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꼭 보았으면 하는 책, [설득의 심리학2]

 


똑같은 책, 똑같은 영화를 보아도, 사람마다 감동을 느끼는 대목이나 느낌, 이른 바 필이 오는 부분은 다르게 마련이지요.

그때문에 같은 책을 보고 나서 올리는 책에 대한 리뷰나 서평도 모두 사람마다 제각각이구요.

한달 전쯤에 뭉텅이로 사놓았던 책들 중에 언제 볼까 언제 읽을까 미루다가, 이 책을 6월의 마지막날 아침에 읽기를 마쳤더랬습니다.

로버트 치알디니 라는 저자의 이름은, 해외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에서만은 심리학 분야에서 꽤나 독보적인 존재로 이름을 떨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가 국내 심리학 분야에서 공전의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을 한국어로 펴낸 것이 2002년이고, 그게 작금 100만부 이상이나 팔렸다고 하니, 나름 유명할 만도 하지요....

그게 고마와서였던지, 저자는 이번에 펴낸 [설득의 심리학2]에서 한국 독자를 위해 친히 별도의 감사 서문을 싣고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왜 자신의 책이 유독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팔리게 되었을까에 대한 자기 나름의 분석의견을 이렇게 내놓고도 있습니다. 

 ".... 한 마디로 말해서 설득은 권력 행사 없이 영향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들이 한국에서 [설득의 심리학]이 환영 받는 이유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사람들은 서로 다른 두 정부가 '똑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일 입니다. 즉, 남한 사람들은 시장경제를 경험했고 형제 나라인 북한은 계획경제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공식적인 권력과 독재에 바탕을 둔 경제시스템이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경제 시스템만큼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는 강제력과 계급이 발휘하는 권력으로는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설득의 과학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깨달았다는 사실입니다...."

(설득의 심리학2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 말지는 출판사 사장의 할애비가 와도 모른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습니다. 사실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100만부 넘게 팔린 이유에 대해 짐작이나 추측을 하라면 아마도 100만명의 생각이나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분단 국가의 특성에 따른 사회적인 배경의 독특성, 분단 조건에서 정부권력과 경제권력이 나누었던 유착과 특혜의 구조, 가진자와 못가진 자 간의 갈등과 평등 지향적인 전통, 세계 어느 곳 못지 않게 여성의 권리에 대한 형식적 보장이 급속하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뿌리깊게 잔존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따른 의식과 실재의 괴리, 불과 5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최하위 빈국에서 10대 경제강국으로 탈바꿈한 초고속 성장에 따른 사회 변화의 어지러운 속도와 그 폭의 깊이 등등....

사실 우리 사회에서 대화와 설득의 가치나 필요성에 대한 자각 혹은 문제제기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대화나 설득의 미덕에 대해 말로는 인정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읽기]와 [쓰기]는 배웠을 지언정, [듣기]와 [말하기]는 사실 거의 뒷전이었고, 듣기와 말하기가 국어 공부의 영역이 될 수 있다고도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서 살아 왔다고 해야 합니다.

실제 대학입시에서도 최근 수년 동안 [논술]의 중요성은 엄청나게 강조하고 여기저기서 논술 전문학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듣기]는 말할 것도 없고 [말하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이제서야 겨우 생겨나고 있는 형국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자녀간 대화법]이라든가 [결정적 순간의 대화] 따위 같은 것들이 바로 시간과 상대에 따른 대화의 방법론들을 겨우 문제제기 하는 차원이니까요....

근데 모든 대화는 상대방이 필요한 행위이고,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가 가진 마음 속의 생각이나 의도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거나 설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위해서는 [말하기]와 더불어 [듣기] 능력의 향상이 필히 함께 요구됩니다.  작금, 국회나 여야간 정치협상이나, 텔리비젼의 이슈 시사토론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사회적인 이슈나 주제에 대해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은 없이, 무조건 자기 주장과 생각만 일방적으로 떠들어대는 개념 없는 패널들을  수도 없이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방통행식 대화의 끝은 늘, 원시적 물리력을 동원한 몸싸움이거나 난장판으로 귀결되고, 지루한 협상의 끝은 주로 대개는 "결렬"과 "충돌"로 마무리되곤 하지요. 대화 단절이나 충돌의 책임은 물론 전적으로 상대방 책임이라면서 자신은 떳떳한 척 속이 뻔히 들여야보이는 대변인 성명들을 발표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풍토를 벗어나는 해답을 줄 수 있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이런 풍토 속에서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어 내거나,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설득을 당하는지에 대한 "원리와 과학"을 학습해야 할 필요성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더욱 크다고 생각됩니다. 심리학 이라는 영역 또한 학문으로 인정받는 데서 더 나아가 "심리과학"으로 인정받기까지는 꽤나 오랜 연구와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뇌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심리가 어떤 식으로 동작하고 움직이는지,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고 존재하게 되는지 등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과학적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심리학 연구 또한 새롭게 한 차원 도약하는 지점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즈음에 [설득의 심리학2]를 보게 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읽었으면 싶은 분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 이었습니다.

왜냐구요??  한 대목만 추려서 인용해 드리지요...

전체 50개의 키 센텐스로 이루어진 본문 내용중 34번 챕터의 제목은 "똑똑한 사람은 잘못을 인정한다" 입니다.
이 챕터 중에 아래와 같은 그림과 대목이 들어 있습니다.
 


