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규문입니다...
모두들 별고 없이 건강하시지요?
아열대를 연상케 할 만큼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가 아침저녁으로는 기운이 꺽이는 듯 싶은 한편, 풀벌레 소리 가득찬 가을 밤에 이르러서도 더위의 여진이 완전히 가시질 않는군요...
날씨야 어떻든 분명한 것은 그래도 여전히 계절은 가고, 명절은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푸른 하늘은 늘 말이 없지만, 계절의 흐름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자연의 정직함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선사해준 제일 중요한 가르침이 아닐런지요?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소식이 뜸하거든, 요즘 무척 바쁘게 사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신상에 일이 있었으면 이런저런 핑계로 벌써 안부를 전해드렸을테니까요...
1. 말없는 자연, 요란한 세상...
모 교수의 가짜 학력 문제로 일기 시작한 논란의 불씨가 점입가경입니다. 학계에서부터 이어서 연예계로 다시 사설학원가로 전파되길래 공인들의 학력 위조 풍조에 경종을 울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데 의미있는 일이겠다 싶어서 내심 바람직한 일이라 여겼는데, 웬걸... 채 한 달도 못되어, 가짜 학력 문제는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눈앞에는 '성상납' 운운하며 흥미거리 위주의 섹스 스캔들만 남게 되었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눈앞에 펼쳐진 형상은, 평소 점잖치 못한 언행으로 보수 언론들과 날을 세워온 청와대가 제 발등을 찍은 격입니다. 황색저널을 방불케 하는 언론의 자가당착은 개인의 누드사진을 전면에 실어가며,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끌고 들어가기에 이르니, 이쯤되면 "정권과 언론을 가릴 것 없는 지도 권력층의 총체적인 도덕성 실종" 사태라 아니할 수가 없겠습니다. 얼마나 더 스스로 망가져야 정신을 차릴까요?
정말이지, 작금 우리 사회 주류의 "추태"는 도를 넘어서는 느낌입니다. 대통령은 책임지지 못할 말을 내뱉다가 자기 발등을 찍고, 국가 대계를 책임져야 할 공직자들은 여인네 품에 빠져 허우적대고, 진리를 본 보여야 할 대학총장은 거짓말을 꾸며대고, 정의를 사수한다는 법원은 경제 비리며 보복 폭력으로 잡혀들어갔던 재벌 총수들을 우스꽝스러운 '사회봉사활동' 명령에, 병보석으로 내보내는 판결을 뻔뻔스럽게도 내려대고 있으니...
이래서 드라마나 영화보다 '실제'가 더 실감나고 재미있습니다. 문제는 연쇄 살인이나 3류 조폭 영화를 보더라도 적어도 마지막 결말부 쯤에 가면, 최소한 권선징악적인 결론이 나곤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런 권력층의 각종 스캔들이며 사건들은 스토리는 비슷한데, 왜 유독 결론은 권선징악이 아니라 거꾸로 "권악징선(權惡徵善)"으로 흐지부지 막을 내리느냐는 것입니다. 픽션이 아니기에 재미가 있고, 싸이버가 아니기에 더 큰 스트레스를 선사합니다.
국민들에게 재미와 짜증을 동시에 선사하는 이 죽일 놈의 "도덕 불감증" 드라마 시리즈는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나고 몇 시즌에 가서나 그 막을 내릴런지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제 생각 같아서는, 무엇보다도 역사와 미래를 보는 눈, 즉 "철학의 빈곤" 에서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25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불과 50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속 고도성장을 통해 당당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해온 자랑스러운 우리 조국, 대한민국, 커뤼아!
정치권이나 언론이 무슨 쇼를 하든 말든 묵묵히 새로운 기술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연구개발 인재들과 산업 전사들, 개끗한 핵융합 기술을 이용한 인공태양, 나노급 메모리 개발을 선도하는 최첨단 반도체, 액정을 넘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필름, 단독주택까지 제공되는 100메가급 광랜 등등.... 이따금씩 IT 관련 뉴스나 광고들을 접하면서 정치뉴스를 함께 보노라면 '19세기 정치'와 '21세기 과학'이 공존하는 "다이나믹 코리아"의 역동성에 멀미가 납니다.
