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작업 착수 전 마지막 산행을 했던 게 언제인가? 
10월에 구례 잠시 들린 길에 지리산 성삼재 올라 지는 석양을 눈에 담고 온 게 아마도 마지막이지 않았을까?

오늘은 아주 간만에 북한산 비봉 정상에 올랐다. 그것도 오후 4시 반! 서편으로 노을이 생기기 시작하는 무렵이었다.
겨울 산은 해가 생각보다 빨리 진다. 그래서 보통 안내센터가 산 입구에 있는 국립공원들은 보통 4시가 넘으면 입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빠른 봉우리라 해도 1-2시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에 출발했다가 정상을 밟고 내려올 즈음에 날이 져서 사위가 어두워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언제인지 기억이 희미한데... 북한산을 오후 느지막이 출발했다가 내려오는 동안 해가 지는 바람에 스마트폰 후레쉬 앱에 의지해서 배터리 방전을 걱정하면서 하산을 했던 적이 한두 차례 있다. 대개는 동절기라, 생각보다도 빨리 해가 저버리는 바람에 겪는 일들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동절기에는 오후 산행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오늘은 그나마 탈고 후 첫 산행이라는 의미도 있고 하여, 일산에 미팅 나온 김에 구기 터널 위 파출소 뒷쪽 주택가 언저리에 주차를 해놓고 옛성길 구간을 타고 탕춘대 능선길로 올랐다.

출발 시각이 3시 무렵, 탕춘대 이정표에서 찍은 인증샷에 걸려 있는 정보란을 보니 오후 3시 14분이다.  잰 걸음으로 가면 비봉까지 1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을 거라 계산하고 간만에 오른 성벽길을 재촉했다. 향로봉 아래에서 능선 노선 대신 계곡 하나를 비껴 통과하여 비봉으로 향하는 구기동 계곡 지름길 쪽을 택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오르는 등산객은 아예 없었고 내려오는 등산객도 거의 마주치기 힘든 코스였다.  주말 휴일이면 모를까 평일이면 호젓하다 못해 너무 인적이 없어 덜컥 겁이 나기도 하는 게 북한산이다. 특히 날씨라도 맑으면 덜하지만, 우중충하고 흐릿한 날씨에 구름이 많이 끼거나 바람이라도 불어 을씨년 스러운 날이면 더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오늘도 심하다 싶은 미세먼지 기은에 바람은 그다지 세지 않았지만 겨울 느낌이 없지 않아 우중충했던 날이었던 터라, 인적 끊긴 산행길이 그닥 달갑지는 않았다. 아무튼, 비봉길에 접어들어 겨우 한숨 돌린 시각은 4시가 이미 지나 있었고, 비봉에 올랐을 때 사진을 찍고 있던 팀과 산행객은 딱 두 팀 뿐이었다. 말이 두 팀이고 그 중 한분은 혼자 온 분이었다.

하산하는 지름길을 묻길래 내가 아는 제일 빠른 길을 알려드리고는 정상으로 향했다. 비봉 봉우리는 바위 덩어리를 부어 쏟아놓은 터라, 처음 오르는 초보자들은 겁이 나서 봉우리까지 못 올라가는 대표적인 봉우리 중 하나이다. 백운대는 북한산 정상이라 하지만 마지막 오르는 데까지 안전 케이블이나 계단이 갖춰져 있어 그닥 위험하다 할 구간이 없다. 그데 비하면 비봉은 오르는 릿지 몇 군데가 여전히 위험해서 미끄러운 신이나 허술한 장비로 섣불리 오르면 사고가 날 위험이 여전히 있는 곳이다.

향로봉 릿지와 비봉 릿지 구간에 감시 초소가 생기고, 헷맷 장비를 갖추지 않은 등산객이나 일행이 없는 홀로 산행객들의 등정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주는 아니어도 1년에 두어 번 이상 꼭 사고가 발생하는 구간들인 탓이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비봉은 석양 녁에 올라 노을을 볼 수 있을 때가 가장 장관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기념 순수비를 세웠다는 곳 중 하나이고, 그 통일 기념 비석이 세워져 있는 곳이어서 비봉이라 부른 터라, 꼭 백운대를 오르지 않아도 나름 나라를 통일한 신라인들의 기상과 기운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비봉이다.