배경은 어떤 회사의 연간 실적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실험에 참가한 두 그룹의 참가자들 중 한 그룹에게는 저조한 실적의 원인이 내부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나 대응 실패에서 기인한다고 인정하는 보고서(A)를 보여주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환경 변화와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고 분석한 보고서(B)를 보여준 뒤에 어떤 그룹의 참가자들이 회사의 경영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해본 결과, 저조한 실적의 원인을 내부의 문제로 인정한 보고서를 읽은 그룹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 회사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을 확대하여, "실제로 14개의 회사를 상대로 21년 동안의 연차보고서를 검토하고 이와 연관된 진술을 수백 가지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 결과적으로 저조한 실적의 원인을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문제 탓으로 돌린 경우보다 통제할 수도 있었던 내부적인 문제 탓으로 돌린 경우에 1년 후 주가가 더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설득의 심리학2] 호감의 법칙편 중 163-166쪽 참고)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제 머리 속에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 떠올랐습니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고난 받으사, 오늘도 떡볶이와 오뎅을 입에 물고 증명사진을 찍어서 관제 TV뉴스를 통해 매일같이 홍보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지경에 빠진 그 분께서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라는 느낌이 왜 가장 먼저 뇌리를 치고 떠올랐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아마도 이 책을 읽어보시면 제 말씀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우병 소 수입 협상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진이 정권을 음해할 목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고발을 해대질 않나, 촛불집회를 좌익 불순세력들의 정권 타도 음모 차원으로 이해를 하지 않나, 치솟는 물가와 실업율의 원인을 이전 정부의 문제 또는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나 에너지 가격 폭등 탓으로만 돌리려 하질 않나, 기타 등등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을 이른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원인, 바로 남의 탓"에서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모든 정책 실패나 경제 위기 등에 대한 원인을, 모두 이전 "좌파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 탓으로 돌리거나, 국제 경제여건의 급속한 악화 탓으로만 돌려대고, 정작 자신들은 별로 잘못한 게 없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꼴을 매일처럼 목격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하기는 커녕, 이미 참여정부 시절에 결정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연차적으로 지원금액을 늘리도록 했던 복지정책들에 대해서는 시행 과정에서 이를 가로막거나 기존에 책정된 예산마저 깍아버리면서도, 복지예산의 절대 지출액이 참여정부 때보다 늘어났다고 자랑스레 자신들의 업적인 양 큰소리치는 대목에 오면 아주 그 뻔뻔스러움이 한심스럽다 못해 측은할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청와대 스탭진들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국민 대중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논리와 정책에 대해 이해하고 "설득을 당할 수 있는지" 제발 좀 공부를 했으면 싶습니다. 이 책은 [설득의 심리학]에서 다루었던 이른 바 [설득의 기본원리] 여섯 가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례들을 각 원리별로 보완하여 제시하면서, 원리를 [설득의 과학]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느낌을 줍니다.

전편을 읽으신 분이라면, 설득의 여섯 가지 불변의 법칙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보셔서 감회가 새로우실 겁니다.

1. 사회적 증거의 법칙 =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 더 많이 팔린다
2. 상호성의 법칙 = 인간은 먼저 받으면 다시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3. 일관성의 법칙 = 내가 선택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한다
4. 호감의 법칙 = 잘생긴 피의자일수록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5. 희귀성의 법칙 = 한정판매나 백화점 세일 마지막날에 사람들이 몰린다
6. 권위의 법칙 = 권위있는 상을 받은 상품이나 높은 직책, 우아한 옷차림 앞에 꼬리를 내린다
는 것이지요...


[Yes를 끌어내는 설득의 50가지 비밀]
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번 2권은, 전편에서 다룬 이들 여섯 가지 법칙에 대해 각각 6~9개의 주제들을 선정하여 "주제문" 형식의 제목을 붙인 50개의 챕터로 구성됩니다. 심리학의 다양한 실제 적용사례와 연구 성과들을 통해 그야말로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 심리학이 일종의 과학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 겁니다....

부디 이 나라의 남의 탓이나 하고 자빠져 있는 위정자들이 이 책을 빨리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남의 탓이 아니라 진실로 "내 탓"을 할 때라야 비로소 상대방이나 국민들이 더 긍정적으로 봐주고, 설득당한다는 점을 제발 좀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일반인들에게는, 에필로그 중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설득의 오해와 진실" 소제목 부분을 꼭 한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246-250쪽 참고!)

이 부분의 요지는 주로 글(문장), 특히 이메일로 이루어지게 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도구로서 왜 위험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 사례와 그 치명적일 수 있는 결과들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목소리나 직접 얼굴을 보고 메시지를 전달한 그룹과 문자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이메일 그룹은, 메시지 전달 정확도에 대해 두 그룹 모두 비슷하게 89퍼센트 정도 될 것이라고 장담(예측 답변)했지만, 정작 실험 결과를 보니, 목소리-대면 그룹은 메시지 전달의 정확도가 74퍼센트였던 반면, 이메일 그룹은 63%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글(문자)을 써서 어떤 메시지(의도)를 전달하려 할 경우, 제아무리 용을 써도, 말(표정)이나 목소리가 없이는 전달 메시지의 정확성이 63%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겁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머지 37%가 바로 오해의 소지를 낳는 위험의 근원이 되는 것이지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의 차이를 옛 선조들의 속담으로 부터 배워온 우리는 37%의 메시지 불통이나 왜곡이 곧 "님"과 "남"의 차이 만큼이나 클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짐작하는 것입지요.

상대방이 왜 내 말을 안 들어 주는지, 혹은 못 알아 듣는지 속이 답답한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 특히 소통의 부재를 외치는 분들께 모처럼 재미와 교훈을 가득 전해주는  [설득의 심리학2]를 꼭 한 번 읽어 보시라고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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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렛츠고
저는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오마이뉴스의 모든 기사들을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 편도 아니구요.  다만,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환경 하에서 우리 사회의 그늘지고 조명받지 못하는 곳에 대한 취재 공간을 선도적으로 개척해온 점에서는 그 시도를 존경합니다.  특히 보수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혹은 다루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열린 시각과 개인들의 발언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존재가치는 [프레시안] 및 [미디어오늘]과 더불어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또한 개인적으로 진중권 교수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최대한 팩트(사실)에 근거해서 전개되고, 앞뒤 논리가 맞는다는 점에서, 보수 정객들의 앞뒤 똥오줌 못가리는 '느자구없는' 주장들에 비하면, 200% 들을 만하고 귀기울일만 하다는 점에서 그를 존경합니다.  특히 그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현장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전경들의 폭력에 노출되는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현장을 온몸으로 누비면서 앞장서는 실천력에 대해서는 많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최근 완장 찬 유인촌의 MB정부 앞잡이 행태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사태와 관련 문화부의 졸렬한 감사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데 이어서, 4대강 개발사업을 주축으로 강행되는 MB정부의 삽질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 기사를 작심하고 싣기 시작하신 것 같네요...  아직 다 마무리되지 않은 진교수님 글을 퍼다가 공유합니다....


