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詩짓고,
안치환 노래짓고  부르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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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는 필독서
--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천 년 전, 즉 서기 1000년 1월 1일에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했음을 깨달은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 무렵에는 지구 상에 기독교인들보다 무슬림 수가 더 많았고, 무슬림들은 고유의 달력을 썼다. 더구나 이들보다 인구가 더 많았던 아시아인들 역시 전혀 다른 달력을 사용했다. 당시 서반구에서 뛰어난 천문학 기술을 갖고 있었던 마야족은 인간의 역사 주기를 5200년으로 한 롱 카운트(Long Count) 력으로 날짜를 세었다. 우리가 말하는 서기 1000년은 마야족에게는 3188년이었다. 롱 카운트 력에 따르면 현재의 문명이 쇠퇴하고 다시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는 시점은 우리 달력으로 서기 2012년 동지가 된다.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자.)...."

지금까지 제아무리 모험을 좋아한다는 사람도 감히 시도해보지 못한 세계 일주, 꼬박 3년 동안 자그만치 116개국에 걸쳐 15만 2000마일, 킬로로 환산하면 약 24만 5천 킬로를 자동차 한 대로 전 세계를 일주한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2003년에 쓴 [Adventure Capitalist: The Ultimate Investor's Road Trip]의 번역판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에필로그라 할 수 있는 16장 [다시 집으로] 편 중에서 따온 한 대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워렌 버핏과 조지 소로스라는 이름은 알지만, 짐 로저스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해 합니다. 아니 "월가의 전설"이라 불릴 만치 투자의 귀재라고들 칭송하는 것을 보면 여태 저만 모르고 알 만한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짐 로저스라는 이름을 접한 것은 불과 몇 달 전의 일이고, 이 책은 짐 로저스가 지은 책 중에서 제가 네 번째로 읽은 책입니다.  

짐 로저스가 지은 책 중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다섯 권 중에서  딸에게 전하는 12가지 부의 비법 , 상품시장에 투자하라, 불 인 차이나 : 무한성장 가능성, 세계 최대시장에 투자하라 에 이어서 읽은 것인데, 이 책이야말로 짐 로저스의 투자 원칙과 인생 철학, 그리고 세계를 보는 혜안과 식견이 가장 풍부하고도 해박하게 서술된 책이라 단언하고 강추할 만합니다.  

5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을 단번에 읽어 낸다는 것은 재미난 소설류가 아닌 이상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마치 흥미 넘치는 소설을 읽는 듯한 생동감 속에 시간과 돈에 얽매어 사는 우리들이 가지는 일생 최대의 로망 --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세계 여행--을 대리 충족시켜 주는 묘한 즐거움을 선사해 줍니다. 

그 덕분인지, 500쪽이라는 분량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넘어갑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기껏해야 사나흘, 혹은 그리 열심히 읽지 않는다 해도 일주일 정도면 누구라도 끝을 볼 수 있을 만큼 읽는 즐거움을 듬뿍 선사해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더욱 강추하는 까닭은 이 책이 단지 읽는 동안 일시적인 흥미만이 아니라, 우리가 작금의 지구촌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치 경제적인 혜안과 더불어 세계 각국의 경제 현실과 투자 여건에 관해 탁월한 식견과 살아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1990년 초부터 2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6대륙에 걸쳐 10만 4천킬로, 52개국을 돌고서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란 책을 낸 바 있는 저자가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이번에는 오토바이 대신 자동차로, 혼자가 아닌 예비신부를 동행하여 북구 유럽의 끝, 아이슬란드에서 시작하여 뉴욕으로 되돌아오기까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꼬박 3년에 걸친 세계 일주기를 담은 것으로, 이 책은 10년 전 자신이 오토바이로 누볐던 세계일주기의 속편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1942년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데모폴리스 태생인 짐 로저스는 예일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교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발리올 칼리지에서 정치 경제 철학을 공부한 경력의 소유자로, 1969년 헷지 펀드의 왕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창업해 그가 소로스와 일하는 12년 동안 3365% 수익률이라는 경이적인 No 마이너스 기록을 세우고, 1980년 한창 일할 나이인 서른 일곱살에 자신의 몫으로 1400만 달러를 챙겨서--저자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일생 동안 모험을 즐기며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가지고-- 12년 동안의 월가 생활을 깨끗하게 접고 그 이후 모험가이자 교수 및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월가 은퇴 후에도 세계 각국을 직접 발로 돌아다니며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며 경제 현실 등을 진단하며,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가이드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1998년에 그가 직접 설립한 2억 달러 규모의 상품인덱스 펀드는 2004년까지 16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상품은 물론 주식과 채권 등 어떤 자산 투자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로 인정받고 있을 만큼, 그의 투자에 대한 감각과 예지력은 탁월하다고 합니다.


