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쪽수가 390이다.
400쪽에서 열 페이지가 모자란 책인데, 첫 장을 펼친 이래 쉬지 않고 모두 읽어내는 데 대여섯 시간, 얼추 한 나절 정도 걸린 듯 싶다. 어제 새벽에 읽어 치운 [눈 떠보니 선진국]에 이어서 연짱이다. 마침 토요 휴일, 눈까지 많이 내려서 내일까지 집밖으로 나갈 일은 없겠다 싶어서, 오늘은 [인간 이재명]을 읽기 시작했다.

이른 저녁을 간단한 간식으로 대신하고, 책을 붙들기 시작한 게 아마 오후 5~6시께였던 듯. 중간에 두어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 마지막 장을 덮고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다.

전문 기술 서적이거나, 실습으로 따라해야 하는 자습서라면 400쪽 짜리 분량을 한 나절에 후딱 읽어 치우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스토리북이나 이야기를 담은 소설류들은 다르다. 머리 속에 장면을 드라마처럼 상상해가면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한번 이야기 전개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집중도가 훨씬 더 높아진다. 당연히 책을 읽는 속도도 빨라지게 마련이다.

한 사람의 성장 일대기를 구술이나 인터뷰, 일기장의 내용들을 모아서 재구성하고, 내가 들은 이야기를 남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풀어놓은 스토리 구성 방식이다. 덕분에 별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 억지스러운 표현이나 어렵고 현학적인 문장도 거의 없다.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는 터라 누구라도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책이다.

하지만 문체가 쉽다고 해서 내용까지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독자에게 두 가지 면에서 불편함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는,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 한 사람의 가정 형편이나 환경이 어쩌면 우리 나이 또래 인생들이 평균적으로 살아왔음직한 삶보다 훨씬 더 삭막한 빈민촌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초-중-고 학창 생활을 평균적으로 살아온 우리들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상당히 이질적이고 딴 세상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육성회비 낼 돈이 없어서 선생님께 얻어 터지는 '몸빵'으로 대신한다. 병원 갈 돈이 없어서 몸이 병신이 되는 것을 방치하고 고통을 참아낸다. 이런 장면들이 지속되는 장에서는 일반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이질감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접한 이재명의 "전과 4범" 기록이나 법정 다툼들이 애초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된 것인지를 다루는 대목이다. 전후 맥락과 팩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면, 기존에 미디어와 주변의 입소문에 의해 주입되었던 편견과 선입견을 180도 깨야 하는 "자기 부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성남 산동네 청소부에 공중변소 문지기네 집 아이가 학교 문턱도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고입 검정고시와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의 A급 특별장학생이 되는 과정이 특히 그렇다. 보통 사람들은 꼬박 3년간 매일 공부만 해서 얻는 교육 과정 이수 자격을 1년은커녕 수 개월도 안 되는 학습 기간을 통해 검정고시로 통과한다. 누구는 9수를 해서야 겨우 통과할 만큼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대학 졸업 후 1~2년만에 거뜬히 통과한다. 이런 과정은 마치 억지 드라마 대본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같은 성공 스토리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나는" 수준의 극적 반전이 넘치고 있어서 그런지 좀처럼 쉽게 공감이 가질 않는다.

결국 이런 내용의 끝에서 독자가 내리는 결론은 두 가지 중 하나일 듯싶다.
자기 부정을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자기 부정을 하느니 차라리 끝까지 기존에 주어진 인식을 고집하든가...

자기 부정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어린 나이에 스스로 두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을 만큼 불우했던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를 곧이 곧대로 이해하고, 그의 말 속에 담긴 진심과 진정성을 인정해주는 쪽을 말한다.

반대로 지금까지 매스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의 막연한 입소문에 의해 형성된 인식을 고집하는 경우라면 결국 이 책의 제작 의도와 내용에 대해 회의와 의심을 더하는 것으로 버텨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니 그에 대해 좋은 점만 추려서 최대한 부각하고, 그동안 약점으로 비판받았던 대목들에 대해서는 앞뒤 사정을 그럴듯하게 꿰매어 합리화시켜놓은 '선거용 홍보책자'에 불과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인터뷰 형식을 가장한 후보 선전 책자의 하나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그 의미를 평가절하해버리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전자를 선택하게 되면 기존에 내 편견이나 생각이 깨지는 데서 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후자를 선택하게 되면 기존의 판단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데서 자기 합리화가 가능하다. '인지부조화'의 불편이나 고통을 굳이 자초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후자의 입장을 선택하여 자기 합리화를 꾀할 때 과연 마음이 안 불편할까 하는 점이다.

최대한 객관자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 책을 읽어 가다보면 내용의 흐름이 실제 사실과 크게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논란이 되는 사안들에 대해 이재명의 주장이 아니라, 직접 관계하여 당시 전후 맥락을 제일 잘 알 것 같은 주변인 증언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책의 내용을 부정하고 싶다면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인터뷰 당사자들 또한 모두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하거나, 인간 이재명이 썼다는 과거의 일기장들 또한 '조작된 소설'에 불과할 것이라고 여겨야 하는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

이쯤 되면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하기 힘든 대목을 스스로 만나게 된다.
책이란 게 아무리 객관성을 강조해도 집필 의도에 따라 어느 정도 윤문 처리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팩트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한다. 미디어에 의해 오래 동안 뇌리에 박힌 선입견이나 편견이 책 한 권 읽는다고 뚝딱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번 굳어진 편견의 벽은 절대로 그리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존에 그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깨야 할 벽은 어쩌면 광주항쟁을 폭도들의 무기 탈취 난동이라고 믿다가 5.18 학살 비디오 영상과 사진들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속아 왔음을 깨달아야 했을 때와 비슷한 감정과 자기 부정을 감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민주당의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번 대선에서 유일하게 믿고 찍을 만한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뿐이라고 판단하고 지지하는 입장이다. 예전엔 심정적으로는 정의당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자칫하면 정권이 한나라당 같은 수구 꼴통 보수들에게 넘어갈까 염려되어 마지 못해 민주당 후보를 찍어주었던 경우도 있었다. 엊그제 "양당 후보가 다 이 모양이면 차라리 심상정 후보를 찍어주면 안 될까?" 하면서 슬그머니 정의당 지지를 호소하는 딸아이의 질문에 단호히 "No!" 라고 답했다. 마지 못해서 찍어주는 게 아니고, 이번에는 진짜로 지지하고 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내린 판단이라서다.

지금까지 정당의 계급성과 정책의 진보성을 후보 지지 판단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이 꽤 길었다. 나는 지금도 녹색당의 당원으로 벌써 4~5년 넘게 꼬박 꼬박 매달 당비를 내고 있다. 한 사회의 정책 전환과 미래 방향성에 대한 결정은 어느 정당이 시기적으로 더 혁신적이거나, 덜 개혁적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일상적 선거나 투표 행위를 통해 이루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편이다. 그리 따지면 정책의 진보성이란 것도 우리 사회의 누구에게, 어떤 계층에게 더 큰 혜택이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관점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 본다.

노동자, 농민을 계급 혁명의 주체로 보는 시각은 폐기 처분한지 벌써 오래다. 지금은 월급쟁이 직장인일지라도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면 보유한 지분의 크기 만큼 자본가가 되는 시대이다. 평생에 걸쳐 18평 연립주택 한 칸 겨우 마련한 나같은 사람을 '자산가 계급'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당할까? 연봉 1억을 넘게 받으면서 정규직 자리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노조 간부들을 연봉 2500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해관계가 같은 노동자 계급"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

같은 논리로 따져 보자면, 평생 청소부에 화장실 미화원 직업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밑바닥 인생들을 위해서 정책을 고민할 것이며, '부의 약자 배분'에 과연 얼마나 제대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수십억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일개 직장인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보다도 적게 내는 자들이 과연 일반 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말을 어디까지 진정성이 있다고 믿어 줄 수 있을까?

사람의 의식과 인식은 처한 환경과 물질적 조건에 따라서 결정되기가 쉽다.
인생의 철학과 가치 체계 또한 살아온 경험과 주변의 인간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게 태반이다. 이같은 기본 상식에 비추어서 [인간 이재명] 이란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이런 "비천한 천출" 출신도 한번쯤은 우리 사회 지도자로 뽑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뼘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각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성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재주는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한 사람이 살아온 흔적은 결국 그 동안 그 사람이 뱉아온 말들과 행동을 반추하여 얼마나 언행이 일치했었는지를 되돌아 평가해보는 수밖에 없다. 운 좋게 직접 내가 경험했다면 좋을 것이나, 그러지 못했다면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증언이나 직접 경험자의 평을 대신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이재명이 그동안 해왔던 말들, 아내될 사람에게 청혼 검증 자료(?) 삼아서 통째로 넘겨주었다는 자신의 일기장과, 성남시장-경기지사를 거치면서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던 공약들에 대해 그 결과나 성과(약속 이행율)를 통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점에서 [인간 이재명]이란 책은 한 인간이 살아온 평생의 궤적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했던 말을 어떻게 실천했었는지를 담담한 이야기로 풀어낸 하나의 증명서이자 한 인간의 평범한 인생 스토리북이다.

그의 인생 스토리가 결코 흔치 않은 이야기이기에 드라마처럼 보인다는 점이 오히려 맹점이고 쉬 넘어서기 힘든 문턱이다. 다만 그게 영화의 대본이나 소설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참으로 찾을래야 찾기 어려운 희한한 사람을 우리 사회 차기 리더로 선출할 수 있는 희귀한 기회가 우리 앞에 주어졌다는 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유권자로서 평생에 걸쳐 단 한번도 쉽게 만나기 힘든 행운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던 시점부터 이번 대선은 "노무현 시즌2"가 될 것이라고 미리 예견한 바 있다.
https://letsgo.tistory.com/266

 

018_2021.10.10(일) / 쌍십절, "노무현 시즌 2"의 서막을 보며...

경선 결과 발표 내용을 뒤늦게 보고 "이건 뭐지?" 하는 마음이 들어 영 찝찝했다! 원인이 뭐든 아슬아슬한 결과였지만, 참으로 천만다행이다!! 3차 선거인단 결과는 상식적으로, 통계적으로 정상

letsgo.tistory.com


대선 투표일이 석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노무현 시즌2" 선거라는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앞으로 기회나 짬이 나면 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 함께 나누고 싶은 내용들을 종종 정리해서 나눠보고 싶다.
읽다가 기억하고 다시 되새겨보고 싶은 대목으로 책 모서리를 접어둔 페이지들은 약 서른 군데, 아래와 같다.

21, 146, 174, 196, 207, 214, 222, 229, 233, 235,
239, 254, 257, 260, 265, 269, 274, 279, 281, 289,
295, 318, 323, 329, 333, 341, 344, 376, 386쪽...

