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 가로수 은행잎도 시들어 나뒹굴고, 산정엔 도토리 잎마저 말라 푸른 상록수만이 계절의 흐름을 관조하는 하루, 세찬 바람에 체감온도는 급전직하, 겨울의 초입이 될 거라는 기상대의 호들갑을 뒤로 하고 습관처럼 주말 북한산을 찾았습니다. 해가 부쩍 짧아진 날에 오후산행인데다 일행으로 오신 선배님이 중1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나온 탓에 애시당초 험하거나 긴 산행을 할 수 없을 것같아, 비교적 짧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북한산 능선길 소로 하나를 잡고 올랐습니다.

보통 구기터널 입구 구기파출소 앞에서 모인 북한산 산행객들은 대부분 파출소 맞은편 동쪽 음식점들이 즐비한 계곡을 타고 비봉을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요. 번잡함을 피하고 싶다면 오히려 권할 만한 코스는 구기파출소 뒷쪽 주택가의 소로를 타고 몇몇 암자들이 있는 뒷산길 능선을 타고 올라 바로 탕춘대 능선으로 합류되는 코스가 제격입니다만,

비봉의 암벽 분위기를 더 느끼면서 오르고 싶다면, 구기파출소 위쪽으로 죽 큰 길을 따로 올라가 이북오도청 앞의 좌우 갈림길에서 좌측 금선사(목정굴) 방면 대신 우측 주택가 골목으로 타고 올라가 맞닥뜨리는 음식점 우측으로 나있는 소로를 따라 산행방지 철책에 뚫려있는 개구멍을 통해서 바로 비봉으로 향하는 남쪽 직능선을 타고 오르는 게 강추할만한 코스입니다.

산행길 초입부부터 다소 경사가 있긴 하지만, 길이 그리 험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곧잘 좇아오는 데 큰 무리가 없는 편입니다.  중간에 다리 쉼을 하면서 이북오도청의 모습이며 서편으로 맞바라뵈는 수리봉(족두리봉)의 모습을 등지고 서면 문수봉을 기준으로 대남문과 보현봉의 뒷모습을 타고 내린 형제봉 능선 줄기가 한눈에 바라다 보여 경관이 시원한 편입지요...

여기서 첫 다리 쉼을 하고서 내쳐 오르면 중간 마루 능선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비봉을 정남쪽에서 타고 오르는 바위 코스가 시작됩니다. 눈 앞으로 비봉 남부 바윗돌 능선들이 바라보이면서 그 뒷 너머로 위용을 자랑하는 비봉이 흔들림 없이 자리하고 있지요... 바위 몇개를 오르고 나면, 프로들이 아니면 웬만해서 직접 타 넘기에는 위태로운 큰 바위봉우리 하나가 나타납니다.

안전을 위해서 이 봉우리를 왼편으로 우회하여 지나자면, 중간에 사람 몸집을 옆으로 뉘여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바위구멍 통로를 지나야 하는데, 이 또한 북한산의 다른 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미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그 바윗길을 넘어 올라서면 초보자들 암벽 크랙 연습하기에 딱 맞춤인 큰 바위 등성이가 하나 있지요... 그 곳에서 다리 쉼을 하면서 다른 등산객들이 바위를 타고 오르 내리는 모습을 구경만 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답니다.

어제는 구경을 겸해서 왕뚜껑 짬뽕라면을 하나씩 뜨거운 물에 불려서 먹은 뒤, 바로 윗쪽에 있는 비봉 7부 능선 마루 정도까지 밟은 뒤에 비봉을 앞에 두고 하산길을 택했더랬지요... 아마 혼자라면 더 갔을 터인데... 아쉬움을 남겨두고... 비봉 직등 능선 두 번째 산행 소감을 접어야 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야 또 다음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의 여운이 남을 테지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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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비바람이 적었던 덕분이라...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모두들 짧은 수명을 미리 끊지 않은 드문 해 중의 하나인 듯 싶다.
4주 연속 토요산행 기록 역시 덕분에 세운 오랜만의 기록이 아닌가 싶고...

한 주의 피로가 몰려온 덕분인지, 점심 후 잠시 붙이마던 눈이 떠진 것은 오후하고도 꼬박 4시!
봄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꽃향기 보고 싶은 덕분인지, 내부간선도로 길이 꽉 매워져버려...
불광동 지나 구기터널 밑에 이르는 데만도 한 시간 가까이....

이미 일행은 앞서 떠난 자리라
혼자서 구기파출소 뒷편 절터 능선을 타고 올라 탕춘대 성곽으로 오른다...
예전 매표소를 조금 지난 옛 절터로 향하는 길로 빠져드니,
지난 가을 추색을 만끽했던 그 골짜기를 다시 만나 이번엔 춘색을 즐긴다...

비봉이 이마 위로 마주 보일 즈음에 좀 더 가니, 옛 절터가 작은 소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연신 작은 계단들이 바위 위로 이어진다.
올라보니, 어라 이런 곳에 약수터가 숨어 있을 줄이야...

그래 절터라고 했으니 물줄기 옹달샘터라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짐작이 맞아 즐거웠고
물맛 또한 시원했다.
비봉을 바라다보며 바위 틈 위로 피어난 개나리와 진달래의 조화를 몇 컷 담아내고...
한 달만에 만난 산행 길벗들과 뒷풀이 흥겨운 얘기자락이 봄밤의 향기에 젖는다...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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