이토록 멋진 사람의 이름이 왜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혹은 미연방 중앙은행 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 만큼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았던 걸까요?  못내 궁금하여 그의 책을 읽어보고 내린 결론은, 그가 가진 경제철학이나 주장하는 정책들이 미국의 정치가들이나 투기적 자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비판적인 것이라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느낌입니다.

실제 이 책에서 조지 부시나 그린스펀의 미국 경제 정책이나 통화 정책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매우 직설적이고 신랄한 수준입니다.

 " 그린스펀은 2001년에 다시 패닉에 빠졌다. 그 해의 미국 중앙정부는 국가 수립 이래 가장 높은 통화 공급 증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통화 공급을 확대했다. 그런스펀은 끊임없이 경제에 돈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엄청난 통화 팽창은 전례가 없었다. 이와 동시에 재정 지출도 크게 늘었다. 정부는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양쪽 모두에서 방탕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그린스펀이 통화를 증발하는 속도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지출을 늘려나갔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마에스트로는 이제 금리를 계속 떨어뜨려 주택 시장과 소비 시장의 거품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거품은 반드시 좋지 않게 끝난다. 더구나 이번 거품이 터지면 그 때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  (490쪽에서 인용)

여기 인용한 구절은 로저스가 미국 경제 정책 및 통화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것의 아주 일면에 불과합니다. 그는 오히려 중국의 경제정책이 훨씬 더 자본주의적이며, 중국의 관료들이 미국의 관료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에 앞서, 영국의 파운드화는 물론 미국의 달러화까지 거의 다 정리해버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싱가폴로 아예 거주지를 옮긴 그는 나이 60이 넘어 얻은 첫 딸을 위해 중국인 보모를 통해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음을 늘 자랑하곤 합니다.

위와 같이 2003년에 이미 미국 경제에 대해 심각하게 버블 붕괴를 경고했던 그의 예상은 아니나다를까 작년에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상징으로 폭발하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지금도 미국경제는 그 몰락의 구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언론 기사나 인터뷰를 보면, 미국 경제에 대한 로저스의 예상은 결코 긍정적이거나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위기를 또다시 봉합한 것일 뿐,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근본적인 해소책을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남은 최후의 해결책은 달러화의 붕괴와 미국 경제의 강제적 파산--대공황 뿐임을 은연 중에 비칩니다. )

그가 3년 동안 여행한 궤적을 따라가면서 세계 지도를 훑어보면, 그동안 이름만 겨우 알고 있었던 아프리카의 작은 신생 소국들까지도 그 사정이 훤히 보일 듯이 잡힙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로저스가 우리처럼 아름다운 경치나 풍광을 찾아 다니며 증명사진이나 찍는 여행 투어식 관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나라의 일반 시장과, 암시장, 매춘사업, 국경과 경찰, 관료들의 부패 관행, 그리고 주식거래소 등을 찾아 다니며 각 나라의 밑바닥 경제 사정 및 투자 환경을 동물적으로 체크해내고, 이것을 생생한 현장감각으로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끊임 없이 벌어지고 있는 제3세계에서의 종족간 분쟁이나 종교 분쟁, 아프리카의 내전들의 씨앗이 결국은 유럽 및 미국 열강들이 남긴 식민지 시대의 잔인한 잔재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선들이 어떻게 저렇게 반듯한 직선인지 아는가? 라고...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전 지구를 식민지로 분할하여 지배했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2차 대전 후 식민지를 독립시키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인종이나 종교, 민족, 문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편의에 따라 이리 긋고 저리 긋고 해서 국경을 정한 결과요, 그것이 오늘날 원유 등 천연 자원을 둘러싸고, 혹은 인종과 종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계 각국의 분쟁이나 내전의 일차적 원인이라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원을 독점하여 부를 축적하려고 혈안이 된 세계 각국의 멍청한 정치가들과 독재자들의 정책들이 얼마나 무모하고 스스로와 국민들을 공멸의 함정으로 빠뜨리게 되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 및 제3세계에서 평화의 사도를 자처하는 이른 바 NGO들이 해당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압제나 분쟁을 존치시키는 역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의 특권적 지위와 호사로운 생활을 누리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하는 아프리카 재건 정책방안에 대한 제언도 일견 귀 기울여 들을 만합니다.

