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련히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해외 출장으로 한 주 동안 나라를 떠나 있다 돌아왔습니다. 한국말은 커녕 영어도 안 쓰는 구 소비에트권이다 보니, 국내의 소식을 접할 수단은 기껏해야 인터넷이었는데, 거기 인터넷은 속도도 속도려니와, 종량제 서비스라, 청소년 축구 8강전인가 아프리카의 중계 동영상 채널은 고사하고, 네이버의 문자중계 2시간 보고 나니까 기본요금 떨어졌다고 다시 돈내라고 해서 그 뒤로 아예 국내 소식 접하기를 포기했더랬습니다.

그러다 한국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ㅋㅋㅋ 일주일 동안 보지 못한 선덕여왕 드라마 파일을 다운받아서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말 이틀 동안은 김연아 선수의 피겨 우승 소식에 취하여 다른 뉴스들은 도무지 신경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정신 겨우 차리고, 오랜만에 뉴스들을 리뷰해보니, 선덕여왕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기사 하나가 고스란히 묻혀 있었더군요....

전경만 먹인 미국 쇠고기, 조선-동아 '쉬쉬'??
엊그제 인터넷 어디선가 흘려본 기사 제목인 것 같아 다시 눈이 가서 읽어보았는데... 내용을 보니, 역쉬나... 아니나다를까...
벌이는 짓이나 내뱉는 말마다 둘러대고 퉁치기에 바쁜 엠비 정부의 꼴불견이 한 순간도 저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내용인 즉슨, 건강에 아무 지장 없는 소고기 수입을 문제삼는다며 PD수첩이며 '촛불 배후'자들을 고소 고발하고 처벌하면서 난리법석을 피우던 정부가 건강에 지장 없다는 것을 입증하겠노라며 총리까지 나서서 시식을 하는 등 쇼를 해대더니, 정작 정부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청사 식당에서는 지난 1년간 단 1g의 미국산 쇠고기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거기서만 끝났으면 그냥 "그래, 지네도 먹고 죽기엔 목숨이 아까왔겠지" 하고 이해할 법도 하련만, 연일 계속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를 막느라고 피땀 흘려가며 개고생을 해야 했던 전경들에게만 그것을 퍼 먹였다고 하니...이게 말이 됩니까??
역시, 엠비 정부의 거짓말과 사기성 연기 연출의 수준은 결코 우리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블랙 코미디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언행 불일치에 대해서, 우리들의 조중동은 한 마디의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주시는 탁월한 뉴스 감각과 센스를 보여주시는군요... 더 나아가, 수입 금지된 칠레-캐나다산 돼지고기가 쇠고기로 잘못 보도되었다는 헤프닝으로 몰아가면서, 전혀 엉뚱한 물타기-왜곡 기사로 상황을 얼버무리는 탁월한 정보조작 + 여론호도 솜씨까지 몸소 보여주시니, 아! 신비하고 놀라워라~~ 조중동과 그 똘만이 아류 신문들의 권력 아부 능력이여!!

이들은 우리가 '엎드리면 코닿는' 인터넷 미디어 세상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인정하고 싶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미디어오늘]이 문제 제기한 이들의 '쪽팔리는' 보도행태, 얼마나 추잡한 수준인지 한 번 직접들 살펴 보시지요....



전경만 먹인 미국 쇠고기, 조선·동아 ‘쉬쉬’
[기자칼럼] MB정부 이중성, 언론비판 실종…문화일보 물타기 보도 논란
2009년 10월 17일 (토) 08:17:40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최근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이중성과 ‘MB 시대’ 언론의 직무유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가 공무원은 먹지 않는 미국산 쇠고기를 전·의경에게 몰아준 것이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규식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폭로한 결과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과천 대전 광주 제주 등 정부청사 식당에서 사용한 쇠고기를 살펴본 결과, 단 1g의 미국산 쇠고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과천 청사를 지키는 ‘경기 706 전경대’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 올해 3월은 100%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도 100%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 최규식 의원 주장이 아니라 경찰청이 내놓은 해명 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쇠고기 선택권이 없는 전경들은 싫든 좋든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했다.

조중동문 '쉬쉬', KBS SBS '쉬쉬', MBC '단신처리'

   
  ▲ ⓒ민주당 최규식 의원실.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은 지난해 촛불이 한 참 타오를 때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이겠다고 밝혔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폭발했다.

충격적 내용이 알려졌지만 언론은 쉬쉬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는 15일자 지면에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KBS SBS도 14일 저녁 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다. 뉴스 가치가 없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을 알기에 조용히 넘어가려 한 것 아니겠는가. 언론은 자기검열로 국민 알 권리를 차단시켰다. MBC는 지난 14일 <뉴스데스크>에서 단신으로 처리했다. MBC가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광우병 문제를 얼마나 심층적으로 다뤘는지를 되돌아본다면 이번 사안을 단신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언론 비판 역할 보여준 세계일보, 경향신문

   
  ▲ 세계일보 10월16일자 5면.  
 