인간 이재명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혹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건,
적어도 내 소중한 한 표를 조금이나마 '상식과 공정'의 기준에 맞추어 행사하기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강추한다.



#오늘의 감사일기 612일째_211218. [인간 이재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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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만에 경리단길 커피스미스 행차 송년미팅 해피!
2. 녹사평역앞 경리단길 짜글이 맛집 점심 해피감사!
3. 고객관계관리 CRM 전자책 내용 반응 좋아 다행!!
4. 390쪽짜리 인간 이재명 스토리북 내리 완독 감사!


#백일백포_087 D-13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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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꼭 보았으면 하는 책, [설득의 심리학2]

 


똑같은 책, 똑같은 영화를 보아도, 사람마다 감동을 느끼는 대목이나 느낌, 이른 바 필이 오는 부분은 다르게 마련이지요.

그때문에 같은 책을 보고 나서 올리는 책에 대한 리뷰나 서평도 모두 사람마다 제각각이구요.

한달 전쯤에 뭉텅이로 사놓았던 책들 중에 언제 볼까 언제 읽을까 미루다가, 이 책을 6월의 마지막날 아침에 읽기를 마쳤더랬습니다.

로버트 치알디니 라는 저자의 이름은, 해외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에서만은 심리학 분야에서 꽤나 독보적인 존재로 이름을 떨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가 국내 심리학 분야에서 공전의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을 한국어로 펴낸 것이 2002년이고, 그게 작금 100만부 이상이나 팔렸다고 하니, 나름 유명할 만도 하지요....

그게 고마와서였던지, 저자는 이번에 펴낸 [설득의 심리학2]에서 한국 독자를 위해 친히 별도의 감사 서문을 싣고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왜 자신의 책이 유독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팔리게 되었을까에 대한 자기 나름의 분석의견을 이렇게 내놓고도 있습니다. 

 ".... 한 마디로 말해서 설득은 권력 행사 없이 영향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들이 한국에서 [설득의 심리학]이 환영 받는 이유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사람들은 서로 다른 두 정부가 '똑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일 입니다. 즉, 남한 사람들은 시장경제를 경험했고 형제 나라인 북한은 계획경제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공식적인 권력과 독재에 바탕을 둔 경제시스템이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경제 시스템만큼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는 강제력과 계급이 발휘하는 권력으로는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설득의 과학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깨달았다는 사실입니다...."

(설득의 심리학2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 말지는 출판사 사장의 할애비가 와도 모른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습니다. 사실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100만부 넘게 팔린 이유에 대해 짐작이나 추측을 하라면 아마도 100만명의 생각이나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분단 국가의 특성에 따른 사회적인 배경의 독특성, 분단 조건에서 정부권력과 경제권력이 나누었던 유착과 특혜의 구조, 가진자와 못가진 자 간의 갈등과 평등 지향적인 전통, 세계 어느 곳 못지 않게 여성의 권리에 대한 형식적 보장이 급속하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뿌리깊게 잔존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따른 의식과 실재의 괴리, 불과 5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최하위 빈국에서 10대 경제강국으로 탈바꿈한 초고속 성장에 따른 사회 변화의 어지러운 속도와 그 폭의 깊이 등등....

사실 우리 사회에서 대화와 설득의 가치나 필요성에 대한 자각 혹은 문제제기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대화나 설득의 미덕에 대해 말로는 인정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읽기]와 [쓰기]는 배웠을 지언정, [듣기]와 [말하기]는 사실 거의 뒷전이었고, 듣기와 말하기가 국어 공부의 영역이 될 수 있다고도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서 살아 왔다고 해야 합니다.

실제 대학입시에서도 최근 수년 동안 [논술]의 중요성은 엄청나게 강조하고 여기저기서 논술 전문학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듣기]는 말할 것도 없고 [말하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이제서야 겨우 생겨나고 있는 형국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자녀간 대화법]이라든가 [결정적 순간의 대화] 따위 같은 것들이 바로 시간과 상대에 따른 대화의 방법론들을 겨우 문제제기 하는 차원이니까요....

근데 모든 대화는 상대방이 필요한 행위이고,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가 가진 마음 속의 생각이나 의도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거나 설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위해서는 [말하기]와 더불어 [듣기] 능력의 향상이 필히 함께 요구됩니다.  작금, 국회나 여야간 정치협상이나, 텔리비젼의 이슈 시사토론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사회적인 이슈나 주제에 대해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은 없이, 무조건 자기 주장과 생각만 일방적으로 떠들어대는 개념 없는 패널들을  수도 없이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방통행식 대화의 끝은 늘, 원시적 물리력을 동원한 몸싸움이거나 난장판으로 귀결되고, 지루한 협상의 끝은 주로 대개는 "결렬"과 "충돌"로 마무리되곤 하지요. 대화 단절이나 충돌의 책임은 물론 전적으로 상대방 책임이라면서 자신은 떳떳한 척 속이 뻔히 들여야보이는 대변인 성명들을 발표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풍토를 벗어나는 해답을 줄 수 있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이런 풍토 속에서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어 내거나,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설득을 당하는지에 대한 "원리와 과학"을 학습해야 할 필요성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더욱 크다고 생각됩니다. 심리학 이라는 영역 또한 학문으로 인정받는 데서 더 나아가 "심리과학"으로 인정받기까지는 꽤나 오랜 연구와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뇌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심리가 어떤 식으로 동작하고 움직이는지,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고 존재하게 되는지 등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과학적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심리학 연구 또한 새롭게 한 차원 도약하는 지점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즈음에 [설득의 심리학2]를 보게 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읽었으면 싶은 분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 이었습니다.

왜냐구요??  한 대목만 추려서 인용해 드리지요...

전체 50개의 키 센텐스로 이루어진 본문 내용중 34번 챕터의 제목은 "똑똑한 사람은 잘못을 인정한다" 입니다.
이 챕터 중에 아래와 같은 그림과 대목이 들어 있습니다.
 


배경은 어떤 회사의 연간 실적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실험에 참가한 두 그룹의 참가자들 중 한 그룹에게는 저조한 실적의 원인이 내부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나 대응 실패에서 기인한다고 인정하는 보고서(A)를 보여주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환경 변화와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고 분석한 보고서(B)를 보여준 뒤에 어떤 그룹의 참가자들이 회사의 경영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해본 결과, 저조한 실적의 원인을 내부의 문제로 인정한 보고서를 읽은 그룹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 회사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을 확대하여, "실제로 14개의 회사를 상대로 21년 동안의 연차보고서를 검토하고 이와 연관된 진술을 수백 가지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 결과적으로 저조한 실적의 원인을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문제 탓으로 돌린 경우보다 통제할 수도 있었던 내부적인 문제 탓으로 돌린 경우에 1년 후 주가가 더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설득의 심리학2] 호감의 법칙편 중 163-166쪽 참고)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제 머리 속에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 떠올랐습니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고난 받으사, 오늘도 떡볶이와 오뎅을 입에 물고 증명사진을 찍어서 관제 TV뉴스를 통해 매일같이 홍보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지경에 빠진 그 분께서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라는 느낌이 왜 가장 먼저 뇌리를 치고 떠올랐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아마도 이 책을 읽어보시면 제 말씀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우병 소 수입 협상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진이 정권을 음해할 목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고발을 해대질 않나, 촛불집회를 좌익 불순세력들의 정권 타도 음모 차원으로 이해를 하지 않나, 치솟는 물가와 실업율의 원인을 이전 정부의 문제 또는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나 에너지 가격 폭등 탓으로만 돌리려 하질 않나, 기타 등등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을 이른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원인, 바로 남의 탓"에서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모든 정책 실패나 경제 위기 등에 대한 원인을, 모두 이전 "좌파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 탓으로 돌리거나, 국제 경제여건의 급속한 악화 탓으로만 돌려대고, 정작 자신들은 별로 잘못한 게 없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꼴을 매일처럼 목격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하기는 커녕, 이미 참여정부 시절에 결정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연차적으로 지원금액을 늘리도록 했던 복지정책들에 대해서는 시행 과정에서 이를 가로막거나 기존에 책정된 예산마저 깍아버리면서도, 복지예산의 절대 지출액이 참여정부 때보다 늘어났다고 자랑스레 자신들의 업적인 양 큰소리치는 대목에 오면 아주 그 뻔뻔스러움이 한심스럽다 못해 측은할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청와대 스탭진들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국민 대중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논리와 정책에 대해 이해하고 "설득을 당할 수 있는지" 제발 좀 공부를 했으면 싶습니다. 이 책은 [설득의 심리학]에서 다루었던 이른 바 [설득의 기본원리] 여섯 가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례들을 각 원리별로 보완하여 제시하면서, 원리를 [설득의 과학]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느낌을 줍니다.

전편을 읽으신 분이라면, 설득의 여섯 가지 불변의 법칙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보셔서 감회가 새로우실 겁니다.

1. 사회적 증거의 법칙 =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 더 많이 팔린다
2. 상호성의 법칙 = 인간은 먼저 받으면 다시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3. 일관성의 법칙 = 내가 선택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한다
4. 호감의 법칙 = 잘생긴 피의자일수록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5. 희귀성의 법칙 = 한정판매나 백화점 세일 마지막날에 사람들이 몰린다
6. 권위의 법칙 = 권위있는 상을 받은 상품이나 높은 직책, 우아한 옷차림 앞에 꼬리를 내린다
는 것이지요...


[Yes를 끌어내는 설득의 50가지 비밀]
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번 2권은, 전편에서 다룬 이들 여섯 가지 법칙에 대해 각각 6~9개의 주제들을 선정하여 "주제문" 형식의 제목을 붙인 50개의 챕터로 구성됩니다. 심리학의 다양한 실제 적용사례와 연구 성과들을 통해 그야말로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 심리학이 일종의 과학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 겁니다....

부디 이 나라의 남의 탓이나 하고 자빠져 있는 위정자들이 이 책을 빨리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남의 탓이 아니라 진실로 "내 탓"을 할 때라야 비로소 상대방이나 국민들이 더 긍정적으로 봐주고, 설득당한다는 점을 제발 좀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일반인들에게는, 에필로그 중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설득의 오해와 진실" 소제목 부분을 꼭 한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246-250쪽 참고!)

