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토요일은 집구석에만 박혀 있기가 못내 아쉽다...
아침을 뭐하다 빈둥대었는지....
아이 영어 공부하는 것을 잠시 봐 주었던가...

점심을 걸치고, 따뜻한 봄 햇살의 유혹을 견디지 못해 등산화 끈을 묶고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이내 핸들을 익숙한 불광동 방향으로 잡고...
은평뉴타운 3지구인가.... 대한민국 건축대상에 빛난다는 힐스테이트 아파트 건설현장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독바위 앞꼴짝인 정진골짝으로 올라 바로 바위를 탔다...

북한산은 대표적인 바위산이라, 그냥 등산로만 따라가거나,
혹은 초보자를 위한 우회 등산로를 타면 별로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누가 뭐래도 북한산은 바위를 타는 게 제 맛이다.
그러니 걷는 노선도 가능하면 바위를 타고 오르거나,
꼭대기 릿지를 걷는 것이 북한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첩경이다...

이 날도 혼자서 오르는 길이라...
누구에게 보폭을 맞출 필요도 없고, 꼭 어느 봉우리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도 없으니 좋다.
그냥 발길 가는대로 따라 가다 보면 산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세상살이 힘겨움을 잠시 잊는다.

정진골 매표소에서 정상 등산로를 타지 않고 바로 우측으로 나있는 사잇길을 오르면,
발길 자국도 별로 없지만 바로 힐스테이트 공사장을 내려다보면서 오를 수 있는 작은 암벽들이 있다.
생초보 암벽 등반 연습 코스 정도라고 하면 좋을까 싶은데....
바위 사이사이로... 진달래 꽃몽오리들이 개화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이쁘다...

그 길을 타고 잠시 오르면 금방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굳이 족두리봉을 오르지 않고 그냥 다시 오른쪽 불광동 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동편 능선 골짜기로
진달래가 한창일 때는 멋진 광경이 연출된다.

아직은 진달래 만개하기에는 이른 철이라, 3분의 1쯤 내려오다가, 오랜만에 길 아닌 길,
등산로 아닌 곳을 삐집고 산 중턱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등산로를 타고 다시 정진골 쪽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아 보았다.

중간에 만난 바위 틈 이끼들이 겨우내 얼었던 물기를 녹여내리며 봄이 오는 소리를 말없이 들려준다.
따사로운 봄 오후... 오랜 겨울의 냉기를 녹여 바위틈 이끼 무더기를 촉촉이 적시며 흘러내리는 물기가
햇빛에 따사로이 반사된다.

좀 더 길을 헤치고 경사진 바위를 몇 개 지나자, 이게 왠 걸....
끊어진 바위 길 위편으로 소나무 측백나무 가지 위로 길게 얹혀 있는 머루 한 그루 무더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 시골에서는 이걸 보고는 "땡감"이라 불렀는데, 이리저리 뒤져봐도 아마도 개머루가 맞는듯 싶다.
겨우내 잎은 모두 지고, 열매들만 주렁주렁 남아 있다.
비틀어진 꽈리 가지들 사이로 능청대는 덩어리가 가지런히 뻗어 늘어진 것이
사방으로 4-5가지이다 보니 제법 풍성해 보인다...
꽃을 시샘하는 봄바람이 심해서, 계속 흔들리며 춤추는 열매가지를 찍으려면 초점이 좀처럼 맞지 않는다.

아무튼, 진달래 꽃맞이 봄 산행길에 기대치 않게 걸려든 장면이다....
이런 장면을 향해 셔터를 누를 때마다, 나도 올해는 좋은 카메라를 하나 장만해야겠단 생각이 앞선다....























Posted by 렛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