비봉 비석 꼭대기에 오른 시각이 4시 30분!!
서편 향로봉 능선 스카이라인 위로 연붉은 노을을 담은 구금 띠가 마치 커다란 유에프오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서울은 워낙에 메가폴리스 시티라서... 북한산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집 없는 곳이 없다 싶을 정도로 빼곡하게 집들의 물결로 그득하다. 수많은 집들 사이 사이로 높고 낮은 야산이며 뒷산들이 집터들을 틈을 비집고 나와서 모습을 드러낸다.

성냥갑보다 손톱만큼의 크기로 안 되어 보이는 저 수많은 집들 속에서 하루 하루 삶과 안식을 찾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존재가 어쩔 때는 미천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덧없이 느껴지기도 하고, 저렇게나 많은 집들 가운데 왜 내가 살만한 집 한 칸도 없이 떠돌이 셋방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가 되었을까를 속으로 묻기도 한다. 

사회의 빠른 발전은 그만큼 부의 양극화 또한 빠른 속도로 심화시켰고, 경제 위기나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이 되면 이러한 부의 불균등한 배분이나 피해로 인한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 그 점에서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은 사실상 강요된 경제 활동 기회의 봉쇄 덕분에 가능했던 것인 만큼, 그 피해에 대한 보상은 무조건적으로 최대한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언제 벌어서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대출 기회만을 주는 것으로 소상공인의 빚만 늘려놓고서 마치 자기 할일을 다한 것처럼 방역 자랑을 하는 데야 정권교체를 부르짓는 목소리가 잦아들 리가 없는 법이다.

게다가 불과 한 정권 4년만에 집값이 따블이 되어버린 지경이니, 평생을 벌어 모아도 나이 오륙십 될 때까지 내 집 한 채 장만할 기회나 희망조차 없애버린 셈이다. 그러니, 20~30대의 태반이 이 정권을 지지할 이유가 뿌리부터 없어져 버렸음을 과연 이 정부의 관계자들이 얼마나 실감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마당에서는 결국 부모 잘 만나서 물려 받을 집이나 재산이라도 없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이루어 내라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망한 일이다.

오늘자 뉴스 기사 중에 우연히 구글 코리아가 발표했다는 2021년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 목록을 보았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2D&mid=shm&sid1=105&sid2=731&oid=003&aid=0010880913  

 

구글 올해 검색어 국내 1위 '로블록스'…글로벌 1위 '호주 대 인도'

기사내용 요약 구글 검색어로 되돌아보는 2021년 한국과 세계 '오징어 게임' 검색어 국내서 3위 글로벌서 9위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구글코리아는 9일 구글 검색으로 본 2021년 국내와 글로벌

news.naver.com

전혀 바람직하다 하기 어렵겠지만 전체 상위 10개 단어 중에 절반 이상이 코로나 백신만 빼고 나면 모조리 주식 종목이나 코인에 관련된 검색어들이다. 우리나라 구글을 사용하는 주 사용자층이 젊은 친구들이나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이 주축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젊은 직장인들이 삶에서 갈구하는 관심 키워드가 모조리 "부의 축적을 위한 주식 종목"에 꽂혀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부는 정말로 깊이 돌아보지 않을면 안 될 시점이다.