이 부분의 요지는 주로 글(문장), 특히 이메일로 이루어지게 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도구로서 왜 위험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 사례와 그 치명적일 수 있는 결과들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목소리나 직접 얼굴을 보고 메시지를 전달한 그룹과 문자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이메일 그룹은, 메시지 전달 정확도에 대해 두 그룹 모두 비슷하게 89퍼센트 정도 될 것이라고 장담(예측 답변)했지만, 정작 실험 결과를 보니, 목소리-대면 그룹은 메시지 전달의 정확도가 74퍼센트였던 반면, 이메일 그룹은 63%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글(문자)을 써서 어떤 메시지(의도)를 전달하려 할 경우, 제아무리 용을 써도, 말(표정)이나 목소리가 없이는 전달 메시지의 정확성이 63%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겁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머지 37%가 바로 오해의 소지를 낳는 위험의 근원이 되는 것이지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의 차이를 옛 선조들의 속담으로 부터 배워온 우리는 37%의 메시지 불통이나 왜곡이 곧 "님"과 "남"의 차이 만큼이나 클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짐작하는 것입지요.

상대방이 왜 내 말을 안 들어 주는지, 혹은 못 알아 듣는지 속이 답답한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 특히 소통의 부재를 외치는 분들께 모처럼 재미와 교훈을 가득 전해주는  [설득의 심리학2]를 꼭 한 번 읽어 보시라고 강추합니다!!!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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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 보내는 감사편지] 일곱개의 쉼표

 

안녕하세요,

창밖은 우중충하지만, 겨우내 언 땅이 풀려 촉촉히 젖은 모습이 봄을 노래하게 하는 하루로군요...

오래 별러서 설날 연휴에 구입한 MP3에 저장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노래들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업무시간 중에 이렇게 사적인 메일을 보내는 딴 짓(!)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연시에 무척이나 업무에 바쁘게 시달리다, 2월 설 연휴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한 동안 페이스가 회복이 되지 않아서 꼭 슬럼프라고까지 할 건 아니지만 근 한달 동안을 다소 의기소침해 침잠해 있었더랬습니다.

어제 아침에 전혀 기대치 않았던 택배가 왔길래 궁금한 마음에 뜯어 보았더니, [21세기 북스]에서 전병국 님의 [일곱 개의 쉼표] 라는 신간에 대한 소개와 함께 주변에 알려주십사 하는 내용이 담긴 서신이 안에 들어 있더군요...

작년 연말 내신 [Delete!] 의 감동이 아직도 여운이 있었던 터라,
불과 일 년도 안된 사이에 이번에는 또 어떤 내용인가 싶어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집중해서 단숨에 내리 읽어보았습니다.

역쉬~~~

지난 번 딜리트를 통해서도 독자를 사로잡는 전병국 님의 탁월한 글재주에 감탄해마지 않았는데,
제 판단이 녹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여지없이 증명해 주시더군요...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나서, 한번 책을 잡은 사람들에게 많은 울림을 전달해 주는 힘이 느껴집니다.

미처 후반부의 한두 꼭지를 건성으로 넘겨서 마지막 장을 읽어보는 성급함을 보이긴 하였으나,

나침반을 따라 재능과 강점의 길로 간다
동행자와 함께하는 헌신의 길로 간다
더 멀리 하늘을 보며 믿음의 길로 간다
여행을 즐기는 감사의 길로 간다
도착할 날을 준비하며 결단의 길로 간다


고 정리하신, "달이 전해준 메지지" 가
딜리트의 디카프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떠올리게 해서 바로 메시지의 뜻이 전해져 오더군요...

좋은 책 보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언제가는 전병국 님의 메시지처럼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누군가의 삶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선물을 남기고 싶은 제 자신의 꿈에, 항상 용기와 도전의지를 불러 일으켜 주고, 일상에 타협해버리는 게으른 모습에 각성의 계기를 주시는 점에 진심어린 고마움을 전합니다.

봄이로군요...
꽃향기가 미처 진동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자리 하고 살아가는 얘기 한 번 나누었으면 합니다...

얼마 전에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읽으면서 논어의 몇 구절을 새삼스레 해석해보게 되었는데요.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는 내용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정말로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이 전병국님이 얘기하는 [내가 정말로 잘 하는 것] 과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은 사마천이 지은 사기를 한 권으로 재편집한 [한 권으로 읽는 사기]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고자가 되는 치욕스런 형벌을 무릅쓰고 이를 악물고 후대에 길이 전할 역사서를 남기려 했던 사마천의 치열한 삶을 상상하며, 필생의 꿈을 세운 한 인간의 집념과 헌신을 배우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더 좋은 내용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두드림과 울림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시길 빕니다...


수서역 사무실에서 최규문 드림.

by 때때로 | 2005/03/10 14:49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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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04-01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이 책의 제목을 스치듯 처음 본 건 지지난 주인가, 조선일보 주간 서평에서였다.

직업은 못 속인다고, 책 제목을 담은 그 기사가 한 눈에 나의 시선을 붙든 것은, 아마도 시간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직장에 몸을 담고 있는 까닭에 몸에 밴 조건반사와 같은 것이었으리라. 게다가 올해 내 삶의 기본 테마로 잡은 "양지 지향"의 구체적인 목표가 바로 "디지털 시간관리 전문강사"로서의 입지를 개척하고자 했던 터라, 그 제목이 더 눈에 띄었던 것같다.

인간이 과연 시간을 정복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지극히 천재적이거나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위인이나 성인들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당연히 평범한 사람에게서 시간을 정복한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나 역시도 이 책을 대하고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기대 반 의심 반 심정으로 그 기사를 대했지만, 책을 소개하는 글이 웬지 쉽게 흘려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책 제목 자체가 무슨 무슨 시간관리법 따위의 처새학 원론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존했던 특정한 사람의 실명을 붙여놓고, 거기에 '시간을 정복한 남자'라고 붙여 두었으니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만약에, 그 남자가 예수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혹은 간디 같이 아주 위대하고 유명한 위인이어서 평소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면 난 굳이 그 책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근데, 류비셰프라는 이름은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었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나의 호기심을 두 배로 자극했다.

그 서평을 본 다음 월요일 오후 퇴근 무렵에 [YES 24]에 신규회원으로 등록하고서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했다. 이틀 후 오후 느지막이 들린 사무실에 그 책이 택배로 배달되어 놓여 있었다. 그 다음 날인 5일 새벽, 화장실 가는 길에 5시부터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그 책은 붙잡기가 무섭게 근 2시간 동안 절반을 훌쩍 읽어 내려가게 했다.

오줌 마려우니 그만 뭉개고 빨리 나오라는 집사람의 성화에 못이겨 하는 수 없이 책을 중간에 덮고 화장실을 나오니 아침 7시가 다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또 이틀이 지난 일요일 밤 두 시간 가량을 투자해 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읽기를 끝마쳤다.

200여 쪽밖에 안되는 두껍지 않은 분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연휴도 아닌 일상 시기에 불과 사나흘만에 책 한 권을 후딱 읽어 치울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큼 이 책의 내용이 나를 몰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 류비셰프는 20대 초반부터 82세로 죽는 날까지 근 60년 동안 자신이 하루 하루 소비한 시간의 내역을 각 항목별로 분 단위까지 헤아려 시간통계 장부를 적어두었던 인물이다. 굳이 줄여서 말하자면 "시계부"를 작성해 두었던 것인데, 우리가 하루 하루 현금의 수입과 지출을 적는 "가계부"를 적듯이 이 사람은 마치 시간을 현금의 지출인 양, 꼼꼼히 분류해서 그 사용처를 적어두었던 것이다.

책에 나오는 대표적인 예를 들면, 이렇다. (72쪽)

- 소스노코르스크 시 방문 -0.5
- 기본과학 연구: 도서색인 - 15분, 도브잔스키 저서 읽기-1시간 15분
- 곤충분류학: 견학- 2시간 30분, 두 개의 그물 설치-20분, 곤충 분석- 1시간 55분
- 휴식(처음으로 우흐타 마을에서 수영을 함)
- 이즈베스티야 지 - 20분
- 의학신문 - 15분
- 호프만의 소설 <황금단지> - 1시간 30분
- 안드론에게 편지 - 15분
---------------------------------------------
총계 - 6시간 15분

이처럼, 자신의 하루 일과를 시간대별로 늘어놓는 정도를 떠나서, 구체적으로 각각의 업무에 얼마 어치의 시간을 소비했는지를 분 단위로 적고, 이를 총 시간으로 통계까지 합산을 해놓았다는 것이다.

이론적인 분석과 권위에 예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와 논쟁을 강조했던 그는 자신의 전공이었던 곤충 분류학과 해부학은 물론 유기체의 형태 및 체계, 진화론, 수리 생물학, 유전학 심지어 분산분석 등에 걸쳐 방대한 저서를 남겼고, 이 외에도 문학과 예술, 철학과 역사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지적 호기심으로, 생전에 70권 이상의 저서와 12,500장 이상의 논문과 자료를 남겼다고 한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하기로 힘든 분량의 일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정작 이렇게 많은 분량의 작업을 하면서도 그가 하루 동안 수면시간을 줄이거나, 운동이나 산책 시간을 줄이거나, 독서나 공연을 관람할 시간을 줄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더욱이나 감탄스러운 것은, 앞서 예를 든 시간사용 통계 기록을 하루 이틀이나, 한두 주 정도 연습 삼아 시범적으로 남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죽을 때까지 60년 동안을 하루도 빠짐없이 남겼고, 심지어는 통계를 내는 데 사용한 시간마저도 계산에 넣어서 기록에 남겼다는 점이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믿기 힘든 사실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과연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스런 생각마저 들었지만, 류비셰프의 삶을 추적한 저자가 스스로 감사하는 글의 어투나 전개 내용에서 이게 결코 거짓 과장으로 꾸며낸 픽션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류비셰프의 이러한 철저하고도 끈질긴 인내심과 시간에 대한 태도, 그리고 그에 기초한 시간통계 방법이야말로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해답이자 최고의 시간관리 방법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류비셰프는 단지 사용한 시간의 내역만을 단순이 기록으로 남긴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분야에 얼마 만큼의 시간을 배분할 지를 미리 계획하고, 그 계획에 대비하여 실제로 소비한 시간을 측정해서 목표에 대한 실행도를 평가했다는 점인데, 그 오차가 기껏해야 1%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인간이 아닌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인데, 정작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보면, 진리를 도출하는 도구로서 논쟁하기를 피하지 않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의견을 물어오는 편지에는 몇 십 장에 이르는 답신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전혀 시간통계 처리자답지 않게 시간을 허비(?)하는, 지극히 모순적이지만 참으로 따뜻하고 인간적인 성품을 소유한 사람이었음이 책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이런 의문이 꼬리를 이어 머리 속을 오갔다.