그러나 아직도 선진 OECD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과 선진국의 60%대 수준에 머무르는 노동생산성 수치를 보자면, 양적 성장은 있었으되 그것을 뒷받쳐줄 삶의 질, 정신수준은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철학의 부재가 초래한 예견된 한계인 셈이지요. 당장 목구멍의 배고픔은 면했으나 그 사이 우리의 머리와 가슴, 정신과 마음은 자라지 못해서 '몸만 자란 아이' 꼴이라고나 할까요...
5년만에 다시 맞는 대선의 계절, 내년 초에 새로 출범할 정권은 제발이지, 우리가 공히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의 기준과 철학적 원칙을 가진 권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도덕성과 투명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빽 투 더 베이직!", 즉 기본원칙이 지켜지는 사회 만들기를 우선 과제로 삼았으면 싶습니다.삶의 가치에 대한 철학이 배제된 기능적 실용주의-머리속은 텅 비어도 배만 부르면 그 뿐-이라는 개발시대적 사고 틀로부터 이젠 좀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나를 내려놓고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자세가 아닐까요? 몇 년이 지나도, 혹은 같은 길을 반복해서 가더라도 변함 없이 늘 그 자리에 서서 우리를 반겨주는 산과 계곡, 바위돌 하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샘물 한 줄기... 2년여 동안 꾸준히 산행을 하면서 "말없는 자연의 꿋꿋함과 한결같이 변함 없는 모습으로부터 우선 나를 돌아보고, 변치 않는 세상의 원리와 이치"를 배우곤 합니다..
잠시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세상의 풍진이 참으로 허깨비 같은 것일진대...
어찌 이리도 힘들게들 다투며 으르렁대며 사는 것인지요...
2. <디-워>는 미국 하늘로 승천할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오랜만에 짬을 내서 집사람과 함께 단골 영화관에 가서 여름 내내 미뤄오던 <디-워>를 봤습니다. 어린이 수준에 맞춘 가족 오락물이니까 아이랑 봐야 마땅했을 터인데, 아이는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낫다고 해서 어른인 저희 부부만 보러 갔더랬습니다. (실은, 딸아이가 일요일 아침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어딜 가자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저는 피 튀기고 살 잘리는 잔혹한 하드 고어나 귀신들 늘어붙어 꿈자리 사나운 호러물만 빼면 그외에는 장르는 가리지 않고 즐기는 편입니다. 그런 제가 국민 중 800만이 보았다는 영화를 한 달 가까이 보지 않고 미뤄둔 것은 제 나름 꽤나 인내심을 발휘한 셈입지요...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난 저나 집사람의 한 마디 총평 왈 이랬습니다;
" 뭐 저 정도면 잘 만들었네...
도대체 누가 돈만 쳐들인 졸작이라고 그렇게 흠을 잡은 거야? "
저희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계속되는 혹평과 이에 대한 논란을 염두에 두고 미리 기대 수준을 낮추어 간 덕분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에 대한 제 나름의 평가 기준으로 보자면, 온 가족이 함께 두 시간 동안 별 부담 없이 즐기면서 시간 때우는 용으로는 비교적 잘 만들어진 편이고, 방학시기에 맞춰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해 마케팅을 펼친 것도 매우 적절한 영화 홍보전략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각에서 심형래 감독의 의도된 눈물 짜내기와 애국심 자극 마케팅을 문제삼기도 했는데, 그것은 스크린쿼터제 사수를 위해 우리 영화계가 보였던 애국심 자극 퍼포먼스에 비교해보자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공격인 것 같구요... 저 는 과연 미국 상영본에서도 아리랑이 엔딩 뮤직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를 잠시 고민했을 뿐입니다.
