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오랜만에 남산 언저리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운전 귀가길에 서울에도 펑펑 눈이 내려 쌓였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쪽창 밖으로 내다 보니, 동네 앞 동산 근린공원이 온통 흰 눈으로 수북이 덮였다.
다행히 기온이 아주 차갑거나 찬 바람이 쌩쌩 불지는 않는다. 이런 때 본능적인 역마살의 충동이 샘솟는다. 예전 같았으면 곧장 배낭에 아이젠을 꾸려 넣고 집문을 나서고 말았을 것이다.

이상하게시리 오늘은 가고 싶은 충동은 일었지만 선뜻 집밖으로 나설 마음이 동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는 보통 뭔가 마무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밖으로 나서는 게 마음 한 구석 평안하질 않다는 뜻이다.
밖에 나가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집에서 마무리를 해야만 불편함이 덜어질 뭔가 숙제거리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일요일이고 휴일인데, 하루쯤 만사 제쳐놓고 놀거나 종일 내리 퍼 잔다고 해서 어디 크게 문제될 일이 있을까? 

그동안 원고 집필에 치중하느라 한달이 넘게 읽기로 하고 책장에 쌓여만 있는 책들이 수북하다...

"도서출판 얼숲"
지난 목요일 서초구청에 들러서, 예전에 한번 만들었다가 없앴던 '출판사'를 새 이름으로 다시 등록(신고)했다.

사업자 등록까지 추가로 해야 정식으로 계약이나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일단 출판을 업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춘 셈이다. 예전에도 운영하던 사업자등록에 "출판업"을 부업종으로 추가하여 면허세를 냈던 적은 잠시 있었다. 출판이 주업이 아닌 탓에 책도 내지 않으면서 매년 면허세만 내는 게 아까와서 중간에 접어버렸지만, 그래도 언제가는 내 이름으로 된 출판을 해보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 전자책 새로 내는 김에 출판사 신고도 새로 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사실 출판사라는 게 별 것 아니다. 좋은 저자와 좋은 원고를 발굴하여 껍데기와 내용을 독자들이 보기 좋게 디자인하고 편집하여 종이로 인쇄해 내는 일을 하는 곳이다. 문제는 독자는 제한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책이 쏟아지다보니 경쟁이 심해져서 제작비 본전을 건질 수 있을 만큼 팔리는 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못하면 이익은 커녕 기껏 출판 제작에 들어간 비용을 보전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보니 출판사로서는 아무 원고나 붙들고 새 책을 선뜻 내기 어렵다.

왜냐면 본전을 뽑으려면 BEP에 이르는 최소 물량을 팔아야 한다. 홍보나 광고 노출에 따르는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지 않으면 새로 책을 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출판사가 감수해야 하는 비용에는 단지 인쇄 제작비만이 아니라 출간을 알리는 홍보 마케팅비까지 포함된다. 통상 이 비용이 종이책 발간시 2천만원 내외가 들어간다. 분량이나 컬러에 따라서 편차가 생기지만 될성 부른 원고라 판단해서 이익을 목표로 마케팅을 해보고자 한다면 이 정도가 최소 투자비인 셈이다.

이 정도 투자비의 원금을 건지려면 새 책을 냈을 경우 최소한 2500~3000부 정도를 팔아야 본전을 건질 수 있다. 책 값 정가를 2만원으로 잡으면 2500부를 팔았을 때 5000만원 수입이 생긴다. 이 중에서 팔아준 문고나 서점쪽에 40%의 판매(유통)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것을 제하고 출판사가 갖는 몫은 60% 정도라서, 5000만원어치를 팔아도 60%면 3000만원이다. 여기서 책 제작비와 창고 배송비 등 일반 관리비, 홍보 광고비와 저자 인세 등의 비용을 다시 제하고, 나머지를 겨우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이다.