- 과연 인간이 그렇게까지 자신의 시간을 미리 계획하고 또 통제하고 결산할 수 있을까?
- 만약 그렇다면 누구라도 그 만큼 많은 저작과 훌륭한 성과물을 남길 수 있는 것일까?
- 과연 나 역시 그렇게 해볼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일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최종적인 느낌은 불가능하지 않겠다, 오히려, 정말로 그렇게만 할 수만 있다면 시간에 대한 태도와 관리방식을 가히 혁명적으로 바꿀 수 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40평생 이름도 모르고 살아왔던 류비셰프라는 사람을 올 해 초에 알게 된 것은 어쩌면 내게는 필연이 아니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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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책을 읽는 것에 특히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매일 매일 하루를 설계하고 계획하는 시간을 좀 더 체계적으로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정을 필두로 하나 하나 누적해가는 책들의 목록을 보면서 시간에 대한 관리는 자신의 역사에 대한 기록에서부터 남는 것이란 생각을 자꾸 더 크게 하게된다.

신년 초 [인간 붇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에 이어서, 재가 불자들의 기본 경전이랄 수 있다는 [유마경]을 연이어 읽고서, 구정 때 권유받은 [질문의 힘]에 이어 올 해 네 번째로 읽어낸 책이 바로 [류비셰프]였다.

이 책은 지금 읽고 있는 [한 가지로 승부하라]는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책과 더불어 지금 나의 시간관리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 선택이고, 12,000원이라는 볼륨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이 결코 아깝지 않게 느껴지는 별난 작품이다.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by 때때로 | 2004/02/09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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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메일(06.11.10)] 핀란드에서는 왜 자일리톨 껌을 씹지 않을까요?

조회(804)
때때로 메일 | 2006/11/13 (월) 04:14
 

안녕하세요?  최규문입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편지 글의 앞 머리에 [때때로 메일] 이라는 브랜드명(?)을 달아보는군요...
지난 번 인사 드린 게 6월 월드컵의 막바지 무렵이었으니, 안부인사 치고는 오랜만인 셈이지요.
 
입동을 지나 아스팔트를 나뒹구는 낙엽들의 모습 하며, 사무실 여기저기 콜록거리는 기침소리의
합창이 어느새 또 한 해의 갈무리를 재촉하는 풍경들이라, 문득 세월의 속절 없음을 깨닫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지요???


1. 저 많이 아팠습니다...
 
뚱딴지 같은 안부인사로 들리시겠지만, 저 올 여름 동안 많이 아팠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세파에 단련되는지 맘이 아픈 일은 조금씩 덜한데, 몸 아픈 일은 잦아지는군요..
 
작년 이 무렵에도, 한 동안 많이 아팠다가 많이 좋아졌다는 표현으로 글을 시작했더랬는데, 올해도 똑같이 "많이 아팠다가 거의 나았다"는 안부 인사를 드리려니 적잖이 민망스럽군요...
 
지난 번 때때로메일을 보냈던 6-7월 무렵부터 몸에 이상 징후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심하게 앓았던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는 증상은 꾸준히 약도 먹고 검진도 받으면서 거의 완치 단계에 접어들어, 예전의 체중에 혈액검사 항목도 얼추 정상 수치로 돌아 왔더랬는데, 6월 중순 어느 날인가 돌연 목덜미가 뻣뻣해지면서 목이 오른쪽으로는 돌아가질 않더군요...
 
한 동안 목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어서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해보기도 했지요.
또 추나요법이라나요, 목에 무거운 추를 달아 위쪽이나 뒷쪽으로 힘을 가하는 치료법 있지요, 마치 치과 통증 환자가 얼굴 붕대로 동여매고 찌푸리는 것처럼 어정쩡한 꼴불견을 연출하면서도 누구에게 떠벌이기 힘든 자격지심에 그저 혼자서 끙끙대며 크게 내색도 못했더랬지요...
 
그런데 이게 한달이 넘도록 나아지기는 커녕 목에서 시작된 통증이 왼쪽 어깨 쪽으로 내려오면서 자나 깨나 24시간 연짱으로, 윗팔뚝부터 어깨쭉지까지 시도 때도 없이 통증이 몰려오는데, 세수나 양치질같이 팔을 사용하는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마침내는 머그컵 한 잔 들어올리는 것조차 참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더군요...
 
이게 말로만 듣고 남의 일처럼 여기던 전형적인 [VDT증후군]이거나,  [오십견]인 모양이구나 싶었는데, 견디기 힘든 아픔에 급기야는 한의원이며 정형외과 신세를 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온 종일 계속되는 통증에 정상 업무가 거의 불가능하고, 밤에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거든요.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서지도 앉지도, 그렇다고 편히 누워 있지도 못하며 밤잠까지 설치기를 꼬박 한 달 가량을 버텨 보았지만, 좀처럼 차도가 없더군요.  더욱이 황당한 것은, 겉 보기에는 별다른 외상도 없이 멀쩡하니,  남 보기엔 과장된 엄살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었던 점이지요..
 
뭐라고 변명하기도 뭐해서 그냥 끙끙대며 견디기를 지난 여름 내내 거의 두 달 가까이 했었읍지요.
 탓에 올 여름 일주일 휴가는 멀리 나가보지도 못했지요.  집어름과 서울 근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곡 물가를 하루 다녀온게 고작이었고, 내내 어깨 통증 치료하느라 소진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문제가 있으면 분명 원인이 있을 터이고, 원인을 알면 해결할 방도가 있으리라는 믿음만은 버리지 않았지요... 그래서 한의원에 가서도, 정형외과를 가서도 제가 줄기차게 던졌던 질문 하나는 이거였습니다.
 
"의사 선생님, 도대체 원인이 뭐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의사 양반도 제게 속시원한 답을 못 주시더군요...
어디서는 [목디스크] 초기증상이니 물리치료를 꾸준히 하라느니, 어디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건대 전형적인 목디스크이므로 좀 비싸긴 하지만 카이로프락티스 치료를 받겠느냐니 하면서 겁을 주고, 이것저것 물리치료에, 침을 놓고, 근육이완 주사를 놓고, 진통제만 들이댈 뿐, 도대체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겠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하더군요.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2. 원인은 자세불량 누적, 해결은 척추교정!

두 달 가까이 힘겨운 여름을 버티면서 결국 찾게 된 치료법은 다름 아닌 [척추교정]
이었습니다... 
다행이 집사람 사촌 친척 중에 대학 시절부터 교정 치료요법을 공부해서 20여년 넘게 그 분야에 몸담아 나름대로 경지(?)에 이른 형님 한 분을 찾아갔더니, 병원에서와는 진단부터 다르더군요.
 
척추를 목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차례로 촉진하며 만져보시더니ㅡ
병원에서 목디스크라 한 것과는 달리, 목뼈(경추) 쪽에는 이상이 없고, 오히려 늑골(갈비뼈)이 뒤로 붙는 흉추(가슴뼈) 2번쪽이 오른쪽으로 3밀리 정도 틀어져서 거기에서 나오는 신경이 압박을 받아 왼쪽 어깨나 팔 쪽으로 가는 신경을 건드려 발생하는 전형적인 [신경통]이라고 진단하더군요.
 
처음엔 잠을 잘못잔 것처럼 일년에 한두 번 아프다가 나아지는데, 점점 그 주기가 짧아져서 철마다 한번씩, 나중에는 한두 달에 한번씩 아프다가 아주 심해지면 팔뚝까지 저려오거나 마비가 발생하게 되어 통증이 없어지지 않고 반평생 신경통으로 고생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40이나 50대가 되면 거의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증상이고, 하루 이틀만에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기나 젊었을 때 어떤 이유건간에 척추가 한쪽으로 휘기 시작해 거의 10년 이상 오래동안 누적되어 점점 그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강제로 힘을 가해 휘어진 뼈를 바로잡지 못하면 좀처럼 치료되지도 않고, 또 바로잡은 상태로 곧게 유지하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는 증상이라더군요. 문제는 목뼈가 끝나고 가슴뼈로 이어지는 흉추 2번이나 3번은 생긴 모양이 거의 타원형에 가까와, 옆이나 위로 솟는 돌기가 발달해있지 않아서 외부적인 힘을 가할 손잡이(?)가 없다는 점이랍니다. 
 
즉 몸에 살이 비쩍 말라서 뼈가 바로 만져지거나, 혹은 차라리 뼈에 살이 많이 붙어서 근육에 힘을 가해 뼈까지 힘을 받게 할 수 있는 체질이면 교정하기가 조금은 수월할 터인데, 저같이 적당하게 살이 붙은 체질은 그도저도 아니어서 흉추 2-3번 쪽은 뼈에 직접 힘을 가하기가 어려워서 교정하기도 그만큼 쉽지가 않다더군요....
 
특히나 뼈라는 게 수십년 넘게 취해온 자세의 관성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바로잡아 놓았다고 해서 그대로 고정되는게 아니고,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예전 꼴로 되돌아가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 일시적으로 교정해 놓았다고 해서 깔끔하게 완치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과연-- 그 진단이 올바른 것이었던지, 휘어진 척추를 바로잡기 위해 힘을 세게 가하니까,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시술 몇 분만에 근 두달 동안이나 참기도 힘들었던 어깨 통증이 한 순간에 가시면서, 한결 통증이 가라앉더군요...
 
그게 제가 요즘 키보드를 다시 만지고, 머그컵 잔을 다시 들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만큼 회복된 [척추 교정치료]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어서 주기적으로 교정을 받고 있고, 왼팔 어깨 쪽에 찌릿거리는 미세한 통증이며, 목을 뒤로 젖힐 때 뒷목덜미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는데, 그래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흔히 아는 [오십견]은 이런 증상이 최악의 상태로 일거에 나타나는 것이라 치료하기가 어렵지만, 저같이 40대에 일찍(?) 이런 증상이 찾아오면 아직 근력이 남아 있어 꾸준히 교정하고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나중에 겪을 고생을 방지할 수 있다더군요... 
 
그러잖아도 길기로 유명한 [때때로메일]이지만, 앞으로 혹시나 저와 유사한 증상을 겪을 분들이 없지 않을 것 같아 제가 겪은 사례를 좀 더 상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마도 제가 수의학과 출신으로, 해부학과 생리학을 기본학문으로 배운 터라,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격인지 모르겠으나, 의학적인 내용에 대해서 말이 많아지는 것을 어쩔 수 없네요... 모쪼록 헤아려 주십사 양해를 구하며, 올 여름 내내 제가 아팠던 기억과 경위가 혹 여러분 중에 누구라도 척추이상으로 인한 통증이 느껴질 때, 그 원인 진단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핀란드 사람들은 자기 전에 자일리톨 껌을 씹지 않는답니다...
 
어깨 결림과 통증이 시작되던 6월 초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국민학교 6학년에 전학을 오는 바람에 졸업장도 받지 못했던 시골 초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35년만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가졌더랬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 담임 선생님은 지금은 서울에 와 계시다고 하여 직접 함께 자리하진 못하셨지만, 어쨌거나 시골 동기들과 찍은 사진에 제 얼굴이 찍혀 있었던 게 죄였던 모양입니다...
 