진중권 씨나 몇몇 감독들을 위시해 영화에 대해 방구 꽤나 뀐다 하는 여러 분들이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숱하게 쏱아 왔으니 거기에다 제 의견을 굳이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조선시대 성곽을 배경으로 외계 로봇군단과 벌어지는 전투 장면이나, 별 초능력도 없는 여주인공 하나를 잡으려고 반지의 제왕급 괴물 군단들이 총 출동하는 다소 어이없는 설정에는 실소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 에일리언이나 스타워즈류의 괴물과 로봇들만 보아오던 우리들에게 이무기와 용이라는 동양적 소재를 이 만큼 실감나는 비주얼로 만들어내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디-워>는 한 번은 충분히 봐 줄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디-워>를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면 작품 완성도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고 국내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적 완성도를 확인하시는 차원에서라도 한 번 꼭 보셔서 천만 관객 돌파에 일조하시더라도 돈 아까와 후회하진 않으시리라 확신합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든가, "언제까지 디워를 씹고만 있을 건가"를 주제로 쓰인 글을 한 편 읽었는데, 제 생각과 거의 같아서 아래에다 그 기사 중 한 토막과 링크를 옮겨드립니다.
한 번 읽어보시길....
드디어 오늘, 현지시간으로 9월 14일, 미국에서 <디-워>가 개봉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미국에서도 좋은 성공을 거두어 그 동안 소재 부족으로 명절 때면 주구 장창 야구 방망이에 칼잡이 조폭 영화나 양산하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 조금이나마 경종을 울리는 자기 각성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심감독의 말마따나 한국 영화도 세계인을 대상으로 만들 수 있고 또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디-워>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증명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디-워 파이팅! 심감독 파이팅입니다!!
미국에서 <디-워>의 승천과 더불어 <화려한 휴가> 또한 이번 추석 명절을 통해 천만 관객 돌파!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광주 항쟁, 혹은 '광주 학살'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1984년 대학을 입학하면서였습니다. 83년까지 학내에 상주하던 짭새(사복경찰)들이 교문 밖으로 철수하고 80년 광주 학살이 자행된 지 근 4년만에 대학 내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처음으로 허용되기 시작한 시기였지요...
두개골이 빠개져서 얼굴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신들, 아무렇게나 잘려지고 구겨진 시체더미들... 대학 건물 벽들을 가득 메운 그 날의 학살 현장을 담은 벽보 속 사진들과 더불어,
<장길산>의 저자 황석영이 펴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은, 그 뒤 91년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 인생의 경로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근 7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최루탄과 전쟁을 치러야 했으니까요...
지금 정치권에 편입된 당시 80년대 학생운동의 주역들을 놓고 보수 우익언론들이 "무식하고 골빈 386세대"니 "맨날 짱돌과 화염병만 던지다보니 머리 속에 든 게 없어서 비전도 정책도 없는 아마추어"들이라고 비판해대는 것을 보면 그래서 참 안타깝습니다.
당시 학생운동의 한 귀퉁이에서 함께 활동했던 제 경험으로 볼 때, 그 당시 대학생들이 시대와 역사의 부름 앞에 진지하게 응하고자 했다면 도서관에 들어앉아 한가하게(?) 공부해서 유식한 지식인이 되는 길을 선택하기는 어려웠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386세대를 싸잡아 비난하는 언론이나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80년대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사람들 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의 한 달 수입이 100-200만원인 경우가 최다(34.6%)이고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사람도 19.4%라는 조사 통계를 접했더랬습니다. 즉 절반 이상이 200만원 미만의 수입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 관련 기사 => http://blog.naver.com/illa82?Redirect=Log&logNo=41773709
안타깝지만, 이것이 자신의 온 젊음을 바쳐서 조국의 민주화에 헌신했던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되돌려주고 있는 과거 보상의 현주소입니다. 매국 친일파의 후예들이 조상 땅 돌려달라고 소송을 거는 데 반해 독립운동을 했던 후손들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 거랑 별로 틀리지 않습지요...
