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30. 9월의 끝날밤, 미스터션샤인 최종회를 보고...

보통 드라마는 주2회로 두 달, 8주 16회로 편성된다. 미스터션샤인...한 달을 더 늘여 24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캐스팅과 제작진 멤버의 면면 덕에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없다는 말과 달리, 역사적 사건 설정의 팩트 여부를 떠나서 시대 상황에 러브 스토리 라인을 교묘하게 엮어내는 작가의 탁월한 실력 덕분인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수다꾼들의 킬링 타임 거리로 부족함이 없었다.

시적이라 표현해도 괜찮을만한 김은숙 작가의 감칠맛 나는 대사들이 특히나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귀하"라는 표현을 어렸을 적 종이 편지 봉투에 써본 뒤로 다시 귀에 듣게 된 게 대체 얼마만인가...

2018년 9월의 끝날, 마침내 엔딩 자막이 올랐다. 일주일에 이틀, 온 식구가 거실에 함께 모여 즐겨 본 드라마 하나가 사라졌다. 다음엔 또 어떤 작품이 온 식구를 한 방에 불러 모아 주려나...

문득 어제 본 영화 [명당]에서 조승우가 오열하던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2대에 걸쳐 왕이 나면 무슨 소용인가, 2대가 지나면 자손이 끊기는 흉지란 말일세..."

어쩌면 이씨 왕조는 그렇게 대가 끝나는 게 운명이었는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건 왕조의 손이 끊기는 것은 한 나라가 망하는 것과 동의어였다는 점이랄까... 요즘 정치권 치고 박고 싸우는 꼬락서니기 나라와 백성의 앞날이야 어찌 되든 사욕과 치부를 향해 한 줌 권력을 놓고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 안시성이나 명당을 놓고, 혹은 미스터션샤인 같은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특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나 역사물에서 늘 제기되는 문제가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사실 부합성 문제이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는 그 자체가 다큐멘터리 기록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픽션이다. 허구라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구 스토리에 얼마나 나름의 시대 정신과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인간 보편성을 담아낼 수 있는가에서 극의 성패가 갈린다. 그 점에서 미스터 션샤인은 한 여인(정확히는 세 여인)을 둘러싼 세 남자의 다소 과장된 러브 스토리를 망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얹혀서 '나라를 지키는 것'과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것'이 다르지 않은 하나라는 것을 '의병'이라는 키워드로 나름 깔끔하게 담아낸 수작이라 평하고 싶다. 

이 드라마를 러브 스토리 멜로물로 보든, 역사 이야기 서사물로 보든, 그건 보는 사람의 자유다. 애절한 사랑의 아픔에 공감하든, 나라를 지키려 자신의 삶을 불사르는 충의에 공감하든 그 해석 또한 각자의 선택이다. 그저 한 가지 남는 여운은 만약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과연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문이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을까,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굳이 나를 희생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질문 말이다. 전자는 공감이 가는데, 후자는 여전히 의문이다!   

[ps] 미스터션샤인, 중국어 제목이 더 재미있다! 

陽光先生 (양광선생) ^^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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