동창회 모임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전혀 얼굴도 모르겠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여자친구로부터 동창회 카페에서 제 사진을 보고 반가와서 연락하게 되었다면서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이어 하루는 이메일까지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반갑다 친구야!" 수준이어서, 미안하지만 솔직하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더니 제 기억을 깨우는데 도움을 준다면 사진까지 첨부해서 메일 회신을 보내오더군요...

"아뿔사!"  이게 장난이 아닌가보다 싶어서, 좀 더 진지하게 답신을 주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물론 재미 삼아 집사람에게는 미리부터 이실직고하고, 이상한(?) 여자친구가 계속 연락을 해온다고 흘리는 말처럼 정보를 공유해 놓았더랬지요... (만일에 하나 오해를 사면 안되니까 예방 차원에서...)
 
그런데 지난 달 문득, 그 친구로부터 언제언제 만나자는 문자메시지가 덜컥(!)  와버렸습니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전화까지 오더군요...저만 보기는 뭐하니까, 이번 참에 서울에 와있는 친구들 여나므 명 정도 함께 보자고 연락했다구요...
 
아니 가겠다고 빼기에는 제 호기심이 허락치 않아서, 가겠다고 답하고 기어이 모임에 나갔더랬습니다. 구로소방서 맞은편 안쪽 [2001 아웃렛] 바로 앞쪽에, 초등학교 동기가 운영하는 해물식당이었지요. 여자친구 다섯에 남자 친구 저까지 셋, 여덟이 모였더군요...
 
헤어진 지가 30년도 훨씬 넘어서 우연찮게 만난 친구들의 모습들은 어느덧 아이 딸린 주부들의 모습이었고,
사내 친구 녀석들도 세월의 흐름을 속일 수 없는지라 희미한 옛 얼굴 흔적만을 겨우 기억할 수 있었을 뿐,
마치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튼, 제게 메시지를 주고 메일을 주었던 여자친구하고는 예전 기억을 떠올려 가면 서로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복구시켜주며, 서로 즐거운 마음으로 얼굴 보고서 술 한 잔 기울이고 헤어졌더랬지요... 그  때 그 자리에 참석한 남자 동기 중의 하나가 [매경]에 기자로 있다며, 핀란드에 갔다가 얼마 전에 귀국해서 책을 한 권 발간했다고 자필 서명을 해서 한 권씩 나눠주어 받아 왔습니다...
 
바로 이 책이었지요...

제목은 [북유럽 복지국가 생생 리포트-- 핀란드 들여다보기]이고 이병문이라는 저의 시골 초등학교 동기이자, 지금 매경 기자로 있는 친구가 쓴 책이랍니다...
 
제가 이따금씩 주변에 아는 지인분들이 내는 책을 선물받는 경우가 있어, 그런 경우에는 빠짐 없이 꼼꼼히 읽어보고 오자나 탈자, 문맥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나중에 피드백을 해주는 편입죠

이번에 이 책은 단순한 피드백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유럽국가, 특히 그중에서도 늘상 국가경쟁력이 전세계에서 1위라고 불리는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가 지닌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일까가 궁금하여 바로 읽어보기 시작했지요...
 
기자의 현장 리포트 형식의 문체로 되어 있어 그리 딱딱하지도 않고 국민성, 사회복지, 교육제도, 경제모델, 지도층의 리더십, 그들의 문화생활 및 일상 풍경 등을 소주제별로 잘 구분해서 핀란드의 여러 모습을 나름대로 짜임새 있게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지역 정보 도서라 생각되어 여러분께도
일독을 권해보고자 소개해 드립니다...
 
땅덩이는 우리보다 2배 정도 크지만 인구는 우리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나라, 북유럽의 끝자락에 위치해서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는 2개월 넘게 밤이 계속되는 특이한 자연 환경 조건, 약간의 임산자원 외에는 이렇다할 부존 자원도 충분치 않고, 내수 시장이 없다시피 하여 규모의 경제 실현이 불가능한 이 나라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는 여러모로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여러 대목이 우리와는 많이 달라서 특히 흥미로운데, 특히 이 대목이 기억에 남더군요...
 
여러 나라 사람들을 모아 놓고 코끼리에 대한 책을 쓰게 한다면,
독일인은 '코끼리에 대한 모든 것'이란 과학책을, 프랑스인은 '코끼리의 삶과 사랑'이란 철학책을, 미국인은 '코끼리를 이용해 돈 버는 법'이란 책을 쓰지만, 핀란드인은 '코끼리는 핀란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라는 책을 쓴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핀란드인들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 대목이 나오거든요... (본문 209 쪽)
 
샘족 영어권이 아닌 우랄-알타이어 계통의 자국어가 있지만 국민의 대다수가 영어를 구사할 줄 알고 소득의 50%가 세금으로 갹출되어 미혼모가 애를 낳아도 대학교육까지 사회에서 책임지는 복지체제, 아이를 낳은 후 결혼을 하고, 둘 중 한 부부가 이혼을 하는 나라, 전국 거주용 주택의 50% 이상에 사우나 시설이 있고, 집 밖으로 10분만 이동하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
 
선거전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당선된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고, 대통령이 퇴근 후에는 일반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경호원도 없이 친구네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해도 특별히 거들떠 보지 않는 나라...
 
우리의 상식이나 기준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그들의 국민성이나 역사, 문화를 이해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세상은 참 좁으면서도 어쩌면 넓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한 번 가보고 싶어졌구요...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광고중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이 잠자기 전에 충치 예방을 위해 자일리톨 껌을 씹게 한다"는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를 알려주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솟더군요.
자일리톨(Xylitol) 이라는 단어는 정작 핀란드 사전에도 없는 영어사전 상의 단어로, 핀란드에서는 '씰리톨리(Ksylitoli)' 로 통용되며 아이들이 부르기 쉽게 "뿌르까(Purkka)"로도 부른다고 합니다...  
 
자일리톨은 1809년에 처음 알려진 뒤, 2차대전 중 부족한 설탕의 대용으로 연구되어, 19070년대 들어 충치 예방에 적합한 천연 감미료로 인정받았다고 하네요, 자작나무를 잘게 쪼개 물에 넣고 가열하는 과정에서 다당체인 자일란이 분해되어 자일로스로 바뀌는데 이것의 순도를 높여 환원시킨 것이랍니다.
 
어찌 되었건 우리나라 모 선전에서 광고했듯이 자기 전에 습관적으로 씹는 것은 전혀 아니랍니다.
핀란드의 껌은 우리돈으로 1000~1600원 정도 하기 때문에 웬만한 커피값과 맞먹어서 그리 많이들 찾는 기호품이 아니라고 이 책에서는 증명해놓고 있더군요.....  
 
아마도 이래서 세상은 넓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아직도 많은 모양입니다.
미지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진실과 지식을 가르쳐주는 책은 그래서 마음의 양식이 되는 것이겠지요...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자일리톨에 얽힌 진실을 한번 쯤 알아보시는 시간을 가져 보시면 어떨른지요??



4. 나, 우리 조직의 NPS(순 고객추천지수)는 과연 얼마일까요?
 
여러분은 현재 속한 자신의 조직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오면 좋다고 추천하실 수 있나요?
혹은 여러분이 만들거나 팔고 있는 제품이나 상품, 그것이 실제 눈으로 보이고 만져지는 것이건,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용역이나 서비스이든, 그것을 다른 친구나 동료들에게 사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지요?
 
내가 써본 상품이나 제품, 혹은 조직을 다른 친구나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할 수 있는지의 정도를 1점부터 10점까지 내게 하여 적극 권장자(9~10점)의 점수에서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권장자 (1~6점)의 수치를 빼고, 어중간한 중립자(7~8점)의 점수는 무시해버리고, 전체 응답자의 점수를 평균내서 퍼센트로 환산한 수치를, 순고객추천지수(Net Promotor Score: NPS)라 부릅니다.
 
* NPS 개념이 더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 스크랩된 [조선일보] 기사를 참고하세요...
 
얼마 전부터 GE에서부터 도입하여, 고객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가장 신뢰할만한 지수로 평가받아 저희 센터에서의 교육 결과 평가에서부터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그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툴로,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데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해본 기존 고객이 제3자를 추천하는 정도로 그 상품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흔히 [입소문 고객지수] 라 표현하기도 하고, 기업에서는 [차세대 식스시그마]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왜 굳이 귀에 익숙치 않은 낯선 신개념을 갑자기 들이대냐 하면, 바로 이 고객지수와 관련된 괜찮은 심포지움 행사를 저희 센터에서 준비하고 있어서 혹시 이 메일을 받아보시는 분 중에 관심이 가는 분께서는 한번쯤 함께 자리했으면 싶은 마음에서, 솔직히 표현하자면 제가 속한 회사의 행사 광고를 가급적 비상업적으로(?) 보이도록 포장하여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어서입니다.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제가 늘 이런 행사 소개 메일을 때때로메일 내용 중에 소개를 드렸었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글로벌 리더십 페스티벌] 이라는 행사를 11월 22일(수) 오전부터 오후까지 삼성동 포스코 아트홀에서 개최합니다.
 
지난 2003년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로,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진 스티븐 코비 박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한 행사인데요, 어느덧 네 해 째를 맞게 되었습니다... 코비 박사의 나이가 있는지라 그의 건강을 배려하여, 올해는 포스코 측의 후원 아래 위성을 통한 실시간 동시 통역으로 [강연 및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코비 박사를 만납니다. 
 
아울러, 이채욱 전 GE코리아 회장, 오영교 전 행자부 장관, 박오수 서울대 교수, 이석재 교수 등, 학계 및 정관계, 기업계를 망라하여 리더십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분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최근 리더십 분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위대함(GREATNESS)"을 핵심 주제로, [발표 및 패널 토의]를 갖는 심포지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행사는 기존에 저희들이 개최한 다른 행사들에 비해서, 내용적으로 훨씬 알차고 또 선물도 풍성한 행사라, 어느 해보다도 더욱 제가 알고 지내는 주변분들께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위에 행사일정을 담은 웹안내문을 따로 첨부해 드리니 참고하시고, 우리 사회에 어떤 리더십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야 할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른지요? 
 
* 이 행사와 관련하여, 우리 시대에 참으로 신뢰받는 리더는 누구인지를 투표로 알아보는 설문조사도 함께 실시되고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께서는 아래 링크를 누르셔서 내용을 살펴보시고, 
[2006년, 우리시대 신뢰받는 리더] 선정에 참여해 보시면 투표하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최근에 여기저기서 집값이 미쳤다 싶게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땅이 꺼져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늘 마음 비우고 욕심 없이 집착을 버리며 살겠노라 큰소리치던 저같은 사람마저도 속으로는 슬그머니 이러다가 평생 여유있는 집 한 칸 제대로 못 마련하고 죽는 것 아닌가 싶어서 참담한 마음이 치솟기도 합니다...
 