요즘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후배 팀원들이 보통 80년대 초반을 전후해 태어난 친구들입니다. 그러니 젖먹이 시절에 일어났을 일들을 지금 와서 영화로 본들 과연 얼마나 실감이 날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26년도 넘은 <광주항쟁>의 한 장면을 비교적 담담하고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가 나온 것은 비록 많이 때늦은 감은 있지만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80년대, 그 때의 상처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에게는 물론이고, 또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후배 세대들에게도 우리의 가슴 아픈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령 <디-워>는 못 보더라도 <화려한 휴가> 만큼은 꼭 보십사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보는 동안 두 시간 내내 여러 차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극장문을 나서면서 대학 시절 당시 같이 활동하다가 죽어간 동료며 친구들의 모습이 다시 한번 하나 둘 떠오르더군요. 군대에 끌려갔다가 의문의 시체가 되어서 돌아온 고등학교 동기와 써클 선배,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해 자살해 버린 한 여자선배... 같이 조직활동을 했다가 치안본부에 끌려가 당한 고문과 폭력 취조의 후유증으로 몇 번이나 자기 손목을 칼로 긋는 등 자해를 일삼던 고등학교 선배... 그들에게, 또 그들의 가족들에게 80년대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80년 당시 도청에서 상황 수습대원으로 참여했다가 큰아버지 손에 끌려서 광주를 떠나왔던 큰집 형은 당시 도청에 옮겨졌던 시체들만 약 200구가 넘었다고 전하더군요. 그 뒤로도,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이어진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쉼 없는 행렬 속에서 최소한 250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문이나 분신, 투신 등 항의자살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의문사로 죽어갔습니다.
그렇게 피로 쌓아올린 민주 항쟁의 현대사를 뒤로 하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희생을 딛고 권력을 잡았던 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의 부침을 목도하며, 이제 다시 또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모두들 한결같이 내가 이 나라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울부짖는 후보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말입니다.
과연 이번엔 누구를 뽑아야 신군부의 <화려한 휴가>에 희생된 고귀한 죽음들 앞에 우리가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런지요?
3. 시대의 어둠을 넘어.../ 유쾌하게 자극하라/ 노하우로 승리하라
위에서 잠시 소개했던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와 함께,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보내는 동안 새로 읽었던 몇 권의 책들을 되새김질하면서 추천드리고 싶은 한 두 권을 보태드립니다.
작가 황석영이 80년 광주항쟁이 벌어지던 열흘 동안의 상황을 마치 [사건 전개 상황 일지] 식으로 재구성하여 당시 현장의 증인들과 목격담을 다큐멘터리 르뽀 형식으로 엮어서 펴낸 책입니다.
[YES24] 에 책 표지 제목과 가격(8천원)이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다시 간행되고 있는 모양인데, 광주 학살의 현장을 가장 체계적으로 생생하게 알렸던 책인 만큼, 그 당시에는 출간 자체가 비합법적으로 이루어졌고, 나중에 발간된 뒤에도 전두환 정권에 의해 곧바로 금서(출판 유통 금지) 처분을 받았던 책이지요.
아마도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이 85년도 여름방학 무렵에 고향인 구례로 내려가는 호남선 남행열차 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벌써 20년이 지났는데도 언제 어디에서 읽었는지가 기억이 날 정도라면, 그 책을 읽어가는 동안 얼마나 가슴이 절절했는지를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책장을 넘겨가는 동안 기차 창 밖 먼 산을 쳐다보며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몇 번이나 삼켰는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학살의 원흉들을 죽여버리겠노라고 맘 속으로 다짐하기도 했었지요...
예, 분명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책에서 광주의 진실을 접하고 그 충격을 잊을 수 없어 그 뒤로 시위 현장에서 짱돌을 집어들기 시작했고, 그 뒤로 졸업할 때까지 내내 학교 교수님들로부터 골수 운동권에 데모 주모자로 취급당해야 했습니다.
제가 한 때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서 만났던 한 선배는, 언제든 만나게 되면 전두환을 죽여 버리겠노라고 늘 가슴에 칼을 품고 다녔다고 한 분도 있었으니 당시 학살자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세월의 흐름 앞에, 이제는 중년의 중반을 바라보는 제 나이, <화려한 휴가>를 보고서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으로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듭니다. 그런 철천지 원수를 한 하늘 아래 두고 웃으며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학살의 책임자들이 버젖이 살아서 정치를 논하고 있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모 정당의 대통령 후보자는 후보로 확정되기가 무섭게 먼저 그들을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한 수 가르침을 받더군요.
