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시험, 시험....
학창시절에 지겹게 들어야 했던 시험 타령을 요즘 초등 6학년 졸업반인 딸아이 하나 둔 죄로,
요즘도 거의 매일 듣기 싫게 들어야 한다...

다만, 그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서의 대상자가 내가 아닌 딸아이와 애엄마다.
전국 일제고사야 시험이랄 것도 없으니 무시하기로 치고,
무슨 중학교 입시 테스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시험 끝나면 중간고사,
중간고서 끝나면 기말고사, 뭐 이런 식으로 매번 시험타령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매냥 시험 준비한답시고 방구석에만 쳐박혀 있으려 하는 딸아이와 애엄마를 꼬셔서...
어렵사리 선유도 공원으로 나갔다...
봄 가을 철따라 때때로 찾는 공원이건만, 오늘은 두 모녀 완전 고삐에 끌려나온 소마냥
전혀 즐거운 표정이 아니다.

벚꽃 나무엔 어느새 푸릇 푸릇 새 순이 돋기 시작하고,
개나리는 어느새 잎파리들 속에 진노랑 색깔이 시들어간다.
그나마 푸른 새순 위로 붉으스레 부끄러운듯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복사꽃이
어릴 적 아련한 고향 생각과 더불어 왕가휘의 동서서독을 떠올리게 해줄 뿐....

채 한 시간도 채우지 못한 채, 돌아나온 선유도(仙遊島)....
한자 뜻 그대로라면, 예전에는 신선들이 노닐던 섬이란 뜻이련만....
그 때의 신선들께선 예서 무얼 하면서 세상을 즐겼을까....

멀리 성산대교를 등지고 선 버드나무 아래 울타리의 개나리 노오란 꽃가지들도
못내 가는 봄이 아쉬워 한숨진다...






Posted by 렛츠고

올 봄 비바람이 적었던 덕분이라...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모두들 짧은 수명을 미리 끊지 않은 드문 해 중의 하나인 듯 싶다.
4주 연속 토요산행 기록 역시 덕분에 세운 오랜만의 기록이 아닌가 싶고...

한 주의 피로가 몰려온 덕분인지, 점심 후 잠시 붙이마던 눈이 떠진 것은 오후하고도 꼬박 4시!
봄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꽃향기 보고 싶은 덕분인지, 내부간선도로 길이 꽉 매워져버려...
불광동 지나 구기터널 밑에 이르는 데만도 한 시간 가까이....

이미 일행은 앞서 떠난 자리라
혼자서 구기파출소 뒷편 절터 능선을 타고 올라 탕춘대 성곽으로 오른다...
예전 매표소를 조금 지난 옛 절터로 향하는 길로 빠져드니,
지난 가을 추색을 만끽했던 그 골짜기를 다시 만나 이번엔 춘색을 즐긴다...

비봉이 이마 위로 마주 보일 즈음에 좀 더 가니, 옛 절터가 작은 소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연신 작은 계단들이 바위 위로 이어진다.
올라보니, 어라 이런 곳에 약수터가 숨어 있을 줄이야...

그래 절터라고 했으니 물줄기 옹달샘터라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짐작이 맞아 즐거웠고
물맛 또한 시원했다.
비봉을 바라다보며 바위 틈 위로 피어난 개나리와 진달래의 조화를 몇 컷 담아내고...
한 달만에 만난 산행 길벗들과 뒷풀이 흥겨운 얘기자락이 봄밤의 향기에 젖는다...













Posted by 렛츠고
벌써 또 토요일... 한 주가 훌쩍 지났다.
봄의 일주일은 다른 계절의 일주일보다 훨씬 빠르다.
왜냐고?
꽃이 피었다 지기 때문이다.

일주일새 못보던 꽃몽리가 어느새 활짝 피고,
지난 주에 피었던 꽃오리들은 금새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중턱에 피던 몽오리가 꽃이 잡히고,
꼭대기 가지 끝에도 푸르스름한 기운이 돈다.

남쪽 기슭으로만 피던 꽃이
북녘 골짜기로도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고,
물가 양지바른 곳에 피던 꽃들이
돌틈 바위 사이에서도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이 모두 일주일 깜빡 사이에 일어나고
다음 주에 꼭 들러봐야지 하지만, 가보면 그 때는 이미 지고 없다.
그런 게 봄이다!!



















Posted by 렛츠고

늘 그렇듯 토요일은 집구석에만 박혀 있기가 못내 아쉽다...
아침을 뭐하다 빈둥대었는지....
아이 영어 공부하는 것을 잠시 봐 주었던가...

점심을 걸치고, 따뜻한 봄 햇살의 유혹을 견디지 못해 등산화 끈을 묶고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이내 핸들을 익숙한 불광동 방향으로 잡고...
은평뉴타운 3지구인가.... 대한민국 건축대상에 빛난다는 힐스테이트 아파트 건설현장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독바위 앞꼴짝인 정진골짝으로 올라 바로 바위를 탔다...

