역시 도를 발전시키려는 자신의 충정에서 나온 정책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소신론"을 당당하게(?) 펴고 계시더군요....

저는 지난 대선에서 투표를 어찌 했건, 쉽게 말해 이명박 후보를 찍었건 안 찍었건, 지금 대통령을 갈아 치워야 한다거나 탄핵하자는 의견에는 별로 동조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 의석 쪽수만 믿고 철없이 탄핵안을 가결시켰다가 된통 혼쭐이 난 적이 있다는 지난 역사의 교훈을 떠올려서만은 아닙니다. 

민주주의 학습의 핵심은 완벽하지는 못할지언정, 형식적 민주주의의 최소한이랄 수 있는 선거에서 행하는 선택입니다.즉, 자신이 선택한 리더가 어떤 정책 실패, 또는 성공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그 결과의 참담함 또는 만족도에서 얻는 교훈으로 학습되는 것이라고 믿는 까닭입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 탄핵 소추나 주민소환, 혹은 "전국민적 궐기"라는 최후의 방법까지도 상상해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그로 인한 후유증을 염려한다면, 조금 더 시일은 요구하겠지만 3년 뒤 선거를 통해서 심판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고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은 그런 면에서 우리 자신의 민주주의 역량이나 국가 지도자에 대한 선택 판단 능력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사전준비 기간이자 자습 기간이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조선일보조차 나서서, 위에 예를 든 것 같이 "우려 섞인 사설"을 공공연하게 써대는 것을 보면 현재 친정부편에 서있는 많은 보수 기득권층의 인사들조차도 다음 번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이 어찌될 지 두렵고 걱정이 된다는 반증이 아닐까 해석됩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떡볶이 빨아먹는 대통령, 오뎅 뜯어먹는 대통령, 4대강 삽질에 올인한 대통령 덕분에 깨끗한 물을 먹게 되었다는 환상에 빠져서 이같은 개발독재를 서민 대통령의 치적이라 믿는 국민들이 또다시 다수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도자 잘못 뽑아 5년 동안 겪어야만 했던 스트레스를 또다시 잊어버리고, 개발독재 후예 그룹의 수장을 자처하고 있는 "박근혜" 류의 정치세력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중대한 착각에 빠지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작금 선정적인 언론들의 섣부른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노라면, 불과 2년 전 이명박의 "경제 대통령" 론에 속았던 우리는 아마도 3년 뒤 대통령 선거에서 이런 논리를 앞세운 채 개발독재의 망령을 부활시켜 그 명줄을 연장해보려는 대통령 후보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독재자였다. 그러나 그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만평은 우리 모두가 두고 두고 기억해둘 가치가 있습니다. 
또 속을지 안 속을지 그 결과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린 일이고, 선택은 그 때도 또한 여전히 각자의 자유일 테니까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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