"서방 선진국에서 제공하는 모든 무상원조를 즉각 중단하라!  다만, 아프리카 등 구 식민지 국가에 대한 모든 부채를 전면 탕감해주고, 그 비용을 산업 복구와 생산에 쓰게 하라. 더 이상 개입하지 말고 스스로 경쟁하고 일어서게 하라!"  

선진국들이 제공하는 원조 자금이 가장 먼저 투입되는 곳이 무기 구입이고, 대부분의 자선 구호 물자들이 제3세계 약사빠른 장사꾼들의 농간으로 그들의 판매 상품으로 뒤바뀌는 역설적인 현실을 고발하면서 내리는 로저스의 대안입니다.  

세계 각국 정부의 경제 정책 및 일반 시장에서 드러나는 각 나라 사람들의 경제 행태들을 통해 언제 어디에 투자를 하고, 반대로 투자한 것을 정리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동시에, 풍부한 현장 사례와 세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진지한 학습과 천착을 통해서 오늘날 우리 인류가 처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향과 접근 방법을 제시하는 짐 로저스의 이 책은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라는 제목 그대로 모험심 가득한 한 자본가(자본주의자!)의 세계 경제 진단서이자 대안서요, 백만장자가 되어 세계일주 하기를 꿈으로 삼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인생 지침서로 꼽혀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한 필독서입니다.

 이 책의 말미에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 400년 뒤까지는 아닐지라도 다음 밀레니엄이 시작될 때가 되면 분명히 미국인들 가운데 누구도 단 한 명의 미국 대통령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 조지 워싱턴조차 잊을 것이다. 
   세상의 영화는 덧없이 사라져간다. (Sie Transit Gloria Mundi.) 
 
   하지만 인류는 계속 살아 남을 것이다....
변화의 바람은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그 변화를 이겨내는 능력은 자연의 힘 만큼이나 강력하다." 
(499-500쪽 중에서)

>> P.S.
글을 포스팅하고서 드는 사족은,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짐 로저스의 모든 것을 찬양하는 예찬론자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로저스의 글과 주장을 높이 사는 것은, 투자가로서의 탁월한 판단력과 예지력,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 원리를 꿰뚫어보는 그의 혜안입니다. 짐 로저스는 어찌보면 지나치게 자본주의의 힘과 경쟁의 원칙을 숭상하는 사람으로, 보호주의의 필요성과 보호무역이 갖는 장점을 인정하는 데 아주 인색한 편입니다. 어쩌면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적 시스템을 통해, 평생 먹고 살 만큼의 돈을 일찌감치 벌어놓고 세상을 놀면서 유랑할 수 있는 "여유있는" 자의 한가하고 자만스러운 주의 주장처럼 들릴 소지도 다분합니다. 이 점 책 읽으실 때 참고하시고, 가능하다면 장하준 교수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비교하여 세계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http://letsgo.tistory.com/133  서평 참고!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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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아니나다를까, 어쩌면 싶었던 전화벨이 울립니다.
손님들이 찾아 오시겠답니다.

바로 퇴근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아니, 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창문 너머로 서쪽 하늘을 봅니다...

이게 웬걸...
앞 건물 유리창을 사선으로 비추며 비스듬히 쏟아지는 저녁 햇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붉으죽죽한 서광 뒷편으로 환하게 반사되는 구름의 빛깔들...