권하고 싶은 것은 책이었는데, 화제가 너무 빗나갔네요. 하여튼 <화려한 휴가>를 보시고서 광주항쟁의 실상이 도대체 어떠했던가에 대해 알고 싶은 80년 후세대 분들은, 현대사의 역사의 한 장면을 공부한다는 심정으로 여기 추천드리는『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광주 5월 민중항쟁의 기록』(풀빛) 을 꼭 보시길 권합니다.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22729&CategoryNumber=001
두번 째 책, [사람을 키우는 리더의 코칭 스킬-유쾌하게 자극하라]는, 다름 아닌 제가 몸담고 있는 한국리더십센터의 코칭센터 부문을 책임지고 계신 고현숙 사장께서 그동안 스스로 겪어서 배우고 익힌 코칭 노하우를 아주 자상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써놓은 현장 코칭 지침서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조직 경영을 책임진 한 사람의 경영자로서, 또한 성과에 직결되는 코칭 기법과 철학을 전파하는 훌륭한 강사로서, 자신의 경험담과 노하우가 장마다 세세하게 녹아 있어서, 안으로는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부모에서부터, 밖으로는 사업체를 경영하는 CEO분들에 이르기까지,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하거나, 코칭을 통해 조직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 리더 분들께는 정말 강추하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코칭을 소개하는 책들을 저 역시 꽤 읽어본 편이지만, 코칭이라는 새로운 리더십 스킬이 실제 조직의 성과에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아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칭을 조직에 적용하기가 망설여지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 분들께서는, 해결의 영감이나 실마리를 제공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인 개인 생활과 비즈니스 현장 곳곳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여러 가지 코칭 방법과 관련한 팁들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나 이 책은 칼럼니스트로 단련된 필자의 빼어난 문장력과 꼼꼼한 감수로 인해, 저같이 남의 흠잡기 좋아하고 오탈자 발견하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300쪽 분량의 책 중에서 딱 한 글자의 탈자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문장 완성도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초판 인쇄에 오탈자가 거의 없다는 것은 그 만큼 저자가 공을 들여 집필하고 뒷손질과 마무리까지 정성을 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꼭 한번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2년여 전 쯤에 우리 사회의 실행력이 한창 문제의 이슈로 등장하던 무렵 [실행에 집중하라]는 베스트셀러로 아주 유명했던 <램 차란>이 쓴 최신 책,
[노하우로 승리하라]는 책도 함께 추천드립니다.
책 표지 홍보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카리스마도 있다! 실행력도 있다! 비전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데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면
당신의 노하우를 의심하라!"
GE를 비롯해 근 40여 년 동안 기업 컨설팅을 전문으로 했던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 챕터 하나하나마다에 담긴 다양한 기업 사례들이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는데요,
<기업 경영의 핵심 노하우>를 다음과 같이 8개로 정리하여 풍부한 사례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 램 차란이 제시하는, 승리하는 노하우 8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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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지셔닝 또는 리포지셔닝을 통해서 불멸의 수익을 창출하라
2. 단편적인 사실(fact)들을 연결해 외부 패턴을 분석하라
3. 협력하며 일할 수 있는 탄탄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라
4. 리더가 될 만한 재목을 찾아내, 최상의 직책을 부여하라
5. 열정적인 젊은 리더들을 한데 모아 '리더그룹'을 만들어라
6. 적게 약속하고, 많이 달성하라
7.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우선순위에 따라 일하라
8. 시장과 사회와의 관계를 창의적이고 긍정적으로 관리하라
혹시라도 지금,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이나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된 각종 노하우의 실증적 사례담들이 무척 요긴한 시사점을 선사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두고 두고 필요할 때마다 챕터별로 읽어보아도 될 만한 내용이고, 친절하게 [별책부록]으로 본문 내용 요약판과 함께 간단한 워크북도 제공되니까, 내용을 한 번 읽어보시고, 자신이 속한 조직이 좀 더 튼튼하고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서 "Great Company" 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4. 제5회 [글로벌 리더십 페스티벌]
"존 휘트모어" 경과의 만남에 초대합니다!
