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근 6개월 만에 대학 캠퍼스에 들러서 2시간 짜리 줌 특강을 하나 마쳤다.

찾아간 캠퍼스는 2호선 한양대학교!
미디어 관련 학부생들에 대해 "뉴스미디어의 미래"와 관련되어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에 대해 전하는 주제이고 내용이다. 한 학기에 한 차례식 2년째, 매 학기마다 한 차례씩이니 오늘이 횟수로 치면 4번째였다.

소셜미디어를 전파하던 초창기에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나름 유명했던 곳이 서강대였던 터라, 그 쪽 교수님과도 연계하여 한 학기 강의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충남대 쪽이랑은 거의 100시간 가까운 교육 과정을 만들어서 전수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무렵부터는 초대 요청에 따른 1회성 특강이 아니면 대학교와 인연을 맺고 정규 학습 과정을 개발하거나 정기적인 커리큘럼으로 만들어보려고 일부러 시도하지 않는다. 솔직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활용법을 강의하거나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전하는 것이 썩 내키거나 신이 나지 않는다.

가끔씩 그 이유가 뭘까 고민해보게 되는데.... 딱 정리하긴 힘들지만 아마도 "산학간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학교를 탓해야 할지, 학생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배우는 아이들도, 가르치는 학교쪽도 그 내용이 실제 사회 현장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를 깊게 이해하지 못한 채 관성으로 배우고 관성으로 가르치는 느낌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대충 개론을 훑어 배워서 안다고 한들, 현장 실무에 기술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실무 지식과 노하우는 훨씬 더 디테일한 각론들 속에 들어 있다. 이것은 100시간 200시간 이상의 집중적인 전달과 세부적인 기술 학습의 전수가 필요하다. 그런 탓에, 짧은 몇 시간 짜리 특강 한두 번으로 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문제는 그런 정도로는 "문제의식"을 전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실력"을 길러주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얼마 전에 마무리한 성남여성인력개발센터의 [SNS 마케팅 전문가 양성 과정]의 경우 교육 시간이 무려 200시간이 넘는 한 학기 집중 과정이었다. 물론 혼자서 전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데다 다루는 과목이 많다 보니 강사진만 5~6명이 전문 파트별로 나누어서 3개월 가까이 진행했다. 하루 4시간씩 주에 5일이면 20시간, 3개월 12주면 240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이 정도로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전해도 실전 실무에 바로 투입하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모든 업무가 그렇듯이, 실무 역량은 지식 전달에서 오는 게 아니라, 현장 실무 경험과 실전 프로젝트, 고객사로부터 돈을 받고 맡은 과업을 수행하면서 익히고 배우는 게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사회에 나올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전하고 공유하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고, 나름 열심히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보려는 친구들에게는 애정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캠퍼스 강의를 할 때마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도 아닌 온라인 줌 강의를 할 때마다 거의 절망스러운 것은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화면도 켜지 않는 상태에서, 강사는 사실상 껌껌한 노트북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만 쳐다보면서 [화면 공유] 후 혼자서 "떠드는" 일이다.

특히 1회성 특강의 경우는 평소 소통 이력이나 안면 교분이 없다 보니, 인사나 정을 나눌 여유도 없이 화면에서 잠시 만났다가 수업이 끝나면 사라지고 마는 거의 기계적인 전달자 이상이 되기가 힘들다.

오프라인 수업이라면 비록 1회성 특강이라 하더라도 참가자들의 얼굴과 표정을 대하고 눈빛을 마주쳐보면 그 짧은 아이 컨택의 순간에도 서로간의 스피릿과 영감 같은 것이 오간다. 줌 강의는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경우 이 아이컨택의 기회가 원천 차단되는 효과로 인해서, 강의 전달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실제로 얼마나 강사의 의도가 온전히 전달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같은 온라인 강의의 심각한 맹점 때문이다.