노을입니다.
일년에 몇 번 있을까 싶은, 저녁 지는 햇살의 장관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칩니다.
망설임도 잠시... 책상 모서리 디카를 챙겨 들고 뒷산 홍대로 발걸음을 놀립니다...

위로, 더 위로...
홍대 후문 뒷쪽 산비탈을 타고 올라 떨어지는 해를 잡으려 보지만...
애석하게도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서, 지는 해를 못내 따라 잡지 못하고 아쉬움을 토합니다.

다행히, 계단을 내려올 무렵....
해는 이미 구름 사이로 자태를 감추었지만, 그래도 남은 여광이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연신 셔터를 누를 뿐!

서울 하늘도 가끔씩은 볼만 합니다.
서울 사는 재미도 그래서 가끔은 있습니다.
9월 11일 해질 녘, 서편 가을 하늘의 노을이 정말이지 장관입니다...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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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금요 산행! 
그것도 사무실 퇴근을 마치는 길에 베낭을 바로 둘러멘 금요 저녁 산행이었습니다.

시간상 제약으로 긴 코스를 잡을 여유는 없으니...
6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불광역에서 내려 바로 이마 위로 바라다뵈는 수리봉을 직선 코스로 잡았습니다...

제법 가을의 초입을 넘어서고 있는 백로라....
해질 녁의 가을 하늘은 여느 때보다 맑고 푸르른 모습입니다...

저녁 산행의 가장 큰 장점은 주말 산행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지요...
호젓하게 홀로 걸음으로 누구 보폭에 맞출 필요도 없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누구에게 밀리거나 쫓길 일도 없이
내 걸음 편한대로, 마음 따라 걸음 따라 옮기면 그만이지요....

예전 같았으면 서너 번은 족히 쉬어 가야 했을 오르막길을,
이젠 딱 두 번 쉬고 30여분 만에 정상에 오릅니다....

족두리봉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수리봉....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자면,
마치 넓디 넓은 고막 껍질 위에 올라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하지요...
바위의 형상이, 움푹 움푹 골을 지어 패인 모습이 마치 결이 가지런히 나있는 고막 같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수리봉 정상에 섣다 내려오는 길에 벌써 해가 서산으로 내려서기 시작하네요....

얼른 사진 몇 컷을 챙기고... 염초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우로 젖히고 왼쪽길에 접어들어
독바위 아래로 향하는 바윗길을 내려섭니다....

서편으로 향하는 길이라... 불광역과 연신내를 배경으로 하여 멀리 김포의 하늘을 가르는 석양의 노을이
나름 가을의 정취를 만들어 주더군요....

가을입니다... 모두들 더 알찬 수확 거두시길.....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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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9 13:02

복사 http://blog.naver.com/letsgo99/20087707567


출처 아르테미스 | 비너스
원문 http://blog.naver.com/venus0510/150039625906

  kevin_bickerdike 작
  

마치 꿈을 꾸듯이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속으로 차오르는 불가항력에 이끌려
골드문트는 조심스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외경심을 느끼며 가슴에 간직한 형상을
애정어린 손길로 그렸다.
오늘 그의 영혼에 살아있는 그대로
친구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간직하는 과제를 완수했다.
 
니클라우스가 그의 이젤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어디 볼까? 뭔가를 좀 그렸나?
그는 도화지를 신중히 집어들었다.
골드문트는 꿈에서 깨어나 두근거리는 기대를 품고서
명인을 쳐다보았다.
명인은 두 손으로 도화지를 받쳐 들고서
아주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자네가 그린 사람이 누구인가?'
'제 친구입니다. 젊은 수도사 겸 학자지요.'
'좋아. 손을 씻게나.
저쪽 뜰에 샘물이 흐르네.
그리고 식사하러 가세나.
  
식사가 끝나자 명인이 말했다
'반시간쯤 쉬어야겠네. 작업장으로 가든지
아니면 바깥 바람이나 좀 쐬게나,
그 다음에 우리 문제를 이야기하도록 하세.'
 