제작비 22조, 무너진 경제대통령의 신파
[진중권 칼럼] '삽질 대한민국'... 나라가 어쩌다 이 꼴 됐나
09.06.22 12:11 ㅣ최종 업데이트 09.06.22 14:23 진중권 (angelus)
  
2007년 2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15대 총선 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거액을 받는 대가로 위증을 요구받았으며 "위증하지 않았다면 이 전 시장이 구속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치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왜 대통령을 하느냐?" ('정권 쥐고 1년 반…사회통합 못한 건 대통령 책임' <한겨레> 2009년 6월 19일자)

 

전직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었던 인명진 목사의 말은 MB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MB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을 성공한 기업인으로 연출하려 한다. "정치보다는 일을 잘해서 평가를 받겠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은 그 때문. '개라고 생각한 고양이.' 이런 것을 유식한 말로 '범주오류'(category mistake)라 부른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범주오류가 하필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는 데에 있다.

 

사실 MB는 정치인이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것이 14대 총선, 그러니까 자그마치 17년이나 묵은 김치다. 깨끗한 축에 속했던 것도 아니다. 15대 총선에서 선거법을 위반하고, 범인 김유찬을 외국으로 도피시키며 그에게 허위 자백서를 받아 공개하는 등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결국, 법정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될 듯하자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빌미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끝까지 범인도피 부인한 이명박 96년 선거법 위반 사건의 진실은?' <오마이뉴스> 2007년 2월 16일자)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 그 상황에서 정치를 혐오할 형편이 되는가?

 

성공한 CEO? 그것도 우습다. MB가 몸담은 현대건설은 그가 떠날 때쯤 1차 부도위기를 맞을 정도로 부실했고, 그 여파로 훗날 워크아웃 대상이 된다('믿습니까, 이명박의 유능한 CEO 신화' <한겨레21> 2007년 7월 2일자).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한때 8.0%에 달하던 서울시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1%로 주저앉았다. 충남 8.4%, 경북 6.9%, 전국은 4.1%의 성장을 하던 시절의 일이다('민병두 의원실 : 이명박 전 시장 재임 중 서울 성장률 1.1%로 전국 꼴찌' 연합보도자료 2007년 7월 12일자). 금융으로 업종을 바꿔 BBK에 뛰어들었으나, 자신의 말에 따르면 사기만 당했다. 결국, 현대경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깨끗한 정치인도 못 되고, 성공한 CEO도 못 되고, MB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은 건설현장의 감독뿐. 그가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문제는, 1970~1980년대에 형성된 그의 사적 체험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시스템을 매개로, 졸지에 대한민국 경제 및 정치의 패러다임이 되었다는 데에 있다. 22조가 넘게 드는 대규모 삽질로 경기를 부양하는 게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제요, 대통령이 감독이 되어 국민을 공사판의 인부 부리듯 하는 게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다. 어쩌다 이 꼴이 된 걸까?

 

쫄티 입은 슈퍼맨... 변화를 읽지 못한 복고 취향

 

  
2008년 12월 6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경제파탄 민주파괴 이명박 정권 심판 국민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경제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민생민주국민회의

첫 단추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였다. 불행히도(?) 대통령의 주도로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 관치경제는 이미 흘러간 과거가 되었다. 토대(경제)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상부구조(정치)는 조만간 제거되는 법. 박정희가 괜히 암살당한 게 아니다. 늦어도 전두환 정권 이후 경제의 주도권은 시장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 점에 관한 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푸념이 차라리 정직하고 현실적이다. MB는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한 복고 취향이다.

 

MB가 내건 개도국 구호는 결국 경제위기 속에 극적 파탄을 맞았다. 2008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2.2%, '경제 망쳤다'고 한탄하던 노무현 정권의 절반 수준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수치로 표현되는 성장률, 그것도 개도국 수준의 고도성장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고도성장이 그렇게도 부러운가? 참고로, MB의 한국이 죽을 쑤는 동안 인도는 6.7%, 중국은 9.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성장률이 높다고 인도와 중국이 한국이 지향해야 할 경제모델이 될 수 있겠는가? 

 

시대착오적인 믿음의 엔진을 단 '에어 MB'의 보잉 747은 당연히 비상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바다로 추락했다. 동력을 잃고 바다에 불시착한 747은 이제 곁을 지나는 애먼 어선이나 괴롭히는 소말리아 해적선이 되어 버렸다. (아직도 7% 부활의 복음을 믿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오직 사도 변희재뿐. 오, 반석 같은 믿음이여. 그가 운영하는 <미디어 빅뉴스>의 목표는 아직도 '경제성장률 7%', '국민통합 국민합의'란다. 이런 것을 유식한 말로 犬食草音, 즉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 부른다.)

 

국민들이 MB의 전과 열네 개를 쿨하게 용서해준 것은 고도성장의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 MB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래도 통치는 계속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자칭 '중도실용정부'가 검·경을 동원해 좌파를 사냥하고 국민을 억압하는 공안 통치를 하게 된 것이다. 인도에 나부라져 앉았거나 지하철 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는 전경 떼는 20년 만에 다시 서울의 일상적 풍경이 되었다. '경제대통령'의 환상 때문에 경제는 경제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제대로 망가졌다.

 

박정희 놀이? 더 이상 그럴 수 있는 시대 아니다

 

1970년대 관치경제에 사로잡힌 MB의 상상력은 이미 집권 초부터 시대착오로 드러났다. MB는 자신과 재계 사이의 '빅딜'을 믿었다. 한마디로 재계의 숙원이던 '규제 완화'를 해주면 기업들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화답해주리라는 것. 규제완화=경제성장이라 믿는 그 단순한 머리가 부럽다. 현실은 MB의 순진함을 사정없이 비웃었다.