북한산은 대표적인 바위산이라, 그냥 등산로만 따라가거나,
혹은 초보자를 위한 우회 등산로를 타면 별로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누가 뭐래도 북한산은 바위를 타는 게 제 맛이다.
그러니 걷는 노선도 가능하면 바위를 타고 오르거나,
꼭대기 릿지를 걷는 것이 북한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첩경이다...

이 날도 혼자서 오르는 길이라...
누구에게 보폭을 맞출 필요도 없고, 꼭 어느 봉우리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도 없으니 좋다.
그냥 발길 가는대로 따라 가다 보면 산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세상살이 힘겨움을 잠시 잊는다.

정진골 매표소에서 정상 등산로를 타지 않고 바로 우측으로 나있는 사잇길을 오르면,
발길 자국도 별로 없지만 바로 힐스테이트 공사장을 내려다보면서 오를 수 있는 작은 암벽들이 있다.
생초보 암벽 등반 연습 코스 정도라고 하면 좋을까 싶은데....
바위 사이사이로... 진달래 꽃몽오리들이 개화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이쁘다...

그 길을 타고 잠시 오르면 금방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굳이 족두리봉을 오르지 않고 그냥 다시 오른쪽 불광동 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동편 능선 골짜기로
진달래가 한창일 때는 멋진 광경이 연출된다.

아직은 진달래 만개하기에는 이른 철이라, 3분의 1쯤 내려오다가, 오랜만에 길 아닌 길,
등산로 아닌 곳을 삐집고 산 중턱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등산로를 타고 다시 정진골 쪽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아 보았다.

중간에 만난 바위 틈 이끼들이 겨우내 얼었던 물기를 녹여내리며 봄이 오는 소리를 말없이 들려준다.
따사로운 봄 오후... 오랜 겨울의 냉기를 녹여 바위틈 이끼 무더기를 촉촉이 적시며 흘러내리는 물기가
햇빛에 따사로이 반사된다.

좀 더 길을 헤치고 경사진 바위를 몇 개 지나자, 이게 왠 걸....
끊어진 바위 길 위편으로 소나무 측백나무 가지 위로 길게 얹혀 있는 머루 한 그루 무더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 시골에서는 이걸 보고는 "땡감"이라 불렀는데, 이리저리 뒤져봐도 아마도 개머루가 맞는듯 싶다.
겨우내 잎은 모두 지고, 열매들만 주렁주렁 남아 있다.
비틀어진 꽈리 가지들 사이로 능청대는 덩어리가 가지런히 뻗어 늘어진 것이
사방으로 4-5가지이다 보니 제법 풍성해 보인다...
꽃을 시샘하는 봄바람이 심해서, 계속 흔들리며 춤추는 열매가지를 찍으려면 초점이 좀처럼 맞지 않는다.

아무튼, 진달래 꽃맞이 봄 산행길에 기대치 않게 걸려든 장면이다....
이런 장면을 향해 셔터를 누를 때마다, 나도 올해는 좋은 카메라를 하나 장만해야겠단 생각이 앞선다....























Posted by 렛츠고
첫 눈이 내린 산은 늘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설 명절을 앞둔 날이라,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할 겸 새벽에 사우나에 가리라 일찌감치 마음을 먹고 잠들었더랬는데, 아침 눈을 뜨고 세수를 하면서 창밖을 보니 사위가 흰 눈이라....

그 희고 차가운 눈이 내 발길을 다시 산으로 유혹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우나는 산에 다녀와서 해도 충분한 일이니까....

주섬주섬 아침을 챙겨먹기가 무섭게 베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디카 하나만 넣고 집을 나섰다.
버스로 마포구청역에 내려 6호선 지하철을 갈아타고 불광역을 통과, 독바위역에서 내린다.
막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중간 쯤 가는데, 반대편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소리친다.

"지금 산에 못 가요, 눈이 많이 와서 입산 통제한대요...."

아뿔사!! 이런 낭패가 있나...  겨울 북한산행이 한두 번이 아니건만, 입산통제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는데...  반신반의... 하지만 어쩌랴... 한두 명도 아니고 떼를 지어 돌아내려오는 데야 괜히 헛걸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르던 승강기를 내려 다시 플랫폼으로 내려와 돌아가는 지하철을 기다리자니 영 기분이 개운치를 않다.

웬지 그냥 돌아서기에는 찝찝한 마음.... 혹시 또 모르는 일... 휴대폰을 꺼내들고 114를 눌렀다...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좀 부탁합니다..."
"고객님,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말씀이십니까?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우이동도 있고 종로도 있고 여러 군데인데 어디를 찾으시나요?"
"종로 쪽으로 알려 주세요...."