골드문트는 샘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물 속에 보이는 골드문트는
수도원 시절 또는 리디아를 좋아하던 시절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
숲속을 헤매던 골드문트와도 다르다는 것.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이
그 물 속으로 흘러들어가 끊임없이 변신해서는
마침내 해체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예술가에 의해 창조된 어떤 형상들은
영원히 변치않는 똑같은 모습으로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와 사랑 60,,,,,헤르만 헤세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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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만히 눈 감고 듣고만 있어도 눈물이 주루룩 흐를 것 같은 사랑 노래....

달이 가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가도...
이제는 잊혀졌을 법도 하겠지,,, 하면서도 또 다시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이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지요...

그런 것처럼, 한 때 흘러가는 유행가가 아니라,
몇 년을 안 듣고 잊혀져 있다가도 길 가다 우연히라도 한번 다시 듣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오면서,
저 멀리 푸른 하늘이 터져 주루룩 한 줄기 눈물이 되어 흘러내릴 것같은 노래들이 있지요...

특히나, 요즘처럼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물러서면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 기운이 반팔 소매깃을 스쳐 올리며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계절이면
그런 느낌이 더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박인희의 목마와 숙녀....  ♬♪♩
김미숙의 낭송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   ♬♪♩   ♬♪♩

김추자의 봄비, 님은 먼곳에...   ♪♬♩  ♪♬♩   
윤시내의 열애...    ♬♪♩  ♪♩♬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  
백미현의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  ♪♩♬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   ♬♪♩   

이은미의 가시나무새... ♬♪♩
장사익의 찔레꽃...       ♬♪♩   ♬♪♩  

그리고 또... 어떤 곡들이 있을까요...

이런 정통적인 대가수들의 시대를 초월한 명곡들이 있는가 하면... 
정말로 잔잔하면서도 가슴을 찔러오는 영원한 사랑 노래들이 또한 있지요....

요즘 [오빠밴드]의 뒷쪽에서 백뮤지션 역할을 도맡아 새롭게 사랑을 받고 있는 유마애...
유영석 의 노래도 그런 가슴 속 깊은 울림이 절절히 묻어나오는 곡들이지요...

평소 아주 자주 듣진 못하지만,
이따금 한번이라도 우연히 들을라치면 그 진한 여운을 좀처럼 바로 떨쳐버리기 힘든
중독성 진한 한 곡 찾아서 붙여 드립니다....

다들 한두 번쯤은 들어 보셨겠지요...

사랑 그대로의 사랑...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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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딸아이 학교가 개학을 했습니다. 
아침에 등교길 학교 문앞에 내려주면서 영 마음이 찜찜했습니다.  왜냐구요?  물론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 때문이죠. 초등학교 졸업반인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사립인지라, 주변의 다른 학교들보다 아이들 교육에 극성인 학부모들이 많은 편이고, 영어캠프다 뭐다해서 방학이면 외국을 다녀오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걱정이 더 되거든요...

뭐, 이미 지역사회 감염 비율이 높아져서 외국에 다녀왔느냐 아니냐로 감염 되고 안 되고를 가르긴 어렵다지만, 상대적인 비율을 보자면 그래도 감염인자 보유 가능성이 높은 환경과 집단에 내 아이를 노출시키야 한다는 건 부모로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헌데, 이런 사태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사실, 바이러스 자체의 위험성도 위험성이지만, 이러한 위험에 직면해 작금 우리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처방식의 안이함과 늑장, 그리고 반서민적 행태 때문에, 과연 이런 질병위기 상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더 염려스럽기 때문입니다.

신종플루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기 이전에, 저에게 신종플루의 확산 가능성과 그 위험성에 대해 가장 심각하게, 또 신속하게 경고를 하고 예방대책에 대해 홍보를 해준 쪽은 복지부가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전에 있는 한 증산도 도장에서 교정일을 맡고 있는 대학시절 후배였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나눈 하루 이틀 뒤에 묵직한 용량의 [시사정보] 라는 파일이 첨부된 이메일이 하나 왔더군요. 열어보니, 요지는 다름아닌 괴질로 선천 인류 문명을 심판(추수)하고 후천 개벽을 이룬다는 증산 상제님의 예언에 비춰 볼 때, 신종 플루 또한 하나의 사례일 수 있으니, 그 심각성을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라는 겁나는 경고였습니다...