   
  ▲ 경향신문 10월16일자 사설.  
 

국민은 이런 문제를 언론이 보도하는지 않는지 알 권리가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단신 처리했다.

경향신문은 15일자 사설에서 “미 축산업자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양 미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해온 정부의 이중적 모습이 놀랍다”면서 “언행이 불일치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고 따르라는 건지 말문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류순열 기자는 할 말은 하는 언론인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류순열 기자는 세계일보 16일자 5면 '현장메모'에서 "최규식 의원이(민주당)이 밝힌 사실은 충격적이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보기 좋게 얻어맞은 국민의 뒤통수는 얼얼하다. 배신감에 텅빈 가슴은 분노로 차오른다"면서 "대통령, 총리, 주무장관의 대국민 약속이 '정부에서 모르는 일'이 돼 버린 한편의 블랙코미디다. 그래 놓고 염치없게도 촛불시위 국민을 향해선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던가"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뒤늦은 보도, 물타기?

   
  ▲ 문화일보 10월16일자 2면.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언론도 있다. 문화일보는 미국 쇠고기를 전경에게만 먹였다는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런 문화일보가 16일자 2면에 기사를 실었다. 기사 제목은  <전경에 수입금지 쇠고기를? “돼지를 소로 착각”>이라고 뽑았다.

무슨 얘기인가 들여다보자. 문화일보는 “경찰이 수입이 중단된 외국산 쇠고기를 밀수해 전경들에게만 먹였다는 의혹이 사실은 국정감사 자료를 잘못 만든 데서 비롯된 해프닝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수입 불가 고기는 돼지고기였으나 경찰 실무자가 착오로 이를 쇠고기로 기재해 국회에 제출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기사를 찬찬히 뜯어보지 않으면 전경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인 사실 자체가 ‘착각’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문화일보가 뒤늦게 보도한 내용은 15일 경찰청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경찰청은 ‘경기 706 전경대’가 100%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것은 아니라는 해명 자료를 내면서 칠레산과 캐나다산 쇠고기도 먹였다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문제는 칠레산과 캐나다산 쇠고기는 수입 금지된 상황이기 때문에 밀수가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규식 의원실은 경찰청이 밀수된 쇠고기도 전경에게 먹였다는 보도 자료를 냈고, 일부 언론은 이를 보도했다. 그러자 경찰청은 다시 해명자료를 내서 칠레산과 캐나다산 쇠고기는 사실 쇠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였다고 재차 해명했다. 이번에도 담당자의 착오로 잘못 보낸 자료였다는 설명이다. 밀수 쇠고기 논란은 경찰청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중요한 점은 밀수 쇠고기 논란과 미국산 쇠고기를 전경에게 몰아준 사건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전경에게 몰아줬다는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단 1g의 쇠고기도 먹지 않았다는 것도 바뀌지 않는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 줄도 실리지 않은 '미국 쇠고기 비밀'

문화일보 보도는 조선닷컴이 16일 <전경만 먹었다는 ‘수입 쇠고기’ 사실은 ‘돼지고기’>라는 기사로 받으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조선닷컴은 “경찰이 수입이 중단된 외국산 쇠고기를 밀수해 전경들에게만 먹였다는 의혹이 사실은 국정감사 자료를 잘못 만든 데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고 문화일보가 16일 보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문화일보가 16일자에서 새로운 사실을 보도한 것처럼 전했지만 밀수 쇠고기 논란은 15일 경찰청 해명을 통해 언론에 알려진 내용이다. 문화일보의 ‘착각’, 조선닷컴의 ‘해프닝’ 등 단어에만 주목한 일부 누리꾼들은 전경에만 먹인 미국산 쇠고기 문제 자체가 ‘해프닝’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사진 가운데)와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5일자, 16일자, 17일자 지면에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단 한 줄의 기사도 실리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쇠고기와 관련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동아일보 17일자 B1면 <인도서 온 카레, 주부의 애인이 되다>라는 기사의 내용이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를 전경만 먹었다는 내용은 아니다. 그런 내용은 조선과 동아 지면에서 한 줄도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조선과 동아는 할 말은 하는 언론이라고 홍보하지 마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비판하고 세계일보가 ‘현장메모’를 통해 비판하는 모습이 바로 할 말은 하는 언론의 모습이다.

어설픈 물타기로 전경을 두 번 울리는 행동도 중단해야 한다. 누리꾼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언론이 ‘MB 시대’에 어떤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최초입력 : 2009-10-17 08:17:40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저작자 표시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렛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