 

"기업들은 투자와 채용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소득 통계'에 의하면 올 상반기 건설, 설비, 무형 고정투자를 포함한 총 고정자본의 전년 동기대비 실질 증가율은 0.5%로, 작년 상반기 6.2%에 비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투자 증가율이 '제로'에 머문 셈이다. 일자리 문제도 신통치 않다. 전경련이 7월 초에 발표한 30대 그룹 10% 추가고용 계획에 상당수 그룹들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재벌에 무장해제한 MB, 이제와 뿔난들' <프레시안> 2008년 8월 22일자) 

 

당연한 일이다. 기업의 투자란 철저히 경제논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법. 세계경제의 전망도 불확실한데, 대통령 얼굴 봐서 투자를 확대할 수는 없잖은가. 정몽구 회장도 사면해주고, 규제도 완화해주었는데도 재계가 미적거리자, 한나라당에서 단단히 뿔이 났다. 

 

"박희태 대표는 21일 한나라포럼 초청 강연에서 '지금 기업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건이 안 돼서 투자를 않고 있다고 하는데 재벌들은 몇 십조 원씩 쌓아 놓고도 투자를 안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8·15 사면에서 경제인이 많이 사면된 것은 국가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적극 투자해달라는 뜻이 아니냐'며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위의 기사)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국가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하다니,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기업에 애국심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어느 매체의 지적처럼.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정권의 문패에 감사해 서민경제에 사명감을 가지고 이바지할 만큼 '착한 자본'이 존재하리라는 믿음은 낭만적이라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재벌에 무장해제한 MB, 이제와 뿔난들…' <프레시안> 2008년 8월 22일자)

 

한편, MB가 경제성장의 비결이나 되는 양 재계에 선물로 안겨준 '규제완화'는 도대체 우리 경제에 어떤 기여를 했을까? MB의 대변인(당시 차명진 대변인)이 솔직히 실토한다.

 

"이번에 경제를 살리라는 이유로 욕을 들어가면서 특별사면도 해 줬는데, 투자는 뒷전이고 다른 기업 먹기나 자식들에게 물려주기에만 급급한 기업인들이 꽤 있다." (위의 기사)

 

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는 "다른 기업 먹기"나 "자식들에게 물려주기"였다. 이게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과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재계는 제 먹을 것만 취하고 입을 씻었다. 하긴, 계약서를 써서 이행의 의무를 지운 것도 아닌데, 계약 아닌 계약을 뭐 하러 지키겠는가? 그래 놓고서 선물을 줬으니 답례를 하라고 종용해대니, 기업들이 아주 귀찮았던 모양이다. 한 그룹의 임원은 이 재판 박정희 놀이를 이렇게 꼬집었다. 

 

"일자리는 투자가 늘어야 하고, 투자는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나와야 하는데, 현 정부가 과거 박정희 시절처럼 투자대상을 직접 만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전경련 30대 그룹 10% 추가고용, 공수표 될 판' <한겨레> 2008년 8월 19일자)

 

박정희 시절이라면 정부가 재벌들 불러 윽박지르고, 또 전두환 정권 초기라면 말 안 들으면 재벌 하나(국제그룹) 쯤은 날려버릴 수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불행히도(?) 더 이상 그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골통(骨筒)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무력한 푸념의 심오한 뜻을 이제야 알겠느뇨?

 

호주 총리도, 영국 총리도 떠나고... 나 홀로 치는 뒷북

 

  
2007년 12월 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당선자 초청 경제인 간담회에서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한줄로 서서 이명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건희

물론 국가는 시장에 개입해야 하나, 그 방식이 박정희식일 수는 없다. 현대국가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경제조정적 개입과 사회복지적 개입. MB 정권은 '작은 정부'라는 모토 아래 이 두 가지 개입을 축소해 왔다. 대기업을 위해 규제를 철폐하고, '강부자'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고, 감세에 따른 세수의 부족은 서민층에게 전가하며 빈곤층을 위한 사회복지는 축소하며, 이게 세계적 추세이자 '선진화'란다. 과연 그럴까?

 

MB가 열심히 규제를 풀고 있을 때, 앞서 그 짓을 했던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와 함께 1970년대 이후 세계를 지배해왔던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했다. '신자유주의는 죽었다'는 것은 이미 학계의 정설. 그런데 각하는 다른 나라에서 시체가 된 이념을 경제 살릴 구세주랍시고 들고 나오셨다. 유행을 좇을 때조차 나 홀로 둥둥, 뒷북을 친 것이다. 이를 비웃는 인상적 사건이 있었다. MB가 호주를 방문하기 직전, 호주의 총리가 국내 한 신문에 특별 기고를 했다.

 

"정부의 역할을 축소해 궁극적으로 시장의 힘이 이를 대신해야 한다는 것이 자유시장 이념의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는 규제되지 않은 시장의 힘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위기로 몰아넣는지 목격했다. (...) 신자유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으로 금융시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조셉 스티글리츠의 말대로 보이지 않는 손이 안 보이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 '[특별기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부의 역할' <중앙일보> 2009년 3월 2일자)

 

한마디로, 호주 총리가 자국 방문 기념으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신자유주의자(=MB)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러드 총리 못지않게 신자유주의를 열렬히 신봉하던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도 최근에 생각을 바꾸었다.

 

"세계 경제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이자 흔히 미국식 자본주의 대외확산 전략인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일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외정책의 충실한 추종자였던 영국의 경우 고든 브라운 수상이 "워싱턴 컨센서스는 끝났다."라고 첫마디를 시작하기까지 했다. 모든 것은 시장에 맡기면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저절로 조절된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믿음의 결과가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폐해로 드러나면서 결국 실패로 끝나가고 있는 셈이다."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베이징 컨센서스의 위력' <노컷뉴스> 2009년 4월 13일자)

 

추세가 이렇게 흘러가자 한나라당에서 당황한 모양이다. 정두언 의원이 국방부에서 불온도서로 지정한 책의 저자를 불러 세미나를 열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가 6일 한나라당 의원들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장 교수는 (...) '이래도 신자유주의인가' 강연회에 참석해 규제완화, 금융시장 자유화 등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강연회에 신자유주의 비판론자를 초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정부 여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정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 한나라당 의원들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장하준, 한나라 토론회서 MB정책 비판' <연합뉴스> 2009년 4월 6일 자)

 

이것이 MB의 생각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그건 MB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MB는 꿋꿋하게 제 길을 한다. 하긴,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다. 재계는 도통 말을 안 듣는다. 투자를 확대할지 말지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할 문제니까. 고로 권력으로 뭔가 해 볼 수 있는 곳은 공공부문뿐. 여기서라도 구조조정으로 '효율성' 제고했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세계가 다시 '큰 정부'로 갈 때, MB 혼자 '작은 정부'로 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MB의 생각이란 결국 공공기관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자신의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러니 어떡하나?