또 다시 다가오는 연말과, 새해를 생각하면서, 내년에는 무엇을 통해 어디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책이라도 한 권 성과로 남기는 것이 개인적으로 무척 다행스런 일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년이 과연 어떤 희망의 해로 다가올 수 있을지 영 자신이 없다. 그 와중에 새 대통령을 새로 뽑는 선거가 하루 하루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맘 같아서는 복수로 정부 여당의 무능함을 엄중히 벌해주고 싶지만, 복수 대리자로 나선 야권 후보의 도덕성이나 인성은 더 문제가 많아 보이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갈림길에서 스트레스만 덧쌓이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런 형편이니 여권 내부에 그나마 정권 교체 희망을 조금이나마 대신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할 만한 후보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민주당을 위해서나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나 그나마 흙수저 후보가 존재한다는 게 참으로 다행스런 2021년이다! 

모쪼록 이게 우리나라의 국운이 쇠하지 않고 새롭게 흥하는 행운의 씨앗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희망한다. ^^

#오늘의 감사일기 603일째_211209. 탈고기념 비봉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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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고 최종교정 마치느라 밀린 백일백포 숙제정리!
2. 코로나로 힘든 일산절친분 만나 청국장점심 감사!
3. 한달여 미뤘던 산행 늦은오후 비봉능선으로 재개!
4. 미라클 평생클럽 멤버들 학습나눔모임 초대 감사!
 
#백일백포_078  D-22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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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가로수 은행잎도 시들어 나뒹굴고, 산정엔 도토리 잎마저 말라 푸른 상록수만이 계절의 흐름을 관조하는 하루, 세찬 바람에 체감온도는 급전직하, 겨울의 초입이 될 거라는 기상대의 호들갑을 뒤로 하고 습관처럼 주말 북한산을 찾았습니다. 해가 부쩍 짧아진 날에 오후산행인데다 일행으로 오신 선배님이 중1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나온 탓에 애시당초 험하거나 긴 산행을 할 수 없을 것같아, 비교적 짧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북한산 능선길 소로 하나를 잡고 올랐습니다.

보통 구기터널 입구 구기파출소 앞에서 모인 북한산 산행객들은 대부분 파출소 맞은편 동쪽 음식점들이 즐비한 계곡을 타고 비봉을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요. 번잡함을 피하고 싶다면 오히려 권할 만한 코스는 구기파출소 뒷쪽 주택가의 소로를 타고 몇몇 암자들이 있는 뒷산길 능선을 타고 올라 바로 탕춘대 능선으로 합류되는 코스가 제격입니다만,

비봉의 암벽 분위기를 더 느끼면서 오르고 싶다면, 구기파출소 위쪽으로 죽 큰 길을 따로 올라가 이북오도청 앞의 좌우 갈림길에서 좌측 금선사(목정굴) 방면 대신 우측 주택가 골목으로 타고 올라가 맞닥뜨리는 음식점 우측으로 나있는 소로를 따라 산행방지 철책에 뚫려있는 개구멍을 통해서 바로 비봉으로 향하는 남쪽 직능선을 타고 오르는 게 강추할만한 코스입니다.

산행길 초입부부터 다소 경사가 있긴 하지만, 길이 그리 험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곧잘 좇아오는 데 큰 무리가 없는 편입니다.  중간에 다리 쉼을 하면서 이북오도청의 모습이며 서편으로 맞바라뵈는 수리봉(족두리봉)의 모습을 등지고 서면 문수봉을 기준으로 대남문과 보현봉의 뒷모습을 타고 내린 형제봉 능선 줄기가 한눈에 바라다 보여 경관이 시원한 편입지요...

여기서 첫 다리 쉼을 하고서 내쳐 오르면 중간 마루 능선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비봉을 정남쪽에서 타고 오르는 바위 코스가 시작됩니다. 눈 앞으로 비봉 남부 바윗돌 능선들이 바라보이면서 그 뒷 너머로 위용을 자랑하는 비봉이 흔들림 없이 자리하고 있지요... 바위 몇개를 오르고 나면, 프로들이 아니면 웬만해서 직접 타 넘기에는 위태로운 큰 바위봉우리 하나가 나타납니다.