정작 가진 사람들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는 보수 언론들마저 들고 나서서 이 정권의 주택정책 실패를 소리 높여 질타를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게 현정권의 가슴에 마지막 비수를 꽂자는 것인지, 정말로 서민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서민들의 분노가 너무 높아져 사회 불안이 야기되면 기득권마저 위태롭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심리적 방어본능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헛갈립니다.
 
독재적일 정도로 지구촌의 일방통행을 주도했던 부시 정권이 중간선거에서 대패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뀌어 나갈까 하는 정치적 관심이 새로와지는군요...  대선의 새해가 다가옵니다...
이런 변환기에 머리 잘 돌아가는 친구들은 또 어떤 쪽에 투자를 하면서 자신의 경제적 부를 증식할지, "집값은 상투다, 이제는 주식"이라며 또 다시 투기 바람을 조장하는 사람들의 행보에 걱정이 앞서네요...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의 이런저런 모습 앞에서 그저 흔들리고, 한숨 쉬고 울상만 짖는다고 우리 마음에 행복이 찾아오진 않겠지요...  어쩌면 마음 속의 행복은 그런저런 끊임없는 세파에도 아랑곳 없이, 물결이 치면 치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몸을 맡기고 하늘에 떠있는 마음의 별 하나를 찾아가는 그런 작은 노력 속에서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날씨가 부쩍 차가와지고 있습니다... 
까운 분들 안부 챙기는 것 잊지 마시고, 늘 행복하세요...

 최 규 문   컨설팅그룹 /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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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메일(06.7.2)] "대~한민국!" 뜨거웠던 함성의 6월을 보내며....

조회(1185)
때때로 메일 | 2006/07/04 (화) 04:38

'아트 사커'에 다시 눈물 떨군 '쌈바 군단'
뒤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는 프랑스가 브라질을 꺽고 월드컵 4강 대열에 최종 합류하면서
근 한 달 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독일 월드컵도 이제 서서히 막바지를 향해가는군요...  

"다이나믹 코리아!"
Again 2002년! 시청에서, 광화문에서, 상암에서, 온밤을 지새며 극장에서 호프집에서... 
도시와 거리,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은 다시 붉은 악마의 함성으로 하나가 되었지요. 
 
스위스전에서의  아쉬운 패배로 "대~한민국!" 함성의 물결이 짧은 시간에 그치고 만 것이  
못내 아쉽고 서운하지만
세상일이 열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지요,
행운의 여신이 시샘하여 장난치지 못할 만큼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어야만 세계의 높은 벽을  
뚫을 수 있음을 절감해야 했던 2006년의 6월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겨우 두 주밖에 지나지 않은 일인데 마치 몇 달은 지난 것같은 야릇한 느낌이로군요...
 
안녕하세요, 최규문입니다.  꽤 오랜만에 드리는 메일이지요...
2월 중순에 올 들어 첫 새해 인사 드린 뒤로 벌써 4개월이 훌쩍 지나 버렸군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별고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도 큰 이상은 없고요... 
 
 들어 서비스업종 부문 팀장을 맡으면서 업무량이 늘어난 데다, 아무래도 팀장으로서
떠맡지 않을 수 없는 책임감이라는 마음의 짐 덩어리가 더 늘어나다 보니, 그 만큼
신경을
써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때문인지 평소보다 몸이 더 쉽게 지치곤 합니다.
하지만 몸이 쉬 지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업무량이나 나이탓으로 돌리기보다는 평소 체력  
관리가 부실한 탓일 터이니, 떠벌여 자랑할 일은 못 되겠지요...

1.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6월 초ㅡ 
고향에서 어머니께서 문득 전화를 하시더니, 한번 내려왔다 가라고 하시기에 현충일 샌
드위치 연휴에 월요일 휴가를 내서 잠시 고향을 다녀왔더랬습니다...
 
갑자기 전에 없던 호출이라 의아스러운 마음으로 내려가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께서 동네  무슨 모임에 가먹은 음식이 상했던지 식중독으로 쓰러져 입원하시고도, 병원에서도 두 번이나  쓰러지기를 되풀이했다고 말씀해 주더군요.
   
막상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사람 목숨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시더랍니다.
그래 당장 자식들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남은 뒷정리도 미리미리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자식들 앞으로 가입해 대신 내오시던 보험의 가입자 명의를 변경할  내려오라 하셨다더군요...
 
비록 많지 않은 보험료이지만, 자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10년 가까이 저희도 모르게 꾸준히 보험료를 내오신 모양인데, 행여 만기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일이 생기면 혜택을 못받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셨던 것입니다.
그동안 키워주시고
챙겨주신 것만도 
어딘데, 당신 몸 불편하시니까 그런 것부터 
먼저 챙기시려는 어머님의  모습에 마음 속으로 눈물이 솟더군요...
 
80 먹은 노모가 60 먹은 자식에게도 "얘야, 차조심해라" 한다듯이, 시집 장가 다 보내놓고 손주를 보신 뒤에도 자식들 먼저 챙기시는 부모님의 정성과 은혜를 남은 동안 어찌 갚을 수 있을런지요..
 앞가림에 급급해 용돈 한 번 변변히 못 드리고 사는 제 자신의 모습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밭일 나가는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며 차 따러 가자고 하셔서, 문중 산비탈에 심어 놓은 차나무에서 새순 잎파리들을 똑-똑- 따내는 일을 난생 처음으로 해 보았는데요...
늘 자식들 위해서라면 당신의 처지는 뒷전으로 여기는 모습에 감사하고도 안타까울 뿐입니다.
 
올 가을엔 늦기 전에 꼭 한번 금강산 구경이라도 시켜드려야겠다고 다짐하며 서울로 왔습지요... 


2. 지리산 제2봉, 반야봉에 얽힌 이야기
 
어머니의 마음 씀씀이마냥 고향의 사람들과 산천은 언제나 그렇듯 변함 없이 저를 반겨주고 또 다시 힘을 내도록 기운을 북돋아주곤 하지요... 그 고향산천의 기운을 받을 겸, 고향에 내려간 김에 하루 짬을 내서 그 동안 가마 가마 하면서 여즉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반야봉을 올랐습니다...
 
보통 노고단에서 시작해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종주 코스를 타다보면 임걸령을 넘어 토끼봉으로 가는 중간 길에서 문득 북쪽으로 외따로 삐져 나와 전라남도와 북도를 가르는 경계 역할을 하는 반야봉은 그 위치의 애매함 때문에 지나쳐버리기가 쉽습니다...
 
노고단 아래 지리산 주능선의 초입에 서있는 차일봉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마는 봉우리 중의 하나지요, 저도 십여 차례 넘게 지리산을 탔지만 늘 스쳐 지나야 했던 곳이라 작심을 하고 아침 일찍 버스로 성삼재에 올라 차분한 마음으로 홀로산행을 했는데, 3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 위 사진 중앙에 뒤로 멀리 바라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반야봉 정상에서 본 천왕봉입니다..
 
예전에 지리산 산신제를 지내던 곳이 바로 노고단이지요, 노고(老姑)라 함은 지리산의 산신 중 하나였던 '
마고 할미'를 말하는데, 그 마고에 얽힌 전설이 반야봉에 함께 얽혀 있더군요...
 
마고는 본래 천신의 딸로, 지리산에서 도를 닦던 도사 반야와 결혼하여 천왕봉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딸만 여덟을 낳았는데, 반야가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반야봉으로 수도를 떠나자 마고할미는 딸들을 한 명씩 전국 팔도에 내려 보내고 홀로 남편을 기다리며 옷을 지었다지요...
 
세월이 흘러도 반야는 돌아오지 않았고, 기다림에 지친 마고 할미는 남편 반야를 위해 지었던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 숨을 거두고 말았답니다. 그 때 갈기갈기 찢겨진 옷이 바람에 날리어 반야봉으로 날려가니그것이 싹터 반야봉의 풍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뒷날 사람들은 반야가 불도를 닦던 봉우리라 하여 반야봉이라 불렀고, 그의 딸들은 8도 무당의 시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온답니다.
 
반야봉에 얽힌 전설이야 어떻든 천왕봉의 일출과 더불어 반야봉의 낙조(落照=석양 노을)는 지리산의 8경 중 하나를 이룰 만큼 아름답기가 빼어나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12시에 점심만 먹고 내려오느라 석양 노을을 보지 못했으니 자료 사진으로 아쉬움을 대신합니다...
 
 
# 위에 퍼다 실은 사진은 [천왕봉에서 바라본 반야봉]의 석양 풍경입니다.
오른쪽에 여인의 엉덩이 모양을 닮은 쌍봉이 보이는데, 그 중에서 조금 높은 오른쪽 봉우리가 바로 반야봉이랍니다...
 
혹시, 언제든 지리산 중턱이나 달궁 쪽에서 하루쯤 묵어가실 요량이시라면 반야봉에 올라 해지는 석양노을 풍경을 꼭 한번 구경하면서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 안겨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3. 소식 뜸했던 동안 읽은 책 세 권...
 
메일마저 뜸했던 지난 넉 달여 동안 여러 부류에 걸쳐 본 책들 중에서, 기억에 남아, 다른 분들께 추천을 하라고 하면, 아래 소개한 책들은 꼭 한번 읽기를 권하고 싶네요...
(오랜만에 드리는 메일이라 소개할 책도 권 수가 늘어나네요... 양해하시길!)
 
- 불교경전이라기보다 무당 주술서처럼 느껴지지만, 인간 삶의 사후 세계를 인도하는 티벳의 전래경전인 [티벳 사자의 서] 라는 책이 첫째고,
 
- 부모자녀간 대화기법의 최고 강사이자 교사로서 저에게 늘 귀범이 되시는 이민정 선생님이
지으신 [우리 아이 지금 습관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책이 두번 째이고,
 
- 세번째로는 100권 가까운 위인전을 한 권으로 요약해 놓은 것 같은, 삶의 귀감이 되는 책으로, 정진홍 님의 [완벽에의 충동] 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 [티벳 사자의 서]는 
티벳 불교의 스승인 파드마삼바바가 깨달은 가르침을 후세 제자들이 사후에 찾아내어 남겼다는 전설의 경전 <바르도 퇴돌-사후세계에서 듣는 것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기>번역본입니다.

특이하게도 경전 전문은 번역자의 풍부한 주해와 더불어 책 뒷쪽에 싣고, 에반스
웬츠와 칼 융 등 동서양의 뛰어난 연구자들이 이 경전에 대해 남긴 해설을 더 비중있게 실어놓은 책입니다.