 

<조선일보>가 걱정할 정도의 날림공사 속도전

 

  
2007년 6월 22일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뒤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낙동강 하구에서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윤성효
이명박

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대규모 토목사업. 국민들은 이 삽질이 왜 필요한지 이해를 못한다. <조선일보>마저 "4대강 살리기가 절박한 것인지" 의심한다. 사실 우리에게는 하나도 절박하지 않다. 다만 임기 내에 뭐가 보여줘야 하는 MB 개인에게는 매우 절박한 일이다. 7% 성장이 물 건너가는 바람에 구겨진 스타일은 다시 펴져야 한다. 게다가 삽질이야말로 그가 잘하는 유일한 분야인데다가, 현재로서 그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정책 수단이 아닌가? 그래서 무려 '22조+α'를 쓰겠단다. 문제는 재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8~2010년 우리나라 재정수지 악화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9%로 미국(-5.6%)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재정 상황만큼은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을 부각시켜왔는데 어느새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부풀었다 (...) 더구나 이번 전망에는 얼마 전 편성한 슈퍼 추경 29조원이 빠져 있는 데다 앞으로도 걸핏하면 또 다른 추경을 편성할 태세여서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겠다." ('재정수지악화 너무 가파르다' <매일경제> 2009년 4월 6일자)

 

물론 불황에는 국가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으나, 그렇게 지출된 재정은 미래의 비전에 기초하여 장기적 경제효과로 되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자. 정부에서 곧 공공기관장들 모아놓고 4대강 사업 설명회를 열 예정인데, 그것을 앞두고 공공기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단다.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의 예산을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분담시키려 하기 때문이란다.

 

"일부 공공기관은 '정부가 경영 효율화를 강조하면서 4대강 살리기에 공공기관의 재정적 참여를 유도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정책을 펴 왔다. (...) 공공기관 129곳에 대해 정원의 12.7%인 2만 2000명을 줄이도록 했다. 민영화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공공부문에서 1만 2000명이 추가로 줄어든다. (...) 한 공기업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의 초임을 깎아서라도 한쪽으로는 돈을 짜내고 별로 상관없는 사업에 더 많은 돈을 쏟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공기업 4대강 특강 배경' <서울신문> 2009년 6월 19일 자)

 

결국 멀쩡한 일자리 줄여 건설 일용직 창출하는 셈이다. 이 못 말리는 근시안은 물론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풀려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747의 추락으로 망신을 당한 MB, 남은 임기 동안 뭔가 보여줘야 한다. 적어도 경기 정도는 회복시켜줘야 한다. 그러려면 돈을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 물론 그 돈이 장기적 경제효과로 되돌아올지는 퇴임 후의 문제이고, 그 돈을 갚는 것도 퇴임 후에 다음 세대들이 할 일이다. 사업의 추진도 <조선일보>가 걱정할 정도로 날림이다.

 

"불과 몇 달 사이 사업계획의 큰 틀이 이리저리 바뀌고 사업비가 수조 원씩 들쭉날쭉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어쩐지 아슬아슬하다." ('사설: 대통령의 본업은 정치다' <조선일보> 2009년 6월 19일 자)

 

아스팔트 깔았다가 뜯어냈다가 다시 깔았다가 뜯어내는 7080 날림공사 수준이다. <조선일보>의 걱정은 이어진다.

 

"환경영향평가는 계절별 영향을 보기 때문에 보통 1년은 한다. 4개월 영향평가로 충분한 환경대책이 마련될지도 걱정이다." (위의 사설)

 

환경평가? MB에게는 그저 속도전의 대상일 뿐이다. 1년이 걸리는 환경평가도 조지면 4개월 만에 다 해낸다. 이게 MB가 말하는 녹색성장의 실체다. 속도전은 거기에만 있는 게 아니다. 토지보상비 또한 신속히 풀려야 한다. 덕분에 한국토지공사 직원들만 바빠졌다.   

 

"요즘 한국토지공사에서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이달 말까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지역의 토지 및 지장물 조사를 마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이들은 점심 한 끼 먹는 시간도 아까워 도시락까지 챙겨서 다닐 정도다. (...) 토공 전체 직원의 10분의 1인 198명과 지자체 공무원 60명, 조사보조원으로 토공이 채용한 청년 인턴 및 사회취약계층 100여명 등 356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토지 및 지장물 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토공 직원들 주말 휴일 반납한채 4대강 조사 올인' <파이낸셜뉴스> 2009년 6월 18일자)

 

거의 '천 삽 뜨고 허리 한 번 펴기 운동' 수준이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이러니 22조+α의 혈세가 과연 제대로 집행이 될지 의문이다. 어느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한 자치단체장에게 직접 들은 얘기"를 전했다.  

 

"자기 지역에 4대강이 흐르고 있어 5000억 원이 내려오게 돼 있는데 이 사업과 관련해 세미나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무조건 조기 집행하라고 하니까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토로하더라. 이런 국가적 낭비가 어디 있나. 강 살린다면서 돈 갖다 버리는 것 아닌가 심히 염려된다." ('이명박 정권, 내년 하반기엔 레임덕 올 것' <위클리경향> 2009년 6월 23일자)

 

돈을 풀어야 한다. 돈이 풀리면 경기는 살아난다. 어디에 풀지는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다. 속도전이 낳은 해프닝은 또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라는 재촉을 받은 어느 공공도서관 직원의 말이다.