매년 10월경이면 저희 센터에서 개최하는 연례행사에 초대하는 내용을 꼭 넣어드리곤 했었지요.
올해는 [성과를 위한 코칭]을 주제로, 세계적인 비즈니스 코치이자 조직 컨설턴트인 "존 휘트모어" 경을 초빙하여 그의 코칭 철학과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코칭 실태를 직접 들어보려 합니다.
이 분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코칭 질문 모델인, GROW (Goal-Reality-Option-Will) 모델을 대중화시킨 분으로도 유명하고, 또한 많은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경"이라는 작위까지 받은 분인데요... 한 때는 최고의 스피드 카 레이서로 호주-유럽쪽 선수권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기록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전세계 56개사의 글로벌 기업에 임원코칭 및 컨설팅을 제공한 경력에다,
- 최고의 비즈니스 코치 (by Independent Newspaper)
- 가장 영향력 있는 코치 (by the UK Association of Coaching)로 선정되기도 했던 코칭계의 거두입니다. 행사에 맞추어 곧 <Coaching for Performance>라는 이 분의 대표작이 한국어로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국내에 코칭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리더십이 소개된 지도 3-4년째입니다. 스포츠같은 데서만 쓰이던 코칭의 개념이 이제는 조직에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모든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21세기형 리더>의 필수 역량으로 인정받아 가는 추세입니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대형서점의 신간 진열대를 가보면 코칭과 관련된 저서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왜 리더십의 주제가 코칭으로 변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 때문입니다. 정보와 지식의 공유가 급속하게 보편화하면서, 수많은 작업 분야에서 상급 관리자들이 현장 일을 일일이 지시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화했고, 따라서 업무 판단 또한 매우 창의적이고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 와 버렸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예전과 같이 세부적인 사안 하나하나를 쫓아서 일일이 지시하고 감독하던 시대의 <지시 명령형> 리더십은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것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코칭 리더십>의 핵심은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내재되어 있고, 코치는 단지 이 숨어 있는 재능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상사나 매니저는 이들의 잠재된 재능과 문제해결 능력을 스스로 꺼내서 쓸 수 있도록 자신감과 그 방법을 찾도록 코치해주면 그 뿐, 자신들의 문제는 각자가 더 훌륭하게 해결한다는 뜻이지요. 그 만큼 인간(human-being)에 대한 깊은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 바로 '코칭'의 철학이자, 방법론의 기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코칭 트렌드에 맞추어 선진 외국 기업이나 국내 다국적 기업 등에서는 임원이나 고위 관리자의 자질에 [코칭 역량 갖추기]를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로 요구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발 맞추어 기획된 좋은 행사이니만큼 비즈니스 코칭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해외의 현황까지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참석을 원하시거나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은 분께서는 http://www.eklc.co.kr/glf/2007/ 행사 안내 사이트를 참고하시고, 연락주시면 우대하여 모시겠습니다.
바야흐로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다음 주면 추석 명절도 맞아야 하구요...
만물이 결실을 맺고 추수를 하는 계절인 만큼, 여러분께서도 이 가을 풍성하고 알뜰한 수확을 거두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중추가절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한 명절 준비하시길 바라며 미리 명절 인사 드립니다.
저는 또 다음 번 때때로 메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2007년 9월 15일, 목동에서... 初心 최규문 드림...
[안내사항] 이 메일은 제가 개인적 또는 업무상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던 분들에 한해 한두 달에 한 번 정도씩 안부인사를 겸해서 제 신변 근황이나 나누고픈 정보나 소식들을 제공해드리는 개인용 메일입니다. 혹시라도 스팸성 메일로 느껴져 받기를 원치 않는 분께서는 주저 없이 [수신거절] 의사를 표시하는 회신을 보내주시면 바로 조치하여 더 이상 번거롭지 않도록 처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010-2216-8775 / gmchoi@eklc.co.kr )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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