혹시 신종플루와 관련된 이들의 경고와 예방수칙 내용을 읽어보고 싶은 분은 첨부한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종플루 사망자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설마 설마 하면서 증산도의 괴질 관련 시사정보 자료를 포교용 겁박 자료 정도로 웃어 넘기려고 했는데, 막상 내용을 읽어보니 이미 전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사망자들의 수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더군요... 그것도 멕시코나 남미 등의 개발국만이 아니라, 첨단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영국에서까지도 대책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을 실감나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까지만 해도 정부나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언론 플레이나 발표 등을 보면 경고라고 하면서도 느긋하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사망자가 나와도, 약간의 초기 대응의 부실이 있었다는 정도로 버티더니, 정작 언론에서 위험성을 떠들면서 여기저기 경고의 비난들을 쏟아 내자 말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은 예방 치료제의 투약을 최대한 자제한다고 했다가는 갑자기 또 의심만 되도 투약을 하라 하다가, 플루 의심이 들면 가까운 보건소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해놓고 정작 일선 보건소에서는 검사를 더 안해준다고 자기 돈 주고 일반병원으로 가서 받으라고 말을 바꾸고.... 검사비용은 보험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가 또 단순 검사는 안된다고 했다가, 그야말로 갈팡질팡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정작 일반인들이 그나마 확진에 믿음을 갖고 있는 대형 병원이나 대학 병원등은 이른 바 "거점병원"으로 지정되기를 피하려고 난리입니다.  거점병원으로 찍히면(?) 거기로 신종플루 환자가 몰려올 경우, 병원에서 감염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해서 다들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는 것을 "앞장서서" 꺼리고 기피하며, 그야말로 '나부터 살고보자'는 식의 추태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대도 그런 책임은 지고 싶지 않다고, 오는 환자 피하고, 걸린 환자 못 오도록 막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국민들을 살리겠다는 보건당국인지, 환자의 생명을 최대한 우선해야 할 의료기관들의 책임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인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과도한 공포심이 스스로 심리적 공황 사태를 초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을 안심시키고, 동요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런 관리 조치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게 하고 공감과 자발적인 협조를 얻도록 하려면, 정보를 통제하려 들거나, 혹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치료, 예방백신에 대한 사전 준비나 대책이 소홀했던 점이나, 왜 이토록 방역 대책이 중구난방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한 의구심들은 아래쪽에 따로 첨부한 [청년의사] 사이트의 건강정보 칼럼을 보아도 단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http://www.koreahealthlog.com/1033

그저 최소한으로 바라건대, 우리나라 정부의 전염병 예방대책 수준이 죽어가는 국민을 살려내는 수준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멀쩡하게 건강한 사람들을 죽음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도록 방치하거나, 무책임한 사후 외양간 고치기로 일관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위험은 위험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야만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것이고, 경각심이 있어야만 국민 개개인들의 예방활동이나 주의력도 커지는 법이니까요.... 


적어도 정부의 대국민 대응정보 제공이 인류 심판의 날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종교단체의 대책보다 느려 터진 데서야 창피한 일 아니겠습니까!! 환절기 입니다... 모두들, 감기(플루) 조심 하세요~~~~

(참고로, 저는 증산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전혀 아니지만, 어떤 교리를 갖고 무슨 일을 행하든 전체 사회 집단을 위해 해로운 일 대신 이로운 일을 많이 하고 앞장 서서 베푸는 것을 자신들의 신앙목표로 삼는 무리들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아니 무척 존경합니다. 똑같은 종교를 믿어도 각 교파의 믿음 체계에 따라서 행하는 사업이나 짓거리들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기독교나 불교, 증산도를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늘 익히 보아 왔으니까요... )

[펌] 출처: http://www.koreahealthlog.com/1033

왜 한국만 타미플루가 부족할까?
건강정보/재해 전염병 리콜 2009/08/25 07:52 Posted by 한정호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이 '치료제(타미플루)가 부족해지면 특허정지 조치를 내린뒤 국내에서 복제약을 대량생산토록 허용하겠다.'고 인터뷰를 하였다. 하지만 특허정지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과연 현 시점에서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써 이 발언이 적절했을까?
 