 

"책 구입을 조기 집행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면 대단히 후안무치하고 개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1년의 농산물인데, 이것을 조기에 한꺼번에 사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이 대통령, 삽질 원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소' <프레시안> 2009년 6월 11일자)

 

한마디로, 아침에 세 공기 먹고, 점심과 저녁은 굶으라는 얘기다. 코미디가 아닌가? MB 치하에서는 도서 구입도 마치 건설공사 공기 맞추듯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연, MB의 통치

 

  
19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환송 리셉션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왼쪽) 등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이명박

이게 이른바 '경제대통령', 또는 '성공한 CEO'의 실체요, 그의 발가벗은 모양이다. 그가 국민의 눈앞에서 연출하는 그 모든 해프닝은, 그의 독특한 인생철학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언젠가 그가 <월간조선> 기자에게 들려준 말은, 그가 왜 그토록 병적으로 토목공사의 결과물(대운하 혹은 4대강)이나 단기적 성과(경기부양)에 집착하는지 잘 보여준다.

 

"박정희 대통령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있다. 그분은 경부고속도로나 거대 공업단지처럼 눈에 보이는 업적을 남겼다. 사람은 눈으로 보면 가장 확실하게 설득당한다." (김성동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성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나의 전략' <월간조선> 2005년 11월호)

 

여기서 그가 앓는 병증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눈에 보이는' 토목공사의 업적에 집착하는 것은 전형적인 산업사회의 증상으로, '생산의 비(非)물질화'라는 탈산업사회의 추세에 배치된다. 한마디로 시대착오라는 얘기다.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성과'란 당연히 경기부양과 같은 단기적 성과를 가리킨다. 이 역시 외연적 속도(가시적인 신체의 속도, 기계의 속도)에 집착하는 산업화 초기의 습속으로, 내포적 속도(비가시적인 생각의 속도, 전자의 속도)라는 정보화 사회의 특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역시 시대착오적이다. 친이(李)계 초선의원의 말을 들어 보자.

 

"서울시장 때를 보자. 중앙버스차로 도입 때를 생각해보라. 초반에 얼마나 비판이 많았나. 청계천 살리기에도 처음엔 비판 일색이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냐. 이명박 대통령은 그걸 기억한다. 지금 경제가 살아나는 징후가 보인다. 대통령은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MB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한겨레21> 2009년 6월 12일 자)

 

여기서 다시 한 번 MB가 '경기 살리기'와 '경제 살리기'를 혼동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경기야 22조의 빚잔치를 하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 문제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경제체제 속으로 한국경제가 성공적으로 편입하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과 발전전략이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경제 살리기'일 터, 불행히도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MB의 머리에는 '넘사벽'이다.

 

지금은 국민들이 반대해도,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성과"만 내면 국민들은 설득 당할 것이다. 이것이 MB가 그 모든 비판에 귀를 닫는 이유다. "처음엔 비판 일색이었다. 지금은 얼마나 좋아하냐." 이 통쾌한 반전, 이것이 MB가 꾸는 꿈이요, MB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그를 말이 안 통하는 먹통으로 만든 것은 바로 이 심오한(?) 실존미학이다. 표 한 번 잘못 던진 죄로, 대한민국 국민은 22조의 표 값을 치르며 한 개인의 유치한 신파를 지켜봐야 한다. MB의 주관적 로망(浪漫)이 대한민국의 객관적 노망(老妄)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대의 비극이다. MB의 통치,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연이다.

 

(*계속 이어집니다.)

 

진중권 교수, 22일 생중계 강연회

 

진중권 교수가 오는 22일 저녁 7시 30분 <오마이뉴스> 독자들을 위해 생중계 강연회를 엽니다.

 

<미디어아트 - 예술의 최전선>(휴머니스트) 출간기념으로 열리는 이날 '저자와의 대화'는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됩니다. 이 행사는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오마이뉴스>가 주최하고 휴머니스트 출판사가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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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렛츠고
아침에, 우연히 "주지훈은 불쌍할 뿐이고..." 라는 섹시한 제목의 기사가 있길래, 흥미로와서 클릭했더니.
하재근 이라는 분의 블로그 페이지로 연결이 되더군요...
http://ooljiana.tistory.com/550

이 분의 블로그 타이틀 자체에
[새책 <MB공화국, 고맙습니다> 출간] 이라는 광고 문구 비슷한 것이 붙어 있길래,
네이버로 검색을 해보니 아래와 같은 신문기사가 나오네요.... 

하여 아래에 퍼올리며 짧은 제 생각을 덧붙입니다.....

어제밤까지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의 1부 [헌법의 당위]를 읽고, 막 2부 [권력의 실재] 편으로
넘어가던 중인데...
사실 저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지 "감사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거든요...

우리가 그냥 매일처럼 숨쉬고 살 때는 공기나 산소의 소중함이나 귀중함을 모르듯이...
자유와 인권이 억압되는 독재나 폭압 정치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한, 우리는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게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디제이나 참여정부 10년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댓가를 아직 다 지불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선의에 힘입어 잠시나마 민주주의의 가치를 누렸던 시기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아직 덜 지불한 민주주의의 댓가를 여전히 후불로 치르는 시기라고 평가하는 유시민 님의 의견에
십분 공감하니까요....

2010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새롭께 일깨워주고, 전국민적인 정치 학습의 장을 열어준 최고의 교사는
단연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그러니 어찌 그에게 고맙다 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실 저는 지난 주 6.10 22주년 대회에도 티뷔 뉴스를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 하수인 노릇을 하는
단순무식한 경찰들이 다시 한번 전경 차벽으로 시청광장을 겹겹이 막아주었으면 하고 기대했더랬습니다.
아울러, 한 발 나아가, 집회에 참여하려는 야당 국회의원 중에 한두 명 정도는 심각한 폭력으로 피를
흘리며 끌려가던가 닭장차에 실려가기를 내심 기대했구요....

무고한 시민이나 연약한 아녀자들, 혹은 어린 아이들까지 가리지않고 무자비하게 연행해가거나, 
심하게는 전경들의 방패에 머리가 찢기거나, 눈이 멀어 실명을 하는 무고한 시민들이 한두 명쯤은 생겼으면
하고 비겁하게 바랐습니다.... (비록 광장 현장에는 못나가고, 그냥 아프리카 실시간 중계방송을 보면서...)

