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원고 마무리를 위해 비몽사몽 키보드 두드리기에 아침부터 여념이 없는데...
카톡인가 페북인가, 명확치 않은데 갑자기 속보 소식이 하나 떴다...

"[속보] 전두환 사망! 금일 오전...  어쩌구 저쩌구"

음... 지난번에 법정 출두할 때만 해도 나름 생생하게 돌아다니드만... 왠 급작스레 사망 소식? ^^
헐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살 만큼 살았지 싶어 나이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향년 90세!

구수를 꼬박 누렸다. 환갑 한 갑자에다 다시 반 갑자를 더 채웠으니 나름 장수한 셈이다.

당장에 친구의 카톡 댓글이 들어온다...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더다니, 그 덕분인가 보지..."

뉴스에서 대변인이랍시고 민 머시기란 자가 고인의 유지에 대해 떠드는 것을 보자니 확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연민이 솟는다...

가련하게도, 끝내 죽어 가면서까지 그 누구에게도 용서를 구하지 못하는 "처량한 인생"이로구나...

살아 생전, 누군가에게라도, 하다 못해 술 자리 취기에서라도...
내가 참 몸쓸 짓 했다, 죽거든 죄 많은 인생 용서 구한다 해달라고 누구에게 한 마디라도 남겼더라면
사람들이 끝까지 저리 욕하고, 가는 길 무덤에 침을 뱉으랴 싶었다...

사람의 생에 대한 평가는 미안하지만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하는 것이고, 역사가 하게 된다.

박정희가 죽이고 싶도록 밉고 피해를 본 사람들이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그가 남기 업적을 사람들은 기억한다.
노태우가 같은 쿠데타 주범이었더라도 그나마 가족들이나 주변사람들이라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작업이 있었기에 그나마 국가장까지 치러주지 않았던가!!

권력을 잡기 위새 동포를 살육했던 쿠데타의 주범이 끝까지 자신의 사업을 혁명이라 포장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은 채, 구수를 누리고 떠나간 것에 대해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이란 얼마나 헛되고 덧 없는 것인가!!  

땡전 덕분에 덕을 본 게 있다면 한 가지 없진 않다.

졸업정원제다... 대학생 놈들이 데모 하느라 공부를 안 한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기 위해 상대평가 제도란 걸 도입하고 졸업정원의 30%를 입학 때 추가로 뽑을 수 있게 했더랬다.

우리 과도 마찬가지, 60명 졸업 정원에 30%인 18명을 더 뽑아 78명이 입학 정원이었다.
아무래도 당시 내 학력고사 점수로 따지자면 30% 추가로 뽑은 정원 여석 덕분에 대학을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농담 삼아서, 졸정제가 나름 명문대를 갈 수 있게 길을 터준 거라면 땡전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처음 접했던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우리의 민주화 현실이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무렵이던가, 시골로 내려가는 열차간 안에서 책 한 권을 읽었다.
황석영의 책이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https://photos.app.goo.gl/xDFfXpFS5js4hTy98

광주에서 사람들이 공수부대의 총칼에 어떻게 죽어 갔는가를 기록한 현장 채증 증언집이었고,
그 책을 읽으면서 순진한 새내기 대학생이 운동권 투사로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죽음은 광주가 끝이 아니었다.
학원에서 노동가에서, 군대 징집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원인도 모른채 죽어 나갔다.
그 수가 파악된 것만도 250명이 넘는다.
지금도 일부는 "의문사 진상 조사 위원회"에 조사 대상으로 남아 있다.

살아 있음에 부채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변 동료 선후배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고등학교 동기였던 우혁이, 써클 선배였던 용권 형, 그리고 억압의 시대에 분노하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 또 다른 써클 누이...
같은 조직 사건으로 남영동 치안본부에 끌려가 취조 당하고 출소한 이후에도 고문의 후유증을 오래 앓다가 삶을 마감한 창의형까지...

치열하게 싸웠던 만큼 상처도 아픔도 컸다.

그래서 그런 386을 머리속이 빈 것들이라고 비꼬는 사람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의 586을 그저 그런 꼰대로만 비난하는 이들을 나는 존경하지 않는다.

어느 시대나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개인들에게 주어지는 숙명과도 같은 "시대 소명"이란 게 있다.

재수 없이 전두환 노태우 시절 신입으로 대학 캠퍼스에 발 들여 놓은 날부터 졸업하는 날까지 7년을 넘게 최루탄 속에서 살아야 했던 우리에게는 "민주화"를 위한 작은 헌신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소명이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고, 우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산업화 역꾼들이 흘린 땀 만큼이나 우리 세대 민주화 역꾼들이 흘린 피도 만만치 않다.
지금 엠지 세대나 밀레니엄이 노래하는 "헬조선"은 그 땀과 피의 후속 산물이다.

물론 완성하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어쩌면 영원한 과제이고 과정이니, 완성태라는 게 있기 힘들다.
불완전한 만큼, 늘 위기가 다시 오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획책하는 반동의 힘은 늘 기회를 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식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재 저력은 "전국민 대학교육"이라는 고등 학력 수준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싸움에 어려서부터 노출되면서, 청소년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자력으로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게 만든 우리 시스템과 교육 철학의 부재에 큰 경종과 깨우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청소년 문제는 곧 한 사회 미래 방향과 철학의 문제이다!!


대통령을 새로 뽑는 시기다!!
미래를 고민하는 리더를 뽑자!!

적폐청산 같이 과거의 망령들과 싸우는 슬로건 대신,
내일 우리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찾자!!
60~70대의 자살율은 낮아지는 반면, 10~20대의 자살율은 더 높아지고 있다!!

살인마 전두환의 초라하고 처량한 죽음 앞에서 다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돌아보자.
우리는 지금 미래를 향한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개찐도찐, 되풀이되는 복수전은 허망하다. 제발 이쯤에서 끝내자!! 

#오늘의 감사일기 587일째_211123. 씁쓸한 땡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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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두환 사망 소식에 한편으론 시원,한편으론 허탈!
2. 원고진도 마지막고비 챕터 마무리해서 나름 뿌듯!
3. 80년대 주역들 모두 사라져가니 인생 무상 감사!!
4. 술에취해 막차에 택시타고 들왔는데 멀쩡해 감사!


#백일백포_062 D-38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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