전세계적으로 타미플루란 약이 턱없이 부족해서 한국에서 타미플루가 없는 것이라면, 자국민 건강을 위해 특허정지 조치는 응당 맞는 처사이다. 그런데 문제는 약의 공급 부족만이 현 상황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미 다른 나라는 적정한 약값을 협상하고 구입을 했는데, 한국은 약값이 비싸다고 수입을 안해온 것이 더 큰 문제며 이는 보건 당국의 책임이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런 말 없이, 문제가 되면 특허정지 조치를 내리겠다고 일국의 보건을 책임진 수장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아니고, 자동차/반도체 수출 등 지적 재산으로 먹고 사는 무역국이 아닌, 북한이나 이디오피아, 쿠바 같은 사회주의국가라면 이와 같은 조치를 이해를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보화 사회에 뛰어든 선진국이고 우리 역시 지식 산업을 기반으로 타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다른 선진국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한 약을 이제까지 별다른 대책 없이 수입하지 않고 있다가 약이 필요하니까 국제특허권 무시하고 국내에서 찍어내겠다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일인가 생각해 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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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타미플루 비축을 이미 오랜 시간을 들여 해왔다.

 백신도 마찬가지다. '정부, 신종플루 백신 확보 노심초사' 란 뉴스를 보자.

대부분의 해외 백신 생산업체들이 신종플루 백신을 올해 처음 만드는 바람에 최근에서야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생산수율도 계절인플루엔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초기단계에서의 공급부족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선진국은 앞서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4-5년전부터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해 선구매 협상과 선투자를 많이 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최소한 한두달 전에는 구매협상을 마무리 했어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월 2일 신종플루 첫 감염자가 나온 뒤 백신확보 예산을 짜는데 두달이 걸렸고 그나마 백신 1도스당 구매가격도 7천원이라는 헐값에 책정, 해외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경쟁입찰에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구매가격을 낮게 잡는 바람에 다시 이를 국제시세 수준으로 올려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데 또 두달이 걸렸다. (연합 뉴스 인용)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한국은 국제적인 약값(백신 포함)을 지키지 않고 그저 싼 값에 사려고 버티다가 대책 안서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며, 여기에 여차하면 국제특허권을 무시하고 약을 찍어내겠다고 장관이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신뢰는 바닥을 칠 것이며 지금껏 고부가가치 제약산업 육성을 운운한 것이 다 빈말이 되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백혈병치료제인 푸제온 사태와 동일한 전철을 밟고 있다. 남들은 100원주고 사먹는 약을 우리나라 혼자 50원 주고 사먹겠다고 하여 국내 시장에 들여놓지 않는 것이며, 환자가 자기돈 80원내고도 사먹을 수 없도록 법으로 묶어 놓고 있는 것과 같다. 민간회사들에게 맡겨 놓으면 훨씬 싼 값에 협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일을 단일 보험자인 정부(건보공단)가 모든 통로를 막아놓고 독점하고 있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신종플루의 대유행은 자연재해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백신과 타미플루 부족은 한국에서 겪는 인재임이 분명하다. 통제중심, 관료중심의 사회주의식 의료체계의 폐해가 그대로 나타나는 한국적 현상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한술 더떠 보건소에서는 집단발병만 '관리'하고, 신종플루 의심 및 신종플루 환자는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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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공의료는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군병원, 국립의료원, 수많은 보건소 등은 이런 비상사태에 대비하라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일반환자진료를 민간에 위임하고, 신종플루환자 진료와 치료에 전념하여야할 기관이란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그 반대다. 공공의료기관이 공공의 안녕을 위한 본연의 임무는 방치하고, 강제로 민간에게 떠넘기고 있다. 지금 한국은 테러로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대량 환자의 '관리'만 공공기관이 하고, 치료는 개인병원가서 알아서 하세요.'라는 꼴이다.
 
 '공공'이란 탈을 쓴 획일적 의료시스템이 전혀 공공의료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계속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공공의료란 공무원/공사원의 양반신분을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것도 이번 기회에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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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청주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의협 국민지식향상위원회, 의료와 사회

Blog :
http://im.docblog.kr

 



Posted by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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