시인이자 명상가인 류시화 씨가 우리말로 옮겼는데, 500쪽이 넘는 조금 어려운 책이지요...
 
이미 1200년 전에 쓰여진 경전이라, 허투로 읽어보면 미개한 옛날에 무지한 인간들이 죽으면 어찌 될까를 고민하며 사자가 더 좋은 곳으로 가도록 천도하는 일종의 무당 주술서적처럼 보입니다만, 죽은 사람에게 더 나은 후생을 기원하기 위한 염원과 배려가 곳곳에 가득 담겨 있는 책입니다.
 
사람은 왜 태어났으며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영원한 윤회를 엄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티벳인들이, 죽은 자가 윤회 환생의 고리를 끊고 해탈의 길로 들어갈 있도록 인도해주는 일종의 '사후 해탈 방법 가이드'와도 같은 내용인데요,  특히 인상깊은 점은, 전생에 쌓은 악업과 두려움으로 인해 결국 해탈의 길을 놓치고 마는 사자에게 금번 생에 해탈은 못할지언정, 다음 생에서나마 해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 환생할 수 있도록 끝끝내 배려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천국과 지옥을 한번 가면 끝인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악업을 쌓으면 그 업보를 씻을 때까지 영원히
되풀이하여 환생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티벳 불교관과 사상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그 자체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되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는 책입니다.  
 
** [우리 아이 지금 습관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는 그 동안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로 책을 펴내신 이민정 선생님께서 지은 책인데요.

저희 센터에서 가르치는 [성공하는 리더들의 7가지 습관]의 각 습관에 비추어,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들이 갖추어야 할 어법과 대화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정과 학교 현장에서 겪는 생생한 사례들을 들어서 알기 쉽고 설득력 넘치게 쓴 [부모& 교사용 대화 훈련 사례집] 같은 겁니다..
 
살아가는 동안 좋은 엄마, 좋은 아빠, 혹은 좋은 청소년 교사가 되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
든 사람들에게 강제로라도 읽히고 싶어지더군요....


** [완벽에의 충동]은, 라디오 진행자이기도 하고 TV토론 사회자이기도 한 정진홍 님이 쓴 책으로, 겉표지 홍보문구의 중요한 오자에도 불구하고 안의 내용 만큼은 버리기 아까운 글들로 그득합니다...
 
얼마 전에 방한해서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살아있는 비너스--양팔이 없고 양다리도 짧지만 예술가로서 또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앨리슨 래퍼를 비롯해,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헬렌 캘러, 테레사 수녀 등 [정진홍의 감성리더십]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200여 명의 삶의 모델 중에서 87편을 모아 우리에게 생생한 삶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위인전 요약집'같은 책입니다.
http://blog.naver.com/airbag1/80023988064 
(앨리슨 래퍼의 출산 동영상이 링크된 블로그 글 주소)
 


이들 외에 굳이 한 권만 보탠다면 [오늘보다 더나은 내일을 위한- 최고의 선물] 을 권하고 싶습니다..
 
15초, 30초 정도의 광고 동영상이나 한두 컷의 광고 포스터를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깨우칠 수 있다는 재미난 설정과, 짧은 광고 카피 한 줄이 잔잔하게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고도 감동적인 책입니다...

부록으로 실린 광고 동영상 CD들은 잘 된 또하나의 책이라
수 있으니 책만 읽고 CD는 팽개쳐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마시길!!  
 
여훈 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필자이지만,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도 이런 류의 신선한 책을 기획하고 집필할 수 있다는 점이, 깔끔하게 정리된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저를 즐겁게 해 주더군요...

곁에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틈틈히 보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연말연시나 새해 선물로, 혹은 신입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미래 설계에도 필독서로 추천할 만한, 최고의 선물입니다....


4. 다시 고전을 찾는 즐거움 - [명심보감]!
 
세상이 제아무리 급변하고 삭막하게 변한다 해도 사람사는 가치는 그리 크게 변하지 않는 법이지요.
변화의 와중에서, 요즘 손에 잡고 있는 책은 다름아닌 [명심보감 ( )]이랍니다...
 
지난 주에 오랜만에 서점에 나가서 책장들을 기웃거리다가 불현듯 손이 가서 구입한 것인데요, 보고사에서 펴낸 임종욱 님의 [마음의 티끌을 씻어내는 밝은 거울 명심보감] 이라는 책이지요.
하루에 한두 편씩 조심스레 찬찬히 읽어보면서 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돌아보곤 합니다...

흔히들 명심보감 이라고 하면 퀘퀘묵은 옛날 예의범절 지침서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 이라는 책 제목과 같이, 동양의 고전에서 우리 삶에 지침이 될만한 명언과 경구들을 주제별로 추려서 엮어놓은, 탈무드같은 지혜의 고전이자 교훈서입니다...
 
논어나 맹자 같은 귀에 익숙한 책에서 뽑은 구절들도 많지만, 경행록이니 익지서니, 나름대로 동양 고전에 조예가 있다고 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책 이름과, 동악성제니 손사막이니 들어보지도 못한 성현들의 이름이 인용 문구마다 붙어 있기도 하답니다.
 
원래는 고려 후기 [노당 추적]이라는 분이 지은 것을 원본으로 하여 후세인들이 증보한 것으로 알려져 는데, 
최근에 이 책의 원저자가 중국 명나라 초기 때 인물인 [범립본]
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네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주 단편적인 행적 외에는 알려져 있지 않아 전래의 내막은 알 길이 없답니다..
 
중요한 건 어느 나라의 누가 엮었느냐를 떠나서, 이 책이 고려를 넘어 조선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꾸준히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고, 읽어볼수록 구구절절이 가슴을 울리는 보배로운 얘기들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1편 계선편에서 시작해,  천명, 순명, 효행, 정기, 안분, 존심, 계성, 근학, 훈자, 성심, 입교, 치정, 치가, 안의, 준례, 언어, 교우에 이어 마지막 20편 부행편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지녀할 도리와 처신의 방법을, 심오한 우주 진리마냥 과장하지 않고 잔잔하고 소박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의 많은 격언 중에 근학(勤學-부지런히 배움)편에 실린 한 구절 음미하며 글을 마치렵니다.
 
 
* [예기]에서 말하길,
  " 값진 옥석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못되듯이,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  
 
새 책을 읽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록 저의 지식과 지혜가 참으로 짧고 덧없음이 드러나보여 스스로 더 많이 갈고 닦지 않으면 제대로 사람 노릇을 못할 것같은 마음에 늘 두려워집니다..

며칠 전 휴넷 골드클래스에서 주최하는 명사특강 시간에, 외다리 보험왕 조용모 님의 강연을 들으며 세상을 얼마나 절실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더랬습니다...
강연내용이 무척이나 가슴을 울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꼭 그토록 집념어리게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만이 우리가 삶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모델일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더군요...
 
승자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 못지 않게 최선을 다한 패자의 모습도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월드컵 16강 문턱에서 무릎을 꿇은 우리 축구 선수들의 모습에서 보았습니다. 이어 8강 4강전,  연장까지 120분 혈투에도 승부를 가르지 못해 마지막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르는 장면에서도 물론 마찬가지였구요...

승자의 환호성이 터지는 순간 고개를 떨구는 패자의 눈물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습니까! 
우리네 삶에서, 아름다운 패배는 승리보다 값진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또 인정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인간적이고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런지요...
 
습하고 무더운 장마철입니다. 여름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유념하십시오...
건강하세요!!


 


 
 

Posted by 렛츠고
,
황금박쥐와 딜리트(delete)

조회(255)
때때로 메일 | 2004/11/08 (월) 06:01
1) 황금박쥐
2) delete 93쪽 소개
3) 84동기회, 위암 수술
4) 촌철살인- 짧은 글의 미덕
5) 이메일진- 내가 즐겨보는 메일진 소개하기
6) 미국 대선의 향방 예측...
 
무슨 메모인가 궁금하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제가 개인적인 안부를 겸해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상에서의 이런저런 단상들을 [때때로메일] 이라는 이름으로 보내기 시작한 지가 어느덧 4년이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그 때가 99년 늦가을에 다니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떠나, 테헤란로의 벤처 열풍 대열에 합류하면서부터였을 겁니다.

그동안 사회생활 하면서 이리저리 신세지고 또 만나고 헤어진 여러 인연들에
대해 "저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하는 안부인사나마 전할 요량으로 당시 새로운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등장하던 전자우편을 이용하여,한 달에 한두 번씩, 그야말로 때때로 생각이 날 때마다 틈틈이 보내기 시작했던 것인데요...
 
처음에는 기껏 100여 명 남짓 시작했던 메일링 리스트가 지금은 거의 열 배 정도 불어서, 이젠 메일 한 장 쓰는 것도, 조금은 나름대로 신경이 쓰이는 작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이번 달 메일에서는 무엇을 다룰까 소재며, 메일의 테마를 자주 고민하게 되는데요... 이번 달엔 어떤 이야기를 다룰까 고민하면서 지난 주에 화장실에서 잠시 끄적였던 포스트-잇의 메모 내용들입니다... 

1. 황금박쥐
 
이 기사는 제가 요즘 집에서 구독중인 [매경]에서 스치듯 보았던 기사인데요..
황금박쥐는 물론 제가 국민학교 다니기도 전에, 우리 동네에 TV 자체가 없었던 시절에 한창 유행했던 만화영화의 제목이지요...만, 당연히 그런 만화영화를 30년도 지난 지금 다시 떠올릴 일은 없겠지요....
 
기사의 첫 시작이 이렇습니다..

`황금박쥐.`
30년 전 흘러간 만화영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참여정부 핵심 4명의 성에서 따온 한 비밀모임(?)이다.

줄 기세포로 세계적 명성을 날리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황(黃)`, 노무 현 대통령 측근으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김병준 실장의 금(金), 차세 대 한국이 먹고살 산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박(朴), 그리고 나머지 쥐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진(陳)과 발음이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냥 친목 모임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미래`가 논의된다. (후략...)

이는 날짜가 두번째 목요일이면 [이목회], 셋째주 수요일이면 [삼수회] 따위로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보았어도, 이처럼 각자의 이름도 아닌 성을 따서 모임의 이름을 정했다는 자체가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경 인터넷 판에서는 친절하게 이글 황금박쥐의 사진까지 기사 위에 실어 두어서 반갑게 볼 수 있었는데요...

