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8.31 [펌]최상재PD가 말하는 '문성근의 유쾌한 민란'
원문 출처: http://blog.daum.net/unsunozo/7585141    
운수노동자 2010.08.30 01:06


이 분의 블로그에서 그대로 퍼온 글입니다... 중간에 반복되는 문구만 한줄 삭제했습니다. (렛츠고 2010.08.31 03:32)


 

언론노조 최상재위원장이 자신의 트위터 http://twtkr.com/ppppower 에 <배우 문성근>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PD이기도 했던 그가 긴 글을 28개의 트윗으로 나누어 올린 것입니다.
 늦은 밤이라 따로 연락하지는 못했지만 허락하리라 믿고 그 28개의 글을 모아서 하나의 글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밤늦게 귀경해 <오마이>에서 배우 문성근이 비에 흠뻑 젖은 사진을 봤습니다.
가슴에 빗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어둠에 눌린 광화문 네거리 보며, 그와 제 얼굴에 주름이 그리 많지 않던 때로 돌아갑니다.

PD수첩처럼 권력을 상대로 싸우진 못했습니다만, 그즈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래 묵은 고름 줄줄 흐르는 사회문제에 꽤 천착했습니다. 참 힘들었습니다. 한 편 한 편 방송 마칠 때마다 수명이 팍팍 줄어들 정도로... 얽히고설키어 복잡해 질대로 복잡해진... 도대체 원인이 뭔지, 누구의 책임인지도 모르게 돼버린 문제를 고발하고 그럴듯한 대안을 내놓는 일이, 그리고 그것을 50분짜리 영상에 담아내는 일이 어찌 쉬웠겠습니까? 조사 하나만 삐끗해도, 내레이션 톤만 살짝 바뀌어도, 벽돌 한 장 빼내면 와르르 무너지는 건물처럼 흔들거리곤 했습니다. 당연히 진행자 멘트 초고는 중문, 복문에 혼합문, 혼합복문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제 기억 속의 문성근은 우리말과 글을 완벽하게 쓰는 사람입니다. 그 복잡다단한 글들을 그는 아주 쉽게 풀었습니다. 단 한 줄 문장에 제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녹여버렸습니다. 그것도 간결하고 완벽한 구어체로!! 자타공인의 내공을 자부하던 작가, PD들이 애면글면 찾아낸 사실과 진실이 차고 넘쳐 마침내 지퍼가 잠기지 않는 가방처럼 돼버린 프로그램... 그의 손길이 닿으면 딱 들기 좋은 여행 가방이 되었습니다. 넘쳐서 빼내버린 속옷과 잡동사니까지 차곡차곡 들어 있는 여행가방! 더 이상의 표현은 제 능력 밖입니다. 차가운 녹차 한잔 놓고 원고를 응시하다 바람처럼 휙휙 고쳐 써 내려가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무렵 <그것이>가 여러분 귀에 쏙쏙 들어왔다면, 그의 정확한 발음과 날카로운 목소리, 자연스런 손짓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잡다한 사실과 논리를 쉽고 편한, 사람의 말로 풀어낸 그의 쓰기와 말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는 가끔 메일로 글을 보냈습니다. 한반도에서 출발해 만주, 일본을 넘어 유라시아로, 과거와 현재를 딛고 미래로, 정치와 경제에서 시작해 문화, 예술로... 종횡무진, 광대한 스케일로 현실의 배를 갈라 버리는 글이었습니다.

도대체 그의 글이 맞는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의 능력을 의심한 것이 아니라 그의 시간을 의심했습니다. 그만큼 공부할 시간, 그만큼 감동적인 문장을 쓸 시간이 도대체 그에게 있었는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영화, 드라마, 광고, 시사프로그램... 술 마시고 길 떠나고 토론하고... 고 문익환 목사님이 한국의 3대 천재라는 누군가의 주장이 유일한 답이었습니다. 나름 잘난 체하던 저는 그 앞에선 양순한 학동이었습니다.