안전을 위해서 이 봉우리를 왼편으로 우회하여 지나자면, 중간에 사람 몸집을 옆으로 뉘여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바위구멍 통로를 지나야 하는데, 이 또한 북한산의 다른 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미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그 바윗길을 넘어 올라서면 초보자들 암벽 크랙 연습하기에 딱 맞춤인 큰 바위 등성이가 하나 있지요... 그 곳에서 다리 쉼을 하면서 다른 등산객들이 바위를 타고 오르 내리는 모습을 구경만 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답니다.

어제는 구경을 겸해서 왕뚜껑 짬뽕라면을 하나씩 뜨거운 물에 불려서 먹은 뒤, 바로 윗쪽에 있는 비봉 7부 능선 마루 정도까지 밟은 뒤에 비봉을 앞에 두고 하산길을 택했더랬지요... 아마 혼자라면 더 갔을 터인데... 아쉬움을 남겨두고... 비봉 직등 능선 두 번째 산행 소감을 접어야 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야 또 다음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의 여운이 남을 테지요...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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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비바람이 적었던 덕분이라...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모두들 짧은 수명을 미리 끊지 않은 드문 해 중의 하나인 듯 싶다.
4주 연속 토요산행 기록 역시 덕분에 세운 오랜만의 기록이 아닌가 싶고...

한 주의 피로가 몰려온 덕분인지, 점심 후 잠시 붙이마던 눈이 떠진 것은 오후하고도 꼬박 4시!
봄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꽃향기 보고 싶은 덕분인지, 내부간선도로 길이 꽉 매워져버려...
불광동 지나 구기터널 밑에 이르는 데만도 한 시간 가까이....

이미 일행은 앞서 떠난 자리라
혼자서 구기파출소 뒷편 절터 능선을 타고 올라 탕춘대 성곽으로 오른다...
예전 매표소를 조금 지난 옛 절터로 향하는 길로 빠져드니,
지난 가을 추색을 만끽했던 그 골짜기를 다시 만나 이번엔 춘색을 즐긴다...

비봉이 이마 위로 마주 보일 즈음에 좀 더 가니, 옛 절터가 작은 소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연신 작은 계단들이 바위 위로 이어진다.
올라보니, 어라 이런 곳에 약수터가 숨어 있을 줄이야...

그래 절터라고 했으니 물줄기 옹달샘터라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짐작이 맞아 즐거웠고
물맛 또한 시원했다.
비봉을 바라다보며 바위 틈 위로 피어난 개나리와 진달래의 조화를 몇 컷 담아내고...
한 달만에 만난 산행 길벗들과 뒷풀이 흥겨운 얘기자락이 봄밤의 향기에 젖는다...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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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내린 산은 늘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설 명절을 앞둔 날이라,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할 겸 새벽에 사우나에 가리라 일찌감치 마음을 먹고 잠들었더랬는데, 아침 눈을 뜨고 세수를 하면서 창밖을 보니 사위가 흰 눈이라....

그 희고 차가운 눈이 내 발길을 다시 산으로 유혹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우나는 산에 다녀와서 해도 충분한 일이니까....

주섬주섬 아침을 챙겨먹기가 무섭게 베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디카 하나만 넣고 집을 나섰다.
버스로 마포구청역에 내려 6호선 지하철을 갈아타고 불광역을 통과, 독바위역에서 내린다.
막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중간 쯤 가는데, 반대편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소리친다.

"지금 산에 못 가요, 눈이 많이 와서 입산 통제한대요...."

아뿔사!! 이런 낭패가 있나...  겨울 북한산행이 한두 번이 아니건만, 입산통제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는데...  반신반의... 하지만 어쩌랴... 한두 명도 아니고 떼를 지어 돌아내려오는 데야 괜히 헛걸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르던 승강기를 내려 다시 플랫폼으로 내려와 돌아가는 지하철을 기다리자니 영 기분이 개운치를 않다.

웬지 그냥 돌아서기에는 찝찝한 마음.... 혹시 또 모르는 일... 휴대폰을 꺼내들고 114를 눌렀다...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좀 부탁합니다..."
"고객님,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말씀이십니까?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우이동도 있고 종로도 있고 여러 군데인데 어디를 찾으시나요?"
"종로 쪽으로 알려 주세요...."

