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날, 아침에 눈을 뜨니 베란다 창가로 가느다란 빗소리가 들린다.
어라, 어제밤에 거의 그쳤는데.. 또 비가...

스마트폰을 펼치고, "오늘 날씨"를 호출해서 펼쳐본다...

강수확률 : 오전 9시 20%,  10시 10%....

음! 이 정도면 비는 곧 그친다는 이야기다. 요즘 일기예보는 웬만하면 틀리지 않는다.
우산을 챙길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내려두고 베낭을 챙겨 집을 나섰다.

김밥을 한두 줄이라도 사서 갈까 하다가...
"에이, 기껏해야 북악산 도성길인데... 무슨 김밥까지... "

집앞 편의점에 들러서, 자유시간에 에너지바를 3개씩 줍고, 캬라멜 한 봉지에 생수 한통을 계산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오늘 선택한 코스는 한양도성길... 
남대문 ~ 동대문을 걸쳐 낙산 와룡공원 숙정문을 지나 서대문 자락까지 이어지는 한양 내성길이다.

오늘 코스는 그 중에서 북악산 동편(와룡공원)에서 시작해 북악산 정상인 백악을 넘어 창의문 건너 인왕상 정상을 넘어 서촌 윗쪽의 수성동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
한양도성길 구간중 산행길에 해당하는 종주 구간이다....

대개 북악산이나 인왕산 중 한 봉우리 정도 가볍게 산보하고 내려오는 게 일반적인데, 오늘은 시간 여유가 있어서 두 봉우리를 모두 찍기로 해서 어떨결에 종주가 된 셈이다.

단풍은 아직 이르지만 가을 냄새가 풍기는 데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린 탓에 땅이 촉촉하고 맑아서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 

아침 10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해서 서촌으로 내려온 시각이 2시 조금 지나서였으니 꼬박 4시간 정도 코스였다.
오늘의 교훈은 이 한 장의 사진에서 배운다.

https://j.mp/3iKKM0U


혼자서만 보고 버리기 아까운 장면들 모아서, 구글 포토 서비스에서 [앨범] 하나 꾸며 보았다.

211009_한양도성길 산책 풍경 베스트 모음

 

 그 중에서도 베스트 컷으로 느껴지는 몇 장만 소개한다...

 

#오늘의 감사일기 542일째_211009. 한글날 도성길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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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악산~인왕산 완주산보 가을 풍경들 감사!
2. 번개 산행 호출에 같이할 벗들이 있어 해피!
3. 효자동 큰길가 맛난 족발집 새로 발견 해피!
4. "쉬지 않고선 멀리 갈수 없다" 경구문 감사!!

#백일백포_017. D-83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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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가로수 은행잎도 시들어 나뒹굴고, 산정엔 도토리 잎마저 말라 푸른 상록수만이 계절의 흐름을 관조하는 하루, 세찬 바람에 체감온도는 급전직하, 겨울의 초입이 될 거라는 기상대의 호들갑을 뒤로 하고 습관처럼 주말 북한산을 찾았습니다. 해가 부쩍 짧아진 날에 오후산행인데다 일행으로 오신 선배님이 중1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나온 탓에 애시당초 험하거나 긴 산행을 할 수 없을 것같아, 비교적 짧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북한산 능선길 소로 하나를 잡고 올랐습니다.

보통 구기터널 입구 구기파출소 앞에서 모인 북한산 산행객들은 대부분 파출소 맞은편 동쪽 음식점들이 즐비한 계곡을 타고 비봉을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요. 번잡함을 피하고 싶다면 오히려 권할 만한 코스는 구기파출소 뒷쪽 주택가의 소로를 타고 몇몇 암자들이 있는 뒷산길 능선을 타고 올라 바로 탕춘대 능선으로 합류되는 코스가 제격입니다만,

비봉의 암벽 분위기를 더 느끼면서 오르고 싶다면, 구기파출소 위쪽으로 죽 큰 길을 따로 올라가 이북오도청 앞의 좌우 갈림길에서 좌측 금선사(목정굴) 방면 대신 우측 주택가 골목으로 타고 올라가 맞닥뜨리는 음식점 우측으로 나있는 소로를 따라 산행방지 철책에 뚫려있는 개구멍을 통해서 바로 비봉으로 향하는 남쪽 직능선을 타고 오르는 게 강추할만한 코스입니다.

산행길 초입부부터 다소 경사가 있긴 하지만, 길이 그리 험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곧잘 좇아오는 데 큰 무리가 없는 편입니다.  중간에 다리 쉼을 하면서 이북오도청의 모습이며 서편으로 맞바라뵈는 수리봉(족두리봉)의 모습을 등지고 서면 문수봉을 기준으로 대남문과 보현봉의 뒷모습을 타고 내린 형제봉 능선 줄기가 한눈에 바라다 보여 경관이 시원한 편입지요...

여기서 첫 다리 쉼을 하고서 내쳐 오르면 중간 마루 능선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비봉을 정남쪽에서 타고 오르는 바위 코스가 시작됩니다. 눈 앞으로 비봉 남부 바윗돌 능선들이 바라보이면서 그 뒷 너머로 위용을 자랑하는 비봉이 흔들림 없이 자리하고 있지요... 바위 몇개를 오르고 나면, 프로들이 아니면 웬만해서 직접 타 넘기에는 위태로운 큰 바위봉우리 하나가 나타납니다.

안전을 위해서 이 봉우리를 왼편으로 우회하여 지나자면, 중간에 사람 몸집을 옆으로 뉘여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바위구멍 통로를 지나야 하는데, 이 또한 북한산의 다른 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미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그 바윗길을 넘어 올라서면 초보자들 암벽 크랙 연습하기에 딱 맞춤인 큰 바위 등성이가 하나 있지요... 그 곳에서 다리 쉼을 하면서 다른 등산객들이 바위를 타고 오르 내리는 모습을 구경만 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답니다.

어제는 구경을 겸해서 왕뚜껑 짬뽕라면을 하나씩 뜨거운 물에 불려서 먹은 뒤, 바로 윗쪽에 있는 비봉 7부 능선 마루 정도까지 밟은 뒤에 비봉을 앞에 두고 하산길을 택했더랬지요... 아마 혼자라면 더 갔을 터인데... 아쉬움을 남겨두고... 비봉 직등 능선 두 번째 산행 소감을 접어야 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야 또 다음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의 여운이 남을 테지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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