그의 모습이 뉴스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봄이었습니다.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서, 팔을 번쩍 치켜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뒤에서 잠깐씩 얼굴이 걸렸습니다. 기적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 했습니다.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을 얘기하면 금방 알만한 언론인, 연예인들이 특정후보 지지를 공개선언 하던 때였습니다. 자신들이 진행하는 보도, 프로그램에서 교묘하게, 노골적으로 지지후보를 편들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행태에는 짐짓 눈감으며 ‘이제 우리도 그 정도는 용인...’ 운운하던 자들이 문성근의 퇴출을 요구했습니다. 단언컨대, 그는 단 한 번도 방송을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위해 활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진행자들이 잠깐잠깐 끼어들긴 했지만 <그것이>는 누가 뭐래도 그로 인해 빛나던, 그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것이>를 사랑했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는 떠났습니다. 그에게 시시각각 다가가는 압력을 아무도 막아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별의 말 역시 간결, 명료했습니다. “이런 일로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다, 한 곳에 집중하고 싶다.”

외압에 쩔쩔매던 저희들의 처지에 대한 배려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덧붙였습니다. ‘끝내고 다시 돌아오겠다.’ 우린 그에게 부탁했습니다. ‘누가 물어도 정치 안한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마십시오.’ 에너지 집중으로 세상의 절반을 뒤집은 얼마 후, 대선TV연설에 그가 나타났습니다. ‘아! 나머지 절반도 뒤집겠구나.’는 전율! 그런데... 연설말미에 느닷없이 ‘저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ㅠㅠ... 나중에 물었습니다. 왜 그러셨냐고... 그가 답했습니다. “20분 연설인데 녹화를 끝내니 2,3분이 모자라대. 추가녹화 때 달리 할 말이 없어서...” 씩 웃고 한 마디 보탰습니다. “난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

그에게 다가올 고난이 보였습니다. 속물스럽게 돌아가는 세상을 아는 속물의 눈에는... 짐작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배우 문성근은 아무 것도 얻고 누린 게 없는’ 그런 세월이 흘렀습니다. 얻기는커녕, 제 눈에는 무지하게 손해를 본 세월입니다. 참여와 개혁을 말했던 사람들 중에 그보다 더 큰 손해를 본 사람이 또 있을까? 경제적 손실을 포함해서... 산 사람 중에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다시 거리에 나섰습니다. 10년 만에 또 한 번 에너지를 집중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의 말과 글은 간단, 명료합니다. ‘가능한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꼭 해야 할 일이라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의 간단, 명료한 말과 글에는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한 가지 고마운 것은 엄청나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머리 아프게 그 뜻을 따로 해석하거나 숨은 그림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그대로 읽고 들으면 됩니다. 그의 글과 말은 그의 마음과 한 치의 오차도 없으니까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가 옳은지 아닌지는 각자의 생각과 지식과 경험에 따라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그의 말과 글의 단점은, 한번 듣고 본 후에는 그냥 잊어버리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언제언제까지 수 십 통의 편지를 날려야 화를 면한다’는 <행운의 편지>처럼...

그가 간절히 얘기한 것을 뭉개고 있으면 큰 죄를 진 것 같은 부담감, 그의 말에 동의했는데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나중에 큰 벌을 받을 것 같은 불안감... 그는 ‘유쾌한 민란’이라 표현했는데... 전 속물이 확실합니다.

그는 반란의 수괴를 꿈꾸고 있습니다. ‘총도 칼도 들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흥겨운 민란’. 10년 전에는 조용히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내놓고 시끌벅적하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 때보다 훨씬 더 절박한가보다 짐작해 봅니다.

그의 ‘유쾌한 민란’에 참가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난’을 꿈꿀지는 각인의 판단이겠지요. 그러나 이제 평론은 접고 행동하자는 그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10년 전보다 늘어난 식솔로 몸은 무겁지만, 서둘러야할 것 같습니다. ‘난’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번에도 그는 ‘아무 것도 누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라 건데, 이번 거사 후에는 함께 ‘돌아갈 수 있기’를 원합니다. 10년 전 그 자리로. 얼글의 주름은 늘었지만...


PS : 저도 트윗한줄을 보탰습니다.

<배우문성근>(외전) 그는 6.15선언을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줄줄 외웁니다.

 

Posted by 렛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