왜냐면, 그런 상황이 벌어져야만, 그리고 그것이 국민들 두 눈에 보란듯이 목격이 되어야만 국민들이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더 빨리, 더 진지하게 실감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야만 도덕성이 없이 당장 눈앞의 이익과 실적에만 눈이 먼 장사치형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비싼 댓가와, 정치적 판단 미스의 과오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살아있는 정치 학습"이 하루라도 빨리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니까요....

(실제 집회 강제 해산 과정에서 보여준 전경들의 "방패 휘둘러서 시민 찍어패기" 작전은 그런 점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대한문 앞 분향소 강제 철거" 사건과 더불어서, 근래 들어 괜찮은 민주주의 학습 도구 교재 중
하나로 활용할 만한 사건이어서, 그나마 저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았던 성과? 중의 하나입니다.)

작금,  지구상 어느 파쇼 정권에도 뒤지지 않았던 박정희의 후예들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가 이명박 이후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단연 1위로 나오는 것을 보노라면,
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직도 민주공화제를 완성하려면, 꽤나 많은 민주주의 학습을 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이런 정도의 정치적 선택과 판단 수준의 국민이라면, 우리는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의 반석에 올리기까지
앞으로도 최소한 10년은 독재정권의 아류 속에서 더 민주주의 학습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좌파정권에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망령들, 그러한 착각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자 후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며 돌이키기까지 앞으로 10년 세월의 학습이 더 필요하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참으로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래서 그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학습 기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려면, 현재 이명박 정권이
좀 더 악랄하게, 좀 더 반 인권적으로, 좀 더 반민주적인 정책을 대대적으로,
그리고 공공연하고 무자비하게 펴도록 적극 동조하고 박수치며 고무해 주어야만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로 인한 부작용과 반발, 시민들의 저항, 권력 내부의 비판이 커질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
또한 더욱 커질 것이고, 더불어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 기회도 더욱 많아지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런 현상도 적극 환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각하의 시대를 앞서가는 탁월한 영도력을 전 국민과 더불어 쌍수 들어 눈물로 찬양합니다..."

이런 류의 북한 정권 찬양식 선동 구호나, 박정희 시절 유신체제 찬양 구호 수준에 버금가는 지식인들의 선언
같은 것도 가능하면 심심치 않게 종종 나와 주어야 합니다....
조갑제나 뉴라이또(또라이또???) 머시기들, 김똥길 교수 같은 분의 적절한 망언도
독재에 아부하는 무리들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한껏 불러일으켜 주기 때문에 나름대로 도움이 됩니다...

물론 아래 소개하는 기사의 책을 저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저자가 아마도 저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계셔서, 이런 제목의 책을 펴낸 것으로 미루어 짐작됩니다...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다 읽는대로 바로 구입해서 읽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관심 갖고 한번 살펴 봐 주시지요....

혹시 먼저 읽은신 분들은, 아래 댓글란에 [서평] 올려주시면 구입 여부 판단에 더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행복한 한 주 만드시길....

진정한 공화국을 위한 모색…‘MB공화국, 고맙습니다’
 경향닷컴 손봉석기자 paulsohn@khan.co.kr
 

문학작품에서 실용문에 이르기까지 글로 이뤄진 것에 묘미 중 하나는 ‘반어법’이다.

‘MB공화국, 고맙습니다’(지은히 하재근, 시대의창 펴냄)는 제목에서 부터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이 엿보이는 책이다.




부제인 ‘자유화, 세계화, 무한경쟁의 나라에서 국민으로 살아가기’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나 사회가 약자나 서민을 위해 전통적으로 행해 오던 여러 규제와 구조적 보호가 완성되기도 전에 이익과 효율성을 이유로 망가진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크게 2부로 구상된 이책에서 저자는 1장에서도 ‘MB의 고마운 나라’라는 반어법으로 포문을 연 후 ‘자유화’의 본질과 그 후유증을 자세히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MB공화국’이 단순히 이명박 정부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김영삼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까지 20년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기간동안 자유화라는 이름하에 교육에서, 사회, 경제, 국가의 시스템까지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돈과 권력을 점유한 1%의 상류층을 위한 제도와 규칙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유화나 세계화라는 용어가 한국사회에서는 ‘그랜드서클’이라고 표현한 대한민국 상위 1%가 마음껏 이익을 내도록 돕는 ‘정글의 자유’라는 점을 거듭해서 강조한다.

자유화가 강화되고 법적인 정당성을 획득할수록 수혜자는 상위 1%인 그랜드서클 뿐이고 이들이 국민을 상대로 이제는 보호도 규제도 없이 겨뤄보자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를 ‘결과가 뻔한 불공정한 게임일 뿐’이라며 ‘자율 경쟁은 결국 강자가 약자를 수탈할 자유를 뜻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자유화의 종착점은 경제분야는 재벌 중심·수도권 중심의 폐해가 심화되고 교육부문도 ‘일류 학교’ 중심의 체제를 더욱 심화시키며 서열화된 신분사회를 만든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책 후반부인 2장 ‘MB공화국은 어디로 향하는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이 지향애햐 할 국가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가 이어진다.

저자는 먼저 미국 사회를 살펴보며 다양하고 풍부한 통계와 영화에서 신문보도를 아우르는 다양한 자료들을 증거로 제시하며 의료보험 제도의 미숙과 최저임금 노동자계층의 삶을 볼 때 ‘후진국’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일본과 독일에 대해서는 제조업으로 강력한 경제적 역량을 키운 경제모델과 함께 상대적으로 시민들의 연대의식이 있어 그나마 미국 보다는 나은 상태로 평가한다.

저자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체제를 앞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모델로 제시한다. 일류학교를 중심으로 한 서열화 없이 ‘평준화된 학교’를 다니고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선택권 없이 누구나 당연하게 ‘공공복지’를 누리는 국가가 ‘공화국’이 가야할 길이라는 것이다.

