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올해로 어언 마흔다섯!
남자가 마흔이 넘으면 눈물이 헤퍼진다고들 합니다. 저는 여태 살아오는 동안 남자는 오직 평생 세 번의 눈물만 흘려야 한다는 어른신들의 가치를 믿고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배우자, 혹은 자식이 죽었을 때 외에는 남자는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고 배웠으니까요.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아무리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분노스러운 일을 당해도 절대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고 생각해왔고,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 왔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믿음과 고집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자꾸만 깨집니다. 작년초 용산 재개발 철거 반대 주민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서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그리고, 작금 다시 천안함 실종 사병들의 어이없는 희생에 이르기까지...
90년대 중반이던가요? 성수대교가 붕괴해서 등교하던 어린 학생들이 날벼락처럼 죽어갈 때,
당시 MBC 9시 뉴스 진행을 맡았던 엄기영 앵커가 차마 말끝을 맺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을 보인 적이 있었지요...
그 순간 저도 그만 눈물이 핑그르 돌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아픈 마음을 시 아닌 시로 적어 "어느 앵커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하이텔인지 천리안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 텍스트 모드로 이용되던 PC통신 게시판에 올렸더랬지요. 글 조회수가 급속히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사회의 아픔을 공감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랐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지금은 웹 정보의 홍수 속에 모두 사라져버린 과거의 데이터들이지만, 그 때의 감정 만큼은 불현듯 되살아나곤 합니다...
지난 주말이던가요? 천안함 사고로 인해 마음이 착잡하던 터에,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와 손님을 맞고 있던 중이었는데, 사무실 동료가 감정을 주체 못한 채 눈물이 치솟는다면서 인터넷에서 글을 하나 찾아서 읽어주더군요...
바로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 는 시 형식의 글이었습죠. 이미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진 터에 나온 글인지라, 마치 장례식장의 조시처럼 들려, 차마 끝까지 듣지 못하고 그만 하라고 읽기를 중단시켰더랬었지요. 때마침 사무실에 놀러와있던 전 직장의 여자 후배 하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콧물을 훌쩍이며 기어코 눈시울을 적시고 말더군요....
저 역시 남이 읽어주는 것을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더랬는데, 오늘 그 시를 쓴 분의 인터뷰 기사 덕분에 그 시를 끝까지 읽어봅니다... 추노에서 대길이 자주 썼던 표현이지요... 참, 세상 한번 지랄 같다구요...
- 해경이 사고 후 하루만에 천안함 함미의 침몰 위치를 해군에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선이 탐지하여 다시 신고할 때까지 이를 무시하고 방치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 "함체를 인양하더라도 군의 사기 저하를 우려하여 문제의 파손 절단면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는데, 도대체 그들은 왜 꺼내지도 않은 상태인데, 벌써부터 "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단(확신?)"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군과 정부 당국의 갈팡질팡하는 태도나 앞뒤가 안맞는 주장들을 가만히 살펴보자면, 사태의 진상을 처음부터 뻔히 알면서도 뭔가를 덮어서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황을 방치하거나, 생존자들의 증언을 틀어 막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고도 넘칠 지경입니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군대도 안 갔다온 대통령과, 군대도 안 갔다온 국무총리, 군대도 안 갔다온 비서실장과, 군대도 안 갔다온 국정원장이 지하 벙커에 모여 앉아, 이 땅의 귀하디 귀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앞에 놓고 벌이는 한심한 책임 회피성 작태 앞에,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분노어린 절규가 피눈물이 되어 흐릅니다...
<렛츠고 2010/04/0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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