이어서 연결되는 안내번호 숫자 나열이 채 끝나기도 전에 1번 버튼을 눌렀더니, 안내중이던 번호로 연결된다.
"오늘 입산이 완전히 통제된다는 데 전부 갈 수가 없는 건가요?"
"아, 아침에 대설주의보가 내려 통제했었는데, 좀 전에 해제했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이 정도 눈으로 입산이 통제될 리가 없다.
지하철 기다리던 걸음을 바로 되돌려 다시 승강기를 오르기 시작...
독바위역은 출구가 하나 뿐인데, 워낙 지하가 깊어서 승강기만도 4-5번을 올라야 지상으로 나온다.

중간에 아니나 다를까 두세 명의 등산객 무리가 승강기를 올라가는 나를 보더니 걱정스럽게 한 마디 거든다.
"지금 입산 통제되어 못 간다는 데요..."
"아! 방금 전에 해제되었답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새로운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한 아이같은 마음으로 대꾸해 주고는 기분좋게 산으로 향했다.

역쉬... 국립공원측의 입산 통제가 결과적으로는 나의 산행을 호젓하고 번잡스럽지 않도록 도와준 셈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첫 눈 쌓인 설경을 보자고 나름 붐빌만한 경관이었건만,
세밑 귀향길에, 아침 입산통제까지 겹친 덕분인지, 산길에서는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호젓했다.

덕분에, 정진매표소에서 시작해서, 사람 없는 수리봉(족두리봉)을 거쳐, 향로봉을 옆으로 끼고 돌아 비봉에서 사모바위 지나 문수봉 올라 대남문에서 구기파출소에 이르기까지 눈 덮힌 산행길 5시간이 족히 즐거웠던 길....

눈이 있어 즐겁고, 그 눈을 보는 나의 눈이 또한 즐거우니 이 아니 기쁜 일일손가....
눈 있는 이들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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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묵은 습관처럼, 토요일 오전이면 베낭을 둘러메고 북한산으로 향한다.
벌써 3년이 넘었다.
해를 이어 계속된 몸의 이상신호에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겠다 싶어서, 한여름 뙤약볕을 불구하고 북한산 주말산행을 시작한지가 어느덧 훌쩍 세 해가 넘은 셈이다.

덕분에 그동안 불광동 초입의 수리봉(족두리봉)에서부터 향로봉-비봉-사모바위-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남부주능선....
정릉-형제봉-보현동으로 이어지는 동남 능선
구파발 산성입구관리소에서 의상봉-용출봉-용혈봉을 지나 다시 문수봉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능선....
반대 북편으로 원효봉-염초봉-백운대로 이르는 험한 릿지 능선 코스에 이르기까지... 북한산 전역을 거의 누빈 셈이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평탄한 길로 비봉에 이를 수 있는 탕춘대 산성 돌담 위 코스를 오랜만에 밟다가 커다란 왕벌 한
마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산성길 민들레 꽃다지 무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꽃술을 빨고 있는 장면을 만났다. 
십여 분이 넘게 실랑이를 했건만, 자동 디카의 한계일까, 좀처럼 제대로 된 한 컷을 만들 수가 없었다.

5배줌으로 잡은 디카는 암만 잘 나와 봐야 나중에 큰 사진으로 펼쳐보면 뿌옇기가 그지 없고, 초점이 선명하지 않아서 씨름한 것에 비하면 좀처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아무튼, 탕춘대 길을 오르다 향로봉이 머리 위로 바라보일 쯤 해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빠지면 향로봉을 옆으로 돌아가는 샛길이 있다. 이 코스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은 지라, 오랜만에 길을 바꿔 잡고 가다가 문득 사람의 발길이 아주 드문 듯한 바위 코스를 밟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곳에 북한산의 가을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래는 거의 다 그 곳에서 잡은 컷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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