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안주 거리를 눈앞에 두고, 제일 좋아하는 마무리 매운탕을 끓기 시작하는 타임에, 아쉬움을 달래며 먼저 자리를 떠야 했다. 연일 7천명이 넘은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올해 12월에 잡은 한 손가락 숫자 만큼도 안 되는 송년모임 행사 중 하나였던 자리... 10시부터 시작되는 디마불사 유튜브 라이브 때문에 미안하다 인사하고 홈 스튜디오로 와야 했다...

저녁 시간에 마포쪽에 회집으로 나름 유명한 [남해바다]에서 84학번 농대 동기들 여섯을 만나 잠시 한해 회포를 풀었다.


펄프 무역업을 통해 그럭저럭 중소기업 사장님으로 나름 자리를 굳힌 모임 호스트격 임학과 친구 하나랑, LH에서 20년 넘게 천직처럼 꾸준히 일하는 조경학과 친구 하나와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또다른 조경학과 친구, 그리고 늦은 사시 통과로 뒤늦게 변호사 개업을 한 전공이 생각나지 않는 친구 하나, 양계 관련 서비스업에 꾸준히 종사하고 있는 축산과 친구... 나까지 포함하여 딱 여섯이 모인 자리였다. 나는 수의학과라서 농대쪽하고는 전공 분야 성격이 다르지만 캠퍼스가 같고, 당시 운동권의 입장을 함께 했던 터라 맺어진 인연이다.

당시 주류였던 NL계열 대신 소수파였던 PD 계열의 사상적 기조와 정세관을 따랐기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유대감이 더 컸던 친구들이다.  대학 졸업 후 친구들의 모임도 비슷한 이유로 대개는 자신이 속했던 계파 중심으로 양분되어 있는 편이다. 학과 정원 수가 적었던 탓에 사상 노선을 떠나 인간적으로 모두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았다. 사회 운동쪽으로 나와서도 여러 정파와 계열이 함께 모이는 단체에서 주로 활동했던 덕분에 사상적 노선 차이와는 무관하게 인간적으로 교류하고 "중도 실무주의"를 표방했던 편이라 노선을 가리지 않고 양쪽에서 초대 연락이 온다.

이번 송년모임도 그렇다. PD계였던 패밀리 그룹 84학번 동기들은 마포에서 저녁 모임을 갖게 되었고, NL 계열의 동기 친구들은 주말에 파주 쪽에서 1박을 함께 하는 모임을 갖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코로나 위험 신호에 1박까지 함께 할 여유는 없어 참가 신청은 하지 않았지만 안부는 전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사실 이들 대학 인연 말고는 이렇다 할 송년모임이 없다. 다음주로 예정된 대학 과동기들 중 같은 학번 4인방 모임 하나 외에 더 이상 올해 송년모임 일정이 없다! 그렇게 따지면 단체 송년모임은 딱 두 건 뿐인 셈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생긴 인연들은 대학 인연과는 다르다. 직장이 되었든 단체가 되었든, 목적이 생계나 사회적 꿈이었던 곳들은 그 목적이 시들해지거나 멀어지면 맺어진 인연이나 관계도 저절로 과거의 것이 되어 버린다. 

코로나로 인해 만남지 않는 것이 권장되는 사회가 되다보니, 일상적인 모임의 명분과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모이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이 오히려 하나의 문화처럼 굳어지는 느낌이라 따로 뿔뿔이 나뉘는 풍토가 서서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부터 진짜로 고민해야 할 것은 그냥 모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만남"의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의견을 나누기 위한 회의 모임이나 교육은 지난 2년간에 걸쳐서 많이 온라인으로 대체된 것이 확연한 현상이다. 어차피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짧게 만나서 자신의 의견만을 표방하거나, 혹은 굳이 만나서 얼굴 보면서 아이컨택을 하면서 주고 받아야 하는 그런 지식이나 실습형 학습 과제가 아니라면 꼭 오프라인으로 만나야만 할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육의 효과는 설령 비실습형 단순 지식 전달이라 할지라도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2년 동안 크게 실감한다. 사실 아이티와 관련한 문제라면 1:1 코칭 같은 것은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화면을 공유해놓고 나누는 것이 더 편리하고 이해에 편한 경우도 없지 않다. 상대방이 화상으로 나누는 대화 기술에 조금만 익숙하고 말귀를 알아듣는 수준에만 이르면 된다. 온라인 프로그램이나 컴퓨터(클라우드) 환경에서 돌아가는 솔루션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설명이나 시연 실습은 화면 공유와 협업을 통해 직접 함께 조작하면서 전수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다수가 함께 참여하고, 각자의 선행 학습 수준이나 말귀를 알아듣는 수준이 천양지차이고 격차가 클 때는, 한꺼번에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전수하는 해설식 일방향 교육이나 강의는 그 한계나 부족함이 크게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교육 수요에 따른 전수 방식이 달리 필요하고 지식이나 경험을 전달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줌(Zoom)이라는 "준비된" 화상 통신 시스템 덕분에 코로나로 단절된 오프라인 모임과 교육 기회가 생각보다 많이, 그리고 크게 보완된 측면이 많다. 이런 도구가 국내 기술에 의해서 개발되고 보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모든 도구는 결국 사용자들이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물결이 형성된다. 그리고 특히나 "상호 소통"을 위한 수단이나 툴은 늘 지금 당장 더 많은 사람들이 쓰는 도구 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어렵게 맞은 "위드코로나"의 숨통도 잠시 뿐, 송년모임을 화상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 2년차를 보내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함께 교차한다!!

내년에는 과연 마스크 없이 편한 웃음으로 친구나 동료들과 쐬주 한 잔을 부딪힐 수 있으려나...

 

#오늘의 감사일기 604일째_211210. 꼴뚜기 송년 모임^^
--------------------------------------------------------
1. 전자책 업로드 표지시안에 많은 투표의견들 감사!
2. 원고초고 나눔 신청에 100분 가까이 반응에 해피!
3. 대학동기들 마포송년모임 간만에 편히 웃어 감사!
4. 디마불사 132회, 네번째 취중방송 무사마쳐 다행!


#백일백포_079 D-21일!!

Posted by 렛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