물론 상호간의 소통이 덜 중요한 기술이나 기법의 전수 과정이라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강좌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그런 내용의 강의라면 굳이 이동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오프라인 미팅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사람과 사람간에 에너지나 감동이 오가야 하는 강의나 주제, 내용이라면 오프라인 아이컨택을 나눌 수 있는 강연 기회는 절대 온라인으로 대체하기가 힘들다.

아마도 예배를 온라인으로 치러야 하는 목사님들이나 신부님들이 제일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싶다.

아무튼 두어 시간을 미디어의 변화 현실,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뉴스 미디어의 변화 흐름에 대해 짚어주고 나오니까 6시 퇴근 시간이었고, 캠퍼스에 이미 어둠이 깔려 껌껌한 상황이었다. 지하철 입구로 향하는 데 캠퍼스에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광경이 야광 조명으로 연출되고 있었던 덕분이다.

2021년 11월 29일 2호선 한양대학교 2번 출구 앞에서 본 캠퍼스 야간 전경

코로나로 인해 멈춰 선 오프라인 강의 현장, 그로 인해 더 썰렁해진 캠퍼스 위로 은은한 조명이 그나마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간만에 늦가을 캠퍼스의 야간 풍경을 대하며, 문득 난무하는 대자보와 최루탄으로 날밤을 지샜던 우리의 대학 시절 캠퍼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마음 한 구석이 다시 쓸쓸해진 하루다!!

#감사일기 593일째_211129. 간만에 찾은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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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 이틀 남은 11월! 마무리챕터 집필 진척 감사!
2. 한 학기 건너 한양대 미디어 관련 특강 초대 감사!
3. 간만에 찾은 인사동 가을막바지 조계사단풍 해피!
4. 급번개 요청에 흔쾌히 밥 술 사주시는 선배 감사!!


#백일백포_068 D-32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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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차를 끌고 집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전주, "전라북도국제통상진흥원"
거창해보이는 이름의 기관에서 "글로벌 셀러"들을 위한 오후 4시간 오프라인 강의가 예정된 까닭이다.

출발지가 염창역에 가까운 목동이라, 새로 개통했다는 성산대교 지하차도를 한번 타볼까 하다가, 굳이 번거롭게 유료 도로를 이용할 것 까지 있겠나 싶어서, 그냥 안양천 뚝방길을 따라 광명시 쪽으로 향했다. 철산동 지나는 지점까지도 다른 변화가 없다. 예전 같으면 이 즈음에서 안양천 다리를 건너서 서부간선도로 쪽으로 합류하여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라고 내비가 안내할 법한 지점인데도.. 웬걸, 계속 직진하란다....

"음, 서부간선도로 지하차도가 생기면서 이쪽 길도 새로 정비가 된 모양이구나!" 

직감이 들면서 내리 지하차도로 직진!!
소하리 공장 지대를 거의 지하로 통과한 느낌... 서해안 고속도로는 그 뒤로도 한창을 더 가서야 연결되었는데... 그나마도 얼마 가지 않아 당진~평택으로 연결되는 고속으로 빠져서 조금 더 달리니까 금세 남풍세IC를 이용해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로 연결된다. 이 정도라면 대한민국 전도를 펼쳐놓고 남향으로 거의 "직진 코스"에 가까왔다.

공주 정안 알밤 휴게소에서 잠시 하이패스 충전할 겸, 휴식 정차,
전주 현지에 내려가서 합류할 지인들에게 군산 도킹 번개를 때리고서 여유롭게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서울 출발 꼬박 3시간 남짓! 북전주에 도착했고,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전라북도 경제통상진흥원" 건물을 찾았다.

어잉... 거의 공장 지대에 신축 개발단지 느낌에 훵한 곳,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해서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고, 정작 주변에 점심 요기할만한 식당조차 찾기가 어려워, 차 트렁크에 있던 고구마 칩 한 봉지로 간단히 점심을 대신해야 했다.

오후에 4시간 연속 강의였던 터라, 사실 가능하다면 식사를 챙기는 게 좋았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아무튼, 생각보다 참석자가 많은 편이었고, 주제 자체가 "글로벌 셀러" 육성을 위한 3일 과정의 첫날이었던 덕분인지, 참가자들의 구성이 매우 젊었다.

