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하루밤을 묵고 아주 간만에 호텔 침대에서 눈을 떴다.
군산 지역에서 8층 높이 객실이다보니, 주변이 숙박촌인데... 그 이상 높은 호텔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나, 아래를 내려다보는 맛에 '있는 사람들'이 고층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설도 있다.
세상이 모두 자기 발 아래에 꿇어 엎드리는 듯한 우월감이나 만족감 같은 게 충족되는 것일까?

실제 고층 아파트에 입주해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현지에서 반겨준 대학 후배님의 배려 덕분에  군산 시내에서 제일 층이 높은 호텔 한 객실에서 편하게 혼자만의 밤을 보냈으니 깊이 감사할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일기 글을 하나 정리하고, 느긋하게 짐을 챙겨서 출발...
오늘의 계획은 따로 없다! 무계획이 계획이고, 일정 없음이 일정이다!!
동행도 없겠다, 시간 약속도 없겠다,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 내맘이다.
발길 닿는대로 정처 없이, 온전히 내가 스스로 때리는 번개에 모든 일정이 달렸다.

시동을 걸고, 일단 "지리산 성삼재휴게소"를 도착지로 찍었다. 지도 앱 열어보니, 걸리는 시간이 딱 2시간 남짓.
11시 반 출발인데, 내비가 내놓은 목적지 도착 예정 시각은 오후 1시 30분이다!
조금 늦은 점심이긴 한데... 그 정도면 중간에 가볍게 요기하고, 노고단을 산보하고 내려오기엔 넉넉한 시간이다.
산행을 할지도 몰라서 차 트렁크에 등산화까지 준비했으니 즉흥으로 잡은 일정이 기대감을 살짝 자극한다.


그래 이제 달려 보자!!
전주에서 군산으로 어제 저녁 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오늘은 군산에서 나와 전주로 향한다.
중간 갈림길, 남원 방향으로 직진할지, 전주 방향으로 빠져나갈지를 묻는 데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떨결에 전주 쪽으로 나오는 길을 타버렸다. 아차!! 실수! 전주 시내 쪽을 통하느니 그냥 남원 쪽으로 빠지는 편이 덜 번거로울 것 같아 유턴으로 되돌아, 남원으로 가는 길을 다시 찾아들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평소 갔던 길이 아니라는 느낌이었는데... 동남향으로 달리다보니 남원/진안, 구례/순천 표지판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임실 치즈마을을 지나 드디어 오수가 나타난다. 고속도로 생기기 전에 한동안 고향길 상경길에 자주 애용했던 길이라 눈에 익숙한 도로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남원 접경에 들어온 듯 싶은데.... 얼핏 도로 표지판에 낯 익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혼불문학관"

표지판을 보기가 무섭게 퍼뜩, 머리 속에 정지 신호가 켜진다.

"딴 데라면 몰라도, 여기는 가봐야 해!"

오늘같은 "홀로 여행길" 아니면 웬만해선 일부러 찾아 가긴 힘든 곳이다!

구불구불 옛길에 가까운 소로들을 따라서, 내비의 힘을 빌려 혼불문학관 입구에 당도했다.
문학관 방문기는 구구절절 입 아프게 열거하느니, 구글 사진앨범 하나로 대신한다.

2021년 10월 21일, 남원을 지나다가 문득 들린 "혼불문학관" 입구 이름돌

https://photos.app.goo.gl/6fYMySD3oGk7JZ598

 

211021. 남도순례 1박2일(2)_남원 '혼불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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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google.com


혹여, "혼불" 이란 제목의 대하소설을 아직 모르는 분들이라면,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혼불은 얼핏 보면 박경리 선생의 "토지"와 비슷한 결의 작품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뜯어 보면 많이 다르다!  매우 섬세하고 맛깔난 남도식 어투나 은유적 표현력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비교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진한 향토색과 흙내음이 저절로 묻어나오는 작품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온다면 3대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한 작가라고 하면, 대충 그 레벨이나 명성을 대신할 수 있을까?

아주 옛적에 혼불을 읽고 간략한 감상 서평을 남긴 적이 있다.
오래 전 글 링크를 찾아서 설명 대신 읽어 보시길 추천드린다!!


https://letsgo.tistory.com/115

 

[서평_070607] 민족 문학의 얼, 최명희의 [혼불]을 예찬하며...

혼불- (1) 지은이 최명희 출판사 한길사 별점 [출처] 혼불- (1)|작성자 렛츠고 민족 문학의 얼, 최명희의 [혼불]을 예찬하며... " 매달 [혼불] 연재 기다리는 재미에 감옥 한 달이 어찌 가는지도 모른

letsgo.tistory.com

#오늘의 감사일기 554일째_211021. 홀로 가는 여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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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명희 선생 기린 "혼불문학관" 우연한 방문 감사!
2. 남원에서 늦은 점심 추어탕 후 광한루 산보 해피!!
3. 고향 구례 서시내 얽힌 전설 확인, 가을 풍경 감사!
4. 노고단 성삼재와 시암재에 지는해 붉은빛깔 해피!
#백일백포 029. D-71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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