황금박쥐 모임이 저의 시선을 끈 것은 단지, 이들의 사회적 면면 때문만이 아니라, 이들 모임에 속한 분들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한 몫을 했습니다. 
"황"에 해당하는 황우석 교수님은 제 대학 시절에(지지리도 전공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산과학" 강의를 직접 해주셨던 은사님이시고,  "금"에 해당하는 김병준 실장님은 제가 94년 무렵인가 몸담았던 [나라정책연구회]의 구성 멤버로 한때 심심치 않게 얼굴을 대했던 분이라 별로 낯이 생소하지가 않은 까닭이지요...

황 교수님의 뜻과 의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신문이며 언론에서 워낙 많이 다뤄지고, 또 익히 알려져 있으므로 제가 굳이 지난 추억을 들먹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듯 하구요... 다만 그 분이 독실한 불교신자에 새벽 3시면 일어나 거의 매일 108배를 드린다는 어느 잡지의 기사를 보고 예전 교수님의 인품을 다시 되새겼던 기억이 있다는 점만 덧붙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또 과학기술, 특히 생명과학이 갖는 무한한 가능성과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또 줄기 세포 실험에 얽힌 뒷 얘기들에 대해서 다소 길긴 하지만, 그 분의 대학초청 강연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한번쯤 보시길 소망할 뿐입니다.


2. Delete!

컴퓨터의 키보드와 친하다보면, 아주 자주 만나게 되는 키 중의 하나가 바로 엔터키와, 딜리트키, 조금 더하자면 스 페이스키와 백스페이스키 같은 것들이지요. 엔터키는 문장으로 치면 일종의 마침표 역할이거나 쉼표의 기능을 하곤 합니다. 문맥을 바꾸고자 줄을 바꿀 때, 혹은 이 단락에서 저 단락을 건너 뛰고자 할 때 우리는 거침 없이 엔터 키를 연신 누르곤 하지요.

그런데 그에 못지 않게 자주 쓰이면서 또한 중요한 키가 바로  키보드 상단에 자리잡고 있는 [delete] 키입니다.
용도는 물론 삭제!  지금까지 썼던 모든 데이터를 한꺼번에 날려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한두 글자만 지우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키가 없다면 아마 우리는 한 줄도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없을 런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쓰는 것 못지 않게 지우는게 중요한 것인데요... 지지난 주에 [delete!]라는 제목으로 펴낸 책을 한 권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운 좋게 저작 직강의 강의를 겸해서 책을 받아 저자 사인까지 받았더랬지요....

저자의 이름은 전병국, 나이는 서른네살? , 한때 라이코스 검색팀장을 거쳐서 지금은 검색도시라는 정보 검색 관련 컨설팅과 프로젝트 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는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지요...

작년 겨울이었던가, 검색엔진 활용법에 대한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강연과 진행을 맡았던 그를 우연히 본 이래로 기억에서 까막득히 잊혀졌던 친구(?)인데 어느 날 갑자기 delete 라는 책과 함께 제 앞에 새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책 제목 만으로는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더우기 책의 부제격으로 붙어있는 [정보 중독에서 벗어나는 아주 특별한 비밀] 이라는 카피 또한 이 책의 본질을 담고 있지 못합니다. 즉 책이 전하는 메시지와 제목간에 일정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꽤 도발적인 표현으로 시작해서 나이에 걸맞지 않을 만큼 차분한 목소리로, 세상을 관조하는 달관자의 입장에서 끝을 맺습니다.

책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
"회사 그만 두겠습니다."
사표를 냈다. 2002년 9월 5일....
그리고 말미에는 이렇게 맺습니다.
-----------------------------------
2002년 11월. 모든 게 달라졌다.
드디어 지도 없는 길을 발견했다.
제가 메일 쓸 때 써 먹어야겠다고 메모를 해둔 예의 93쪽에는 이런 귀절이 있습니다.
-----------------------------------
"최선을 다했나?"
나는 풀이 죽어 대답했지. 
" 네, 다 했습니다."
"정말 다했나?"
"네, 다, 다했습니다."

상사가 말했어.
"그럼 왜 나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

------------------------------------
이렇게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부를 따다 붙여도 이 책의 줄기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요약하여 소개하자면,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하프타임에 섰을 때, 어떻게 하면 자신이 태어난 사명과 내면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을지를 저자 나름의 해박한 정보력과 혜안으로 재구성한 뒤, 친절하게 누구나 따라 해볼 수 있는 워크북까지 부록으로 얹어놓은 책입니다.

전체 책의 분량이 190쪽에 불과한 단촐한 책인데, 더우기 실천워크북을 빼고 나면 고작해야 130쪽에 불과한 단상과도 같은 책인데, 어떻게 그토록 강하고 많은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까 놀라웠습니다. 더욱이 나이 서른 넷이면 아직 인생을 거칠게 좌충우돌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야 마땅할 터인데, 저자는 이미 나이 사오십이나 되어야 겨우 깨달을 만한 뛰어난 직관력과 삶에 대한 관조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의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독특한 줄기가 있으니 그것은
정보= 오늘(현재), 지식=어제(과거), 지혜=내일(미래) 라는 관점에서 이들간의 관계를 해석해 낸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조지 오웰의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인용하여, 그들간의 관계를 한번 더 정리하지요...

"과거를 지배하면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 현재를 지배하면 과거를 지배할 수 있다"

결론은 정보(현재)를 지배하는 사람은 미래(지혜)를 볼 수 있다는 관점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것이지요.

다만 저자의 탁월함에 경탄하는 것은, 그가 성현들의 명구들을 단지 인용의 점철로 짜깁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이를 자신의 목소리로 다듬어서 내뱉는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등대와 나침반을 찾는 방법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그의 탁월함이 돋보입니다.

그 방법 중의 첫번째가 바로 딜리트 입니다.
지우라는 것이지요... 무엇을?  예, 바로 과거의 패러다임과 관성적 사고를 버리라는 상징 어법일 수 있겠지요...
저자는 이를 일러 [멈춤] 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관성적으로 아무 의심 없이 살아오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STOP! 멈춤이라는 것이지요....
일단 멈춰야만 내가 돌아온 길을 돌아보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생각해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인생길을 찾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멈춤--> 목표 --> 몰입 --> 위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조하고 깨달음을 완성하기 위한 특별한 커피 한 잔을 우리에게 권유합니다...
바로 카페인을 제거했다는 디카프(DeCaff) 커피, 이른 바 에스프레소 커피를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디카프의 원칙이란...

1. 삭제한다 (Delete) - 2. 바꾼다(Change) -3.실행한다(Act) - 4.저장한다(File with Schedule) -5.위임한다(Forward)
이것이, 바로 정보의 홍수나 바다 속에서 급류에 휩쓸리거나 망망대해에 표류하지 않을 수 있는 원리라는 것이지요.

아무튼 세상은 언제나 제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시대와 연배를 뛰어넘어 내공이 탁월한 인사들이 많다는 것을 저에게 다시한번 절감시켜 주었던 책이고, 제게 겸손함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 책입니다.

관심있는 분은 내용에 대해 좀 더 알아보시고ㅡ 꼭 사서 읽어보십시오. 누군가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친구나 동료들이 있다면 연말연시 선물로 권해 주기에도 아주 적절한 책입니다. 
 

3. 오랜만의 몸살, 야릇한 쾌감...
 
지난 주에 무척 바쁘기도 하고 또 힘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평소 몸살이라고 1년에 한두번 겪을까 말까 싶은 제게 심한 몸살이 찾아왔을 정도니까요....
일요일 하루 내내 끙끙대며 앓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한주 월요일의 시작을 이 메일로 시작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몸살이 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딘엔가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몰입했었다는 증거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몸살 뒤에는 야릇한 쾌감이 함께 따르곤 하지요....

이번 한 주는 조금 쉬엄쉬엄 살렵니다... 몸 축내고 뒤늦게 후회하느니, 조금은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면서 살아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요즘 고속도로 타다 보면 도로의 좌우측 가릴 것 없이 지천이 황금 단풍으로 장관입니다...

혹시, 이 가을, 몇년 만에 찾아온 좋은 단풍을 아직도 즐기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이번 주라도 늦지 않으니 가족들과 더불어 한 나절 정도 계절의 정취를 느껴 보십시오....
제가 단풍구경 같던 곳 중에는 공주의 마곡사 은행 단풍도 괜찮았던 기억이구요.... 애석하게도 설악의 단풍은 아직
실물로 보지를 못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올 가을엔 굳이 유명 사찰이나 높은 산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작은 소공원에만 가도 아름다운 단풍이 화려하다는 것이지요...

그걸 느끼고 못 느끼고는 우리들 마음의 여유가 있고 없음의 차이일 뿐이겠지요.....
지난 주에 광주를 갔다가 올라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잘 아는 농대 동기의 긴급 호출을 받아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양재동의 한 식당엘 갔다가 10년 15년만에 학교 동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더랬습니다.

연 말도 아닌데, 웬 동기회 모임에, 무슨 바람이 불어 안 보이던 녀석들까지 이렇게 많이 왔느냐 물었더니,그 모임의 총무격으로 열심히 일하던 동기 하나가 졸지에 위암 선고를 받고서 위의 3분의 1 정도를 절개해 냈는데,그 수술 후 생존 기념(?)으로 모인 것이라 하더군요...
한편으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 이제 우리 나이도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가을 단풍 즐기시란 말씀 드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겁니다....
끝으로ㅡ, 지난 달에 저희 사무실에서 주최한 행사 하나 - 글로벌 리더십 페스티벌 소개해 드렸었지요....
예전의 스위스그랜드호텔, 지금은 그랜드 힐튼 호텔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 곳 인근의 단풍도 꽤 풍광이 좋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12일)에 같은 그곳에서 페스티벌 2차 행사가 열립니다.
지난 주에 녹화 테이프의 원판을 시사해 보았는데, 쟁쟁한 글로벌 리더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까지 한꺼번에 들어볼 수 있는 기회인 데다, 내용도 매우 풍부합니다.

미국 대선이 부시의 재선으로 끝나면서 도대체 미국 국민들의 정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며 한심해 했는데요.
줄리아니 시장과 스티븐 코비 박사, 브라이언 트레이시, 잭 웰치 등 미국의 내로라 하는 리더십 분야의 인물들이 총출연하는 강연인지라, 나름대로 들을 만하고 새롭더군요...시면 시간이나 비용이 아깝지 않으실 겁니다... 
티켓 필요하신 분은 제게 연락주시구요.... 자세한 내용은 행사 홈피(http://www.eklc.co.kr/) 참고하십시오....


단풍과 더불어, 혹시 국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곳을 마저 한 군데 소개해 드리고 물러가겠습니다.
강남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선릉역과 삼성역 주변에서 11월 한달 내내 상당한 수준의 우리 전통 국악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있다네요.... 가족들과 더불어 아래 사이트 참고해 보십시오....
http://www.fpcp.or.kr/

그리고,,,,  행복하세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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