만약 제작 홍보 투자비로 2000을 썼다면 이 경우 나머지 1천만원으로 일반 관리비와 인세 지급 등을 해야 하는 셈이다. 셈해보면 이 정도를 팔아도 겨우 본전을 챙기거나 몇 백만원 정도의 수익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2500~3천부 정도를 팔 수 있는 책이 그리 쉽게 나오질 않는다는 점이다. ^^ 그래서 출판사들이 제일 선호하는 게 기본 판매부수 독자를 갖고 있는 저자들이다. 저자들의 판매 이력상 어떤 책을 쓰더라도 본전을 건질 수 있는 기본 부수는 나간다고 검증된 저자들의 원고 투고는 언제든 환영한다.  최소한 손해를 보진 않는다는 일종의 보증이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인세를 받아야 하는 저자들 입장은 거꾸로다. 기본 부수를 팔 수 있는 판매력을 가지고도 얻을 수 있는 인세 수입이 판매 정가의 10%에 불과하다. 2만원 짜리를 팔아야 2천원이 생기고, 3천권을 팔아서 얻을 수 있는 인세는 600만원에 불과하다. 600만원을 12개월로 나누면 월 50만원이다. 그나마 혼자 쓴 원고가 아니라 둘이 공저를 했다면 인세 몫은 반으로 줄어 25만원에 불과하다.

1년 내내 홍보해서 팔아도 1만부 셀러가 나오기 힘든 형편이니, 12개월에 걸쳐 1만부를 팔아도 받을 수 있는 인세 수입은 월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이게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작가들이 책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고 말하는 유통 구조의 현실이다. 따라서 저자가 판매 네트워크(고정 독자층)를 이미 갖고 있고, 굳이 서점 등의 유통 구조를 거치지 않고도 책을 팔 수만 있다면 계산이 달라진다. 자신이 직접 출판사를 등록하고 제작 및 판매를 떠맡으면 제작이나 유통에 따르는 투자비나 수수료 비용을 고스란히 절약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나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의 경우 한번 디지털 파일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인쇄로 인한 제작비가 추가로 필요치 않다. 그래서 이 경우 1만권이 아니라, 1천권만 팔아도, 정가가 2만원이 아니라 1만원만 되어도 고스란히 1천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저자 입장에서는 서적 유통 마진이나 홍보비로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고 자신의 지적 노력의 댓가를 최대한 보전하고 건질 수 있는 유통 방식인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 낸 전자책으로 이런 유통 구조가 실제로 동작 가능한지를 직접 실험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전자책도 나온 사실을 알리고 홍보 판매할 수 있는 루트(쇼핑몰)는 필요하다. 이 루트는 내가 직접 온라인 샵을 만들어도 되고, 심지어는 입금받고 그냥 파일만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주어도 된다. 혹은 이메일 첨부 파일로도 보낼 수 있는 게 전자책의 특징이다.

다만 금새 펼쳐볼 수 있는 종이책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전자책 대신 직접 인쇄 출력해서 보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주문 수량 만큼만 인쇄하여 배본해주는 출판을 POD(Publish On Demand) 방식이라고 한다. '주문형 소량 출판'이라 번역하는데, 아마존이나 교보문고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자 인세는 판매수익의 20% 정도로 종이책 인쇄 형식이긴 하지만 출판사를 거치지 않는 만큼 배분율이 일반 책의 인세보다 높다.

다양한 출판 방식과 도서 유통 구조를 이해하면 저자나 출판사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최후에 남는 문제는 독자가 기꺼이 돈을 내고 사줄 만큼의 가치를 지닌 원고를 얼마나 제대로 생산해 낼 수 있는가이다. 결국은 다시 콘텐츠다!! 

2021년을 마무리하면서 새로 내는 전자책은 단지 새 책 한 권을 보태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출판 유통 문화 속에서 또다른 콘텐츠 판매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은 테스트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 실험을 위해 출판사 등록이라는 환경 조건을 갖추는 것이고! 세밑에 이번 시도가 기대한 소기의 성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의 감사일기 613일째_211219. 간만에 독후감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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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간후 망중한, 책두권 연짱 독파 독후감 2편 해피!
2. 일요일 오후면 습관처럼 쏟아지는 낮잠 휴식 감사!
3. 12월눈 펑펑 내려쌓여 두문불출 위쳐 정주행 해피!
4. 일욜밤 세라방 51회차 줌미팅 모임 참가자들 감사!

 

#백일백포_088  D-12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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