최근의 온라인을 통한 고객 행동 데이터들을 어떻게 추적하고 관리하는지, 구글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지 맛보기와 시연 사이트들을 보여주고, 비교적 깔끔하게 간만의 오프라인 강연을 마무리했다.

들어주는 청중분들의 열기나 호응이 좋으면 강사는 신이 나게 마련이다.
점심 요기도 부실했던 것은 금세 잊어버리고, 신이 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뒤늦게 가방을 정리하고 나오는 길에, 점심 제대로 못 챙긴 것을 눈치라도 챈 듯, 교육 진행하시는 분이 샌드위치 두 봉지를 챙겨서 가시면서 드시라 챙겨준다.

지방 강연을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배려와 정감이 있어서 좋다!
그래서인지 나는 틈틈이 생기는 지방 강연 일정이 온라인 강의보다 더 좋다!!

번잡한 서울을 잠시 떠나는 데서 오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이어지는 저녁 행선지는 군산!!

작년말 교육 인연으로 맺어진 네모선장 네가 추석 무렵에 횟집을 새로 열었다고 하여, 개업 축하 겸 기회가 되면 팔아 줘야겠다고 다짐하던 터라, 저녁 미팅을 전주가 아닌 군산으로 잡은 것이다.
마침, 강의를 했던 곳이 전주 북쪽이었고, 군산으로 빠지는 간선 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아, 군산 도착에 걸린 시간은 불과 40분!

내비가 좋은 나라, 우리나라!!
네모선장 가게 앞에 도착한 시각이 6시가 되기 직전이었는데... 
함께 합류하기로 한 광주 출발 일행이 7시 30분쯤 되어야 도착할 수 있겠단 메시지가 그제서야 들어왔다.

"음... 시간이 한 시간 비는데 그럼 뭘 하고 기다리지?"

멀뚱히 차 안이나 식탁에서 시간을 버리기엔 아까운 마음이 들어, 이왕 군산까지 왔으니 포구의 야경이라도 한번 구경하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오는 동안 표지판에 자주 나온 "금강하구둑"을 내비로 검색해보니 불과 15분 거리였다.

그래 이 정도 시간이면 왕복을 해도 30분이니, 해지는 일몰이라도 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차를 다시 돌려 금강하구둑을 찾아 나섰다.
전주에서 군산으로 들어오던 도로를 다시 찾아서 서편으로 10분 정도 달리니까, 금강하구둑 공원이 금세 나타났다...

금강하구둑 위로 지는 석양 노을 풍경

포구의 불빛들이 줄지어 보이고, 바닷 물결 저편으로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막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ㅎㅎ. 일몰을 보려고 마음 먹고 간 길에서 월출을 본 셈이다!!
그것도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물결에 어른거리는 모습은 마치 내가 찾아오길 기다리기라도 한듯 여유로왔다.

금강 하구둑 넘어 포구에서 바라본 월출 장면

이래서 정처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즐거운 법이다!!

어디서 어떤 풍경을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 세렌디피티 가 늘 기다리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꼭 정해진 계획, 정해진 일정대로 인생 행로가 펼쳐지진 않는다.
수많은 우연과, 수많은 갈림길과, 수많은 순간의 선택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인생길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새로운 길에는 늘 기대치 않은 행운의 풍경이 숨어 있음을 오늘도 믿고 기대한다.
세렌디피티는 기대하는 이에게 결코 실망을 안기지 않는다!!!

#오늘의 감사일기 553일째_211020. 반겨주는 벗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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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북통상진흥원 글로벌셀러 강의 열공 호응 감사!
2. 군산 금강하구둑에 걸린 휘영청 보름달 구경 해피!
3. 군산 네모선장네, 행복한농장 후배님 배려에 감사!
4. 광주서 전주서 달려와 함께해준 제자벗님들 감사!

#백일백포_028. D-72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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