이어서 연결되는 안내번호 숫자 나열이 채 끝나기도 전에 1번 버튼을 눌렀더니, 안내중이던 번호로 연결된다.
"오늘 입산이 완전히 통제된다는 데 전부 갈 수가 없는 건가요?"
"아, 아침에 대설주의보가 내려 통제했었는데, 좀 전에 해제했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이 정도 눈으로 입산이 통제될 리가 없다.
지하철 기다리던 걸음을 바로 되돌려 다시 승강기를 오르기 시작...
독바위역은 출구가 하나 뿐인데, 워낙 지하가 깊어서 승강기만도 4-5번을 올라야 지상으로 나온다.

중간에 아니나 다를까 두세 명의 등산객 무리가 승강기를 올라가는 나를 보더니 걱정스럽게 한 마디 거든다.
"지금 입산 통제되어 못 간다는 데요..."
"아! 방금 전에 해제되었답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새로운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한 아이같은 마음으로 대꾸해 주고는 기분좋게 산으로 향했다.

역쉬... 국립공원측의 입산 통제가 결과적으로는 나의 산행을 호젓하고 번잡스럽지 않도록 도와준 셈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첫 눈 쌓인 설경을 보자고 나름 붐빌만한 경관이었건만,
세밑 귀향길에, 아침 입산통제까지 겹친 덕분인지, 산길에서는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호젓했다.

덕분에, 정진매표소에서 시작해서, 사람 없는 수리봉(족두리봉)을 거쳐, 향로봉을 옆으로 끼고 돌아 비봉에서 사모바위 지나 문수봉 올라 대남문에서 구기파출소에 이르기까지 눈 덮힌 산행길 5시간이 족히 즐거웠던 길....

눈이 있어 즐겁고, 그 눈을 보는 나의 눈이 또한 즐거우니 이 아니 기쁜 일일손가....
눈 있는 이들은 보시라....




Posted by 렛츠고

이제는 묵은 습관처럼, 토요일 오전이면 베낭을 둘러메고 북한산으로 향한다.
벌써 3년이 넘었다.
해를 이어 계속된 몸의 이상신호에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겠다 싶어서, 한여름 뙤약볕을 불구하고 북한산 주말산행을 시작한지가 어느덧 훌쩍 세 해가 넘은 셈이다.

덕분에 그동안 불광동 초입의 수리봉(족두리봉)에서부터 향로봉-비봉-사모바위-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남부주능선....
정릉-형제봉-보현동으로 이어지는 동남 능선
구파발 산성입구관리소에서 의상봉-용출봉-용혈봉을 지나 다시 문수봉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능선....
반대 북편으로 원효봉-염초봉-백운대로 이르는 험한 릿지 능선 코스에 이르기까지... 북한산 전역을 거의 누빈 셈이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평탄한 길로 비봉에 이를 수 있는 탕춘대 산성 돌담 위 코스를 오랜만에 밟다가 커다란 왕벌 한
마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산성길 민들레 꽃다지 무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꽃술을 빨고 있는 장면을 만났다. 
십여 분이 넘게 실랑이를 했건만, 자동 디카의 한계일까, 좀처럼 제대로 된 한 컷을 만들 수가 없었다.

5배줌으로 잡은 디카는 암만 잘 나와 봐야 나중에 큰 사진으로 펼쳐보면 뿌옇기가 그지 없고, 초점이 선명하지 않아서 씨름한 것에 비하면 좀처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아무튼, 탕춘대 길을 오르다 향로봉이 머리 위로 바라보일 쯤 해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빠지면 향로봉을 옆으로 돌아가는 샛길이 있다. 이 코스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은 지라, 오랜만에 길을 바꿔 잡고 가다가 문득 사람의 발길이 아주 드문 듯한 바위 코스를 밟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곳에 북한산의 가을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래는 거의 다 그 곳에서 잡은 컷들이다....



























Posted by 렛츠고
모처럼만에 일요일 점심을 잠으로 한 숨 쉬고 나와, 맑은 공기라도 쐴 겸 자전거로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여의도 지나는 길에 초가을 무더위를 식히려는 시원한 한강 분수대의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멋진 무지개 장관을 만들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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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지나던 한강 길 한편에는 장미꽃 무더기가 한창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사그라진 모습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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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나와 창문을 활짝 열었더니, 어느 사이, 길잃은 잠자리 한 마리가 사무실 천장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지금은 형광등 전선 밑에 잠자듯 앉았네요....
지난 번에도 한 마리 들어와서 겨우 내보내 주었는데, 제 풀에 나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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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를 찾아서, 시계와 잠자리의 모습을 한 컷 남겨 봅니다... 행복한 밤들 되시길...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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