<경향닷컴 손봉석기자 paulsohn@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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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렛츠고





정의 없는 평화는 양들의 침묵일 뿐입니다
.

한국사회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만과 탐욕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통치자에게
더 이상 사람의 길
, 생명의 길, 사람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되찾읍시다.
 

 

--- 2009. 2. 2 주님봉헌축일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설명절도 지난 기축년의 입춘날, 포근한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일찍 나와 PC를 켜고 뉴스들을 살펴보니, ”강호순, 나는 사이코패스”
“'용산' 새총, 골프공 160여 m 날려” 따위의 헤드라인들 사이로,
슬그머니 “용산 참사에 대해 경찰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들을 들이밀고 있군요…

제도권 언론들의 문제를 회피하는 비겁함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뻔한 논리로 어느새 권력 앞에 납작 엎드려 기는 자들의 비열함을 꾸짖으면서 지난 주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국민들 앞에 내놓은 시국선언문의 끝자락을 옮겨둡니다.

http://blog.naver.com/letsgo99/20061373064



국민과 서민에 대한 애정을 이른바 '가진 자'들에게서 기대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아마도 우리의 희망이 너무나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탓일 겁니다.
부시가 떠나가기도 전에 우리는 MB라는 보기만 해도 짜증이 솟아나는 초상화를
매일처럼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말할 겁니다. 나도 사랑한다고…. 애정이 있다고… 누구보다도 잘해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청와대 뒷동산 인왕산에 올라 광화문의 촛불집회 모습을 보면서 “아침이슬”을 노래한 대통령이라니,
속으로는 실제로도 그러고 싶어할 겁니다.
문제는 사랑하는 방법이겠지요…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일 거구요…

 그에게는 국방이나 나라의 안보는 어떨지언정,
군사공항을 옮겨서라도 제2롯데월드 같은 서울의 랜드마크를 심어놓는 것이 더 상징적인 업적이고,
경제살리기의 지름길이라고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환경이야 어찌 되었든 아이티 인프라나 바이오 인프라를 깔기에도 모자란 돈을
60-70년대 개발독재 시절처럼 그저 땅 파고 삽질하는 데 올인하는 것이
경제 부흥의 토대라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윤도현의 비유마냥 이 민족을 가난과 배고픔에서 해방시킨 구세주마냥 박통을 닮고 싶어하는 모양이지만, 하는 짓은 전두환 군사독재보다 더 심한 독단에 철권통치를 시대착오적으로 강행하고 있으니,
참으로 문제인 것이지요….

며칠 전 대학 서클의 신년모임이 있어 만난 한 친구는,
대구 사람을 남편으로 얻어서 명절때마다 “시아버지랑 정견이 달라서 의견충돌을 빚었는데,
이번 설날에는 그 시아버님조차 “노무현만도 못하니 이 일을 어쩔꺼나” 하고
오랜만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하더군요….

과연 누구 탓일까요? 

누구를 탓하면 지금, 나의 죄, 우리의 죄가 면해질 수 있을까요?

국가권력과 공권력의 힘을 스스로 내려놓는 대신에 전국의 땅값 집값을 올려놓아 버림을 받은
노무현 전 '좌파정권'을 탓해야 할까요? 
투자은행의 방만한 운영과 경쟁력을 상실한 자동차 산업 등의 구제를 위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달러를 찍어내어 세계경제 위기를 자초한 미국의 오만함과 무식함을 탓해야 할까요?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이 모든 사태가 결국은 우리 스스로의 죄이자,
나의 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죄값을 치르고 있는 셈이고요. 그것도 아주 아프고 진하게 말입니다.

한 나라 민주주의의 척도는 결국 그 나라 구성원인 국민들의 민주주의 수준에 달렸다는 말이야말로
진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일하지도 않는 자식들을 위장취업시켜놓고 월급을 받게 하는 도덕 개념이 없는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대통령에 뽑아 앉힌 죄이고,
짓지도 않는 농지에 영농보조금을 타먹는 고위관리들을 용인해 온 우리들의 죄이고,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론에 빠져서 대책없는 자유무역과 몰가치한 세계화에 대해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따라가면서, 비판은 하면서도 다른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 키우지 못하고
하늘만 쳐다봐온 우리들의 죄값을 아낌 없이 치르는 것이겠지요….

예나 지금이나 그래서 민주주의의 수업료는 비싼 법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수업은 우리에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인 듯 싶습니다.

제가 요즘 유학과 관련한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아이들의 장래교육이나 청년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모습들을 실감나게 느끼고 있습니다.

입학금과 등록금이 없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심지어는 자살을 하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저 역시 이 나라의 교육철학이나 시스템을 어떻게든 바꿔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우리 애는 이런 환경에서 교육시키지 않고
외국으로 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솔직한 현실이니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과연 어디에서부터 이 빗나가기 시작하는 우리 사회와 역사의 물줄기를 조금이라도 다시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입춘대길’ 이라는 말이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고 허허로움만 더해서 답답한 심사를 메일로 쏟아 봅니다.


하지만,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지요. 후퇴가 있으면 전진이 있을 겁니다.
지금의 퇴보와 역행이 당장엔 분노어리고 울분스럽지만, 그 분노의 힘을 모아,
더 크고 확실한 진보를 위한 추진력을 다져야겠습니다.
흐트러지고 나태해진 마음을 다시 다지고 우리 스스로를 고난 속에서 재훈련시키는
소중한 시간으로 삼아야겠습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대화의 주제로 가장 금기하고 피하는 것이 바로 정치나 종교 문제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것을 피해갈 수가 없네요.

촛불집회의 현장이 되었든, 온라인 아고라나 블로그의 한 구석이 되었든,
행여 제 이름이나 모습이 어른거리더라도 너무 철없다 여기지는 말아 주십시오…

우리나라나 우리 사회가 위기라고 생각되면 그게 누구이든,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방법으로 행동하고 참여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철학이요, 살아온 지혜니까요….

모두들 늘 건승하시고, 어려운 난국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새해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정권이 조금이라도 제 정신을 빨리 차릴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뭐든 해보시는 한 해가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2009년 입춘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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