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북한산의 가을 풍류를 맛보기로 하여, 회사 동료들 넷이 함께 아침 일찍 구기동 계곡을 따라 올랐습니다...
전날 내린 빗줄기 덕분에 산과 계곡, 돌과 흙이 더욱이 맑고 청아하여, 가을 단풍의 운치를 맛보기에는 참으로 좋았습니다.

꼭두새벽 김연아 선수가 피겨 공연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즐거운 장면의 여운을 안고 잠을 청한 덕분인지, 아니면 문수봉으로 갈리는 언덕길에서부터 시작된 선연한 단풍 잎들이 아침 햇살에 환하게 비쳐 번지는 풍경이 깨끗함을 더해 주어서인지, 별로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 산행이었습니다.

문수봉을 넘어내려, 꼭대기를 바라보는 능선 둔덕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 한 잔에 가볍게 점심을 요기하고, 사모바위를 향해 가는데, 아뿔사, 누군가가 실족을 했던지... 가던 길이 갑자기 막히더군요... 119 구조 헬리콥터 한 대가 부지런히 환자를 실어 나르는 광경을 눈앞에서 구경하느라, 십여 분을 지체하고 길에서 쉬어야 했지요... 덕분에 눈 앞에서 멈춰선 헬리콥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기회를 얻긴 했지만서두...

각설하고, 삼각산! 북한산은 언제 올라도 명산입니다.  금강산 설악산 못지 않은 산세와, 수도를 품에 안은 넉넉함이 늘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참으로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에 감탄을 하곤 합니다. 

단풍이 절정인 설악산의 대청봉에 엊그제 첫눈이 내렸다더군요. 혹여, 이 가을 설악의 단풍을 못 봐 아쉬운 분들이시라면 가까운 북한산 단풍도 결코 그에 못지 않으니 한 번 눈요기들 하시지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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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또 토요일... 한 주가 훌쩍 지났다.
봄의 일주일은 다른 계절의 일주일보다 훨씬 빠르다.
왜냐고?
꽃이 피었다 지기 때문이다.

일주일새 못보던 꽃몽리가 어느새 활짝 피고,
지난 주에 피었던 꽃오리들은 금새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중턱에 피던 몽오리가 꽃이 잡히고,
꼭대기 가지 끝에도 푸르스름한 기운이 돈다.

남쪽 기슭으로만 피던 꽃이
북녘 골짜기로도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고,
물가 양지바른 곳에 피던 꽃들이
돌틈 바위 사이에서도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이 모두 일주일 깜빡 사이에 일어나고
다음 주에 꼭 들러봐야지 하지만, 가보면 그 때는 이미 지고 없다.
그런 게 봄이다!!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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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내린 산은 늘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설 명절을 앞둔 날이라,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할 겸 새벽에 사우나에 가리라 일찌감치 마음을 먹고 잠들었더랬는데, 아침 눈을 뜨고 세수를 하면서 창밖을 보니 사위가 흰 눈이라....

그 희고 차가운 눈이 내 발길을 다시 산으로 유혹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우나는 산에 다녀와서 해도 충분한 일이니까....

주섬주섬 아침을 챙겨먹기가 무섭게 베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디카 하나만 넣고 집을 나섰다.
버스로 마포구청역에 내려 6호선 지하철을 갈아타고 불광역을 통과, 독바위역에서 내린다.
막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중간 쯤 가는데, 반대편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소리친다.

"지금 산에 못 가요, 눈이 많이 와서 입산 통제한대요...."

아뿔사!! 이런 낭패가 있나...  겨울 북한산행이 한두 번이 아니건만, 입산통제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는데...  반신반의... 하지만 어쩌랴... 한두 명도 아니고 떼를 지어 돌아내려오는 데야 괜히 헛걸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르던 승강기를 내려 다시 플랫폼으로 내려와 돌아가는 지하철을 기다리자니 영 기분이 개운치를 않다.

웬지 그냥 돌아서기에는 찝찝한 마음.... 혹시 또 모르는 일... 휴대폰을 꺼내들고 114를 눌렀다...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좀 부탁합니다..."
"고객님,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말씀이십니까?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우이동도 있고 종로도 있고 여러 군데인데 어디를 찾으시나요?"
"종로 쪽으로 알려 주세요...."

이어서 연결되는 안내번호 숫자 나열이 채 끝나기도 전에 1번 버튼을 눌렀더니, 안내중이던 번호로 연결된다.
"오늘 입산이 완전히 통제된다는 데 전부 갈 수가 없는 건가요?"
"아, 아침에 대설주의보가 내려 통제했었는데, 좀 전에 해제했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이 정도 눈으로 입산이 통제될 리가 없다.
지하철 기다리던 걸음을 바로 되돌려 다시 승강기를 오르기 시작...
독바위역은 출구가 하나 뿐인데, 워낙 지하가 깊어서 승강기만도 4-5번을 올라야 지상으로 나온다.

중간에 아니나 다를까 두세 명의 등산객 무리가 승강기를 올라가는 나를 보더니 걱정스럽게 한 마디 거든다.
"지금 입산 통제되어 못 간다는 데요..."
"아! 방금 전에 해제되었답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새로운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한 아이같은 마음으로 대꾸해 주고는 기분좋게 산으로 향했다.

역쉬... 국립공원측의 입산 통제가 결과적으로는 나의 산행을 호젓하고 번잡스럽지 않도록 도와준 셈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첫 눈 쌓인 설경을 보자고 나름 붐빌만한 경관이었건만,
세밑 귀향길에, 아침 입산통제까지 겹친 덕분인지, 산길에서는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호젓했다.

덕분에, 정진매표소에서 시작해서, 사람 없는 수리봉(족두리봉)을 거쳐, 향로봉을 옆으로 끼고 돌아 비봉에서 사모바위 지나 문수봉 올라 대남문에서 구기파출소에 이르기까지 눈 덮힌 산행길 5시간이 족히 즐거웠던 길....

눈이 있어 즐겁고, 그 눈을 보는 나의 눈이 또한 즐거우니 이 아니 기쁜 일일손가....
눈 있는 이들은 보시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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